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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진짜진짜 마니악한 밀리터리 게임. 워게임: 레드 드래곤

워게임: 레드 드래곤(Wargame: Red Dragon) 해봤더니

깨쓰통 2014-06-17 17:34:09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남자라면 누구나 어릴 때 한 번쯤은 탱크나 전투기 같은 군대 관련 분야에 ‘두근’ 해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도 이와 같은 밀리터리(Military) 분야는 ‘남자들의 로망’ 이라고도 불리며,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고,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상하고 있는데요.

프랑스의 게임 개발사 유진 시스템즈(Eugen Systems)가 개발한 PC 패키지 게임 <워게임: 레드 드래곤>(Wargame: Red Dragon, 이하 WRD)은 바로 이런 밀리터리를 소재로 한 실시간 전략(RTS) 장르의 작품입니다.

그것도 보통 밀리터리 RTS 게임이 아니라, 정말 ‘미칠듯이’ 어렵고 마니악한 RTS 게임입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이나 마니악함에 비례해서 ‘타임머신’ 이라는 수식어가 결코 아깝지 않을 정도로 몰입하면서 즐길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은 군 미필) 깨쓰통


‘워게임’ 이라는 게임명 그대로 제대로 된 현대 ‘전쟁’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북한군에 포위 당한 부산을 사수하라? 가상의 현대전을 체험한다


<WRD>는 유진 시스템즈에서 개발한 ‘워게임’ 시리즈의 3번째 작품입니다. 워게임 시리즈는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뛰어난 밀리터리 고증과 비교적 사실적으로 구현한 현대전 등의 요소로 인해 마니아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고 있었는데요.

그중에서도 이번에 출시된 최신작 <WRD>는 다름 아닌 ‘대한민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를 그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1975년부터 1991년까지의 동북아시아의 ‘가상역사’를 배경으로 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군과 북한 조선인민군, 중국 인민해방군 등 실존하는 동아시아 국가 군대들이 총출동합니다. 대한민국 국군과 북한 조선인민군이 부산에서 탱크와 전투기를 총동원해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는 것도 경험해볼 수 있습니다. 


게임의 첫 번째 싱글 캠페인인 ‘부산포위’. 북한의 침공으로 부산까지 밀린 국군을 지휘해 반격해야 합니다.


<WRD>에는 국군 K-1 전차나 북한의 천마호 전차 같은. 실존하는 유명 전차나 차량, 전투기 등이 총 출동합니다. 

소재가 이런 만큼 게임의 싱글 캠페인도 현대 역사를 살짝 비튼 소재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6월 민주항쟁이 실패하고 그 여파로 북한군이 남하해 전쟁에 돌입한 1987년의 한반도’, ‘국경분쟁이 격화되어 기어이 전쟁에 돌입한 1979년의 중국-소련’.

‘서로의 불신이 극에 달해 결국 홍콩을 두고 전쟁을 시작한 1982년의 중국-영 연방’ 같은, 실제로 현대에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가상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것인데요. 그렇기에 현대 역사에 관심이 많은 게이머라면 굉장히 흥미롭게 즐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중국과 소련의 국경분쟁은 전쟁 일보직전까지 갔고, 홍콩을 반환을 둔 영국과 중국의 갈등 역시 위험한 수준까지 올라갔었죠. 물론 실제로 전면전이 벌어지진 않았지만….

싱글 캠페인 진행은 흡사 <토탈워> 시리즈와 흡사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러니까 전쟁의 모든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전략지도’에서 전투단의 배치와 병력증강, 이동, 전투개시 여부 등을 결정한 다음 ‘턴’을 종료하면, 각각의 전장에서 RTS 방식의 전투가 벌어져 승패를 겨룹니다. 이후 적의 턴으로 넘어가고, 적의 턴이 종료되면 다시 아군의 턴이 돌아온다는 식입니다.


각 캠페인에는 ‘최종승리’를 위한 목표가 주어지고 정해진 턴 내에 해당 목표를 완수해야만 캠페인 승리를 거둘 수 있습니다. 


흡사 보드게임을 보는 것 같은 전략지도. 여기에서 전투단의 배치와 이동, 정비 등을 행할 수 있습니다. 게임의 규칙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전략을 짜야만 캠페인 최종 목표를 완수할 수 있습니다.


아군의 전투단과 적의 전투단이 같은 지역에서 만나면 전투가 시작되고, RTS 방식으로 전투가 진행되어 승패를 겨루게 됩니다.


신경 써야 할 게 뭐가 이리 많아? 제대로 마니악한 RTS 게임


여기까지는 사실 다른 전략 게임에서도 비교적 손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 <WRD>는 굉장히 ‘마니악한’ RTS 게임에 속합니다. 

