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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업그레이드된 전쟁을 만끽하라, 배틀필드 4

‘오류와의 전쟁’과 부실한 미션은 옥의 티

아퀼 2013-11-25 10:29:43


지난 10월 29일, EA의 대표적인 1인칭 슈팅(FPS) 프랜차이즈의 신작 <배틀필드 4>가 출시됐습니다. 출시 전부터 ‘프로스트바이트 3’ 엔진으로 구현한 사실적인 그래픽과 대규모 파괴효과를 내세운 영상들은 플레이어들의 이목을 사로잡았죠. 

그렇다면 실제 게임은 영상만큼이나 잘 만들어졌을까요? 일단 영상에서 볼 수 있었던 거의 모든 상황이 게임에 고스란히 구현돼 있었습니다. 열심히 홍보하던 실시간 파괴 효과를 밸런스 문제 때문에 나중에 추가한 <배틀필드 3> 멀티플레이 모드보다는 출발이 좋았습니다. 

최대 64인 멀티플레이 모드는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면서 다른 FPS와 차별적인 재미를 안겨줬고요. 출시 초기 온갖 버그와 튕김 현상이 나타나는 EA의 고질적인 문제와 빈약한 싱글플레이 콘텐츠만 아니었으면 완벽한 게임이 됐을 겁니다. /디스이즈게임 전승목 기자 


 최대 64인 멀티플레이로 전쟁을 구현한 FPS


<배틀필드 4>는 최대 64인이 참여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 모드를 메인 콘텐츠로 내세운 게임입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보병은 물론 전차, 대보병차량, 헬리콥터, 전투기 등의 다양한 유닛을 이용해 전투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배틀필드 3>부터 내세운 실시간 파괴 효과는 더 강화됐습니다. 얇은 엄폐물 뒤에 숨어있는 적에게 집중공격을 가해 엄폐물 채로 날려버리는 것은 여전하고, ‘레볼루션 피처’가 추가돼 대형 구조물을 파괴하고 전장의 지형을 바꿀 수 있게 됐습니다. 




전차로 집을 뭉개고 폭발 공격으로 엄폐물을 날려버리는 특성은 여전합니다.

게임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특수 장비로 지원해주는 ‘지휘관 모드’도 추가됐습니다.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특정 거점을 공략하라고 명령을 내리는 것은 물론, 무인 정찰기와 스캔으로 적 위치 알려주기, 직접 적을 처치할 수 있는 순항 미사일 발사하기 등의 특수행동도 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평가하면 <배틀필드 4>는 후속작의 정석을 따른 타이틀입니다. 대규모 멀티플레이 모드의 재미, 실시간 파괴 효과와 화려한 그래픽이라는 전작의 강점을 강화하고, <배틀필드 3>에는 없는 지휘관 모드를 추가해 부가적인 재미와 전략성을 보탰으니까요. 


육해공 유닛을 총동원해 전선을 밀어붙이자! 


소규모 국지전을 넘어 대규모 전투를 구현한 멀티플레이 모드의 묘미는 여전합니다. 다른 FPS에서는 다루기도 힘든 전차, 보트, 헬리콥터, 전투기 등의 유닛을 활용할 수 있는 특징도 그대로고요.

덕분에 플레이어는 보병전뿐만 아니라, 수상전, 기갑전, 공중전 등 다채로운 재미를 맛볼 수 있습니다. 또한 입체적인 전략을 활용하는 묘미도 있고요. 가령 적 보병들이 건물을 점령하고 방어에 나선다면 헬리콥터에서 뛰어내려 옥상을 단번에 점령하거나, 비행기 폭격으로 제압하는 식이죠. 

맵에 따라서는 보트로 이동한 뒤 물 밑으로 다이빙해서 건물에 침투할 수도 있습니다. 지상, 수상, 공중, 어디를 통해서든 적의 허점을 찌를 수 있어 가능한 일이죠. 


보트를 타고 헬리콥터와 함께 이동하는 모습. 

