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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넥슨이 엔씨를 인수했다?’ 인수합병 바로알기

사례별로 살펴보는 게임업계 인수합병 ABC

김승현(다미롱) 2012-06-21 12:29:00

경제를 모르면 서러운 세상입니다. 취업하려면 경제신문 하나쯤은 읽어야 하고, 나이 먹어 고생하지 않으려면 젊어서부터 재테크를 시작하라고 강권합니다. 마음의 안식처였던 게임웹진에도 최근 경제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기사마다 경제용어들도 난무합니다. 비슷비슷한 용어들 속에서 평소 자신이 알고 있던 용어가 얼마나 정확한 뜻인지도 혼란스럽죠. 그래서 디스이즈게임이 사례로 살펴보는 경제용어 설명 코너를 준비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파이널 퓨전! 기업의 합병

 

<삼국지> 시리즈로 유명한 코에이와 <DOA> 시리즈로 유명한 테크모는 2009 4 1코에이 테크모 홀딩스란 이름으로 합병했습니다. 이 합병으로 두 회사의 매출합계는 2007년 기준으로 약 6,220억 원이 되었죠.


합병 : 두 개 이상의 기업이 법적으로나 실질적으로 하나의 기업으로 합치는 것.

 

두 회사의 상호를 버리고 새로운 회사가 탄생하는 것인 만큼, 합병은 주식이전 방식으로 결정됐습니다. 두 회사의 주식이 일정 비율로 코에이 테크모 홀딩스의 주식으로 전환되는 방식이죠. 주식이전은 코에이 주식 1주는 코에이 테크모 홀딩스 주식 1, 테크모 주식 1주는 코에이 테크모 홀딩스 0.9주의 비율로 이뤄졌습니다. 코에이의 주식 가치가 더 높게 평가받은 셈이죠.


신설합병 : 기업이 합병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것.

 

역사게임으로 일본 내에서 강세를 보이는 코에이와 액션게임으로 해외에 강한 테크모의 결합은 게이머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일부 독자들은 삼국발리볼(!)’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농담을 하기도 했죠.

 

 

물론 바람직한(?) 사골의 예도 있습니다.

 

 

█ 이름값이 최고다! 역합병

 

흔히 합병이라고 생각하면 인수기업이 대상을 흡수하는 흡수합병을 많이 떠올립니다. 합병하는 기업들의 규모나 인지도가 비슷하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신설합병도 찾아볼 수 있죠. 하지만 합병당한 측의 이름이 살아남는 경우는 어떨까요?

 

웹젠의 최대주주 NHN게임스는 2010 4 15일 웹젠과 합병했습니다. 자산규모가 작은 회사가 큰 회사를 역으로 합병한 셈이죠. 물론 이는 사실과 조금 다릅니다. 사실 웹젠을 인수했던 NHN게임스가 앞으로 웹젠의 이름을 쓰겠다고 한 셈이니까요.

  

역합병 : 실질적인 인수기업이 소멸하고 대상기업이 살아남은 합병.   

 

실제로 주식이전 비율도 NHN게임스의 1주가 웹젠의 1.57주로 전환됐습니다. 흡수(?)된 NHN게임스의 주식가치가 더 높게 평가받은 셈이죠. 회사의 지배구조도 [NHN NHN게임스 → 웹젠]에서 [NHN → 웹젠]으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이런 식으로 역합병이 이뤄지는 까닭은 주로 낮은 인지도를 보충하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인수기업의 인지도가 상대보다 낮다면 인수한 입장에선 역합병으로 손쉽게 상대의 인지도를 가져올 수 있죠. 실제로 NHN게임스보단 웹젠의 인지도가 해외에선 더 높았죠.

 

또한 역합병은 ‘우회상장’을 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상장기업을 역합병하면 장외기업도 상장심사 등의 절차를 건너뛰고 바로 (피인수기업 이름으로) 상장할 수 있습니다. 당시 NHN게임스는 비상장기업이었기 때문에 이 합병으로 우회상장을 한 셈이죠.


상장 : 증권거래소에서 주권을 매매할 수 있도록 인정받는 것. 상장되면 투자자들이 주식을 믿고 거래하기 때문에 일정한 자격요건과 절차가 요구된다.  

