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지스타 1회 현장, 미모의 외국 모델이 주목을 끌던 소노브이 부스의 한 구석에 처음 보는 게임의 이름과 일러스트가 공개되어 있었습니다. 너무나 조용히 등장해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기는 힘들었죠. 그리고 햇수로 3년이 지난 올해 1월, 그 게임이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를 끝냈습니다.
바로 ‘Legend In Forgotten Era’(잊혀진 시대의 전설)의 약자로 만들어진 <라이프 온라인>입니다. 유저들이 자유롭게 진정한 MMORPG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는 이 게임.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한종구 PM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박상범 기자
TIG> 간단히 말해서 <라이프 온라인>은 어떤 게임인가?
한종구> 파티 플레이가 중심이 되기를 바라는 MMORPG다. 보편적인 서양 판타지 세계관을 도입했지만, 총도 등장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서 국내 정서에 맞게 변형시켰다.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밝고 화사하다.
TIG> 사실 <라이프 온라인>이 처음 공개된 것은 2005년 지스타였다. 그 동안 왜 그렇게 소식이 없었나?
솔직히 2005년 지스타를 기억하는 기자가 별로 없었는데 대단하다. 그동안 소식이 없었던 것은 모두 전략적인 행동이었다.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심스럽게 개발을 진행하고 싶었다.
<라이프 온라인>의 개발이 시작된 것은 2005년 8월부터니까 2년 4개월 정도 됐고, 약 40명의 인력이 참여하고 있다. 2005년에는 솔직히 내부적으로 공개할 의향 자체가 많지 않았는데, 개발이 시작된 지 3개월만에 지스타에 나가게 된 것이었다.
일단 개발중인 컨텐츠가 외부에 노출되고 나면, 나중에 약속을 지키지 못 할 수도 있어 결국엔 유저들의 실망만 커진다. 우리는 게임의 내용에 충실하기 위해 조용히 개발을 해왔고, 인원의 큰 변동 없이 순조롭게 진행돼왔다. 그래서 클로즈 베타테스트 없이 바로 오픈베타로 첫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TIG> 판타지라고 했는데, 게임에는 어떤 종족이 등장하는가?
플레이 가능한 종족은 오직 인간 종족 하나다. 따로 종족 구분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라이프 온라인>의 모토는 변화다. 대부분의 판타지 계열 게임에서 오크는 강력하고, 엘프는 날렵한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다.
하지만 인간은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탁월한 종족이라고 생각된다. 게임의 큰 컨셉트를 ‘변화’로 잡은 <라이프 온라인>에 인간 종족만 등장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기획 단계에서 한두 종족이 더 거론됐지만, 우리 게임에는 부합되지 않더라.
오로지 인간 종족만 등장하는 <라이프 온라인>.
TIG> 종족이 인간 뿐이라면, 직업은 다양하게 제공되겠다.
아니다. <라이프 온라인>에는 직업 자체가 없다. 자기가 키워나가는 자율성장 방식이다. 내가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법사처럼 즐길 수 있고, 검사나 마법전사처럼 플레이 할 수도 있다. 또한, 총을 쓰면서 은신도 가능하고, 칼로 바꿔서 싸울 수도 있다.
반드시 특정 직업군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라이프 온라인> 속에서는 직업의 구분이 없는 만큼, 따로 분류도 해놓지 않았다. 다만 코스튬이나 무기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어떤 공격 스타일과 성향을 갖고 있을까 짐작은 할 수 있을 것이다.
TIG> 그렇다면 캐릭터의 성장도 자유로운가?
개발팀은 <울티마 온라인>의 무한한 자유도에 기반을 두고 기획을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내버려두면 유저들이 어려워한다. 그래서 한국적인 스타일을 접목시켰다. 캐릭터가 레벨업을 하면 스킬 포인트를 받게 되고, 올리고 싶은 스킬에 투자해서 성장하는 방식이다.
물론 마법만 줄곧 쓰던 캐릭터가 검 관련 스킬을 올리는 것은 생뚱맞다. 그래서 캐릭터의 각 행동마다 숙련도가 존재한다. 한손 공격, 양손 공격, 둔기 공격, 총 공격 등 수십 가지의 행동에는 숙련도가 있어서 일정량이 채워져야 스킬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게 된다.
