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MMORPG에서 다음의 다음 세대를 고민한 결과가 <액스>다"
넥슨의 모바일 MMORPG <액스(AxE)>는 진영 간 대립을 표방, 작년 9월 국내 출시해 3개월 만에 누적 2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신규 IP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뒀다. 출시 후 구글 마켓 매출 2위까지 올랐으며, 각종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액스>가 내세운 '진영 간 대립' 키워드는 유효했다. 론칭 후 시장 반응도 순조로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가지 문제가 수면에 떠오르며 론칭 3개월 차부터 유저들의 이탈이 발생했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던 <액스>에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
넥슨레드 김대훤 대표는 강연을 통해 <액스> 기획부터 론칭, 그리고 이후의 문제점 발견과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인 현재까지의 과정을 털어놨다. 강의 내용을 정리했다. / 디스이즈게임 이영록 기자
넥슨레드 김대훤 대표
# '진영 간 대립' 키워드, 이후 세대의 MMO를 고민한 결과
김대훤 대표는 프로젝트 시작 단계에서 '생각을 구조화'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프로젝트의 리더로서 개발팀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는 구조화 방법으로 프로젝트의 핵심을 설명하는 하나의 문장인 '키 메시지'와 게임의 콘셉트, 세계관, 특징들이 간략하게 설명, 개발팀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한 장 제안서'를 사용하고 있다. <액스>의 키 메시지는 '진영 간 대립이 중심이 되는 모바일 액션 MMORPG'. 게임을 적절하게 대표하는 문장이다.
그러나, <액스>는 키 메시지를 확정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최초 <액스>의 모습은 스테이지 방식의 모바일 MORPG였다. 하지만, 개발을 시작하고 약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장 흐름과 유저 니즈에 맞춰 장르를 모바일 MMORPG로 변경했다.
장르의 변화가 이루어 진 뒤에도 고민은 계속됐다.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은 넥슨레드만이 인지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곳이 모바일 MMORPG를 준비하고 있던 상황. 김 대표는 평범한 모바일 MMORPG를 넘어 '모바일 MMORPG 다음의 다음 세대'를 고민했다. 그 결과, '진영 간 대립이 중심이 되는 모바일 액션 MMORPG'라는 키워드를 도출할 수 있었다.
<액스>의 키 메시지
# 키 메시지의 구체화 위한 노력, 시장은 반응했다
키워드가 선정된 다음에는 그것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액스>는 각 진영의 뚜렷한 개성이 필요했고, 김대훤 대표는 이를 위해 다양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먼저, 진영 간 대립 구도라는 것을 명확하게 알리기 위해 양 진영이 서로 다른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게 했으며, 진영 마다 인구 밸런스를 강제로 맞춰주는 기능도 도입했다. 모바일 환경에서 다소 불편함이 있는 타겟팅 전투, 정밀 콘트롤, 파티 구성을 개선하기 위해 '타겟팅 어시스턴스', '필드 추적 시스템', 'PvP 알림 시스템', '미니맵 활용 지시 시스템', '보이스 채팅 시스템' 등을 더했다.
'액션'도 놓치지 않았다. 넥슨레드는 액션을 살리기 위해 타격감, 스킬 이펙트 등에 심혈을 기울였고, 이것을 유저가 잘 체감하도록 당시 MMORPG에서 주류가 됐던 탑뷰 방식에서 벗어나 백뷰를 메인으로 설정했다. 여기에 추가로 자유 시점도 제공했다. 그밖에 키 메세지를 뒷받침 해주는 요소이자 MMO에서 중요한 점 중 하나인 넓은 필드, 5 대 5 콜로세움과 파티 던전 같은 풍부한 콘텐츠도 적용했다.