  

NHN게임스는 <R2> <아크로드> <C9> <배터리> 등을 개발했고 웹젠은 <> <> 등을 개발했습니다. 이제 웹젠이란 이름으로 합쳐진 두 회사는 <아크로드 2> <2>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크로드 2>는 올해 론칭을 목표로 개발 중에 있습니다.

 

 

█ 몸은 여럿이지만 마음은 하나, 기업의 인수

 

엔씨소프트는 2012 2 15 <프로야구 매니저> <앨리샤> <트릭스터> <팡야>를 만든 엔트리브소프트의 지분 76%를 인수했습니다. 1,085억 원 규모의 거래입니다. 지분 76%는 상대의 경영권을 완벽하게 지배할 수 있는 수치입니다. 엔씨소프트는 엔트리브소프트 자체를 인수한 것이죠.

 

인수 :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의 자산이나 주식을 취득하면서 경영권을 획득한 상태.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시리즈와 <아이온> MMORPG 분야에선 선두를 달리는데 반해 캐주얼게임 분야에서는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죠. 반면 엔트리브소프트는 <팡야> <프로야구 매니저> 등 캐주얼 게임 라인업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기업들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이 인수는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더군다나 엔씨소프트는 ‘NC 다이노스’라는 프로야구단을 보유하고 있고, 엔트리브소프트는 <프로야구 매니저>란 구단경영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에 흥미로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죠.

 

물론 양사가 올해 초에 모회사자회사로 관계 맺은 만큼 결합의 시너지 효과는 당장 확인할 수 없습니다.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두 회사의 결합이 어떤 열매를 맺을지 빨리 확인하고 싶네요.

  

모회사와 자회사 : 두 회사 중 한 회사가 상대 지분의 과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으면 이 회사를 모회사상대를 자회사라 칭한다.


 

 

 

 

█ 넥슨이 엔씨소프트를 인수했다?

 

그렇다면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을 살펴볼까요? 2012 6 8일 대격변급의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넥슨 일본법인이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가 됐다는 발표였죠. 국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게임업체 두 곳이 손잡은 격이라 이를 두고 수많은 소문과 해석이 나돌고 있습니다.

 

일단 밝혀진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넥슨 일본법인은 6 8일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 김택진 대표의 지분 14.7%(3,218,091)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넥슨 일본법인은 김택진 대표에게 지분 인수금으로 8,045억 원을 지불했습니다. 1주당 25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참고로 당시 엔씨소프트 주식 1주의 가격은 26만 원 중반대였죠.

 

이 거래로 김택진 대표는 9.99%의 지분을 남겨 엔씨소프트의 2대주주가 되었습니다. 엔씨소프트 측은 이번 주식 매각과 상관없이 김택진 대표는 계속 대표이사 직을 수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와 NXC의 김정주 대표.

 

밝혀진 사실만 본다면 넥슨 일본법인은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가 되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김택진 대표가 계속 대표이사 직책을 수행한다고 밝혔고, 엔씨소프트의 자사주 9%와 김택진 대표의 남은 지분 9.99%를 합하면 20%에 육박합니다. 물론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주주총회에서 의견이 엇갈렸을 경우, 이 20%에 가까운 지분이 무조건 14.7%를 이기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넥슨 일본법인이 보유한 14.7%란 지분의 수치는 애매합니다. 법규 상 기업결합의 최소요건 중 하나는 상대기업의 지분 15% 인수입니다. 넥슨 일본법인이 보유한 지분은 그 범위를 아슬아슬하게 벗어나 있죠. 기업결합을 원치 않거나, 적어도 그렇게 보이지 않길 바란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기업결합 : 한 회사가 다른 회사의 자산이나 영업활동을 지배해 하나의 경제적 실체가 되는 것.


두 회사는 이번 거래에 엔씨소프트의 개발력과 넥슨의 글로벌 퍼블리싱 플랫폼의 결합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넥슨은 MMORPG 분야에서 갈증을 느껴왔고, 엔씨소프트는 캐주얼게임과 해외사업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국내 게임시장은 <디아블로 3>와 <리그 오브 레전드>의 광풍에 휩싸여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창업주가 최대주주를 내려놓은 이번 거래는 많은 이들의 의문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추정할 수 있을만한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밝혀진 사실이라곤 넥슨 일본법인의 엔씨소프트 최대주주 지위 획득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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