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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얼어 죽지 않나요?” 디아블로가 부른 용산역 야외 ‘1박2일 노숙기’

(실패로 끝난) 확장팩 소장판 수령 1등을 노린 깨쓰통의 노숙 체험기

현남일(깨쓰통) 2014-03-22 12:00:05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습니다. 그리고 디스이즈게임 역사에 길이 길이(?) 남을 이 제정신이 아닌 장대한 뻘짓의 시작은 바로 다음과 같았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디아블로3: 영혼을 거두는자>(이하 디아블로3 확장팩)의 소장판예약구매에 저 깨쓰통이 성공했던 것입니다. 참고로 블리자드코리아는 소장판 구매자들 중에서도 현장수령을 선택한 1,000 명을 초청해 오는 24일 저녁 용산 아이파크몰 이벤트 파크에서 개최되는 출시 공식행사에서 전달식을 연다고 밝힌 상태였죠.

 

관련기사: 디아블로3 확장팩 소장판, 판매 시작 후 13분 만에 매진

 

여기에서 괜스레 욕심이 생겼습니다.

 

치열한 경쟁 끝에 소장판 구매에 성공했는데, 그냥 행사장에 가서 제품을 받기만 하면 재미가 없잖아? 이 기회에 무언가 디스이즈게임의 역사에 남을 위대한 발자국을 남길 방법은 없을까? 그래, 무언가 깨쓰통’이라고 하면 바로 각인될 만한 그 정도 임팩트를 가진 것. 더불어 귀여운 후배들이 깨쓰통 선배라고 하면 무한한 존경의 눈길을 보낼 만한 그런 것!”

 

  

그래서 행사 시작 5일 전19일 오후, 소장판 현장수령 1등을 노리고 행사장인 용산역 아이파크몰 이벤트 파크로 텐트와 침낭, 의자 등을 챙겨가서 노숙을 감행했습니다.

 

…내가 봐도 난 확실히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요. ( -_-);

  

참고로 1등에게는 LG 탭북 등의 푸짐한 경품이 주어진다고 했는데요, 
만약 진짜로 제가 1등을 한다면 그 상품은 TIG 마켓에 이벤트 상품으로 걸려고 했습니다.(진짜로)

뒷말이 없도록 회사에는 휴가원을 제출했습니다. 위의 사유’ 칸에 이상한 말이 써져 있는 것으로 보이시면 눈이 피곤하신 겁니다.(-_- ;)

 

 

야외에서 자면 얼어 죽지 않나요?

 

먼저 제가 노숙을 감행했던 2014319일 날씨를 살펴보면, 최저기온 7.4℃에 최고기온은 12.3℃, 20일 새벽에는 비까지 내렸습니다. 비록 비가 내린다고는 하나 기온이 영상이기에 그래도 이 정도면 텐트를 치고, 침낭에 들어가면 별 문제없이 잠도 자고 쾌적하게(?) 노숙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파크몰에서 텐트치는 것을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아이파크몰 이벤트 파크는 광장과 같은 공유지가 아니라, 엄연한 사유지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텐트를 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규칙이라네요.

 

이렇게 해서 텐트 없이 잠을 자야 하는 위기가 닥쳤는데… 그렇다고 침낭 하나에 의지한 채 바닥에 누워서 자면 그야말로 입 돌아가는것과 같은 화를 입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뭘 어떻게 합니까, 이렇게 침낭 속에 들어가 애벌레처럼 잤습니다.(-_-;)


분실하면 큰일 나는 귀중품들은 가방 하나에 최대한 꾸겨(?)넣어 안아서 들면 분실 염려도 없고, 핫팩 2개를 주머니에 넣으니 별로 춥다는 것도 느껴지지 않더군요. 여러분들도 혹시라도 밖에서 텐트 없이 노숙할 일이 있으면 꼭 기억해 두셨다가 활용해보시길 바랍니다. (^0^);

 

 

안 심심한가요?

 

사실 이번 노숙 작전에서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추위보다도 심심함이었습니다. 단순 계산으로도 대략 100시간 이상을 야외에서 멀뚱멀뚱 있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줄 서면서 PC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 상대가 계속 있는 것도 아니고, 휴대폰이나 태블릿PC는 배터리 문제가 있고….

 

 이 친구를 이제부터 윌슨이라고 명명하고 말상대로 삼으면 심심하진 않겠지는 꿈. (-_-;)



일단 태블릿PC, 휴대용 게임기, 휴대폰에 외장형 배터리를 꽉꽉 채워서 가져갔습니다.


PS Vita로 게임을 하며 심심함을 달래고 있는 뭔가 럭셔리한 노숙자 G모 씨.