즉, 원하는 스킬을 올리려면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칼을 많이 쓰면 전사 스킬을 배우고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식이다. 이에 따라 캐릭터를 개인의 취향에 따라 키워나갈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은 레벨업에 도움을 많이 주고 동기 부여도 확실할 것이다. 물론 유저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면 모든 스킬을 배울 수도 있다.
TIG> 종족이 인간으로 한정되었으니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이 중요할 것 같다.
처음 시작할 때는 외형을 많이 바꾸지 못할 것이다. 보통 유저들은 캐릭터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장은 외형, 얼굴 선택의 폭을 늘리지 않았다. 오픈베타 때에도 기본에 머무르는 수준이 될 것이다. 대신 캐릭터가 입을 수 있는 코스튬의 수를 늘려갈 생각이다.
참고로 <라이프 온라인>은 각 캐릭터마다 장비의 제약이 없다. 페어스톤에 기능적인 측면이 몰려있고, 각 장비의 수치에는 특별한 차이가 없다. 따라서 겉모습만 보고 PK를 하겠다고 달려들면 위험하다. 엄청난 무기를 가진 ‘무적의 거지 전사’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TIG> 게임 속 생산 시스템은 어떤가?
크게 채집류와 제작류로 나누고 있다. 채집류는 조사, 낚시, 채광, 채집이 있고, 제작류는 요리, 재봉(코스튬), 대장, 페어스톤 제작이 있다. 유저는 능력치가 허락하는 만큼 다 배울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페어스톤의 제작이다. 왜냐하면 장비의 중요도가 페어스톤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페어스톤은 능력 발휘의 중심에 서 있는 핵심 아이템이다.
채집과 생산도 게임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TIG> 탈것은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떻게 얻나?
현재는 말 종류만 구비된 상태인데, 모양은 같고 색깔로 구분한다. 레벨이 낮을 때는 15레벨 부터 갈색 말을 탈 수 있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빠른 것은 아니고, 뛰는 것보다 약간 빠른 정도다. 40레벨~50레벨이 되면 흰색이나 검은색 말을 탈 수 있는데 당연히 갈색보다 더 빠르다. 참고로 현재 제작중인 고레벨용 다른 탈것도 많은데, 곰이나 젖소 등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말은 돈만 있다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점에서 ‘탈것 길들이기 도구’를 구입해 말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찾은 말에게 길들이기 아이템을 사용하면 인벤토리에 말이 추가된다.
사실 그냥 말을 얻게 하기 보다는 전투와 도구로서 말을 얻게 유도할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말의 레벨이 맞지 않아 죽게 되면 낭패라고 생각했다. 그것마저 스트레스로 작용하지 않겠는가. 펫의 형태라면 길들일 때 싸우는 게 맞겠지만, 탈것을 얻자고 싸운다면 유저들이 힘들어 할 것이다.
중·고 레벨이 탑승할 수 있는 검은 말과 흰 말.
TIG> 스크린샷을 보니 머리가 커진 캐릭터도 보인다.
옵션에는 대두 모드라고 불리는 SD 모드가 있는데, 이것을 설정하면 캐릭터와 몬스터 모두 머리가 거대한 2등신 캐릭터로 바뀐다. 재미있으라고 넣은 것이다. SD 모드라고 해서 불이익을 받는 것도 없는, 단순한 재미 위주의 설정이다. 커뮤니티의 형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재미있는 기능은 재미로 끝나야 한다. 일반 모드라도 소셜 액션을 취하면 머리만 커지는데, 소셜 액션의 종류 자체는 많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쓰이는 것들은 준비되어 있다.
좌로부터 웃음, 죄송, 박수, 감사 동작을 보여주는 모습.
TIG> 바인드 스톤과 혼돈 수치라는 것이 눈에 띈다.
<라이프 온라인>에는 각 지역마다 여러 개의 바인드 스톤이 존재하는데 이것은 지역을 저장해 캐릭터가 죽으면 부활(리젠)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캐릭터가 한 지역의 바인드 스톤에 자신을 등록하면 시그넷이라는 것을 받게 된다. 시그넷은 몬스터의 주위를 도는 소울스톤(개수가 많을 수록 강하다)을 흡수하기 위한 장치다. 시그넷을 받으면 이동속도가 10% 빨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몬스터를 잡을 때 페어 더스트라는 물질이 떨어진다. 페어 더스트는 아이템을 강화하는데 사용한다.
