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13년의 마지막과 함께 2014년의 시작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2013년을 되돌아보면, 올해만큼 게임업계에 변화와 위기가 크게 다가온 적은 없었던 듯합니다. 격동의 한 해를 보내는 게임업계. 그만큼 많은 말이 오갔습니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 값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말의 힘은 큽니다.
한마디의 말로 사태를 수습할 수도 있고, 별거 아닌 듯 넘어갈 수 있는 일도 한마디 말로 확대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 해를 돌아볼 겸 올해 ‘촌철살인’ 급으로 게임업계를 뒤흔든 발언 10개를 뽑아봤습니다. 다사다난했던 2013년을 돌아보는 기회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Thanks” - Xbox One 중고거래 정책에 대한 소니의 한마디
차세대 콘솔 게임기의 등장은 2013년의 큰 이슈였습니다. E3 2013에서는 소니의 PS4와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 One 사이에 불꽃 튀는 홍보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죠. Xbox One과 PS4의 발표에서도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졌습니다.
‘올인원’ 엔터테인먼트 기기를 표방했지만, (초기에) 게이머들에게 친화적이지 않았던 정책을 내세운 Xbox One과 게임기로서의 특성을 전면에 내세운 PS4의 정책은 유저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가 됐습니다. 특히 Xbox One의 중고거래 및 온라인 인증 정책은 많은 불만을 일으켰죠.
“Thanks”라는 말 한마디도 이런 상황에서 나왔습니다. Xbox One에서 중고게임을 거래하려면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발표에 소니는 PS4에서는 중고 게임을 그냥 주고받으면 된다며 비꼬는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이후 MS는 중고 게임을 마음대로 거래할 수 있도록 정책을 바꿨습니다.
“대승적 차원에서 소송하지 않겠다”- SCEK가 CJ E&M에게
올해 모바일게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게임업체는 CJ E&M입니다. <다함께 차차차 for Kakao>를 시작으로 <마구마구 2013 for Kakao> <모두의마블 for Kakao> <몬스터 길들이기 for Kakao> 등 매출 1위 히트작을 잇따라 만들어냈죠.
그 대박 행진의 첫 번째 주자였던 <다함께 차차차>는 새로운 ‘국민 게임’이기도 했지만, SCEK(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에서 PSP용 미니게임 모음집 <모두의 스트레스 팍!>의 레이싱게임과 유사하다는 지적과 함께 소송도 검토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이른바 표절 논란입니다. SCEK에서는 지적재산권 침해라고 주장하며 서비스 중단을 요구했고, CJ E&M은 화면구성, 게임방식, 게임성, 아이템 등에서 전혀 다른 게임이라며 서비스 중단은 없고 업데이트를 통해 다양한 모드를 선보이겠다고 대응했습니다.
결국, SCEK는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더 이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추가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며 “대승적 차원에서 소송을 걸지 않겠다”고 해 논란은 일단락됐습니다.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것이 CJ E&M과 합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고요.
“태산과 같은 무거움으로 마음에 새겨 반성하겠다” - 송재경 대표 사과문

