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새로운 MMORPG가 발표됐다. <RYL> <R2> <C9>을 개발했던 김대일 PD의 신작이다. 아니 이제는 펄어비스에서 <검은 사막>의 개발을 총괄하는 김대일 대표라는 말이 정확한 표현이다.
MMORPG, 그것도 샌드박스 형태의 논타겟팅 전투와 화려한 그래픽을 추구한다. <검은 사막>의 데뷔 영상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혹자는 <RYL>의 타격감과 <R2>의 공성전, <C9> 액션을 한데 모은 김대일의 MMORPG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과연 <검은 사막>은 무슨 콘셉트로, 어떤 게임으로 만들어지고 있을까? 펄어비스 김대일 대표를 만나서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검은 사막>을 개발 중인 펄어비스의 김대일 대표.
영상의 플레이 타임 순서대로 질문을 하려고 한다. 먼저 그래픽이 눈에 띄는데 게임엔진은 직접 개발한 것인가?
김대일: 자체개발 엔진이 맞다. 게임을 개발하기 전부터 MMORPG를 만들기 위한 엔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반대로 엔진을 개발하면서 이는 MMO를 위한 엔진이라고 생각했다. 과거 게임을 개발할 때부터 랙이나 기타 다양한 이슈를 경험하면서 자체엔진의 필요성을 느꼈다.
내부적으로 개발인력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엔진을 빨리 만들어야 했는데, 그러면서도 우리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다 집어넣어야 했다. 예를 들어 광원효과가 모두 다이내믹하게 엔진 차원에서 적용돼야 했다.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피드백을 빠르게 적용할 수도 있어야 했다. 다시 말해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정도 빠르게 할 수 있는 엔진이 필요했다. 유명 게임엔진의 그래픽 구현의 목표는 사진 같은, 영화 같은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엔진의 목표도 마찬가지다.
MMORPG는 유저가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는 모두 보여줄 수 있는, 다시 말해 땅, 하늘, 배경, 캐릭터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봐도 소위 말하는 예쁘게 보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은 엔진 구현은 마무리된 상태로 최적화 단계다. 일단 지포스 9600GT 정도 사양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심리스 월드에서 낮과 밤의 시간변화와 행동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직접 게임을 보니 맵이 심리스로 구현돼 있다. MMORPG라서? 아니면 게임의 특화된 뭔가를 위해서 채택한 방식인가?
락스타의 게임 <GTA> <레드 데드 리뎀션> 등을 하다 보면 광활한 맵에서 플레이하는 것이 게임의 몰입도를 높인다고 생각했다. 즉 이렇게 큰 맵에서의 상호작용을 통해 게임성을 만들어 내는 것 자체가 큰 쾌감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있다’는 느낌을 준다고 할까?
저 멀리 산이 보이면 저절로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실제로 갈 수도 있다. 포털을 이용해 순식간에 이동하는 것과는 게임을 즐기는 느낌에 차이가 있다. 따라서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심리스 방식을 사용하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만들다 보니 더 힘들긴 했다(웃음).
영상에서는 마을과 성, 그리고 채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게임에서는 이것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통해 연계된다고 봐야 하나?
마을은 시작 지점이자 게임에 접속하는 유저들이 처음 진입하는 공간이다. 만약 해당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가정해 보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마을이라는 그 자체만 보고 들어간다. 그 안에 사람들이 있지만 처음 보는 이들이다.
처음 본 사람에게 이런저런 것을 부탁하고 서로 믿고 거래할 수 있을까? 아니다. 그래서 <검은 사막>에는 NPC와의 친밀도가 존재한다. 서로 관계를 만들어 가면서 친해질수록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 미션을 수행해 주고 보상을 받거나, 상인들과 거래량이 많아지고, 가치의 배분도 더해주는 등의 일이 벌어진다.
영상에서는 볼 수 없었지만 존재하는 모든 건물에 사람이 들어갈 수 있고, 유저들이 살아 가는 공간이 된다. 집을 구하기 위해서는 촌장 등을 만나 거주권을 구해야 한다. 즉 촌장과 친밀도가 높아져야 하우징이 가능해진다.