서로 다른 유닛끼리 대결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일단 유닛의 상성에 따라서 엄청난 전적을 거둘 수 있습니다. 보병은 대보병용 차량이나 전차에게 약하고, 대보병용 차량과 전차는 공격용 헬리콥터에게 맥을 못 추며, 공격용 헬리콥터는 대공 유닛에 취약하다는 상성 관계가 있거든요. 

하지만 상성이있어도 무기를 잘 세팅하면 어느정도 무마할 수 있습니다. 대전차무기로 무장한 보병들이 포위 공격하면 제 아무리 강한 전차라도 당해내지 못하는 식으로요. 덕분에 다양한 전략을 활용할 수 있게 됐고, 그만큼 같은 전투를 해도 늘 새로운 기분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전차무기인 RPG-7를 이용해 기습 공격을 하면 전차를 잡을 수 있습니다.


지상군의 천적 헬리콥터. 스팅어만 있으면 공병의 풍부한 경험치 공급원이 되죠.

참고로 <배틀필드 4>에는 여러 모드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대규모 전투를 체험하려면 ‘컨퀘스트 라지’ 모드로 게임을 하길 추천합니다. 가장 넓은 맵에서 최대한 많은 수의 플레이어들끼리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컨퀘스트 라지는 적에게 주어진 ‘티켓’을 0으로 만들어야 승리할 수 있는 모드입니다. 

티켓은 일종의 부활권으로, 적 팀의 플레이어를 죽여 리스폰시켰을 때, 맵에 있는 거점의 절반 이상을 점령하면 상대의 티켓을 줄일 수 있습니다. 육해공 유닛을 총동원해 입체적으로 거점에 침투하는 묘미와, 거점을 두고 전선을 밀고 당기는 팽팽한 대결을 체험하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을 겁니다. 


유닛 간의 대결과 지휘관 모드까지 체험하려면 64인 컨퀘스트 라지 모드를 플레이하면 됩니다.


격변하는 전장, 홍수를 일으키고 고층빌딩을 붕괴시킨다 


실시간 파괴 효과 또한 만족스러웠습니다. 작은 건물 안에서 농성하는 적을 전차 포탄으로 한꺼번에 날려버리고, 얇은 벽은 유탄으로 부수고 돌격해 적을 처치하는 등의 박력 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으니까요. 덤으로 건물이나 엄폐물이 부서지면서 보여지는 모습은 상당한 타격감도 느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레볼루션 피처라는 대규모 파괴 효과가 인상 깊었습니다. 특정 구조물을 파괴하면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장면이 펼쳐지면서 맵 구조가 바뀌게 되거든요.  

'침수지역' 레볼루션 피처 발동 영상 

[새 창에서 영상보기]

영상을 잘 보면 건물 1층 전체가 물에 잠기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침수 지역’이라는 맵을 예로 들면, 중앙에 건물들이 배치돼 있고 주변에는 물이 괴여있는 땅이 펼쳐져 있습니다. 게임을 시작할 때만 해도 물이 발목을 적실 정도로만 차있습니다. 초기에는 물이 괴인 땅을 거쳐 건물로 침투하거나 보병용 차량으로 교전하는 전략이 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맵 구석의 둑을 파괴하면 홍수가 일어나면서 맵이 달라집니다. 발목만 적실 정도였던 물이 건물 1층이 잠길 정도로 차오르게 되거든요. 이때부터는 보병용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지역이 많아져 보트를 주로 쓰게 됩니다. 헬리콥터에서 뛰어내려 옥상을 점령하는 전략도 더욱 활발히 사용되고요. 

그 외 레볼루션 피처로는 고층 빌딩을 무너뜨려 안에 있는 적을 몰살하는 형태, 도시가스를 폭발시켜 가스 배관이 있던 지하를 참호처럼 쓰는 형태, 부서진 전함을 섬으로 전진시켜 해안의 건물들과 방어시설을 박살 내는 형태 등 온갖 것이 다 있습니다. 


상하이 봉쇄에서 고층 건물 기둥 4개를 파괴하면...


이렇게 와르르하고 고층건물이 무너지고 건물 잔해만 남습니다. 