상반기에 국내를 휩쓴 사건이 있습니다. 이른바 ‘남양유업 사태’ 및 ‘라면 상무’로 잘 알려진 갑과 을의 관계와 관련된 일들이었죠. 사실 정확하게 말하면 갑을 관계와 더불어 텔레마케팅, 고객서비스 같은 감정 노동자들의 실상이 다시 한 번 조명된 사건이었습니다.
게임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는데요, <아키에이지> 고객 응대 논란이 대표적이었죠. 계정의 본인인증 문제로 항의차 엑스엘게임즈를 찾아간 한 유저가 직원과 대화하면서 감정이 격해져 서로 욕설이 오가는 실랑이가 있었고, 이후 해당 유저가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파문이 일었습니다.
당시 이 사건에 대해 유저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습니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욕하며 진상을 부리는 건 아니다”와 “오죽 답답했으면 찾아갔겠느냐, 욕하며 대응한 보안요원이 잘못했다”는 의견이었죠.
이후 엑스엘게임즈는 결과적으로 고객 서비스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하며 유사한 일의 재발을 방지하는 조치를 취합니다. 더불어 송재경 대표는 “태산과 같은 무거움으로 마음속에 새겨 반성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사과문을 발표하며 직원들의 징계를 약속했고, 결국 실랑이를 벌인 직원은 퇴사조치 됐습니다.
“왔다 갔다 했지만, 욱일기를 삭제할 예정이다”- 워게이밍 욱일기 논란
한국과 중국에서는 ‘욱일기’가 나오면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일제 강점기를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이죠. 게임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배틀필드 4> 유저들도 욱일기를 달고 게임하는 유저가 있으면 어떻게든 쓰러트려 킬을 따내려고 할 정도입니다.
E3 2013을 앞둔 5월에 워게이밍이 개발하고 있는 신작 <월드 오브 워쉽> 속 일본 전함에 욱일기를 그대로 표현해 국내에서 논란이 됐습니다. 한국 유저들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주장하며 서명운동까지 했고, 워게이밍 한국지사에서도 본사에 자료를 전달하면서 욱일기의 삭제를 요청했죠.
논란을 키운 것은 <월드 오브 워쉽>의 개발 프로듀서가 밝힌 “법으로 금지된 것이 아니니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이었습니다. 결국 워게이밍 고객 응대 부사장이 “사실대로 말하자면, 의견이 왔다 갔다 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 욱일기를 (게임에서) 삭제할 예정이다. 개발자가 Q&A 게시판에 답변하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욱일기를 삭제하지 않겠다는 말은) 공식적인 정보가 아니었다”는 글을 공식 포럼에 올리면서 논란은 일단락됐습니다.
그리고 지난 11월, 지스타 2013 참가를 위해 방한한 워게이밍 빅터 키슬리 대표도 “앞으로 워게이밍의 모든 게임에서는 욱일기를 볼 수 없을 것이다”고 거듭 확인해 주었습니다.
“불법복제 때문에 아시아 서버는 어렵다”- EA코리아 페이스북 황당 답변

말 한마디로 천 냥을 갚기는 커녕 만 냥의 빚을 만든 사례가 있습니다.
지난 3월에는 10년 만에 <심시티> 시리즈의 최신작이 발매돼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프로스트바이트 엔진으로 개발된 최신 <심시티>는 자신이 지은 도시와 주변 유저들이 지은 도시와의 상호작용을 핵심으로 내세우며 시리즈 사상 최대 규모의 변화를 시도했죠.
온라인 연결이 필수였던 만큼 넉넉하게 서버를 마련해야 했지만, 서버 과부하로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는 서버가 없어 해당 지역 유저들은 게임을 플레이하기 힘든 지경에 빠졌고요.
이에 국내 유저들은 아시아 서버를 추가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에 이르렀지만, EA코리아 페이스북 관리자가 “불법 복제가 많아 아시아 서버는 힘들다”는 답변을 달아 유저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정품 이용자들이 서버를 요청한 건데 갑자기 아시아의 유저들을 모두 불법복제 이용자로 둔갑시킨 듯한 발언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심시티> 환불을 요청하는 등 항의가 빗발치자 EA코리아에서는 사과문을 올리며 사태 수습에 나섰습니다. 결국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유저들과 소통하겠다고 나섰지만 게임과 자사의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일방적인 소통이 불러온 대표적인 유감 사례로 남게 됐습니다.

“내 작품이 나도 모르게 수출되는 걸 원치 않는다”- 팝픽 사태

상반기에 ‘남양유업 사태’ 등으로 갑을 관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팝픽의 출판권 파기 사태가 일어나 적잖은 충격을 줬습니다. 팝픽소프트에서 부당한 직원 처우가 있었고, 작가들의 권리를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었죠.
팝픽에 소송 의사를 밝힌 흑요석 등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은 게임업계에도 이름이 잘 알려진 작가들이라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작가들은 출판권을 회수하겠다고 했지만, 팝픽은 이를 거절하면서 결국 소송까지 가게 됐고요.
당시 일러스트레이터 흑요석은 디스이즈게임과의 인터뷰에서 “나도 모르게 내 작품이 해외에서 출판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며 출판권을 회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른 작가들 역시 출판권 파기를 팝픽에 요청했지만, 팝픽은 전체 작가들의 동의만 받겠다며 거절했습니다.
결국 작가들은 소송까지 끌고 가겠다며 모금 활동을 벌였는데, 모금 시작 22분 만에 목표액수를 채우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죠. 현재 팝픽 관련 소송은 진행 중이며, 팝픽소프트는 6월 30일 날짜로 폐업 처리되면서 운영이 중단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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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에 서명만 했을 뿐이다”- 매출 1% 징수법 논란,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실