하우징을 통해서도 상호작용이 일어난다고 보면 되나?
음… <검은 사막>의 하우징은 여타 게임하고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기존에는 집을 사고 꾸미는 것 위주인데, 우리는 설비한다는 개념으로 들어간다. 예를 들어 솥이나 광석을 녹이는 용광로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채집한 광물 등을 녹여 생산물을 만들고, 그것을 거래하는 식의 플레이가 가능하다.
필드에는 감자나 옥수수 밭 등이 있다. 플레이하다가 탐험 모드를 통해 자신의 영역을 이어주는 노드를 연결할 수 있다. 영역이 생기면 그 안에 있는 농장이나 광산 등을 구입할 수도 있다. 여기서 얻은 자원을 집에 설치한 설비로 가공하게 된다.
이 개념을 키우면 길드원끼리 노드를 합쳐서 길드의 활동영역을 만들 수 있다. 이 영역을 토대로 무역, 제작, 공성전은 물론 상권을 만들어 가는 게임이 될 것이다.
직접 보니 마을에서 NPC들이 상당히 자연스럽게 활동하고 있다. 중요한 요소인가?
앞에서 말했지만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과거 게임을 만들다 보면 NPC가 아까웠다. 이들에게 들어가는 리소스는 결코 적은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점이나 퀘스트를 전달해주는 역할에 불과했다. NPC에 더 많은 의미를 주고 싶었다. 단순히 돌아다니는 것 외에도 나와의 관계를 만들어 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실에서도 살다 보면 관계가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나뉘는데, <검은 사막> 안에서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어느 한쪽의 친밀도가 높아지면 경쟁 NPC와의 관계가 나빠질 수도 있다. 이런 관계를 이용하고, 친밀도를 쌓아 갈 수 있도록 개발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물론 고민도 있다. 어떻게 하면 아이디어를 재미있게 구현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일단 친밀도를 높일 수 있는 NPC는 마을마다 그 수가 다르다. 전체 NPC는 아니고 특정 인물들을 중심으로 구현돼 있다.
탐험과 교역, 고용 같은 시스템은 <검은 사막>의 핵심인가? 아니면 전체를 아우르는 시스템인가?
전체를 아우르는 요소다. 유저들이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플레이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이런 일상적인 시스템으로 플레이를 확장하고 싶은 유저도 있고, 전투를 중심으로 플레이하고 싶은 유저들도 있을 것이다.
일단 그 선택의 기로에서 자기가 정한 길을 따라갔을 때 넓고 깊은 플레이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다만 아예 전투를 하지 않을 수는 없을 테고, 전투의 비중을 낮출 수는 있을 것이다.
NPC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게임 내 활동을 위한 시작이자 연결점이 된다.
결과적으로 하우징, 교역, 탐험, NPC와의 관계가 서로 연결된다. 그렇다면 <검은 사막>의 콘셉트는 상호작용인가?
<검은 사막>의 샌드박스 시스템으로 유저들의 놀이터를 만드는 것이다. 한 유저의 행동을 통해 다른 유저의 행동이 바뀌고, 그것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즉 유저끼리 상호작용을 통해 플레이의 재미를 찾는 방법과 행동이 연계되도록 게임을 디자인하고 있다.
그것을 목표로 만들고 있기는 하다. 다만 MO가 아니다 보니 오랫동안 플레이해도 힘들지 않은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액션이 존재하지만 조작감을 유지하면서 피곤함을 느끼지 못하게 해야 한다.
마우스를 상대적으로 덜 움직이도록 타이밍을 전부 맞추면서 싸우지 않도록 만들고 있다. 이른바 ‘감각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스킬의 수를 줄였다. 쿨타임, HP, 마나, 스태미나를 각각 이용하는 스킬이 있어 자연스럽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콤보를 넣을 수 있다.
흔히 때렸을 때 밀리는 모습 같은, 이른바 작용·반작용 모션이 눈에 띈다. 또 실감나는 마상전투가 구현됐다.