그 결과, <액스>는 출시 후 구글 마켓 매출 2위까지 올랐으며, 구글의 '2017 올해를 빛낸 대중적인 게임', '2017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우수상을 포함한 다수 부문에서 수상했다. 게임은 모바일 시장에서 6개월 이상 15위 이내 상위권에 머무르며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김대훤 대표가 소개한 <액스>의 강점
# 의도랑 다른 결과, 장비 교체 구조
적절한 키워드, 게임이 내세운 진영 간 대립의 엣지 있는 강조. 출시 이후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김대훤 대표는 <액스>의 서비스에 대한 일부 아쉬움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엔드 콘텐츠와 성장의 유기적 연계 실패'와 '목적형 콘텐츠 부족'을 꼽았다.
<액스>는 PvE 콘텐츠로 메인 퀘스트, 서브 퀘스트, 반복 퀘스트, 솔로 던전, 파티 던전을 배치하고, PvP 콘텐츠로 분쟁전, 진영간 PK, 복수, 침투 퀘스트, 필드 보스를 배치해 유저들이 양 콘텐츠를 모두 이용하며 성장할 수 있게끔 했다.
그러나 정작 성장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는 승급 방식의 시즌제로 운영되는 '5 대 5 콜로세움'의 ‘티어’밖에 없었다. 김대훤 대표는 진영 간 대립 속에서 <액스>가 유저들이 성장하게 만드는, 성장하고 싶은 목표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반성은 성장 방식 부분에서도 이어졌다. 기존 MMORPG는 C등급 장비가 B등급으로, B등급 장비가 A등급으로 이어지며 상위 등급으로 성장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액스>는 새로운 성장 방식을 도입했다.
<액스>는 성장이 타 MMORPG보다 훨씬 빠른 대신, 여러 개의 장비를 카드 게임의 '덱' 처럼 돌려 쓸수 있도록 기획했다. 하나의 장비를 모두 성장시키면 다른 옵션의 세팅이 가능한 다른 장비를 세팅하게끔 유도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유저들의 반응은 당초 기획했던 부분과는 많이 달랐다. 유저들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장비를 바꾸라고 하는 것에 대해 '교체에 대한 부담감'으로 표현했다. 여기에 교체 시기를 제대로 선정하지 못하며 유저의 부담감은 늘어났다.
대부분의 모바일 MMORPG는 끝없는 성장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당초 기획했던 성장 타임라인은 3개월 동안 첫 번째 장비 세팅을 마치고, 이후로는 다른 장비 세팅을 진행하며 다음의 3개월을 지속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3개월 동안 장비 세팅을 마친 뒤 유저들이 콘텐츠를 목말라 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유저들의 콘텐츠 소모 속도는 너무 빨랐고, 장비 교체 니즈 또한 부족했다. 목적을 잃은 유저들은 다른 게임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론칭 3개월 이후로 매출이 급감하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김대훤 대표는 “결과론적으로 성장 관련 메커니즘은 보수적인 접근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콘텐츠의 부족, 그리고 유기적이지 못한 RvR 콘텐츠
김대훤 대표는 "유저들에게 성장의 목표가 되는, 강함을 확인할 수 있는 풍부한 콘텐츠를 미리 준비해서 출시했어야 했다"고 털어놨다. 파티 단위의 엔드 콘텐츠, RvR 심화 콘텐츠, 길드전, 강함을 확인할 수 있는 무한의 탑 형식의 콘텐츠 등을 예로 들었다. 넥슨레드는 현재 위에서 언급한 상위 콘텐츠를 꾸준히 추가하고 있다.
그는 넥슨레드도 작년 1분기 장르를 MMORPG로 전환하며 콘텐츠 부족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전략적 론칭 타이밍으로 생각하고 있던 9월에 출시할 것인지, 혹은 출시를 미루고 콘텐츠를 보강할 것인지 사이에서 고민했으나, 게임의 힘을 믿고 그대로 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김대훤 대표와 넥슨레드는 진영 간 대립, 경쟁 요소가 유저들을 잘 이끌어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 진영 간 전투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되어 유저가 그 속에서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는 것이 큰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과는 생각처럼 되지 못했다. 유저 간 대립 콘텐츠들이 유기적으로 얽히지 않고 산발적으로 소비됐다. 서버/지역/채널이 분리된 구조인 탓에 필드에서 전투가 일어나도 해당 서버/지역/채널의 일일 뿐이었다. 진영 간 대립이 발생해도, 분쟁이 발생해도 다른 채널의 유저들은 이를 알지 못했다.
