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석 PD: 2주 정도의 서비스 기간을 거치며 우리가 원했던 것은 안정성 검증이었다. 장기간 서비스에서 생기는 여러 문제점과 밸런스, 숨겨진 버그 등 몰랐던 부분을 찾아냈다. 그 뒤로 보완하는 계획을 세워서 개발했는데, 원하는 결과는 어느 정도 얻은 것 같다. 의도한 것들이 70~80% 정도 나와서 만족스럽다.
사전체험 서비스에서 유저들의 반응은 어땠나?
홍성화 팀장: 가장 걱정했던 게 ‘서비스를 16일 동안 하면서 오랜 기간 유저들이 버틸 수 있을까?’였다. 하지만 동접자, 잔존율을 봐도 충분히 즐겨 줬고 유저도 만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게임의 특징을 유저들이 잘 받아들여 주지 않았나 싶다.
한 맵에서 여러 모드를 지원하는 방식이나 게임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부 최적화와 애니메이션 부분에 대해 이야기가 나와 수정 중이다. 게임 밸런스에 대한 이야기도 있는데, 유저끼리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형태여서 괜찮지 않았나 생각한다.
테스트를 통해 지적된 문제들은 무엇인가?
박정석: 1차 테스트 때 유저들이 많이 몰려서 편의성 기능에 대한 말이 많이 나왔다. 특히 방 찾기가 힘들고 정렬도 안 됐기 때문에 방 정렬과 빠른 입장을 추가했다. 밸런스 부분은 총기에서 일부 지적이 있었는데 해결됐다.
애니메이션은 1차 테스트 때는 수작업으로 했다가 결과를 보완하기 위해 모션캡처로 바꿨다. 원래는 사전체험 서비스 때 완벽하게 적용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부족해 완성도가 떨어진 상태로 애니메이션이 들어가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였다. 그 분량도 다른 게임에 비해 엄청나게 많아서 시간적으로 부족하지만 그동안 계속 보완해 적용했다.
보이스의 경우 이름 있는 분과 작업해 퀄리티가 높다. 보이스의 양도 기존 게임과 비교하면 많다. 다른 게임은 보이스의 중요도가 적은데, <배터리>는 많이 들려서 그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듯하다. 그래서 보완하기보다 콘텐츠별로 양을 채우는 형태로 계획했다.
일부 유저는 한국어 보이스를 한 사람이 녹음한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아니다. 두 사람이다. 잘 하는 사람이다 보니 차이가 없게 느껴졌을 것이다. 영어나 러시아어도 여러 명이 녹음했다. 아무래도 언어적인 특성인 것 같다. 참고로 더빙에 여성을 기용할까 잠시 고민했었다.
상당히 많은 <배터리> 유저들이 제기한 문제가 최적화다.
박정석: 최적화는 계속 해야하는 것이지만, 언제나 최적화는 호환성과 대립하게 된다. 게임이 잘 돌아가든, 안 돌아가든 유저의 PC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호환성은 꾸준히 관리하고 보완해야 할 이슈다.
<배터리>가 다른 게임에 비해 프레임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른 게임에 비해 오픈 필드가 많이 존재하면 어느 정도 프레임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추구하는 게임성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최적화 이슈는 일부 PC에서 나오는 문제고, 그 일부에 대한 파악도 진행해 왔다. 유저와 따로 연락해서 확인해도 전반적인 문제보다 특정 부품에 대한 호환 문제였다. 보통 PC에서는 조합만 정상적이면 문제없었다. 심지어 지포스 5700에서 <배터리>를 돌리는 저사양 유저도 있었다.
신기술이 들어갈 때마다 호환성 문제는 생길 것이다. 예를 들어 실시간 그림자를 추가하려고 노력했는데, 그것 때문에 문제가 좀 생기기도 했다. 다른 게임은 보통 퀄리티를 처음에 올려 놓고 점점 떨어뜨리지만 우리는 상향 정책이 개발진 앞에 놓인 과제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래픽 옵션은 상당히 많다. 고사양 PC 유저가 높은 퀄리티로 즐기도록 개발을 진행해도 저사양 플레이를 위한 스펙은 항상 남겨 놓을 것이다.
