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3년 연속 지스타에 참가한 워게이밍.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월드 오브 탱크>를 서비스하기 전인 2011년이었다. 워게이밍은 첫 지스타를 열혈 유저들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치르고, 이후 점점 규모를 키우며 어느덧 지스타의 메인 부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워게이밍 창립 15주년으로 전 세계를 돌면서 다양한 전시회에 참가했고, 그 마무리를 한국의 지스타를 통해서 하게 됐다. 이에 디스이즈게임은 14일 워게이밍 빅터 키슬리 대표를 만나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창사 15주년 행사의 마무리를 한국에서 하게 됐다. 지스타에 3년 연속으로 참가하고 있는데 소감을 말한다면?
빅터 키슬리: 우리는 한국을 사랑하고 지스타에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다. 창사 15주년을 맞이해 다양한 전시회에 참여하고 많은 게임을 공개했다. 이 중에는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도 있다. <월드 오브 탱크>는 서비스하고 있고, <월드 오브 워플레인>은 서양에서 론칭, <월드 오브 워쉽>은 현재 프렌즈 테스트 중이다.
아쉽게도 올해 지스타에서는 새로운 온라인게임을 선보이지 않았다.
올해는 태블릿게임 <월드 오브 탱크 블리츠> 그리고 <월드 오브 탱크 Xbox360 에디션>을 체험할 수 있다. 모두 최신 빌드로 준비해 관람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기본적으로 게임을 개발하면서 유저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는 기자들도 사랑하지만, 섣불리 준비되지 않은 게임을 공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웃음)
지스타이기 때문에 새로운 게임을 선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다. E3, 게임스컴, 도쿄게임쇼 등에 상관없이 우리는 유저들에게 선보일 준비가 됐는지를 중요한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 새로운 프로젝트로는 크리스 테일러가 시애틀에서 개발 중인 것이 있다.
올해 워게이밍 부스에 전시된 태블릿용 <월드 오브 탱크 블리츠> 체험 버전.
(크리스 테일러의 신작은) 지난주에 직접 테스트 버전을 해봤는데 깜짝 놀랄 만큼 쿨한 콘텐츠가 있는 온라인게임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가득 찬 배틀게임으로 다양한 콘셉트를 실험하고 있다. 어떤 부분은 지금 선보여도 좋을 만큼 완성도가 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로 손볼 부분이 많다. 지금 공개해서는 유저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상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스스로 워게이밍의 게임들은 남성적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걸즈앤판저>와 제휴를 했다.
알다시피 <걸즈앤판저>라는 애니메이션은 우리가 직접 만든 것은 아니다.(웃음) 애니메이션에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고 탱크를 이용한 스토리가 전개되는 내용이다. 일본풍의 캐릭터가 등장하기에 흥미롭게 생각했고 일본 서비스에 맞춰 준비했다.
지역적 특성으로 한일 양국의 문화적 교류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런 콜라보가 문화적 교류로 적합한 부분이 있다면 굳이 지역에 제한을 두지 않고 공유하고 싶다.
<월드 오브 탱크 Xbox360 에디션>은 올해 출시가 목표였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출시 준비는 마무리 단계다.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 LIVE 보안 시스템과 통합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콘솔게임의 특성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버전을 선보이고 이후에 수정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양사의 전문가들이 해당 부분을 테스트하며 일정을 조율하는 중이다. 출시일을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아주 가까운 시일 안에 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일반 PC 타이틀의 경우 러시아에서 먼저 서비스하고 이후 글로벌 서비스를 진행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AAA급 부분유료(F2P) Xbox360 타이틀은 이번이 처음이기에 미국에서 먼저 서비스할까 싶었지만, 글로벌 동시 론칭으로 결정했다.
지스타 2013 워게이밍 부스에서 <월드 오브 탱크 Xbox360 에디션>을 체험하는 관람객들.
한국에서는 게임을 4대 중독물질 중 하나로 규정하는 법안이 논란이다. 글로벌 게임업체 대표로서 이를 어떻게 지켜보고 있나?
한국 지사에서 다양한 정보를 알려줘서 인지하고 있다. 개인적인, 그리고 워게이밍의 소견을 밝히자면, 게임을 술처럼 중독성 있는 물질이라고 분류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고, 옳지 않은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약물이나 도박에 관해서 제한하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간단한 예로 초콜릿을 들어 보자. 매일 먹는다면 중독일까? 초콜릿도 많이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겠지만 그럴 때까지 먹지는 않는다. 영화를 보고, 드라마를 보고, 음악을 듣는 수 십 억의 인구가 이를 반복하고 있다. 이런 문화를 즐기는 행위를 술과 같은 연장선상에서 놓고 보는 경우는 없다.
