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게임과 네이버의 13년 동고동락이 끝났다.
1일 한게임은 NHN에서 분할돼 독립회사 ‘NHN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NHN 포털 부문의 회사명은 ‘네이버’로 결정됐다. 두 회사로 갈라서게 된 것은 2000년 한게임과 네이버컴이 합병한 지 13년 만이자, 네이버컴이 NHN으로 사명을 변경한 지 12년 만이다.
두 벤처 기업이 만난 NHN은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길을 걸었으며, 무엇 때문에 다시 헤어져야 했을까? 지난 13년 동안의 네이버+한게임, NHN의 발자취를 돌아봤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 ‘검색 포털’과 ‘게임 서비스’의 만남
1998년 검색 사이트 ‘네이버’의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컴은 1999년 주식회사로 법인을 설립했으며, 1998년 설립된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은 1999년 게임포털 ‘한게임’의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양사는 조금씩 성장해 나갔지만 그 과정에서 한계에 부딪혔다. 당시 네이버는 국내 최고의 검색엔진을 앞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야후, 라이코스 등 선발주자들의 선점효과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었다. 트래픽은 점진적으로 늘었지만 성장 폭은 크지 않았다. 한게임 역시 회원 수는 증가했지만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고민해야 했다.
네이버컴은 2000년 인터넷 마케팅 솔루션 업체 ‘원큐’와 검색 솔루션 업체 ‘서치솔루션’을 비롯해 한국 최초의 인터넷 게임포털 사이트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합병했다. 그 규모만 1,2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합병이었다. 특히 삼성출신의 두 벤처 기업가 네이버컴 이해진 대표와 한게임커뮤니케이션 김범수 대표의 만남으로 IT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합병은 성공적이었다. 2001년 초 네이버컴의 방문자 수는 1,000만 명을 돌파했으며, 한게임의 회원 수는 2,000만 명을 넘었다. 같은 해 9월 네이버컴은 NHN(Next Human Network)로 사명을 변경하며 본격적으로 서비스에 집중했다.
특히 한게임은 네이버의 결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부분유료 모델인 ‘한게임 프리미엄 서비스’를 오픈했다. 이 서비스는 일주일 만에 3억 원의 매출을 넘어서며 수익모델에 대한 한게임의 고민을 덜어냈다. 다음 해 포털 업계 최초로 영업 이익 100억 원을 돌파한 것이다. 현재 온라인게임의 주요 서비스 분야인 퍼블리싱과 채널링 역시 한게임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서비스다.
합병 직후 2000년 네이버컴은 자본금 22억 원, 직원 수 96명의 벤처업체였다. 그 후 13년 만에 시가 총액 14조 원(2013년 7월 30일 거래정지 이전 기준)의 회사로 성장했다.
이후 NHN은 네이버재팬과 한게임재팬도 합병하여 NHN재팬을 설립했다. 2000년 88억
원이었던 NHN재팬의 매출은 2003년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2004년에는 600만 명의 회원과 최고 동시접속자 수 6만 5,000명을 넘으며 일본 게임포털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와 블루홀스튜디오의 <테라> 등은 한게임재팬을 통해 일본에 전파될 수 있었다.
물론 해외진출이 좋은 성과만 낳은 것은 아니다. 일본 진출 성공 이후 2004년 중국 게임포털 아워게임을 1,000억 원을 들여 인수하고 2005년 미국에는 NHN USA를 설립했다. 그러나 NHN은 2010년 아워게임의 지분 전량을 매각하며 중국 게임사업 전략을 수정했다. 2011년에는 NHN USA의 지분을 100% 보유한 이지게임스를 현물 출자형식으로 매각했다.
■ 두 공룡의 이별
1) 배경: “서로 부담을 주게 됐다”
승승장구하던 NHN이 다시 두 회사로 갈라서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월 NHN은 2012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그 이유를 밝혔다. 서로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판단이었다.