홍성화: FPS의 대표 총기 AK47이 제일 높았고, 다음으로 한 방에 강한 저격총 헤카테, 그 다음이 UMP45 기관단총이었다.
주로 <배터리>를 처음 접하는 유저가 AK47이나 헤카테를 쓰고 맵이 파악되면 UMP45나 MP5를 애용하더라. 전리품으로 얻는 총 중에서는 전반적으로 선호도가 고르게 나타났고, 경매장에서도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유저들은 유난히 FPS 게임의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한다. 느끼는 바가 있나?
박정석: 크게 두 가지라고 본다. 극단적인 유료화와 편중된 업데이트 때문에 말이 나오는 것 같다.
일단 <배터리>의 기본 콘셉트가 한 맵에서 모든 모드를 즐길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편중된 콘텐츠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듯하다. PvP만이 아닌 PvE도 들어가기 때문에 개발진은 하나에 편중할 생각도 없다.
업데이트됐을 때 라이트 유저도 중요하지만 하드코어 유저도 중요하다. 두 부류가 전반적으로 만족하는 업데이트를 선보일 수 있도록 고려하고 있다. 그것이 맵에 모든 모드가 들어가는 가장 큰 이유다.
홍성화: 운영자(GM) 활동에서는 적극적으로 많이 대처했다. 유저와 소통해서 원하는 것과 불편한 게 무엇인지 개발팀에 넘겨주고, 이를 보완하는 형태로 운영을 진행한 것이 괜찮은 평가를 받은 듯하다.
OBT에 맞춰 한국산 K-7 등 다양한 총기가 추가된다.
그래픽이 꽤 업그레이드됐다. 최근까지 어떤 노력들이 있었나?
박정석: 1차 테스트 당시에는 언리얼 엔진 2.5의 자체 커스텀 단계였다. 실제로 엔진 자체에 우리의 폼을 얹기가 힘들었고, 1차 테스트 때는 마무리가 덜 된 상태였다.
그래서 사전체험 테스트에서는 더 좋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다만 엔진에 신기술을 접목하는데 최신 엔진이 아니고 툴도 예전 것이라 최적화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래픽 디자이너의 경우 기존 콘텐츠에 신기술을 접목하면 이미 만든 것까지 수정해야 한다. 이렇게 이전 버전을 다 고치면서 앞으로 나올 것도 동시에 개발해야 하니 많이 힘든 상황이다.
앞으로 계속 업그레이드를 통해 더 좋은 그래픽을 선보이려고 노력할 것이다. 전반적 부분보다 신규 콘텐츠가 나올 때 좋은 퀄리티로 향상된 것이 적용돼 하나씩 등장할 것이다.
<배터리>의 그래픽이 화려함을 선호하는 유저에게 밋밋하게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화려할수록 플레이에 지장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절제와 고증으로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 포커스가 맞춰져 있고, 과하면 부하가 걸리니 퀄리티와 최적화 사이에서 적정선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위가 1차 테스트 스크린샷, 아래가 사전체험 테스트 스크린샷.
<배터리>를 언급할 때 항상 따라다니는 단어가 바로 ‘조선 워페어’다.
박정석: 그 이름은 누가 지었는지 정말 잘 지었다. 유저들의 네이밍 센스가 참 뛰어나다. 주요 콘텐츠 연출에서 오해가 발생한 것이다. 처음에 우리가 의도한 바와 다르게 여론이 형성됐다. 하지만 여러가지 측면에선 많이 다르다. 실제로 2차 테스트가 진행되며 그 얘긴 많이 줄었다.