혼돈 수치는 시그넷을 받은 유저가 몬스터를 잡으면 올라가는 것으로 25% 단위로 상태가 바뀌고, 이 수치가 늘어나면 아이템의 드랍율도 높아진다. 그렇게 혼돈 수치가 100%가 되면 세계에 변화가 일어나 페어 더스트의 드랍율이 200% 증가하고, 유저간의 PK가 가능해진다. 참고로 유저를 PK하면 범죄자의 낙인이 찍히고 NPC가 대화에 응해주지 않으며, 경비대가 공격을 해오게 된다. 범죄자 낙인은 20분 정도 유지된다.
또한, 혼돈 수치가 일정량에 도달하면 기존에는 공격할 수 없었던 가디언이라는 거대 골렘을 잡을 수 있게 된다. 혼돈 수치가 일정한 것을 바라는 자인 가디언은 큰 지역 당 3~4마리 정도가 존재하며, 이들을 다 잡으면 다시 혼돈 수치가 0%로 떨어진다.
결국 시그넷은 게임의 재미를 높이는 아이템이긴 하지만 평화를 원하는 유저들은 분명 시그넷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유저들은 시그넷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위처럼 한 지역의 혼돈 게이지가 100%가 되면 필드가 붉게 변한다.
TIG> 칭호가 주어진다고 들었다. 어떤 식으로 주어지고, 특별한 능력이 부여되나?
칭호는 개별 칭호가 있고 전체적 칭호가 있다. 특별한 몬스터를 잡으면 누구나 부여되는 칭호가 있는 반면, 순위 경쟁에서 1등하는 사람에게 일정기간 주어지는 칭호도 있다. 예를 들어 PK를 1주일간 많이 당했다면 ‘겁쟁이’나 ‘제일 불쌍한’과 같은 칭호가 붙거나, 레벨을 제일 많이 올린 사람, 경험치를 많이 올린 사람. 채광을 많이 한 사람에게도 각각 칭호가 붙게 된다.
다른 유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칭호도 있다. 예를 들어 검의 1인자의 칭호가 ‘검성’인데, 대결을 통해 ‘1대 검성’으로 등극한 뒤 다른 사람이 그를 이기면 ‘2대 검성’이라는 칭호가 주어지는 식이다. 칭호를 되찾기 위해 다시 도전을 할 수도 있다.
현재 구현된 칭호에는 퀘스트나 보상으로 받으면 추가되는 능력치가 있다. 이후 칭호에 부가적 기능을 추가하려고 생각중이다. 이것도 재미 요소 중 하나인데, 그 칭호를 가지고 있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를 더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칭호가 아주 다양하지는 않을 것이다.
TIG> ‘연혁’이라는 개념도 있던데.
연혁은 게임에서 실제로 흘러가는 시간을 뜻한다. 조선 시대에서 왕조에 연도를 붙여 연혁을 표시하듯 강력한 길드가 최고의 성을 차지하면 그때부터 그 길드의 이름 뒤에 연도수가 붙는다. 예를 들어 TIG 길드가 성을 차지했다면 ‘TIG 1년'이라는 식으로 연혁이 흘러가게 된다.
그러다가 다른 길드가 성을 차지하면 연혁도 함께 바뀐다. 결과적으로 연혁은 길드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핵심 시스템이다.
TIG> 원활한 플레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PC 사양이 필요한가?
그렇게 높진 않고 중급 정도의 사양이 필요할 것이다. 참고로 <라이프 온라인>은 게임브리오 엔진을 사용하고 있는데, 쉐이더 2.0도 지원한다. 따라서 쉐이더 2.0을 지원하는 그래픽카드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
TIG> 바로 오픈베타에 들어가는데, 유료화는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있나?
지금은 부분 유료화를 생각하고 있지만, 어떤 부분에 적용시킬지는 아직 미정이다. 하지만 오픈베타로 첫 테스트를 시작하는 만큼 유료화도 이어서 진행될 예정이다.
TIG> 마지막으로 <라이프 온라인>을 기다리는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개인적으로 온라인게임을 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때가 바로 <울티마 온라인>을 플레이하던 시절이었다. 정말로 게임을 즐긴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에 나오는 게임은 즐기기보다 경쟁만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게임을 계속 하다가 보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는 것이 게임이다. 그래서 <라이프 온라인>을 보다 여유를 갖고 즐겨주었으면 한다. 머지 않아 만나 볼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