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매출 40억 원. 주말 동시접속자 수 4만 명. 서비스 시작 2개월이 지난 <에오스>의 성적이다. <아키에이지> <던전스트라이커> <크리티카> 등 기대를 모았던 온라인게임들이 롱런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에오스>는 유독 꾸준히 눈에 띄는 성적을 내고 있다.
오픈 베타테스트(OBT)를 시작한 이후 동시접속자 수는 나날이 늘어났고, 단순히 ‘할 게 없어서 즐긴다’던 유저들의 평가도 ‘괜찮은 게임’으로 나아졌다. 운영에도 공을 들이면서 ‘천골 온라인’으로 시작된 악명도 점점 수그러들었다. 퍼블리셔인 NHN엔터테인먼트는 ‘2013년 최고의 흥행작’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이는 중이다.
올해 국내에서 나온 온라인게임으로만 따지면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아직도 많은 과제가 남은 만큼 개발사 엔비어스의 김준성 대표는 조심스럽다. 고비를 넘기긴 했지만 아직 고쳐야 할 문제도 많은 탓이다. 목표는 ‘유저가 할 것이 끊이지 않는 게임’. 이제 막 목표를 향해 순탄한 출발을 했을 뿐이라는 엔비어스 김준성 대표를 지스타 2013 현장에서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엔비어스 김준성 대표
TIG> 반응이 좋다. 게임대상에서 상도 받고. 요즘 근황이 어떤가?
김준성 대표: <에오스>가 9월 11일 오픈했으니까 이제 딱 두 달이 넘은 시점이다. 그동안 여러 가지 힘든 점도 있었고 유저들의 불만도 많아서 11월 초부터 전체적으로 콘텐츠를 편하게 개선하는 1.2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중이다.
다행히 생각보다 업데이트 반응도 좋고. 이 반응이 동시접속자나 플레이타임에도 영향을 미쳐서 지표가 오르는 중이다. 유저들의 목소리를 게임에 반영하다 보니 성과가 잘 나오고 있지 않나 싶다.
TIG> 현재 성적 자랑 좀 해보자.
자랑할 건 아니다.(웃음) 안 그래도 얼마 전에 NHN엔터테인먼트 실적발표에서 <에오스> 매출을 공개했다. 10월에 매출 40억 원을 넘겼고, 동시접속자 수는 3만5,000 명에서 4만 명 정도를 유지 중이다.
1.2 업데이트 전에는 게임 중간에 몇몇 허들 구간이 있어서 유저가 약간씩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우리도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많이 조사했었는데 그중 일부를 1.2 업데이트에 반영해서 고쳤다.
그 후로 동시접속자, 매출, UV(순방문자) 모두 오르는 상황이다. 이걸 계기로 더 빠르게 개선해서 더 많은 유저들이 <에오스>를 플레이해 볼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11월 19일 오후 7시 기준 서버 상황. 주말에는 대부분 ‘
매우 혼잡
’ 상태가 된다.
TIG> 주로 어떤 반응이 나왔고, 어떤 부분을 개선하고 있나?
가장 큰 문제는 최고 레벨 이후였다. 단계별로 준비된 파티 던전에서 유저들이 게임을 플레이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어려워하더라. 그래서 실패를 하다 보니까 수리비로 골드 부족에 허덕이는 유저들도 많았고.
지금까지 전체 유저 중에 최고 레벨을 달성한 유저가 39% 정도되는데, 그중 60%의 유저가 1단계 던전에 머물러 있다. 2단계에 도전하는 유저가 30~35% 정도고 나머지 유저만이 3~4단계 던전에 걸쳐 있다. 당장 12월 5일에 크라네임이라는 두 번째 공격대 던전이 열리는데, 첫 번째 공격대 던전의 일반모드를 깬 유저도 많지 않을 정도다.
그래서 유저들이 빨리 올라가기를 원하는 생각에 계획보다 빠르게 네 번째 무한던전(솔로플레이)을 업데이트했다. 공격대에서 나오는 아이템을 무한던전에서도 얻으면서 빠르게 파밍을 하라는 뜻이었다. 이 밖에도 수리비나 골드 사용량을 대폭 줄이는 패치, 아이템 드롭률에 관한 패치 등이 1.2 업데이트에 포함돼 있었다.