그러나 그로 인해 개발에서 애로점이 생겨 버렸다. 뭐 하나 넣으려고 하면 ‘또 유저들이 뭐라고 하지 않을까’ 걱정을 먼저 하게 돼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소극적으로 변한 것 같다. 그래도 군사 고증을 따라서 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렇게 하면 멋있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최대한 적극적으로 하려 한다.
<모던 워페어>와 비교된다는 건 영광이다. 하지만 밀리터리 FPS 게임은 비슷한 부분이 많다. 예전 국산 게임에 나온 것들이 <모던 워페어>에 추가되기도 했다. 아무래도 성공한 게임이라 그런 부분이 있는 듯하다.
사실 그렇게 지적받는 것도 <모던 워페어>가 먼저 도입했을 뿐, 전 세계의 트렌드다. 이미 출시된 <오퍼레이션 7>과 <아바>에도 있던 것들이다. <배틀필드> <메달오브아너>도 <모던 워페어>와 흡사한 부분이 많다. 그런 게임들을 하나의 장르라고 본다.
현재 MMORPG는 외국의 패턴이 국내에 빠르게 접목됐는데 FPS 장르는 더딘 상황이다.
우리가 판단했을 때 이런 장르가 한번 더 온다고 봤다. 그렇게 되면 시장에서는 ‘카스류’와 ‘비카스류’로 양분될 테고, 거기에 우리가 먼저 뛰어든 거다. <카운터스트라이크>를 보완할 아이디어를 모으면 현재의 트렌드가 된다고 본다.
<배터리>를 개발한 이유도 게임의 패턴과 트렌드는 유행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우리 같은 게임 장르가 안착하지 못하면 FPS 시장의 발전은 빨라지지 않을 거라고 본다.
<배터리>를 통해 유저풀이나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개선돼 시장에 안착한다면 향후 FPS 개발 방향은 무궁무진해질 테고, 다양한 FPS를 만들어 양질의 게임을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OBT에서는 어떤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인가?
일단 <배터리>가 기존의 온라인 FPS 스타일과는 다르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튜토리얼 모드가 하나 들어간다. 편의성도 강화되고 테스트 막바지에 공개한 모스크바가 처음부터 들어가게 된다. 초반에는 콘텐츠 안정성에 무게를 두고 겨울방학 시즌까지 짧게는 2주에 1번 맵과 모드를 계속 추가해 나갈 것이다.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시가전투 맵 모스크바.
그리고 유저들에게 많은 선택권을 부여해 주고 싶다. 예를 들어 그동안 테스트에서는 방을 만들 때 ‘무기 제한’이 표시돼 있지만 기능을 사용할 수 없었는데 OBT에서는 유저들이 다양한 환경을 설정할 수 있도록 제공할 것이다. 무기와 관련된 2~3종의 모드와 일반적 모드 1종 정도를 나중에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드에서는 옵션을 다양화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폭탄을 1명이 아니고 여러 명이 들거나 공수교대식으로 계속 바뀌는 것들인데, 유저들이 헷갈릴까봐 처음부터 추가하지는 않고 유저가 원하는 게임 스타일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그 외에도 전리품이나 퀘스트 등의 시스템에도 신경을 쓰고 있어서 더 보강될 것이다. 전투 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해 즐길거리를 풍성하게 제공하려고 한다.
그래픽 퀄리티 부분에서는 바로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일부분에서 높아졌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초반엔 안정성이 중요하니 대대적으로 높이진 않을 계획이다.
상용화 모델은 어떤 것을 생각하고 있나?
박정석: 공개는 아직 이르지만 이른바 ‘캡슐’과 관련된 것들은 안 들어갈 예정이다. 상용화로 인해 게임성이 변하는 것을 추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의 개발 방향은 유저들이 <배터리>라는 놀이터에서 마음껏 즐기는 것이다. 앞으로도 그런 방향으로 갈 것이고, 이벤트 맵이나 다른 모드는 나오겠지만 기본 맥락은 지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