만드느라 고생했다. 랙으로 보면 안 된다(웃음). 때리면 밀린다거나, 넘어진다거나 하는 것은 하나하나 전략으로 이용된다. 예를 들어 달려가면서 때리면 대미지가 2번 들어간다. 물론 힘들이지 않고 그냥 공격해도 상관없다.
그러나 플레이를 좀더 잘하고 싶다면 상대를 뒤로 밀치고, 넘어뜨린 다음에 공격을 하는 등 자신만의 전략을 만들 수 있다. 스킬 같은 경우 쿨타임 베이스였을 경우 공식적으로 키를 누르게 되는 플레이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검은 사막>은 상황에 맞는 스킬을 사용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각각의 유저들이 자신만의 패턴으로 전투를 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실제 내부 테스트를 통해서도 이런 모습을 확인하고 있다.
논타겟팅 전투는 결국 아이템보다 컨트롤이 승부를 가른다고 볼 수 있다. <검은 사막>도 그렇게 봐야 하나?
내부에서는 게임 플레이가 순발력이 아닌 경험에 의한 판단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즉 상황에 맞춘 반응을 누가 더 정확하게 하는지가 관건이다. 적이 특정 무기로 어떤 스킬을 사용할 때, 나는 지금 들고 있는 무기로 어떻게 공격할지, 상대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 때 어떻게 해야 할지는 경험에서 나온다.
<검은 사막>은 유저의 컨트롤과 아이템이 6:4 정도가 되도록 밸런스를 잡고자 한다. 플레이하면서 경험이 쌓이면 누구나 비슷해진다고 본다. 컨트롤이 좋으면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험이 이를 보완해주는 게임이 되길 바란다. 다른 말로 하면 전투의 경험은 ‘누구의 전략이 더 좋은가’라고 볼 수 있다.
캐릭터의 성장은 스킬트리 방식인가? 아니면 주어진 스킬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방식인가?
스킬트리가 기본이다. 스킬을 찍을수록 강해지게 만들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강함을 추구할지를 생각하고 있다. 일단 스킬트리를 통한 목표성을 가져가고자 한다. 극단적으로 패시브 스킬만 찍은 캐릭터와 액티브 스킬만 찍은 캐릭터가 맞붙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스킬트리를 실시간으로 바꿀 수 있는 방식도 고민하고 있다. 다만 둘 중에 하나를 고르는 방식은 아니도록 할 것이다. 매니지먼트 게임이나 TCG에서 덱을 고민하듯 스킬 선택을 고민하되 그 안에서 재미를 주는 방식을 생각 중이다. TIG 독자들도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댓글로 부탁드린다.
영상의 후반부는 공성전으로 채워져 있다. <검은 사막>의 공성전에 대해 말하자면?
콘셉트는 ‘게임 내에서 챔피언 길드를 만들자’는 것이 시작이다. 게임 속 재화에 대한, 그리고 플레이에 대한 권력을 유저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이것이 공성전을 통해 유저들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이다.
공성전을 기획하면서 가장 기본적으로 추구한 것은 ‘길드와 길드의 자원싸움으로 진행돼야 하고, 누구나 그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비슷한 자원을 가진 길드끼리 공성전을 벌인다면 전술이나 협동력이 더 좋은 길드가 이길 수 있는 시스템이다.
전술은 공격과 수비 모두에게 중요하다. 공성 측은 대포를 이용해 성문을 부술지, 아니면 성 안으로 포격을 가할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 수성 측은 기마대를 이용해 적의 포병부터 없앨지, 아니면 보병부대를 기습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여기서 자원의 조합이 중요하다. 말을 많이 확보했다면 기마대가 강할 것이고, 대포를 확보했다면 포병이 강해진다. 각각의 길드가 어떤 전략을 중심으로 자원을 확보했는지도 볼거리가 된다.
공성전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역시 자원의 독점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게임머니를 취하고 해당 지역의 특산물을 독점할 수 있다. 탐험 포인트 얻어 마을과 마을 사이의 노드를 찍으면 그 안에서 무역을 할 수 있는데, 이 영역을 차지한 길드가 세금을 거둬 갈 수도 있다. 물론 이를 거부하고 싸움을 할 수도 있다.
