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빅토리게임즈에서 개발되던 온라인 RTS(실시간 전략) 게임 <커맨드 & 컨커>(Command & Conquer)의 개발 중단 및 개발사 해산이 결정됐다. 이에 따라 지난 1995년 1편이 발매된 이래 18년 동안 시리즈를 지속해서 발매해왔던 <C&C> 시리즈는 사실상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C&C>는 지난 18년간 어떠한 발자취를 남겼을까? 디스이즈게임은 <C&C>의 역사를 간단하게 정리하는 기획을 준비했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여명, 그리고 웨스트우드
‘웨스트우드 스튜디오’(Westwood Studio)는 현대적인 RTS 게임의 효시로 손꼽히는 <듄 2>(Dune 2)를 지난 1992년 선보여 많은 주목을 받았던 개발사다. 웨스트우드 스튜디오는 <듄 2> 이후 3년 만인 1995년, 새로운 프랜차이즈를 이용한 RTS 게임 <커맨드 & 컨커> 1편을 선보였다. 이것이 바로 ‘C&C’의 장대한 역사의 시작이었다.
<C&C> 1편은 기본적인 뼈대는 <듄 2>를 물려받았지만, 세련되게 다듬은 게임 플레이와 ‘가상의 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독특한 게임 분위기를 자랑했다. 그리고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FMV(Full Motion Video)의 도입과 잘 짜인 캠페인 구성 등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일약 RTS 장르를 대표하는 작품 중에 하나로 도약하게 된다.
<C&C>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이후 ‘타이베리안 돈’(Tiberian
Dawn, 여명)이라는 게임명이 붙은 작품이다.
이후 웨스트우드 스튜디오는 <C&C>의 확장팩인 <비밀작전>(The Covert Operations), 후속작이자 스핀오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C&C: 레드얼럿>(적색경보, Red Alert) 같은 작품을 잇달아 선보여 계속 히트시켰다. 특히 <레드얼럿>은 1편 못지않은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이후 <C&C>의 또 다른 대표 시리즈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웨스트우드스튜디오는 1997년 선보인 ‘멀티 플레이 전용 게임’인 <C&C
솔 서바이버>(Sole Survivor)는 흥행에서 참패를 기록했다. 여기에 1999년 선보인 시리즈 2편 <C&C: 타이베리안 선>(Tiberian Sun)은
비교적 무난한 게임성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비슷한 시대의 경쟁작이라고 할 수 있는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에 비해 흥행과 게임성 모두 완전히 참패하면서,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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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 웨스트우드를 ‘EAT’하다
그러던 와중에 <C&C> 팬들에게는 ‘빅뉴스’라고 할 만한 사건이 터진다. 바로 1998년, 세계적인 공룡 게임사인 EA가 웨스트우드 스튜디오를 1억 2,200만 달러에 내부 개발 스튜디오로 편입한 것이다.
EA에 인수된 뒤에도 웨스트우드 스튜디오는 그 이름을 계속 유지하면서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타이베리안 선>의 참패 이후, 지난 2000년 선보인 <커맨드 & 컨커 레드얼럿 2>(Red Alert 2)는 <타이베리안 선> 때 지적받았던 부족한 멀티 플레이가 대폭 개선됐고, 한국 유저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많은 주목을 받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레드얼럿 2>는 한국에서만 출시 한 달도 되지 않아 10만 장을 넘게 팔았다는 발표가 있었으며, 케이블 방송사를 통한 리그가 방송되는 등 많은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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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웨스트우드스튜디오는 2002년 발매된 <C&C>의 외전이자 첫 번째 FPS 게임인 <C&C 레니게이드>(C&C Renegade)를 마지막으로 스튜디오가 폐쇄되기에 이른다. 당연하지만 웨스트우드 스튜디오의 폐쇄는 당시 게이머들의 엄청난 반발을 불러왔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고, 웨스트우드 스튜디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당시 웨스트우드 스튜디오는 <C&C>
외에도 RPG 프랜차이즈인 <녹스>(NOX), MMORPG인 <어스 앤 비욘드>(Earth & Beyond) 등을 개발했는데
<C&C 레니게이드>가 딱 ‘평타’ 수준의 흥행만 기록하고, <어스 앤 비욘드>가 제대로 된 결과를 내놓지 못하자 EA가 스튜디오 폐쇄를
결정한 것이다.