그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요소들이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있으며, 게이머가 기억하고 신경 써야 할 수치나 시스템 또한 굉장히 많습니다. 심지어 다른 RTS들은 과감하게 생략하거나 빼버리는 요소들 또한 ‘현실성’을 살리기 위해서인지 그대로 구현한 경우도 많고요.

예를 들어서 일반적인 RTS 게임들은 유닛을 ‘보병유닛’, ‘차량유닛’, ‘비행유닛’ 정도로만 구별하는데요. 하지만 <WRD>는 유닛 분류를 보면 ‘군수’, ‘보병’, ‘지원’, ‘전차’, ‘정찰’, ‘차량’, ‘헬기’, ‘항공’, ‘해군’까지 무려 9개에 달합니다. 

여기에 게임에 등장하는 국가는 모두 11개인데, 한 국가당 등장 유닛은 최대 70~80개에 달할 정도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RTS 게임의 교과서라고 부르는 <스타크래프트> 1편이 진영 3개에 한 진영당 유닛 숫자는 20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말 기가 찰 정도로 방대한 양이죠. 


각각의 유닛의 스테이터스 양만 봐도 이 정도다. 각각의 스테이터스가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으면 게임을 하는 데 많은 애로사항이 꽃핍니다.

<WRD>에서 ‘보병’ 유닛들은 현실과 마찬가지로 이동속도가 차량들의 1/3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보병 유닛들은 생산단계에서부터 기본적으로 차량에 탑승한 상태로 배치되며,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목표위치에 도착해서 유저가 일일이 ‘차량 하차’를 지시해야만 하죠. 

그나마도 보병 유닛은 건물이나 나무 같은 엄폐물 없이 전차 유닛과 정면에서 맞닥뜨리면 아무리 기본 스펙이 뛰어나다고 해도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대미지 한번 제대로 주지 못하고 쓸려나가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보병유닛은 ‘건물’ 같이 엄폐를 확실히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면 제 능력을 사실상 발휘하지 못한다고 봐야 합니다. 특히 일단 탑승 차량이 파괴되면 사실상 그 게임에서는 이동을 포기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매우 이로울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RTS 게임들이 일부 특수한 무기를 제외하면 ‘탄약’ 개념을 거의 무시하는데 반해, 이 게임은 헬기가 사용하는 미사일부터 심지어 보병이 사용하는 소총에 이르기까지 모든 무기에 최대 탄약 수가 제한되어있습니다. 

그렇기에 보급 없는 장기간 전투는 불가능하며, 아무리 강한 유닛이라도 해도 탄약이 다 떨어지면 순식간에 무방비 상태로 적에게 파괴될 수 있기에 항상 신경 써야만 합니다. 심지어 이 게임은 차량이나 비행유닛에 ‘연료’ 개념까지 있습니다. 

보급 없이 유닛을 오래 운용할 경우 연료가 다 떨어져서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참고로 일부 차량은 도로가 아닌 숲 등을 지날 때 타이어 파열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유닛을 이동할 때는 이런 지형적인 요건까지 고려 해야만 합니다.


대전차 헬기는 전차를 상대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미사일을 다량 탑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해진 숫자의 미사일이 다 떨어지면 그 순간 하늘을 나는 칠면조 신세가 되기에 보급에도 항상 신경 써야 하죠.

‘정찰’ 개념 역시 <WRD>는 다른 게임에 비해서 굉장히 빡빡한 편입니다. 무엇보다 이 게임은 좋은 광학장비를 보유한 정찰 유닛과, 그렇지 않은 유닛들 간의 시야 차이가 굉장히 심합니다. ‘높은 건물’, ‘숲이나 산 같은 지형’ 같이 시야확보에 어려움을 주는 요소들도 산재해있죠. 

그렇기에 정찰 유닛을 제대로 운용하지 않는다면 “바로 눈앞에 있는 적의 위치도 파악하지 못하고 어디선가 날아오는 화기에 힘 한 번 못쓰고 전멸♡” 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정찰 유닛은 다른 RTS 게임들과 다르게 반드시 필수적으로 생산해야만 하고, 어떻게 보면 비싸고 강한 유닛보다도 최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합니다.


참고로 이 게임은 적에게 선제공격을 허용할 경우, 유닛이 ‘공황’ 상태에 빠져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라도 정찰을 통한 선제 공격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적은 아군의 위치를 파악해서 장거리 포격을 쏟아대는데, 아군은 적의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해 허둥대며 제대로 된 반격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이런 상황을 가리켜 전문용어로 ‘폭망’(폭삭 망했다♡) 이라고 합니다. 