특별한 정치 시스템을 구현하기보다 게임에서 권력을 독점하는 것만으로도 상호작용을 통해 정치가 성립된다고 본다. 참고로 탐험을 통해 노드를 찍는 것은 개인의 영역이다. 길드원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겹치는 지역이 생기는데 이것이 바로 길드의 영역이 된다.
너무 강한 길드가 등장하면 게임이 재미없어질 수도 있다.
공성전이 재미없어지는 이유는 서버가 통일돼 버리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그런 상황을 재미있게 막아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물론 대형 길드가 모든 성을 다 차지하고 독재할 가능성도 있지만, 자연스럽게 쪼개지고 통합되는 과정이 나오도록 준비하고 있다.
예를 들면 내부의 반란이 일어나는 형식인가?
음… 아직 말해서는 안 되는 내용인데… 게임의 설정 중에 고결한 ‘블랙스톤’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모두들 이것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움직여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블랙스톤을 갖고 있으면 ‘영웅’이 되기 때문이다.
큰 길드에서 블랙스톤을 주워버리면 아무런 일도 없겠지만, 개인, 혹은 소규모 길드에서 이를 차지하면 영웅이 탄생하고 권력을 차지한 무리에게는 큰 위협이 된다. 영웅의 도래를 추구하는 자들과 이를 막기 위한 권력자들의 행동이 서로 순환되면서 자연스럽게 공성 등이 주기적으로 진행되도록 한다.
지금은 너무 개념적으로만 말해서 이해를 못할 수도 있는데, 일단 어떻게 등장하고 적용되는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주기 바란다.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을 말해버린 김 대표.
게임의 대륙을 보면 반 정도가 사막이다. 그 사막 안에서 전쟁이 벌어진다. ‘검은’이라는 이미지와 ‘사막’을 떠올리면 중동의 석유를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석유는 동력을 만들기 위한 연료로 쓰이지만, 플라스틱이나 다양한 물건을 만드는 원천이기도 하다.
<검은 사막>의 배경은 두 나라가 사막에서 채취할 수 있는 원천자원인 ‘블랙스톤’ 때문에 전쟁을 하고 황폐해졌다는 설정이다. 전체지도를 지금 공개하면 안 되지만, 이해를 돕기위해서 촬영해서 가도 좋다.
게임명을 정할 때 고민도 좀 했다. 게임 속에서 물질을 추구하는 카르페온 공화국은 해당 지역을 ‘검은 사막’이라고 부르지만, 정신을 추구하는 발렌시아 왕국은 전쟁 때문에 숱한 피가 뿌려졌다는 의미로 ‘붉은 사막’이라고 부른다.
게임의 상징성을 보면 ‘블랙스톤’이라는 자원쟁탈이 중심이기에 <검은 사막>으로 정했다. 또 단어의 의미가 명확해서 유저들이 게임을 받아들이는 데 효과적인 이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쉽지만 본인이 만든 게임 중에서 성공적으로 롱런하고 있는 타이틀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제는 대표라는 입장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개발하는 것 같다.
롱런하고 있지만, 성공적으로 롱런하고 있지 못하다는 말은 맞다. 과거에도 게임을 개발할 때는 언제나 배수의 진을 쳤다(웃음).
<검은 사막>을 만들면서는 더 심하게 치고 있다. PD였을 때보다 대표라는 입장에서 이번에는 더 대중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 회사 사람들, 오랜 동료들도 이에 목말라하고 있다. 때문에 모두 하나된 마음으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새로운 시스템의 구현이 거의 다 마무리됐고, 이제 재미와 데이터적인 방향, 플레이했을 때 확 다가오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손볼 시간이 필요하다.
운이 좋다면 우리가 원하던 것이 빠르게 진행될 수도 있지만 늦어질 수도 있다. 그 시기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일단 2013년 안에는 모든 일정을 맞출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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