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개발전문 자회사 네온스튜디오가 현재 개발 중인 <구운몽: 어느 소녀의 사랑 이야기>(이하 구운몽)의 체험판을 홈페이지(//dream9.neoalice.co.kr/)를 통해 14일 공개했다.
동명의 고전소설 <구운몽>을 재해석한 이 게임은 국내에서는 저변이 넓지 않은 연애시뮬레이션으로 제작됐다. 또한, 출시 플랫폼 역시 국내에서 비중이 낮은 PC게임이다. 모바일 게임이 강세인 현재 상황에서 보기 힘든 행보를 걷고 있는 네온스튜디오의 의중은 무엇일까?
특히 원작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8명의 절세 미인들과 부부의 연을 맺는다는 이야기지만, 게임 <구운몽>은 성별을 바꿨다. 디스이즈게임은 이런 궁금증을 풀기위해 네온스튜디오 AL팀의 공나연 팀장, 경영기획실의 박범진 실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왼쪽부터 네온스튜디오 경영기획실 박범진 실장, AL팀 공나연 팀장.
여성 개발자들이 원했던 게임, <구운몽>
<구운몽>이라는 게임에 대해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공나연 팀장: <구운몽>은 조선시대 김만중이 쓴 동명의 고전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여성이 플레이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든 게임으로 유저는 게임 속에서 8명의 남자 캐릭터 중 한 명과 연애를 하며 유저의 선택에 따라 엔딩이 달라진다.
게임의 방식은 매우 간단하다.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중간에 등장하는 선택지 중 자신이 원하는 답변을 고르거나 악기 연주와 시 짓기 등 간단한 미니게임을 플레이하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같은 게임도 좋아해서 초기에는 전투 등 다양한 콘텐츠를 넣는 것도 고려했었다.
하지만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게임에서 전투는 오히려 몰입을 방해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게임 플레이 방식은 소설책을 읽듯이 잔잔하게 몰입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대신 내용은 충실하게 구성하려 했다. 셀 애니메이션 영상을 만들고 유명 성우를 기용해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대사에 목소리를 포함시켰다.
<구운몽>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다면?
공나연 팀장: 개인적으로 여성 취향의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나 비주얼 노블을 좋아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메이플 스토리>를 기반으로 여성 취향의 게임을 만들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회사 내부에서도 나 외에 많은 여성 개발자가 이런 게임을 만들고 싶어해서 함께 준비했다.
하지만 게임을 기획하면서 어떤 소재로 준비하면 좋을까 고민했다. 그러던 중 일본은 자신의 역사 속 인물이나 민담을 강조한 게임도 많고 전 세계의 모든 동화나 이야기를 소재로 게임을 만드는 것을 보면서 한국에 맞는 우리의 소재를 바탕으로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국내에도 다양한 고전과 설화가 있는데 <구운몽>을 선택했다.
박범진 실장: 솔직히 말하면 <구운몽>은 한국판 하렘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은가? 다양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를 선보이고 그들과 만날 수 있고 사귈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원작을 읽어보면 상당히 낭만적인 묘사가 많다.
예를 들어 원작의 주인공인 양소유가 평양의 유명한 기생인 계섬월을 달밤 누각에서 열린 연회에서 꼬실 때 멋진 시를 지어서 그녀에게 보내는 장면이 있다. 이를 모티브로 한 장면도 <구운몽>에 포함돼 있다. 물론 게임에선 여자 주인공이 남자에게 시를 지어 보낸다.
<구운몽>은 한 소녀가 인생과 사랑을 찾는 성장 드라마
스토리는 원작과 어떻게 같고 다른지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 부탁한다.
공나연 팀장: 게임은 가상의 나라인 천인국에 사는 소녀 ‘양소유’가 어느 날 행방불명 된 소꿉친구를 찾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니면서 시작한다. 그러던 중 왕위를 빼앗긴 채 유폐된 난양대군의 왕위탈환 작전에 엮이기 시작하면서 겪게 되는 각종 고생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 이야기다.
연애를 중심으로 한 게임인 만큼 원작처럼 일장춘몽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게임의 내용이 전부 꿈이고 여자는 사실 비구니며 나중에 남자 주인공들도 다 불교에 귀의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연애 시뮬레이션에서 그런 방식은 너무 허무하다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작은 세계에서 살던 소녀가 불운에 휘말리면서 더 넓은 세계로 나가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일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인생과 사랑을 찾는 일종의 성장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스토리의 볼륨은 얼마나 되는가?