TIG> 엔드 콘텐츠 개발에만 몇 개월을 고민한 걸로 아는데, 결과를 보니 어땠나?
<에오스>의 평균 플레이타임이 5시간 정도 나온다. 하루에 5시간씩 하는 유저들이 즐길 콘텐츠가 꾸준히 제공돼야 게임이 계속 갈 수 있다고 처음부터 생각했다. 중간중간 예상치 못했던 허들이 있던 건 개선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할 거고.
상위 유저들이 상위 던전으로 가면서 아이템을 자랑할 만한 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 하위 유저들이 빨리 따라갈 수 있는 콘텐츠도 상위 던전 업데이트에 맞춰서 제공해주고 있고. 그러다 보니 상위 유저는 상위 유저대로 게임을 빠르게 진행하는 재미를, 하위 유저는 업데이트마다 상위 유저를 빠르게 따라갈 수 있는 재미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
PvP에 관해서는, 전체 유저의 20% 정도가 PvP를 재미있게 즐겨주고 있다. 전장 1단계 아이템을 풀세팅한 유저들도 나오고 있어서 조만간 2단계 전장 아이템도 내놓을 예정이다. 이후에 투기장도 준비 중이다. 전체적으로 내가 더 강해질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주는 콘텐츠 업데이트가 잘되고 있는 듯하다.
1.2 업데이트의 예고 일러스트.
흥행비결은 ‘절묘한 난이도’. 어려울 땐 어려워야 한다
TI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이후 타겟팅 MMORPG는 숱하게 등장했다. 그 와중에 <에오스>가 성공할 수 있던 비결이라면?
밸런싱이다. <에오스>는 사실 최근에 나온 국산게임 중에서 그래픽이 가장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대신 그래픽에 대한 개발력을 조금 낮추고, 그 남는 여력을 숫자를 통한 밸런싱에 집중적으로 투입했다.
레벨을 올리는 데 필요한 몬스터의 숫자와 시간. 던전 파밍을 했을 때 단계별로 넘어가는 데 유저들이 걸리는 시간, 컨트롤에 따른 플레이시간 변화 등을 하나하나 자세히 계산했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서 모든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그 계산된 숫자의 범위 안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거고.
TIG>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대표적인 예가 던전이다. <에오스>는 던전을 잘 만들기 위해 개발력을 정말 많이 집어넣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제외한 기존의 타겟팅 게임들은 던전 플레이가 단순한 경우가 많았다. 전략적인 공략이 필요하다기보다는 그저 시간을 들여서 아이템을 얻는다는 느낌이다. 사용자 편의를 고려하다 보니 쉽게 쉽게 가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 후에 나온 논타겟팅 게임들은 5인 던전까지는 전략성을 가질 수 있지만 10인, 20인이 모여서 거대 몬스터를 처치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게임 방식도 어울리지 않고.
그래서 <에오스>는 제대로 된 던전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했던 유저들이 다른 MMORPG에서는 어렵다고 말하는 경우가 드문데, <에오스>에서는 그래도 만만하게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많더라.
TIG> 던전 반응도 좋은 편이고?
잘 깨는 유저에 한해서는 그렇다. 물약을 사용한 전투를 선택했는데 그런 부분이 유저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가지 않았나 싶다. 아프리카TV 방송이나 게임톡을 이용해서 던전을 플레이하는 영상을 보면 영상만 봐도 꽤 재미가 있다.
첫 공격대인 ‘드라이어드 숲’에서는 일부러 바닥에 붙인 몬스터를 등장시켰는데 좀 쉬울 거고, 두 번째 공격대 던전부터는 정말 색다른 공략을 익혀야 할 거다. 하드코어 유저들은 더 큰 도전의식을 갖고 도전할 만한 욕망이 들 것이다.
솔로잉 던전부터 파티, 무한, 공격대까지 다양하게 던전을 나눠 놓았다.
TIG> 너무 어렵지는 않을까?
