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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 대책없는 게임위, 무책임한 페이스북, 속 터지는 유저

페이스북 게임 서비스 중단에 가려진 문제들

안정빈(한낮) 2014-08-26 19:33:56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게임 서비스를 종료한 페이스북의 무책임한 행동. 낡은 규제에 매달려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는 대책 없는 게임물등급위원회. 이들의 일방통행 사이에서 애꿎은 유저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페이스북은 26일 홈페이지를 통해 페이스북 게임의 한국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의 규정에 따라 한국에서 등급이 분류되지 않은 게임은 서비스할 수 없다는게  그들이 밝힌 이유다. 페이스북에서 서비스하는 게임 중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은 <몬스터버스터> 1종뿐. 

사실상 페이스북은 한국에서 모든 게임의 서비스를 중단하는 셈이다. 물론 페이스북 이전에도 한국에서 서비스를 종료한 플랫폼과 포털은 많았다. 하지만 문제는 서비스를 중단하는 이유와 과정이다.



모바일은 되고, PC는 안 되고? 갈팡질팡 게임위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한국에서 서비스되는 모든 게임은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 혹은 게임위에서 업무위탁을 받은 곳을 통해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현재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은 게임위에서, 모바일게임은 각 오픈 마켓에서, PC와 콘솔, 온라인게임 등은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에서 등급분류를 하고 있다. 문제는 페이스북처럼 이도 저도 아닌 경우다. 페이스북 게임은 대부분 PC와 모바일 어느 쪽으로도 플레이가 가능하다. 

같은 게임이라도 모바일에서 플레이할 때는 오픈마켓의 자체 등급분류로도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는 반면, PC에서 플레이할 때는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의 등급분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같은 콘텐츠에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셈이다.

글로벌 시대에 한국 서비스 게임을 어떻게 분류해야 하느냐는 논란도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 한국에 서버를 두는 게임으로 해석한다면 아마존 클라우드 서버를 사용하는 국내 모바일게임은 해외 게임이 되고, 한국어를 기준으로 한다면 ‘스팀’ 역시 문제가 된다.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규제’가 불러오는 논란들이다.

하지만 게임위는 이런 ‘애매한 논란들’에 대한 명확한 해답 없이 페이스북에 ‘한국에서 서비스를 하려면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는 공문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시대착오적인 규제를 마땅한 대책도 없이 밀어붙인 것이다.


해외 게임의 첫 심의 문제가 된 <부족전쟁>. 지금의 PC 온라인게임 심의는 이 때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모든 건 게임위에 따져라? 무책임한 페이스북


페이스북의 무책임한 대응도 문제다.

 

페이스북은 26일 아무런 예고도 없이 모든 게임의 한국 서비스를 중지했다. <캔디크러시사가>와 <드래곤시티> <마블 어밴저스 얼라이언스> <메가폴리스> 등 국내 유저들에게 인기 있는 게임도 다수 포함돼있다. 


서비스를 중단하는 과정에서 기존 사용자의 불편에 대한 사과나 환불과정, 서비스의 재개여부 등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페이스북의 게임페이지에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규정에 따라 게임을 이용할 수 없으며, 자세한 내용은 게임물관리위원회 웹사이트를 참고하라는 링크만 남아있다. 

당연히 링크에 해당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메인 페이지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어떤 정보도 찾아볼 수 없다. 게임의 환불이나 이후 서비스에 대한 결정 역시 게임위가 해결해 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에게 필요한 설명 대신 게임위 링크만을 남겼다.

이런 페이스북의 행동은 게임서비스 중단에 대한 모든 책임과 비난을 게임위로 돌리려는 행동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페이스북은 현재 게임콘텐츠관리위원회를 통해 등급분류를 받은 <몬스터 버스터>조차 한국 서비스를 중단했다. 등급분류로 인해 일부 게임의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변명과도 맞지 않는다.

아무리 시대착오적인 정책을 밀어붙였다고 하더라도, 게임위가 올해 초부터 등급분류에 대한 공문을 보냈다면 페이스북은 한국 서비스 중단을 결정하고 이를 유저들에게 알릴 시간도 충분했다. 오히려 지금의 상황에 이르기까지 페이스북도 아무런 대책이나 유저를 위한 조치는 하지 않았다.

최소한 그들이 공지한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명분도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까지 중단했다는 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 페이스북의 이러한 처리과정은 (개발사 10명 내외의 개발사조차 한 달 전부터 서비스 종료 공지를 전달하는 현대 게임 사회에서)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수준이다.


마치 모든 문제가 게임물관리위원회 때문에 벌어진 것처럼 표현한 페이스북의 게임페이지


어긋난 일방통행, 불편은 언제나 유저의 몫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유저들에게 돌아왔다. 당장 페이스북 게임을 플레이하던 유저들은 PC를 통한 게임플레이가 막힌 상황이고. 서비스 재개일정은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쉽지 않은 환불방식은 물론 환불가능 여부조차 확실하지 않다. 

페이스북에서는 한국 게임 서비스를 중단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까지 차단하는 상황에서 그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유저 입장에서 본다면 게임위와 페이스북 모두 유저입장 보다는 자신들의 입장만을 고려해 일을 처리했다.

취재결과 게임위는 오는 10월 페이스북 게임의 등급분류 문제를 포함한 내용을 다룰 관련업체와 정부단체의 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되기 십상이다. 

만약 협의체가 긍정적인 해답을 내놓더라도 다시 법안을 고치고, 적용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결국 유저로서는 결과를 지켜보며 애만 태울 수밖에 없다. 게임위는 철지난 규제를 강요하고 있고, 페이스북은 유저 혹은 한국시장을 볼모로 그런 게임위를 비판하고 있다. 

누구도 잘했다는 말을 해줄 수 없고, 시간이 흘러도 해결될지조차 모르는 일방통행의 의견들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터져나가는 건 결국 애꿎은 유저, 그러니까 '고객님'의 속이라는 걸 양쪽 다 조금은 눈치를 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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