레볼루션 피처를 발동하는 재미는 꽤나 쏠쏠한 편입니다. 일단 발동 순간이 절경입니다. 댐이 터져서 봇물이 쏟아져 나오는 장면, 고층 건물이 무너지고 충격파와 먼지가 주변을 덮어버리는 장면은 블록버스터 영화의 특수효과 못지 않게 화려합니다. 맵이 바뀌면서 전술에 큰 변화가 생기니 새로운 마음으로 맵을 공략할 수도 있고요. 

나아가 레볼루션 피처를 정말로 절묘한 순간에 사용해 역전했을 때의 쾌감은 상당합니다. 십 수명의 적에게 점령당한 고층건물을 붕괴시켜 단번에 적을 철수시키는 식으로요. 비록 레볼루션 피처로 적에게 큰 타격을 주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렇기에 더욱 이루 말할 수 없는 재미를 맛볼 수 있습니다. 이런 재미는 소규모 국지전이 주로 일어나는 FPS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재미라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시원시원하고 치열한 공방, 성장의 재미까지 담아


사소해 보이는 부분도 꽤나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가령 맵이 넓어지면 이동하기 귀찮아지고 플레이어들이 흩어져서 싸우니 박진감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배틀필드 4>는 아무리 넓은 맵이라 해도 박력 있는 전투가 이어집니다. 

일단 자연스럽게 격전지가 될만한 장소가 배치되어 플레이어들이 모여서 싸우기 쉽습니다. 컨퀘스트처럼 특정 거점을 점령해야 하는 모드라면 거점을 두고 공방전이 일어나고 ‘오블리테이션’처럼 거점에 폭탄을 들고 가야 하는 게임 모드는 폭탄을 들고 가는 플레이어와 폭탄 설치 거점에서 집중적으로 전투가 펼쳐집니다.


거의 대부분의 모드들은 플레이어들이 한데 모이도록 장치를 마련해뒀습니다.

플레이어가 격전지에 쉽게 합류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돼 있습니다. 지휘관이 병력 증강 명령을 내린 분대 근처에서 바로 리스폰됩니다. 최전선에서 싸우는 분대에게 병력 증강 명령이 내려졌다면 바로 격전지로 갈 수 있습니다. 덤으로 빠르게 전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 사륜 바이크, 수상 스키와 같은 탈것들도 있고요. 

덕분에 맵이 넓어도 이동 시간을 많이 허비하지 않습니다. 무조건 후방에서 리스폰돼 격전지로 이동해야 하는 게임에 비한다면 짜증 낼 일도 적고 플레이 내내 스릴을 만끽하기에도 좋은 셈이죠. 


탈것을 이용해 쾌적한 이동이 가능합니다.

전작처럼 성장의 묘미도 챙겼습니다. 전투에 참여해 경험치를 얻고 신규 장비를 얻는 방식입니다. 가령 공병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면 더 좋은 대전차병기, 대공병기를 사용할 수 있어 차량과 헬리콥터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게 됩니다. 

한 종류의 라이플을 계속 사용하면 반동을 줄이는 수직 손잡이, 더 멀리 있는 적을 조준할 수 있는 스코프, 유탄발사기와 같은 부품을 장착할 수 있고요. 전차를 많이 몰면 철갑탄보다 강력한 날개안정분리 철갑탄을 쓸 수 있는 등 탈것 업그레이드도 가능합니다. 나중에는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게 장비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업그레이드 옵션들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파츠를 조합해 근접전에 최적화한 P90의 모습.


파츠 업그레이드 해주고 도색까지 해주면 꽤나 강해 보이는 유닛이 튀어나와줍니다. 


전략 짜는 재미와 '스노우 볼링'의 재미를 살린 지휘관 모드 


지휘관 모드는 이색적이었습니다. 총격전에 참여할 때처럼 스릴이 넘쳐나지는 않고, 자신의 활약으로 전선을 뚫고 거점을 점령하는 극적인 재미는 없습니다. 대신 지휘관 스킬로 아군을 도와주는 재미, 자신의 예측이 맞아떨어졌을 때 스코어가 팍팍 올라가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지휘관 모드로 접속하면 미니맵을 보며 전투를 수행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적 위치를 탐색해 아군에게 알려주는 ‘스캔 UAV’, 적의 정찰을 방해해 아군 위치를 가려주는 ‘EMP UAV’, 아군에게 특정 거점을 점령하라고 지시하는 ‘분대 명령’ 등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캔 UAV로 적을 찾아낸 모습. 이때 아군이 킬을 기록하면 스코어가 쭉 올라갑니다.