참고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2008년, 당시 EA의 CEO인 존 리치티엘로(John Riccitiello) 회장은 웨스트우드 스튜디오를 포함해 ‘불프로그’(Bullfrog), ‘오리진’(Origin) 등 합병한 개발 스튜디오의 운영에 대해 ‘우리가 그들을 망쳤다’고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4년간의 잠수, EA LA와 함께 부활한 <C&C>
이후, EA는 웨스트우드 스튜디오 출신 개발자들을 다수 영입한 ‘EA 퍼시픽’을 통해 <C&C>
프랜차이즈의 개발을 지속해 나간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지난 2003년 출시한 <C&C 제너럴>(Generals)이었다.
이 게임은 ‘웨스트우드 스튜디오’가 아닌 개발사에서 처음으로 나온 <C&C>라는 점에서 여러 가지 파격적인 요소들을 가지고 있었다. 시리즈 전통의 ‘사이드 바’ 인터페이스가 삭제되고, 대신 <스타크래프트>와 유사한 ‘언더바’ 형태의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었다.
시리즈의 배경도 지금까지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현대전’이었다. 이런 요소들로 인해 시리즈의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정통성’ 논란까지 벌어졌지만, 어찌 되었든 <C&C 제너럴>의 ‘게임성’ 자체는 어느 정도 인정 받았다. 그랬기에 마니아들은 차기작에 대한 기대도 높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C&C>는 난데없는 ‘잠수’에 들어간다. 2003년 발매된 <C&C 제너럴 - 제로아워>(Zero Hour) 이후 4년 동안 이렇다 할 신작이 발매되지 않았다. 게다가 개발사인 EA 퍼시픽이 EA의 다른 내부 스튜디오들과의 통합과 정리 끝에 ‘EA LA스튜디오’로 새롭게 개편되면서, <C&C> 프랜차이즈는 그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C&C> 시리즈 중 가장 이질적인 작품인 <C&C 제너럴>. 하지만 괜찮은 게임성을 가지고 있었고 어느 정도 성과도 거둔 작품이다.
기다림이 끝난 것은 2007년이었다. 근 4년 만에 EA LA스튜디오가 정통 시리즈의 후속작을 자처하는 <C&C 3: 타이베리움 워>(Tiberium Wars)를 선보였다.
<제너럴> 이후 근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특히 정통 <C&C>의 요소들을 대거 도입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의 RTS 게임으로서 부족함이 없는 게임성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호평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3일 만에 1만 장 이상을 판매하며, 당시 침체되어있던 PC 패키지 게임업계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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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되서는 안 되었어야 할 게임’ <C&C 4>
2007년 <C&C 3>를 통해 프랜차이즈의 부활을 알린 EA LA스튜디오는 2008년에는 ‘레드얼럿’ 시리즈의 신작인 <C&C 레드얼럿 3>를 발매했다.
이 게임은 당시 제 3세력인 ‘욱일제국’의 존재로 인해 잠깐 ‘군국주의 논란’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특유의 코믹하면서도 재미있는 게임 분위기와 탄탄한 게임 구성으로 호평을 받았다. (군국주의 논란 역시 ‘이 정도면 미화까지는 아니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C&C 3>의 게임성을 완성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레드얼럿 3>. 시리즈 골수 마니아들은 이 게임을 사실상의 마지막 C&C라고 부른다.
한편 이후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이 시기에 EA는 네오위즈게임즈와 함께 <C&C> 프랜차이즈의 온라인 게임화를 꾀했다.