인간적으로 튜토리얼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 밖에도 이 게임은 일반적인 게이머 입장에서는 굉장히 생소한 점, 혹은 어려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아마 다 설명하자면 체험기 분량이 3배는 늘어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소함이나 어려움은 <WRD>가 가진 특수성이나 게임성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 어떻게 보면 장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부분을 떠나서 <WRD>는 ‘유저 편의성’ 부분에 있어서 많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무엇보다도 초보자들을 위한 게임의 ‘튜토리얼’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전무하기 때문에, 유저 입장에서는 앞에서 말한 것들을 거의 대부분 ‘직접 깨져가면서’ 터득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전략지도에서도 알고 있어야 할 규칙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그런 규칙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튜토리얼 같은 것이 전혀 없습니다. 


이 게임은 일반적인 RTS의 건물 건설→유닛 생산과는 다른 개념의 생산(증원)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움말에서도 이런 건 제대로 잘 안 가르쳐주죠. 

물론 게임에 ‘도움말’은 있습니다. 하지만 “대체 이게 무슨 소리야?”가 절로 나올 정도로 처음 게임을 하는 유저 입장에서는 난해하기 그지 없는 내용들로 가득하기에, 결국 게임을 어느 정도 진행해서 (적에게 깨져봐야) “아하, 그게 그 뜻이었구나” 라고 깨닫게 됩니다. 

게임의 일부 UI나 조작 역시 아쉬움을 남기는데요. 특히 유닛의 그룹화나 분할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만들었는지 개발자 멱살을 쥐고 흔들면서 항의하고 싶을 정도로” 개념도 복잡하고 알아보기도 쉽지 않고, 조작하기도 어렵습니다. 

여기에 전장 대비 유닛의 크기가 굉장히 작음에도, 이를 효과적으로 지도에서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유저들은 콘트롤이나 전황 파악에 있어서 굉장히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중국산 온라인 게임을 하듯 “도움말은 장식이지” 같은 느낌으로 게임을 시작했다간 큰 코 다칩니다. 필자의 경우 처음 게임 플레이 이후 20시간이 넘은 후에도 수시로 도움말을 들락날락 거리며 게임을 배웠을 정도입니다. ( -_-)


그나마 <WRD>는 인트라게임즈를 통해 ‘완전 한글화’되어 발매되었기 때문에 언어 문제는 적은 편입니다. 다만 도움말 내에서 조차 ‘전투단’과 ‘졸병’이 혼재하는 등. 일부 한글 용어가 통일되지 못했다는 등의 문제가 있어서 아쉬움을 남깁니다. 또 멀티 플레이에서 한글 채팅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만큼 빠지면 빠질수록 몰입하게 되는 타임머신 같은 게임


계속 강조하지만 <WRD>는 굉장히 복잡하고 마니악하고 어려운 실시간 전략 게임입니다. 확실한 것은 ‘연대’를 ‘연세 대학교’로, ‘중대’를 ‘중앙 대학교’로 알고 있는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최소 10시간 이상은 ‘깨져 가면서’ 배울 각오를 하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토록 어렵고 마니악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WRD>는 하면 할수록 빠지게 되는 전형적인 ‘타임머신형’ 게임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유저가 신경 써야 하는 요소가 많은 만큼, 같은 전투라고 해도 어떻게 전략을 세웠느냐에 따라 전투가 얼마든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죠. 

또 캠페인에서도 매 턴마다 세울 수 있는 전략이나 시도해볼 수 있는 경우의 수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렇기에 이런 여러 가지 것들을 하나하나 시도해보면서 마침내 적군을 효과적으로 격퇴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쾌감은 다른 그 어떤 전략 게임과 비교해봐도 뛰어납니다. 


<WRD>의 멀티 플레이는 정해진 코스트 내에서 유저가 직접 유닛을 선택해 ‘덱’(DECK)을 짠 후, 다른 게이머와 대결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부분에서도 여러 가지 전략을 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밀리터리 마니아 입장에서는 대한민국, 북한, 중국, 미국, 영국 등 여러 국가들의 실존하는 전차나 전투기, 차량, 함선 등을 게임 속에서 그대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도 굉장한 장점으로 다가옵니다. 

물론 실제로 한국군에 없는 전차가 떡 하니 한국군에 배치되어있다거나, 북한 정찰대가 미소녀라는 식으로(-_-) 은근히 고증에 허점이 보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접할 수 있는 ‘한글화된’ 게임 중 이 정도로 밀리터리 고증이 잘 된 게임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것입니다.

결국 <WRD>는 어느 정도 게임을 하는 데 있어 ‘공부할 자세’가 되어있는 게이머이면서, RTS 장르나 밀리터리에 관심이 많은 게이머라면 한 번쯤 도전해 볼만한 작품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도전의 난이도는 좀 높은 편이지만, 그에 상응하는 재미는 확실히 주는 작품입니다. 


발매전부터 많은 화제가 된 한국군 소속 보병 ‘예비군’과 북한의 ‘정찰대’ 일러스트. 참고로 진짜 북한 정찰대가 저런지는 필자도 모릅니다.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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