지휘관이 정찰기로 찾아낸 적을 아군이 사살하거나, EMP가 투하된 지역 안에서 아군이 적을 사살했을 때는 스코어와 ‘자산’이란 포인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자산을 소모하면 특수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정 플레이어가 총격전으로 성과를 내면 그만큼 지휘관의 스코어와 자산이 더 쌓이는 ‘분대 진급’ 스킬이라든지, 최전선에서 싸우는 분대 주변에서 다른 플레이어가 리스폰되도록 해주는 스킬이라든지, 아군 보병의 탄약을 채워주는 보급품 투하 스킬 등을 말합니다. 

아군이 거점을 점령했을 때는 추가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가령 B 거점을 점령하면 적 전차와 헬리콥터 위치를 탐색하는 ‘장비 스캔’, C 거점을 점령하면 적 머리 위를 폭격하는 ‘순항 미사일 발사’ 혹은 ‘건쉽 배치’  D 거점을 점령하면 보병들을 찾아내주는 ‘보병 스캔’ 스킬을 사용하는 식입니다. 


지휘관 스킬로 소환된 '건쉽'의 탑승 화면.


숙련된 플레이어가 타준다면 건쉽으로 지상을 불바다로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위 스킬들을 조합해 전선을 뚫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특히 포위된 분대에게 병력 증강을 걸어줘서 포위를 뚫도록 도와주거나, 건쉽을 소환해 지상군을 쓸어버릴 때는 적절한 판단으로 위기를 역전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의 긍정적인 활약이 더 큰 활약으로 이어지는 '스노우 볼링' 효과의 재미도 맛볼 수 있습니다. 가령 잘하는 플레이어에게 '분대 진급'을 걸어주면 그 플레이어가 전투로 기록하는 스코어에 비례해 지휘관의 자산이 빨리 쌓입니다. 이 자산을 소모해 최전선에서 싸우는 플레이어에게 병력 증강을 팍팍 걸어주면 전선을 쉽게 밀어붙이고 주요 거점을 탈환하게 되죠. 

이때 건쉽 거점을 탈환하면 전차든 헬리콥터든 몽땅 쓸어버리는 폭격을 퍼부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자산을 더 많이 얻게 되고 다른 플레이어들을 지원해주는 스킬을 더 많이 써서 승리를 굳힐 수 있죠. 작은 눈덩이가 굴러가면서 큰 눈덩이가 되는 모습입니다. 

기본적인 지휘관 스킬로 시작해 승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고급 지휘관 스킬을 쓰는 계기를 마련할 때의 재미는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스노우 볼링의 재미를 맛보는 것 하나만으로도 지휘관 모드를 플레이할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순항 미사일 발사 화면. 제대로만 꽂히면 지휘관으로도 직접 킬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전쟁을 구현한 FPS, ‘오류와의 전쟁’도 구현했다?


지금까지 소개한 게임성대로라면 <배틀필드 4>는 상당한 수작입니다. 그래픽도 사실적이지, 실시간 파괴 효과는 업그레이드됐지, 전쟁을 방불케 하는 육해공 전투는 그대로 살렸고 시원시원한 전개와 성장의 묘미까지 챙겼습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장점들을 무색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게임이 튕겨버리는 오류가 언제 나타날지 모릅니다. 오류의 종류는 가지가지입니다. 

‘펑크 버스터’ 오류라면서 튕기는 문제, 다이렉트 X 오류로 튕기는 문제, 화면이 계속 시커멓게 나와서 강제 종료해야 하는 원인 불명의 문제, 무한 로딩 현상 등등이죠. 지포스 계열의 그래픽 카드를 사용하는 PC에서는 엔비디아 오디오 드라이버와의 충돌로 게임이 제멋대로 종료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출시 초 악명을 떨친 펑크 버스터 오류. 플레이어의 폭력성을 실험(!)하는 대표적인 문제였죠.