경제적인,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면 15년 전 나 자신은 벨라루스라는 작은 나라의 학생이었고, 한국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삼성, 골드스타(지금의 LG), 그리고 한국전쟁 정도가 아는 것의 전부였다.
그리고 10년 전에는 가전제품이나 선박 외에 <라그나로크> <뮤 온라인> <리니지> 등을 통해서 수 백, 수 천 만 명의 유저들이 한국을 알게 됐다. 한국의 온라인게임을 접하면서 내 인생이 바뀌었다.
5년 전에는 패키지게임을 만들었지만, 한국의 온라인게임을 접하면서 온라인게임을 개발하게 됐고, 50명에서 시작한 사업은 3년 만에 전 세계 16개 지사에 2,300명의 규모를 가진 글로벌 온라인게임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
실제로 벨라루스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적어도 7,500만 명의 <월드 오브 탱크> 유저들은 벨라루스를 알게 됐다. 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게임이다.
개인적으로 즐기는 게임이 있다면?
워게이밍의 모든 창업멤버는 비즈니스를 위해 MBA 등을 거친 사람들이 아니다. 내가 글로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트레이닝시켜준 것은 시드마이어의 <문명>이다.
<문명>을 처음 접한 것이 22년 전이고, 지금까지 플레이하고 있다. <문명>은 내가 비즈니스를 하면서 회사를 키워나갈 수 있는 비즈니스 교재였다. 게임 안에서 내 영역을 넓히고 나만의 왕국을 만들어 가면서 다른 이들과 협상이나 합병하는 등의 모든 과정이 그 안에 들어 있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이런 <문명>에 중독됐다고 하겠지만, 나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생각한다. 어제 밤 늦게 부산에 도착했는데, 내부 프레젠테이션(PT)을 위해 회의했고, 모두 자러 갔을 때 난 방에 남아서 <문명 5>를 30분 플레이했다.
나도, 내 아들도 아마 계속 시간이 되는 한 게임을 플레이할 것이다. 나 외에도 전 세계 수 천 만 명의 <문명> 플레이어가 술과 같은 등급의 규제를 한다면 굉장히 불편하게 생각할 것이다. 게임은 예술이다. 예술은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지스타에서 한일 국가대항전이 열린다. 일반 유저들도 서로 전투를 벌이고 싶어 하는데 서버를 통합해줄 예정은 없나?
아직 밝히지 않았지만, 내부에서 테스트하고 있는 ‘로밍’이라는 시스템이 있다. 지금 러시아와 유럽에서 제대로 동작을 하는지 기능이 확인은 된 상태다. 개념을 말하자면, 러시아 계정을 로딩해 유럽 서버에서 플레이하고자 한다면 약간의 대기시간을 거쳐 자기 정보를 모두 유럽 서버로 이동시킨다. 그래서 러시아 계정 정보를 갖고 유럽에서 플레이가 가능하다.
앞으로 개인의 정보 외에도 클랜 등 모든 부가기능에 대해서 로밍 테스트를 할 예정이다. 이 기술이 안정되면 한국과 일본의 전투는 물론 원하는 국가의 서버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 다만 아직 많은 테스트가 필요한 기술이라 언제 적용할지는 알 수 없다.
한국과 중국에서 이슈가 됐던 욱일기는 어떻게 하기로
결정했는지 궁금하다.
그 부분은 명백하게 우리가 잘못했고, 실수한 부분이다. 샹트페테르부르크의 <월드 오브 워쉽> 개발팀은 한국과 일본, 중국의 민감한 뉘앙스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지 못했었다. E3 트레일러에서 욱일기가 등장했는데, 유저들과 한국 지사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바로 삭제를 했었다.
이후 한국 지사에서 욱일기가 가진 상징성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했고, 이 내용을 중국 파트너와 재확인했다. 특정 국가나 민족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우리는 욱일기가 나치의 하켄 크로이츠와 같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잘 몰랐다.
워게이밍의 게임에 나치의 문양이 나오지 않는 것처럼, 앞으로 욱일기는 그 어떤 우리의 게임에서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