고민도 많이 했다. 실제로 게임을 오픈하고 나니까 첫 파티플레이에서 좌절하는 유저가 많았다. 아이템 세팅을 잘못한 유저도 있고, 공략이 간단한데 그조차 어려워하는 유저들도 있고. 그런 라이트한 유저들이 무한던전에서 혼자서만 플레이하다가 재미를 잃고 게임을 떠나가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파티던전의 난이도를 낮춰야 하나, 아니면 이걸 유지하고 라이트한 유저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까, 고민하며 준비한 게 이번 업데이트다.
사실 그냥 다른 게임처럼 던전을 쉽게 만드는 방법도 있는데, 그러려면 전체 던전 난이도를 다 낮춰야 하고, 그러다 보면 한도 끝도 없는 작업이 이어질 거다. 게다가 그 결과 역시 어려운 던전을 달성해서 보상을 받는 짜릿함이 사라진, 반쪽짜리 재미다.
결국 어려움은 유지하되. 라이트한 유저들이 솔로던전에서 최소한 서너 가지 아이템 파츠를 맞추고 이후에 게임에 익숙해지게 만들자는 게 1.2 업데이트의 핵심이었다.
TIG> 어려움은 유지하되 라이트한 유저도 따라잡을 수 있는 무언가를 도입한다는 건가?
그렇다. 랜덤하게 매칭되는 유저에게도 보너스를 줘서 편하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21일에 또 업데이트가 예정돼 있다. 그러면 훨씬 더 라이트한 유저들도 잘하는 유저와 함께 플레이가 되지 않을까? 실제로 11월 5일 업데이트 이후에는 1단계 던전에서 스마트 매칭으로 들어가서 30분 안에 클리어하는 파티가 많다.
상위 던전 유저가 골드 파밍을 위해 스마트 매칭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고. 그러다 보니 5명 파티 중에 1~2명은 꽤 좋은 장비를 갖추고 참가하게 된다. 공략도 더 쉬워지고. 유저들의 반응도 쉽다는 쪽으로 몰리더라. 단순히 난이도를 낮추는 것보다 이렇게 아이템을 지원하거나 단계별 던전 등을 통해 쉽게 따라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게 잘 먹히지 않았나 싶다.
최근 드라이어드 영웅모드 공략을 끝마친 유저들.
TIG> 콘텐츠 분량에서 많은 고민이 필요한 구성인데, 부담은 없을까?
지금까지는 우리의 예상보다 유저들의 플레이 속도가 느린 편이다. 걱정을 많이 한 편이긴 한데, 공략 난이도도 어려운 편이었고 골드나 이런 것도 유저들이 편하게 쓰기에는 빡빡한 수준이라 쉽지는 않았던 듯하다. 그래서 무한던전 4단계도 빨리 오픈한 거고. 오히려 유저들이 단계를 좀 더 빨리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정도다.
TIG> 거꾸로 고민하는 것 같다. 콘텐츠 소비가 너무 느려서 문제라니.
왜냐하면 준비한 건 많은데 유저들이 즐기는 부분이 적으니까. 하드코어 유저가 앞으로 나가는 건 맞지만 라이트한 유저들도 그 중간 정도의 재미는 빨리 빨리 느꼈으면 좋겠다. 그래서 유저들이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도록 보조해주는 걸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TIG> 제작 속도 충당이 되던가?
그건 우리가 처음 <에오스>를 개발할 때부터 일정을 잡고 준비했다. 아직까지는 그 범위 안에 있기 때문에 큰 차질 없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우리가 소극적으로 잡아 놨던 부분도 있다. 항상 유저들은 개발사의 예상을 뛰어넘는데 던전 진입 횟수도 주간 단위로 컨트롤하고 있어서 일정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 던전 제한을 하는 만큼 플레이타임이 줄어들 거라 고민했는데, 플레이타임은 생각보다 늘어나서 다행이지 않나 싶다.
앞서 말한 것처럼 치밀한 밸런스를 위해서 퀘스트에 필요한 몬스터 숫자를 정말 몬스터 한 마리 단위로 바꾸면서 점검했을 정도다. 콘텐츠 속도나 완급, 재미의 밸런스에 한해서는 최대한 노력 중이다.
1.2 업데이트의 내용 중 일부. 세부적인 업데이트 내용까지 대대적으로 적어 뒀다.
