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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 텐센트를 바라보는 다른 시선

모험왕 2015-09-03 11:34:45

텐센트의 전략 대작인 <열혈전기>가 기대대로 중국 모바일게임 매출차트 정상에 올랐다. 

 

<열혈전기>는 온라인게임 <미르의 전설>(위메이드)의 모바일 버전이다. <전민기적>에 이어 한국 온라인게임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이 1위에 오른 2번째 케이스다. (편집자 주)

 

이 1위는 얼마전까지 압도적인 수위를 달리던 넷이즈의 <몽환서유>와 비교해 완전한 1위라고 하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다. <몽환서유>는 출시 직후 1위에 올라 최근 <열혈전기>에 추월당하기 전까지 굳건한 아성을 쌓고 있었다. 안드로이드 마켓의 경우 텐센트 독점마켓인 잉용바오에서만 서비스되어야 하는 <열혈전기>에 비해 <몽환서유>는 다양한 마켓과의 협조를 할 수 있어 유리했다.

 

텐센트 입장에서는 <열혈전기>의 1위가 표정관리가 안될 정도로 아주 반가운 기색이 역력하다. SM의 소녀시대가 간만에 컴백해 음악프로 1위 한 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데, 눈물까지 흘리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어리둥절함이랄까? 하지만 상황을 들여다보니 그럴만 했다. 그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디스이즈게임 필자 모험왕(김두일)




우리에게는 놀라운 일이지만 사실 텐센트는 최근 투자자를 썩 만족스럽게 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애플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고도 주가가 폭락하는 것을 겪는 일과 유사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투자자들이 텐센트를 바라보는 시선은 늘 최고의 실적과 더불어 안정성, 그리고 미래 성장성을 동시에 희망한다. (개인적으로는 말도 안되는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최근 2분기의 게임 실적이 133.13억 위안(약 2.5조 원)에서 129.7억 위안으로 조금 떨어졌는데 이는 텐센트의 역사상 대단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투자자들의 관심이 가장 높았던 모바일게임의 경우 성장이 거의 멈췄다고 할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 44억 위안(약 8,100억 원)이 45억 위안으로 늘어난 수준으로 그들에게 대단한 실망을 안겨 주었다. 때문에 <열혈전기>의 오픈은 그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처럼 목말라 기다렸던 소식이었다.

 

텐센트의 답보는 올 상반기 오픈한 게임의 속도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작년말 기준으로 텐센트는 약 60여 개의 게임들을 발표했는데 올해는 차이나조이 전까지 고작(?) 15개에 불과하다. 신규 라인업의 발표가 늦어지다보니 평균 3~4개 정도(?)만 매출순위 탑10 안에 들었다. 이조차도 욕심이 큰 투자자 관점에서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수치다. 

 

텐센트의 신규 게임 발표가 늦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근본적인 이유로는 2015년 시작을 기점으로 게임업계가 갈수록 처절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텐센트와 경쟁을 벌였던 강자들이 본격적으로 모바일에 뛰어 들었는데, 좀 더 많은 준비를 했을 뿐만 아니라 좀 더 빠르게 움직이기까지 했다. 

 

 

 

그러다보니 텐센트 단일 플랫폼의 이용자 수가 도리어 줄어들게 되고, '위챗'이나 '큐큐'의 광고효과가 일시적으로 떨어졌다. 이는 올 하반기 텐센트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대두된 상황이다. 게다가 IP가 모든 게임시장을 주도해야 하는 환경이 되어 버렸으니 창의성이 조금이라도 떨어지거나 IP의 우월함이 없이는 경쟁하기 힘든 시장이 돼버렸다. 여기에 기존의 출시된 강자들이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텐센트조차 신규로 발을 들여 놓는 것에 좀 더 신중해질 수 밖에 없어졌다. 텐센트 게임의 출시가 늦어지고 숫자가 적어지는 이유는 이렇듯 분명하다.

 

이런 가운데 텐센트가 효과적인 하반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한 3가지의 방법이 내부에서 제시됐고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실 특별할 것은 없다. ▲놀랄만한 IP를 내던지 ▲​제품 자체의 퀄리티를 블리자드급으로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리던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끌어내서 압도적인 마케팅 비용을 투자하는 방법이다.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는 전략들이다. 과거 텐센트가 라인업의 숫자와 플랫폼의 우위를 통해 압도적인 점유를 추구하는 쪽을 택했다면 앞으로는 양은 적지만 퀄리티쪽을 추구하는 쪽으로, 이른바 선택과 집중에 주력하는 전략으로 궤도수정을 해 나가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텐센트는 현재 비축해 둔 IP만으로도 경쟁사들에 비해 유리한 편이다. 좋은 IP 계약 뿐만 아니라 최근 2년간 내놓은 게임들이 자체 인하우스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IP 제품이기 때문에 신선도 면에서도 유리하다는 평가다. 개발한 것도 많고, 가져와서 들고 있는 것도 많으니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텐센트는 제품의 퀄리티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해외에서 들여온 중국과 맞지 않는 제품을 내세웠다가 실패를 경험했다. 텐센트는 2014년 초에 해외 게임의 퍼블리싱을 통해 좋은 성과를 내겠다고 발표했으나 <캔디크러시사가>(킹닷컴), <몬스터스트라이크>(믹시), <삼국지난무>(스퀘어에닉스) 등이 모두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다. 