진영 간 대립의 몰입감을 자극할 만한 동기, 요소도 부족했다. 유저들은 같은 진영의 일도 남의 일처럼 인지했다. 이처럼 <액스>의 RvR 콘텐츠는 유저들에게 더 강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지 못했다.
김대훤 대표는 각 채널에서 진영 간 전쟁이 발생했을 때, 이를 실시간으로 다른 채널에 알리고 언제든 쉽게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다고 밝혔다. 또한 진영 간 사건사고를 전하는 일일 저널을 발행해 유저들이 진영에 몰입하게 만들었어야 했고, 진영의 모든 인원이 뭉쳐 경쟁하는 콘텐츠도 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밝혔다.
또한, 분쟁에 참가했을 때 의미 있는 보상을 줘 분쟁의 발생과 참여 동기, 소속감을 만드는 유기적인 연계 시스템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 <액스>, 그리고 앞으로 넥슨레드의 목표
론칭 초기를 벗어나면서 기획과 다른 상황이 일부 발생했지만, 넥슨레드는 도약과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현재 넥슨레드는 <액스>의 장비 교체 시스템을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로 바꾸고 있다. 육성 시스템에 한해서는 보수적인 접근이 나을 수도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RvR 콘텐츠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분쟁을 알리고 소속감을 들게 만들기 위한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또한, 개인과 커뮤니티(길드/진영)에 게임의 목표를 끊임 없이 제시하고, 유저와 함께 소통하고 발전하는 서비스 및 업데이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김대훤 대표는 앞으로도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RPG가 강세인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넥슨레드가 AAA급 캐릭터 콜렉팅 RPG와 MMORPG를 만들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유저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스튜디오가 되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강연을 마쳤다.
아래는 강연 종료 후 진행된 Q&A다.
디스이즈게임: 빠른 성장이 매출에 영향을 줬나?
김대훤 대표: 매출보다는 게임의 지속성에 영향을 많이 줬다고 생각한다.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좋았으나, 다음의 목표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액스>가 너무 자동화에 투자해 게임하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는 평이 있다.
사실 그렇다. 정말로 '편하게' 해주자는 작정이었다. 5vs5 콜로세움 전투에서 캐릭터를 그냥 둬도 알아서 스킬을 잘 사용하고, 길드전에서도 마찬가지다. 필드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성장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했고, 수동으로 플레이할 때는 더 많은 보상감을 느낄 수 있게 했다.
그렇기에 사실 지금 “수동'으로 플레이하는 요소를 많이 넣었으면 좋았을까?”라고 자문해봐도 정말 그럴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수동플레이를 강조하면 좋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성장 메커니즘이 단조롭다보니 안좋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00렙 이상 유저의 리텐션 유지를 위해 무엇을 준비중인가?
곧 패치가 진행될 예정이다. 신규 직업같은 것을 넣을까 고민했으나, 기본기를 다듬는 것에 주력했다. 그동안의 성장 방식이 빠르게 육성하고 교체하는 것이었다보니, 고칠 게 많았다.
일부에서 모바일게임은 1~2년 동안 개발하고 6개월 동안 최대한 수익을 뽑아내는 플랫폼이라 이야기 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참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PC MMORPG에서 유저들은 작정하고 2~3시간 하면 많이 즐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모바일에서는 자동 전투를 매일 돌리고 있다. 3년치 즐길 것을 6개월에 몰아서 즐기고 치우는 느낌이다. 흥미나 재미가 유지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한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