지금 상태가 최소한 4~5년은 지속되는 게임을 만드는 게 목표
TIG>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기술상 받았다. 지금 성적만 보면 더 큰 상을 노려봄 직도 했는데 아쉽지는 않았나?
그런 건 아니다.(웃음) 4년 동안 만든 게임인데 여러분들이 너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기술창작상 사운드 부문에서 상을 탔는데, 굳이 사운드만이 아니라 <에오스> 개발팀 전부가 고생한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개발팀에게 감사하고 많이 사랑해주는 분들의 응원을 힘으로 삼아서 열심히 개발에 매진할 생각이다.
<에오스>는 지난 13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게임대상에서 기술창작상(사운드)을 받았다.
TIG> 이제 1차 고비는 확실히 넘긴 셈인데, 장기적인 계획이 있다면?
사실은 매일매일 자유게시판과 커뮤니티 게시판 등을 본다. 다양한 기사들에 달린 댓글도 전부 읽고 있다. 운영 이슈도 보고 있고. 결국 유저들이 불편해하는 걸 개선하는 게 가장 좋은 업데이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1.2 업데이트 과정에서 느끼고 있다.
갈 길은 아직 멀지만 개발 초기에 정했던 ‘할 게 없는 순간이 나오지 않는 게임을 만들자’는 목표를 지키고. 이를 라이트한 유저도 함께 즐길 수 있게 만들고 싶다. 앞으로 4년이고 5년이고 이게 지속될 게임을 만들고 싶다. 이 자리를 통해 꼭 다짐하고 싶은 것 중 하나다.
TIG> 해외 진출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나?
이제 중국 서비스를 시작할 텐데 한국에서 있던 노하우들을 갖고 잘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일단은 국내 서비스에서 콘텐츠들을 검증받는 게 <에오스>에서 제일 중요한 일이다. 국내 유저들이 실망하는 일이 없도록 열심히 할 것이다.
<에오스>는 당분간 국내 업데이트에 집중한다.
TIG> 이를 수도 있는데 차기작으로 생각하는 게 있다면?
아직 모르겠다. 고민은 여러 가지를 하는데 차기작을 준비하면 4~5년 후를 보고 생각해야 할 테니까 고민만 하고 있다. 아직은 이렇다 할 게 없다.
TIG> <에오스> 출시 전과 출시 후의 반응이 꽤 다르다. 점점 반응이 좋아지고 있는데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사실 다들 아시겠지만, 초반에 일어난 ‘천골 온라인’ 사건은 유저들에게 너무 죄송스러운 일이었다. 요즘도 게시판을 보면 ‘천골 온라인이 아직도 살아 있어?’라고 하는 유저들이 있다.
반대로 그 덕에 <에오스>라는 이름을 알고는 있는 유저도 있다. 그동안 망한 줄 알고 플레이를 안 하고 계시다가 두 달 넘게 유지하는 걸 보고 ‘어? 아직 안 망했네? 플레이해 볼까?’하는 유저들이 계속 생기더라.
죄송스러운 일이었지만 그걸 계기로 삼아 더 열심히 서비스하고 있으니까 그런 유저들도 망설이지 말고 게임을 플레이해주셨으면 한다. 가장 뿌듯한 건 1.2 업데이트 내용을 공개하면서 유저들이 정말 오랜만에 개발사가 게시판 글에 일일이 반응해주는 게임을 만난 것 같다는 글을 남긴다는 것이다. 그때 제일 뿌듯하다. 앞으로도 이런 모습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TIG> 결국 지금처럼 유저 밀착형 서비스로 승부를 보겠다는 건가?
<에오스>는 화려함과 특징적인 콘텐츠로 무장해서 유저들에게 선보인 게임은 아니다. 처음부터 MMORPG의 재미와 기본에 충실한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에오스>를 개발했고, 실제로 운영하면서도 개발사가 얼마나 빨리 유저의 불만을 해소해줄 수 있느냐에 집중했다.
지금의 성적도 그런 노력들이 모여서 얻어진 거라고 생각되는 만큼 앞으로도 계속 유저에 맞춰 운영하고, 유저에 맞춘 무언가를 만드는 데 신경 써야 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