결과적으로 PS Vita용 게임을 잔뜩 챙겨서 가고 (<페르소나 4 골든> 같이 오래 몰입할 수 있는 타임머신형게임이 최고입니다) 배터리 문제는 소식을 듣고 배급하러 오는 지인이나 후배, 동료 기자들에게 배터리 충전을 부탁하는 식으로 해결했습니다.

 

물론 제가 인덕이 많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런 만큼 여러분들도 노숙을 하실 계획이라면 주변에 인덕을 꼭 쌓고 하시길 바랍니다. (^0^);

 

 

밥은 어떻게 해결했나요?

 

그러니까 인덕이 두터우면 가만히 앉아 있어도 소식을 듣고 오는 사람들이 다 먹을 것을 싸들고 온다는….(퍽퍽퍽)

 

후배가 휴가원 내고 노숙을 한다는 소식에 바람과 같이 달려온 위대하신 다크지니 국장마마각하폐하가 친히 싸들고 오신 보급품. 도대체 저 봉지 라면과 케첩은 무슨 의도로 갔다 주신 것인지 지금까지도 미스터리입니다. (-_-;)

 

 

내쫒기지 않았나요?

 

사실 이번 노숙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 중에 하나가 나가달라는 보안요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눌러 앉는 일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용산 아이파크몰은 가장 마지막에 영업을 종료하는 영화관이 끝나는 새벽 3시부터 아침 개장시간까지 폐쇄하고 관계자들을 제외한 사람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규칙인데요,

 

그냥 근성으로 밤새우며 버텼습니다. (-_-;)


…아니진짜 근성’ 외에는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것이, 계속 나가달라는 요구에 그냥 버티고 앉았고, 결과적으로 버티는 데 성공했으니까요. 우와… 진짜 무슨 이런 민폐가 있나….

 

 안 나가는 깨쓰통 때문에 보안요원들이 회의 중입니다. 아오, 저 녀석 왜 안 나가?”



그런데 끝까지 노숙을 못한 것 같습니다만?

 

네. 결과적으로 제가 생각해도 정말 말도 안 되는 이번 뻘짓은 노숙을 감행한 이틀째. 다시 말해 20일 오후 시간에 그만 돌아가줄 것을 부탁한 블리자드코리아 관계자의 설득에 의해 다소 허무하게(?) 종료되었습니다블리자드가 소유한 땅도 아니고, 텐트도 못 치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노숙을 감행하면 여러 가지로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에 제가 동의한 것이죠.

 

제가 끓어오르는 패기와 열정으로 노숙을 감행했지만, 확실히 하루 동안 이슬을 맞으며 밤을 새워보니 부모님 생각도 나고, 집에 두고 온 강아지 생각도 나고, 따뜻한 밥도 생각이 나고, <던전앤파이터> 이계 생각도 간절히 나고… 이 이상은 정말 민폐가 될 수 있겠다 싶어 미련 없이 깔끔하게 물러났습니다.

 

처음에는 이번 노숙을 통해 겸사겸사 깨쓰통의 용산역 생존 실시간 라이브쇼부터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번의 허무한 체험기(?) 하나로 끝나게 되었습니다. <디아블로3> 확장판 소장품을 들고 이벤트 행사장 무대에서 퍼포먼스도 하려고 했는데. 키힝 ㅠㅠ 

 

자, 의외로 허무한 엔딩에 별로 재미도, 영양가도 없었던 이번 1박2일 노숙이었습니다만,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하게 배웠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혹시나 나중에 <디아블로4> 같은 게임이 발매될 때 1등을 노리고 노숙을 감행하신다면 이것 하나는 반드시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오늘의 교훈: 게임 출시 이벤트 1등을 노리고 노숙을 한다면, 이벤트 행사장소가 공유지인지 사유지인지 반드시 확인하자.

 

 자~ 그런데 휴가원 쓴 거, 이거 어떻게 뒷수습한다…?



사용하지 못한 사진들

 

19일 저녁, 도착 직후의 인증샷(?)입니다. 이때는 정말 야외에서 밤새우는 게 쉬울 줄 알았지….





한밤중의 아이파크 이벤트 파크와 용산역. 새벽의 지루함을 달래기에는 역시 PS Vita 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용산역은 새벽 1시경에 역사 모든 불이 꺼지고, 새벽 3시 30분쯤 다시 켜집니다.



사무실에 굴러다니는 화이트 보드 하나를 대충 들고 와서 만든 대기열 안내판.




아이파크몰 이벤트 파크 무대입니다. <디아블로3> 확장팩 출시 행사는 오는 24일 저녁 8시에 바로 여기에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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