 

특히 <몬스터스트라이크>는 10월 즈음에 서비스를 중지하겠다고 밝힌 상황이기도 하다. 그리고 뒤늦게 서비스를 발표한 <퍼즐앤드레곤>, <블레이드앤소울> 등도 그리 낙관적인 평가를 받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외에 한국 게임들도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렇다면 텐센트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어디에 있을까?

 

<천룡팔부>, <전민기적>, <태극팬더>, <몽환서유> 의 성공이 텐센트에게는 확실한 영감을 주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언급된 게임들은 지난 반년간 텐센트 천하가 될 것이라 예상했던 모바일게임 시장을 지배했던 타이틀들이다. 텐센트가 미워하면서도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게임들이다. 한국시장으로 비유하면 넷마블이 웹젠을 바라보는 시선쯤 될 것이다. 

 

중국의 미디어나 투자자들은 텐센트에게 좀 더 필사적일 것을 주문한다.

 

“腾讯:进要靠死磕" (텐센트: 필사적으로 사업을 해야만 한다)

 

사실 압도적으로 시장을 지배하는 거인에게 필사적인 전략이란 어울리지 않는다. 필사적인 전략이란 다윗이 골리앗을 이이기 위한 전략이지 골리앗이 취할 전략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에서의 텐센트를 향한 주문은 그러하다.

 

필자의 생각에 이는 친 텐센트 혹은 텐센트에게 애정어린 조언을 하는 쪽에서의 관점이다. 온라인게임 시장을 평정했던 텐센트가 모바일 시대로 넘어오면서 시장변화에 한박자 늦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미 큐큐와 위챗이라는 최강의 플랫폼까지 구축했기에 다소 느슨하게 시장에 대처했고, 그 결과 언급한 <천룡팔부>, <전민기적>, <태극팬더>, <몽환서유> 등 다윗군단에게 선점당했다는 것인데 그 근간에는 과거에 비해 필사적인 노력이 부족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매출성과가 나와야 텐센트가 우뚝설 수 있을까? 또한 텐센트가 원하는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 

 

텐센트와 일을 해 본 회사들은 알 것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텐센트는 (좋게 이야기하면) 언제나 인내심 강하게 일을 진행해 왔다. <我叫MT2>(마스터탱커2)처럼 대대적으로 개발 및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하고, 최근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拳皇OL>(킹오파 모바일)처럼 조용히 내놓는 경우도 있지만 적어도 텐센트 관리 하에 개발사가 하나의 제품을 내놓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가운데 믹시의 <몬스터 스트라이크>처럼 의견이 완벽하게 달라서 갈라서는 경우도 생길 것이고… 개인적으로 일본과 중국 회사는 '한국-중국' 또는 '한국-일본'에 비해 더 안 맞는 궁합 혹은 '케미'라 판단한다. 그나마 한국이 낫지…

 

텐센트를 바라보는 투자자 혹은 게임시장이나 유저의 기대치가 지금과 같다면 텐센트는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와 같은 무적의 게임을 만들어내길 희망할 것이데 문제는 그건 모바일 시대에서는 쉽지 않다는, 아니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트렌드와 타이밍에 민감한 모바일게임은 지금처럼 잔혹한 현지화(혹은 텐센트화)의 과정이 길어질수록 텐센트에게는 더욱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최근 반 년 동안 텐센트는 앞으로 나아가기도 했지만 퇴보하기도 했다. 텐센트가 그들이 꿈꾸듯 온라인게임 시대처럼 압도적인 지배자가 되기에는 작년보다 쉽지 않다. 이는 필자 개인의 견해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의견이다. 중국시장을 바라보는 한국 회사들의 파트너쉽 전략이 오직 텐센트 번호표를 뽑아 기다리는 것에 맞춰 있다면, 이게 확실한 전략인지는 한 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시점인 것 같다.

 

그런 맥락에서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을 지배하는 넘버원 사업자 넷마블의 선택이 눈길을 끈다. 텐센트의 전략적 투자까지 유치해서 가장 사업적 끈끈함을 가지고 있을 넷마블이 <레이븐>의 파트너로 텐센트가 아닌 넷이즈를 선택한 것은 주목할만하다. <레이븐>이 1등 플레이어 텐센트가 아닌 1등을 위협하는 2등 플레이어 넷이즈를 파트너 삼아 여지껏 한국의 모바일게임이 이루지 못한 성과를 낸다면 텐센트의 아성은 좀 더 도전받게 될 것이고 한국 모바일게임의 가치는 다시금 위상회복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TIG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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