지난 1월 8일,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은 셧다운제 강화 및 게임업체 매출액의 1% 이하를 부담금을 걷자는 내용이 담긴 ‘인터넷게임중독 치유 지원에 관한 법률안’과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일명 ‘손인춘법’으로, 게임업계는 매출의 강제징수 시도에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당시 위메이드를 이끌던 남궁훈 공동대표는 법안 상정에 항의하는 의미로 지스타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죠. 손인춘법을 공동발의한 의원 중에는 지스타가 열리는 해운대구 서병수 의원이 포함돼 게임업계의 분노는 더욱 거셌습니다.
게임산업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는 지역구 의원이 게임 규제 강화에 앞장선 것에 대한 분노였죠. 이에 게임업계에서는 지스타 2013 참가를 신중하게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부산시에서는 게임업체를 달래기 위해서 동분서주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 와중에 서병수 의원실 관계자는 디스이즈게임과의 전화 통화에서 “서병수 의원은 손인춘 의원의 법안에 서명만 했을 뿐이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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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뇌가 아니라 법안뇌”- 중독법 논란에 대한 진중권 교수의 일침
올 한 해 게임업계에서 가장 시끄러웠던 이슈는 다름 아닌 ‘중독법’입니다.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은 알코올, 도박, 마약과 게임을 4대 중독으로 묶어 국가에서 통합 관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뜨거운 논쟁거리가 됐습니다.
게임업계에서는 문화 콘텐츠인 게임을 중독유발물질과 동일시하는 데 반발했습니다. 더불어 중독법 안에 ‘인터넷 게임 및 콘텐츠’라고 명시되면서 이에 반발한 영화, 만화 등 다양한 문화계 인사들과 함께 다양한 방법으로 목소리를 냈죠.
지난 11일 열린 ‘게임은 문화다! 컨퍼런스’ 역시 그런 활동의 일환이었는데요, 여기에는 논객으로 이름난 동양대학교 진중권 교수가 참여해 “문제의 본질을 덮기 위해 게임만 탓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이야 말로 법안 발의 중독이다”고 꼬집었습니다.
참고로 ‘게임뇌’는 일본 모리 아키오 교수가 자신이 쓴 <게임뇌의 공포>라는 책에서 주장한 내용으로, 국내에서는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이 “게임 중독에 빠진 아이들은 전두엽 발달이 늦어져 짐승과 같은 상태로 변한다”고 주장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중독법을 규제로 보는 건 오해다” - 중독법을 발의한 신의진 의원의 해명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중독법을 발의한 후 게임업계는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다”며 전에 없는 반발과 함께 반대 서명운동을 벌였습니다. 서명운동 참여자가 30만 명에 이르면서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됐죠.
어느새 중독법은 ‘게임 중독법’으로 불리기 시작했고, 사회 각계 인사와 문화계 인사들이 중독법에 반대하면서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받게 됩니다. 이에 신 의원은 라디오 및 TV 토론회를 통해 해명에 나섭니다.
중독법은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 내용은 없고, 게임으로 중독에 빠진 이들을 치료하고자 만든 법으로 게임업계가 아닌 국가가 제반 비용을 부담하기 위해 발의한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신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중독법을 규제로 보는 건 오해다”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은 신의진 의원이 셧다운제 강화와 매출 1% 이하 징수라는 내용을 담은 손인춘법을 공동 발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꾸로 뭇매를 맞았습니다.
“거 말꼬리 잡지 마시고요” - 중독법 공청회 사회를 맡은 기선완 교수
올해 가장 화제가 된 발언을 꼽으라면 중독법 공청회의 토론 사회를 맡았던 기선완 교수의 “말꼬리 잡지 말라”였습니다.
당시 공청회의 패널도 반수 이상이 중독법 찬성 측이었고, 중립을 지켜야 하는 사회자 역할의 기선완 교수는 편파적으로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방청객으로 공청회에 참여한 게임개발자연대 김종득 대표가 중독법의 근거자료가 잘못됐다고 지적하자 기선완 교수는 “거 말꼬리 잡지 마시구요”라며 면박을 줬습니다.
공청회 이후 중독법을 ‘숙원사업’이라며 지지하는 중독정신의학회의 차기 이사장으로 기선완 교수가 내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논란이 됐습니다. 중독법 공청회에서는 주옥같은(?) 말들이 다수 나왔습니다만 ‘말꼬리’ 발언을 압도하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