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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카드뉴스] 이 게임이 인정받는 데는 30초면 충분했다.

작은 게임과 한 형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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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너부) 2016-09-20 11:56:40
세계 최고의 게임쇼인 E3를 앞두고 한 인디게임이 무대에 올랐다. 발표에 주어진 시간은 단 30초. 하지만 30초의 짧은 영상이 끝났을 때 이 게임은 E3에서 가장 흥미로운 게임 중 하나가 되었다.

오늘 말할 이야기는 이 작은 게임과 한 형제의 이야기다.​ / 디스이즈게임 김지현 기자

 


 

먼저 E3를 충격에 휩싸이게 한 영상부터 보고 이야기를 이어 가자.​

 

[새 창에서 영상보기]


형제는 유독 1930년대의 만화를 좋아했다.

 

예쁘고 깔끔한 컴퓨터 애니메이션이 아닌 한 장 한 장을 손으로 그려야 했던 그런 만화들을 좋아했다.
수업시간 책모서리에 그렸던 만화나 손때가 묻어 있는 전성기 디즈니 만화같은 그런 만화들을 좋아했다.

하지만 애니메이터가 되고 나서도 남는 아쉬움.

'이런 정성 어린 그림들이, 마치 게임처럼. 내 마음대로 움직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약간의 기대

'세상 누군가는 우리와 같은 아쉬움을 갖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형제는 애니메이터에서 벗어나 하나의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느 인디게임 <컵헤드>의 개발이 시작됐다.

작업은 시작부터 고됐다.

손으로 한 장씩 그리던 만화영화는 컴퓨터가 보여주는 압도적인 성능과 효율에 가려 사라진 지 오래였고 각종 프로그램과 CG로 점철된 시장에서 형제가 말하던 '손때 묻은 그림의 가치'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래서 모든 것은 오직 수작업으로 이뤄져야 했다.

하나의 배경을 위해선 10장이 넘는 레이어를 덧대야 했고, 필름영화와 같은 효과를 주기 위해서 프레임마다 필터를 씌워 채색해야 했다.

어떤 장면도 반복되지 않아야 했고 어떤 최신 기술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야만 손때 묻은 그림을 자신들이 원하던 그림을 만들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걸 다시 '게임으로' 만들어야 했다.

상상만 해도 아득한 작업.

그래도 형제는 묵묵히 개발을 시작했다. 그 끝에서 자신들이 원하던 무언가를  반드시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그리고 다시 몇 년이 지나자 배경은 색채를 갖췄고, 캐릭터는 조금씩 숨을 쉬기 시작했다.

그렇게 <컵헤드>는 2014년 E3에 출품됐다.

그렇게 <컵헤드>는 30초의 영상만으로 E3 2014 기대작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렇게 형제는 자신들이 믿고 있던 가치를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가야할 길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컵헤드>는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추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앞으로 더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는 그들조차 모른다

하지만 1930년대의 손때 묻은 그래픽을 게임 속에서 구현하겠다는 꿈이, 노력이 형제의 상상만큼이나 가치 있었다는 걸 증명된 이상.

형제는 오늘도, 앞으로도 머리가 찻잔이 된 소년들의 이야기를 그려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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