합병 이후 성장 단계까지는 네이버와 한게임이 시너지 효과를 낳았던 것은 분명하지만, 네이버가 국내 검색 1위 포털 사이트가 되면서 사회적 책임이 커지는 바람에 게임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NHN의 주장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08년 게임의 과몰입을 예방하고 선량한 이용자를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은 고스톱, 포커 웹보드게임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한게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게임을 겨냥한 사회적 비판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한게임은 네이버의 이미지를 의식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못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따랐다. 일례로 한게임에서는 모 개발사를 인수하려고 했지만 의사회의 반대로 부결됐다. 당시 NHN 이사회에는 게임사업 출신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사업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NHN 김상헌 대표는 컨퍼런스콜에서 “게임사업부 입장에서는 좌절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바일과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다. 캐주얼게임에 강점을 가진 한게임에서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판단했다”고 분할의 이유를 설명했다.
2) 현재: 네이버와 한게임(NHN 엔터테인먼트)로 돌아오다
NHN과 한게임의 결별은 약 6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지난 1월 29일 한게임이 분사된다는 사실이 국내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이후 2월 NHN은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두 회사의 결별을 공식적으로 발표했으며, 5월에는 한게임의 사명을 ‘NHN 엔터테인먼트’로 변경했다. 그리고 지난 6월 28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NHN 엔터테인먼트 분사에 대한 안건이 통과되면서 양사는 합병 13년 만에 이별을 맞이했다.
NHN 엔터테인먼트의 분할 후 자산은 총 9,736억 원으로 전 NHN 게임사업 부문 이은상 대표가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이준호 전 NHN COO가 회장 및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됐다. 회사의 둥지도 NHN 그린팩토리를 떠나 판교 플레이 뮤지엄으로 옮겨 새로 자리 잡았다.
또한, NHN이 분할됨에 따라 일본에서 검색과 게임사업을 진행해온 NHN 재팬도 ‘라인 주식회사’와 ‘NHN 플레이아트’(PlayArt)로 나뉜다. 게임사업은 NHN 플레이아트가 맡는다.
왼쪽부터 NHN 엔터테인먼트 이은상 대표이사와 이준호 회장.
NHN 엔터테인먼트는 게임 개발사 오렌지크루와 펀웨이즈, 와이즈캣, 댄싱앤초비, 해외법인 NHN 플레이아트와 NHN 싱가포르, NHN USA, 게임운영회사 지플러스, 투자회사 NHN 인베스트먼트 등을 계열사로 둔다.
지난 7월 30일부터 약 한 달 동안 NHN의 주식거래는 중지되며, 네이버와 NHN 엔터테인먼트는 8월 말에 각각 변경상장 및 재상장될 예정이다.
네이버와 한게임(NHN 엔터테인먼트)은 갈라섰지만 나아가는 곳은 ‘모바일’ 한 방향일 것으로 전망된다.
분할이 완료된 현재 네이버의 자회사는 크게 글로벌 진출을 위한 해외법인, 네이버 플랫폼과 인프라를 담당하는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NBP), 캠프모바일, SNS를 서비스하는 라인플러스 등 모바일에 집중하는 법인으로 구분된다. 네이버는 당분간 라인을 통한 글로벌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NHN 엔터테인먼트 이은상 대표는 지난 2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한게임의 2013년 전망을 묻는 질문에 대해 “매년 웹보드게임의 매출을 10%씩 줄여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비용도 감소하는 만큼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다. 스마트폰게임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이고 게임매출에서도 전체적인 상승을 기대한다”고 답하며 모바일을 기반으로 매출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한게임의 모바일게임 매출은 약 75억 원으로 PC온라인게임과 웹보드게임의 매출을 넘어섰다. 따라서 모바일게임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전개로 보인다. NHN 엔터테인먼트는 앞으로 자체 모바일게임 개발과 운영 플랫폼 강화에만 약 1,8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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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게임은 직접 개발한 <피쉬 아일랜드> <우파루 마운틴> 등의 모바일게임을 선보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