실제로 EA와 함께 <피파 온라인>을 공동개발했던 네오위즈게임즈의 주요 개발진들이 주축이 되어서 <C&C> 세계관을 빌린 온라인 게임의 개발이 상당 부분 진행되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온라인 게임 프로젝트는 세상의 빛을 보지도 못했고, 서비스 역시 이루어지지 못했다. (자세한 이유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EA는 지난 2010년, 난데 없이 <C&C 4: 타이베리안 트와일라잇>(Tiberian Twilight)이라는 작품을 출시하게 된다. 무려
‘본가’ <C&C> 시리즈의 최종장이라는
거창한 문구로 홍보에 나섰고, 그만큼 마니아들과 RTS 게이머들의
기대를 한껏 끌어모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 게임의 실상은 바로 취소된 온라인 게임화 프로젝트의 산물을 급하게 패키지 게임으로 다시 개발한 작품이었다. 본래 온라인 게임으로 개발되던 작품을 급하게 싱글 플레이 중심의 PC 패키지 게임으로 개발해서야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올 수는 없는 법.
그 결과 <C&C 4>는 ‘온라인 게임’도 아니고, ‘패키지 게임’도 아니고, ‘C&C 특유의 게임성도 가지지 못했으면서’, ‘음악 빼고는 뭐하나 건질 것이 없는’ 최악의 작품으로 탄생했다. 마니아, 일반 유저 할 것 없이 등을 돌렸고 속된 말로 ‘폭삭 망했다’는 표현이 전혀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흥행에서도 참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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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흥행에 실패하면서 EA LA스튜디오는 지난 2010년, 대량 해고와 함께 스튜디오 폐쇄가 결정되었다. <C&C> 시리즈를 만들던 개발자들 역시 대거 해고되었고 이로 인해 많은 게이머들은 <C&C> 프랜차이즈가 ‘최악의 형태로’ 사실상 끝날 것으로 예상을 했다.
참된 절망을 동반한 EA빅토리게임즈와 ‘신생’ C&C
많은 유저들이 프랜차이즈의 끝을 예상했지만, EA는 지난 2011년 ‘뜬금 없이’ <C&C 제너럴>의 후속작인 <C&C 제너럴 2>를 깜짝 발표한다. 게임의 개발은 EA LA스튜디오의 인원을 물려 받은 바이오웨어 산하 ‘EA 빅토리게임즈’(Victory Games) 였고, 이 때문에 다시 한 번 시리즈 마니아들은 희망을 품게 되었다.
이후 EA빅토리게임즈는 2012년, <C&C 제너럴 2>를 부제를 떼고 원작을 계승한다는 의미로 <커맨드 & 컨커>로 게임명을 바꿈과 동시에, 싱글 플레이가 없는 완전한 부분 유료(F2P) 방식의 온라인 게임으로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2013년 E3 및, 게임스컴 같은 해외 게임쇼에서 체험판을 선보이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면서 9월 알파 테스트, 그리고 11월 클로즈 베타 테스트(CBT)를 약속했다. 예정된 게임의 발매일은 2014년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새로운’
<C&C>는 알파 테스트가 마지막이었다. 29일(현지시각), EA가 ‘완성도
미흡’을 이유로 게임의 개발 중단과 개발사인 EA빅토리게임즈의
해산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커맨드 & 컨커 개발중단. 시리즈 사실상 사망선고
EA는 E3 2013, 게임스컴 2013 등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게임을 홍보했다. 특히 게임스컴에서는 직접 만든 탱크까지 행사장에 전시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이렇게 해서 지난 1995년 첫 작품이 발매된 이래 RTS 게이머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C&C>는 18년 만에 프랜차이즈 지속에 있어 최악의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물론 EA빅토리게임즈의 개발인력이 다시 한 번 EA 내부 ‘어딘가’에 둥지를 튼다면 극적으로 부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EA가 최근 몇 년 사이 <C&C> 프랜차이즈에 보인 행보를 보면 그 가능성은 지극히 불투명해 보인다. EA는 아직 빅토리게임즈 개발자들의 앞으로 행보와 <C&C>
프랜차이즈의 미래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과연 이런 굴곡의 역사 끝에 <C&C>가 다시 한 번 화려하게 부활할지, 아니면 이제는 신작이 발매되지 않은 채 마니아들의 ‘추억 팔이’만 하는 사실상의 끝난 프랜차이즈가 될지. 그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