덕분에 플레이어들이 ‘윈도우 8.1일 때는 OS 언어 설정을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바꿔서 실행하기’ ‘다이렉트 X 문제를 줄이기 위해 호환성 설정을 윈도우 비스타 서비스 팩 1로 변경하기’, ‘엔비디아 오디오 드라이버는 장치 관리자 설정에서 비활성화하기’ 등 온갖 자구책을 연구했습니다. 하지만 자구책을 총동원해도 튕길 때는 튕기더군요. 

게임성은 대단한데 게임을 할 수 없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죠. <심시티>만큼 심한 편은 아닌데, <배틀필드 4>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배틀필드 4> 오류’가 뜨는 모습을 덮어놓고 가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EA에서는 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해 업데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14일에는 ‘상하이 봉쇄’ 맵에서 고층건물이 무너질 때 가까이 있는 플레이어들이 튕기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고요. 그 외 중대한 튕김 현상들을 해결할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빠른 시간 내로 문제가 해결돼 <배틀필드 4>를 쾌적하게 즐길 수 있으면 좋겠네요. 


지금은 수정된 고층건물 붕괴로 인한 튕김 현상. 앞으로도 문제가 꾸준히 수정되길 바라겠습니다.


미션 1만 제대로 만들었을 뿐, 연출도 스토리도 실망스러운 캠페인


캠페인도 기대 이하였습니다. 스토리는 그리 극적이지 않았거든요. 스토리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주인공은 ‘발키리’란 함대에 소속돼 있는 ‘툼스톤’ 분대입니다. ‘툼스톤’ 분대는 미국과 일전을 벌이려는 중국을 막기 위해 강경파인 ‘챵 제독’의 정적이자 평화를 지향하는 ‘진졔’를 보호하는 임무를 맡습니다.

 

그러나 임무를 수행하던 툼스톤 분대는 USS 발키리와 떨어져버리고 툼스톤 분대가 실종된 발키리는 위기에 휘말리게 됩니다. 스토리 구조 상 툼스톤 분대는 단독 행동을 많이 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전면전을 벌일 상황인데도 플레이어는 툼스톤 분대가 겪는 국지전만 경험하게 되죠. 

 

공군으로서 전투기도 조작하거나 다른 보병들과 함께 진군해서 도시를 공략하는 등, 대규모 전쟁을 조금이나마 더 묘사하려 했던 전작보다는 스케일이 줄어든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캠페인에도 고속정과 전차가 등장하긴 하지만, 멀티플레이만큼 전쟁의 느낌을 살리지 못했습니다. 


인물간의 갈등과 성장을 다루긴 하지만, 미션 7개로 드라마틱한 전개를 다루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연출도 실망스러웠습니다. 잘 만든 1인칭 시점의 게임이란 인상을 주지 못했거든요. 여기서 '잘 만든 1인칭 시점의 게임'이란 시종일관 생생한 느낌으로 플레이 가능한 게임을 뜻합니다. 건물이 파괴되면 눈 앞에서 건물 잔해가 눈 앞을 스쳐 지나가 짜릿한 스릴감이 느껴지고, 다른 캐릭터가 플레이어와 표정이 잘 보이는 곳에 서서 아이컨택을 해주며 대화해 실감나게 이야기를 주고 받는 듯한 착각이 드는 식으로요. 

또한 잘 만든 1인칭 시점의 게임은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가장 멋지게 보도록' 카메라 앵글을 조정하는 것은 물론, 특정 캐릭터를 따라가면 가장 멋진 구도에서 중요한 순간을 포착하도록 유도하는 장치까지 세심히 마련하죠. 이런 연출 기법을 최대한 활용한 <콜 오브 듀티: 모던워페어> 시리즈, <바이오쇼크 인피니트> 등의 게임은 한 편의 영화와 같은 영상미를 보여줬죠. 




