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는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 엔진으로는 언리얼 엔진으로 유명한 에픽게임스의 대표이자 천재 프로그래머로 알려진 팀 스위니가 한국을 방문했다. 지금도 현역 프로그래머로 개발에 몰두하는 그가 한국을 찾은 것은 6년 만의 일이다.
한국은 에픽게임스의 입장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장이다. 무료로 배포되는 언리얼 엔진 개발킷(UDK)의 경우 한국(서울)이 도시로는 다운로드 1위, 국가로는 3위에 올라갈 정도로 언리얼 엔진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만큼 에픽게임스에서도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
에픽게임스의 수장이면서 현혁 프로그래머로 직접 엔진을 개발하고 있는 팀 스위니를 디스이즈게임이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TIG: 한국 방문을 환영한다. 이번이 몇 번째 방한인가?
팀 스위니: 내 기억으로는 2002년에 처음 한국을 찾은 이후 몇 번인가 비즈니스를 위해 찾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언리얼 엔진 2를 이용해 온라인게임을 만들던 개발사를 찾아간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2>로 기억한다.
TIG: 앞으로 게임 엔진 시장이 얼마나 성장할 것으로 보나?
전 세계적으로 많은 게임 개발사들이 있다. 언리얼 엔진을 이용해 개발되는 게임도 매년 100 개 이상 나온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대다수의 게임은 자체 엔진으로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향후 복잡해지는 개발 과정에서 기반이 되는 제작 툴을 준비하는 시간과 비용이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라고 본다.
즉 상용 엔진을 구입하는 비용보다 자체 엔진을 개발하는 비용이 비싸지면, 향후 언리얼 엔진 등 상용 엔진을 구입할 여지가 많아진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엔진 시장은 급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TIG: 한국에서는 언리얼 엔진을 많이 사용하는 반면 크라이텍 엔진을 채택한 곳도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크라이텍 엔진을 말한다면?
우리가 상대방의 게임 엔진을 평가하는 일은 옳지 않다고 본다. 크라이텍도 실력이 있고 엔진도 훌륭하다. 언리얼 엔진과 비교하는 사람도 있는데, 개발 기술이나 철학적인 면에서 다른 부분이 많아서 비교 자체가 힘들다.
예를 들어 언리얼 엔진은 처음부터 멀티 플랫폼을 지원해서 개발사에게 다양한 시장 진입의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지금은 아이폰 버전의 언리얼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개발툴과 아키텍쳐 면에서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즉, 범용성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TIG: 엔진을 개발하는 철학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개념인가?
첫 번째 철학은 게임 개발 툴을 만들 때 생산성과 효율성을 생각하는 것이다. 모든 게임 개발사가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어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빠른 시간 안에 각 팀원의 생산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언리얼 엔진은 이러한 특성을 염두에 두고 개발이 진행된다. 예를 들어 각 개발팀 구성원이 어떻게 작업하는지를 고려해서 엔진을 개발하는 것이다.
과거의 게임 개발은 프로그래머가 대부분의 작업을 하면 이후에 아트 관련 작업을 추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티스트가 프로그래머보다 많은 환경이 되었다. 한마디로 각 개발팀 구성원이 어떤 상호 작용을 하는지를 고려해 엔진 개발툴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생각하고 있다.
두 번째 철학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엔진을 개발하는 것이다. 엔진 성능의 변화를 추구할 때 이전 버전을 고려해 향후에 어떤 지원을 필요로 하는지 고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언리얼 엔진 3의 경우 앞으로 최소 5년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가 될 것이다.
엔진을 업데이트하면서 차세대에는 어떤 기술이 사용될까를 고려한다. 코드 하나를 사용해도 오랫동안 다양한 장르에서 쓰일 수 있도록 생각해서 만든다. 이런 철학은 다른 업체들이 언리얼 엔진을 사용할 때 개발사의 차별화를 위해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TIG: 그러한 철학이 언리얼 엔진 4에는 어떻게 반영되고 있나?
언리얼 엔진 4에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 첫 번째는 프로그래밍 모델이다. 미래의 CPU와 GPU는 성능이 높아진다. 또한 쿼드코어를 넘어 더 많은 멀티코어가 쓰일 것이다.
그렇다면 멀티코어를 이용해 어떻게 뛰어난 성능을 쉽게 구현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그래픽 측면에서도 렌더링을 극대화 할 수 있을까 하는 기술적인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다. 아직까지 연구 단계에 있어서 더 이상 자세한 내용을 말하기는 힘들다.
TIG: 얼마전 언리얼 엔진의 모바일 버전 데모가 공개됐다. 언제쯤 보급을 시작할 예정인가?
모바일 환경도 향후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다. 얼마 전 아이폰에서 동작하는 언리얼 엔진 데모가 공개된 바 있다. 엔비디아의 테그라 칩셋에서 동작하는 언리얼 엔진도 있다. 현재 이런 모바일 언리얼 엔진은 상업적인 용도보다는 연구와 실험 프로젝트로 준비하고 있어 구체적인 일정을 말할 수 없다. 향후 더 많은 정보가 준비되면 별도의 발표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TIG: 사실 아이폰 같은 모바일 기기는 플랫폼의 성능이 낮다. 이런 낮은 하드웨어 퍼포먼스에서 언리얼 엔진을 모바일로 선보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물론 아이폰 같은 모바일 기기의 성능은 낮다. 언리얼 엔진이 모바일로 선보이는 의미는 어떤 게임을 만들었을 때 단일 플랫폼이 아닌 멀티 플랫폼으로 확장이 쉽다는 것을 뜻한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하나의 개발 환경에서 중복 투자를 막을 수 있다. 언리얼 모바일 프로젝트는 멀티 플랫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프로젝트의 정식 명칭은 ‘언리얼 엔진 3 컴파일 with 아이폰’이다. 지금은 몇몇 기능이 빠져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개발환경은 콘솔 게임 개발 환경과 다르지 않다.
즉, 언리얼 엔진 툴을 이용해 만든 게임을 아이폰용으로도 코드 컴파일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지금도 콘솔 게임은 PC 환경에서 개발하고 Xbox360으로 컴파일하는 식이다.
아이폰 3Gs에서 구현된 ‘언리얼엔진 3 컴파일 with 아이폰’.
TIG: 아이폰을 위한 앱스토어나 테그라 기반에서 개발할 경우 개인 개발자 지원이라는 부분이 걸림돌이다. 향후 개인 라이선스를 정책적으로 지원할 계획인가?
지금 정확하게 뭐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다만 UDK 등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지금도 개발은 무료로 진행하고 향후 상업화할 경우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정책이 PC나 콘솔에서는 진행되고 있다. 모바일에서도 개인 라이선스를 진행할 계획이 있냐고 묻는다면, 계획이 아주 없지는 않다고 말할 수 있다.
TIG: 마지막으로 본인은 스스로 게임 개발자, 엔진 개발자, CEO 중에서 어떤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나 스스로는 프로그래머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하는 일도 현역 프로그래머다. 코드를 작성하는 일이 즐겁다. 부수적으로 CEO를 맡고 있는데, 이 역시 하이 레벨 전략에만 관여하고 나머지는 전문 경영진이 담당하고 있다.
또 테크니컬 디렉터로 게임을 개발하는 데 있어 언리얼 엔진에 포커스를 맞춰 개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다만, 게임 개발자로서는 16년 전을 마지막으로 (개발에서) 손을 뗐다.
에픽게임스에서 게임 개발과 관련한 일은 모두 (클리프) 블레진스키가 담당하고 있다. 지금은 스스로도 게임 개발 센스는 상당히 뒤처져 있다고 생각한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