격추된 헬리콥터가 자기 위를 스쳐 떨어지는 장면. 
미션 1은 코 앞에서 위기를 보여주는 기법을 활용해 극적 효과를 높였습니다.

그럼 <배틀필드 4>는 어땠냐,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미션 1만 신경 써서 만든 티가 납니다. 미션 1만 따지면 <배틀 필드 4>도 1인칭 시점에서 사용 가능한 연출을 충분히 활용했습니다. 적에게 격추된 아군 헬리콥터가 플레이어를 깔아뭉갤 기세로 떨어진다든지, 건물에서 떨어지려는 동료를 플레이어가 붙잡아주는 등 위기 상황을 아주 가까이서 보여주는 연출들이 나왔거든요. 

덤으로 위기에 빠진 동료를 살려야 할지 버려야 할지를 두고 다른 동료들과 의논할 때는 대화마저 비장하고 박력 넘칩니다. 캐릭터들의 애타는 표정이 잘 보이니까요.


캐릭터들의 감정이 한 눈에 보일 정도로 표정 묘사가 좋습니다. 미션 1에서는 쉽게 볼 수 있죠.

그러나 두번째 미션부터 덜 신경쓴 연출이 종종 나타납니다. 타고 있는 전함이 두동강날 때 캐릭터가 잠깐 휘청이고 끝난다든지, 캐릭터들이 플레이어를 안 보고 자기들끼리만 이야기해서 캐릭터들의 표정이나 리액션을 보기 힘들기도 하고요. 플레이어가 멋진 연출을 가장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유도해주는 캐릭터도 없어 극적인 순간을 바로 코 앞에서 못 보는 상황이 종종 일어납니다. 

물론 뭔가가 부서지는 상황에서는 여전히 화려한 연출이 나오긴 한데, 엄청나게 큰 건물이 부서지는 것 치고는 위기감이 덜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십중팔구 죽을 것 같은 위기 상황임에도 플레이어 시점이 몇 번 기우뚱거리다가 끝나거나 물 속에 몇 번 처박히는 정도로 끝나는 경우처럼 말이죠. 

아슬아슬한 자세로 중화기로 헬리콥터를 저격해 위기를 극복하는 미션 1의 장면에 비해 너무나도 시시한 위기 극복이 나타나니 맥이 빠지더군요. 이쯤되니 미션 1 만드는 데에 시간을 다 쏟고 남는 시간 동안 6개 미션을 만든 것이 아닌가 의심이 갈 정도입니다.

미션 1만큼 연출에 공을 들였다면, 플레이어가 캐릭터들과 생생하게 대화를 준다는 인상을 줬다면 <콜 오브 듀티> 시리즈 못지 않은 극적 연출을 체험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더군요. 결론은 캠페인 미션은 <배틀필드 4>의 튜토리얼이고, 실제 게임은 멀티플레이 모드라는 겁니다.


극적인 장면을 제대로 보려면 플레이어가 '알아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납니다.


1인칭 시점에서 인물들의 표정을 더 잘 보여줬다면 대화 장면도 실감났을텐데 아쉽네요.


미션 1에서 헬리콥터를 떨어뜨리는 장면. 
이 장면만큼이나 극적인 위기 극복은 다른 미션에서 보기 힘듭니다.


안정화가 된 뒤에는 꼭 해볼만한 멀티플레이 FPS


게임성은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배틀필드> 시리즈의 최신작답게 전쟁에 가까운 대결을 잘 구현했고, 다양한 유닛과 지휘관 모드를 활용한 전략적 플레이도 살렸습니다. 총격전 위주의 FPS에 질린 플레이어, 전략적인 팀웍을 원하는 플레이어에게는 충분히 추천할만한 타이틀입니다. 

문제는 게임 서비스가 아직도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이죠. 업데이트로 개선되긴 하겠지만 문제가 많다 보니 금방 해결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 어렵습니다. FPS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플레이할만한 게임이지만 당장 플레이하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네요. 

아직 <배틀필드 4>를 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게임이 안정화된 뒤 구매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오리진 특성 상 추후 세일을 할 가능성도 있을 테니까요. 현재 상황을 기준으로 10점 만점에 8점을 주고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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