공나연 팀장: 정확한 플레이 타임은 측정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은 양은 아니다. 예를 들어서 <구운몽>의 모든 대사는 음성 더빙을 거쳤는데 예상보다 대사량이 많아서 작업하기 전에 먼저 읽어보려고 대본을 프린트하던 성우가 끊임없이 나오는 출력물을 보고 당황하기도 했다. 그래서 녹음 시간이 길어지고 성우의 목이 상하기도 해서 추가로 일정을 잡아서 녹음하기도 했다.
한번은 북미에 <구운몽>의 내용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서 스팀을 통해 판매하는 것도 생각했다. 그래서 번역을 하려고 글자 수를 세봤더니 50만 단어 정도였다. 최근 일반 패키지 게임이 5만에서 10만 단어 사이인 것을 생각하면 제법 많은 양이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캐릭터가 있다면?
공나연 팀장: 개인적으로 내 이상형이라고 생각하는 느낌을 여덟 등분해서 캐릭터마다 녹여냈다. 소꿉친구도 있고 다정다감하거나 차가운척 하지만 실제로는 따뜻한 츤데레 캐릭터도 있고 나쁜 남자도 있다. 연하남이나 어른스러운 캐릭터도 있다.
심지어 오타쿠에 가까운 캐릭터도 있다. 모두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누구 하나가 이상형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박범진 실장: 개인적으론 계섬월을 모티브로 한 ‘월’이라는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 내가 남자인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매력이 느껴졌다.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인 만큼 연애에 대한 연출이 다양하게 등장할 것이다. 수위는 어느 정도인가?
공나연 팀장: 체험판은 연애 연출이 많이 삭제된 채로 나오게 됐다. 완전판은 틴 로맨스보다 조금은 노골적인 묘사가 있을 것이다. 연출 수위는 아마 15세 혹은 그보다 조금 더 높은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구운몽>이 연애 시뮬레이션을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사실 국내에서 연애 시뮬레이션은 주력 장르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여성 유저는 상당히 소수다. 개발을 허락받는 것도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박범진 실장: 내부에서 논란도 많았다. 회사를 나와서 개발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일단 팀장님과 열정으로 부딪쳤다. 기존에 아마추어 개발팀이 게임을 만들어 성과를 내기도 하는 등 이러한 게임도 시장성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기업에서 체계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정도의 시장은 존재하지 않아서 설득하기 어려웠다.
공나연 팀장: 스튜디오 설립 자체도 논란이 많았고 반대도 많았다. 초기에는 넥슨의 경영진에서 반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에는 서민 대표가 직접 찾아와서 용기를 북돋워 주는 등 오히려 경영진이 흥미롭게 생각해서 잘해보라고 밀어주기도 했다.
반대로 생각하면 네온 스튜디오 취지가 넥슨에서 못하는 것 하자는 것이기도 한 만큼 <구운몽>이 가장 취지에 잘 부합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일본도 코에이 같은 대형 업체가 <도키메키 메모리얼> 등 양질의 게임을 선보이면서 연애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의 저변이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넥슨처럼 큰 회사가 이러한 게임을 선보이면서 연애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저변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게임을 개발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
공나연 팀장: 게임 UI 등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사람들이 예쁘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디테일한 부분에 많이 신경 썼다.
이름을 입력받는 창도 단순히 빈칸이 아니라 꽃잎이 떨어지는 연출이 있다거나 로고 뒤로 펼쳐지는 화면도 애니메이션으로 꾸며서 천인국의 이미지를 주려 했다. UI 디자인도 동양적인 느낌을 강조하면서 사극의 느낌을 강조했다.
또한, 유저들이 사극에서 원하는 것은 화려한 전통 의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복식 디자인을 연구하고 전통 방이나 왕궁 등 배경도 섬세하고 화려하게 꾸미려 했다.
<구운몽>은 국내 게임시장에서 비중이 적은 PC게임으로 먼저 출시된다. 대중성을 원한다면 모바일로 게임을 출시하는 것이 나았을 것 같다.
공나연 팀장: PC게임으로 먼저 내는 이유는 순수하게 유저의 입장으로 <구운몽>의 PC게임 버전이 가지고 싶었다. 고퀄리티로 큰 화면으로 이 게임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컷다. 이러한 마음은 유저들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마니아들을 위해 우선 PC판을 내고 이후 대중성을 강조해 모바일 게임으로 선보일 계획이었다.
모바일 버전은 올여름 정도 출시를 생각하고 있다. PC 버전과 모바일 버전을 출시일이 차이가 나는 것은 아무래도 플랫폼의 성향상 UI나 조작이 달라지고 플레이 방식도 바뀌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서 게임의 구조를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PC 버전은 불법복사 등의 이슈가 있는데 어떻게 판매할 예정인가?
박범진 실장: 포털 사이트를 통해 디지털 다운로드 방식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많지는 않지만 유저를 위해 패키지 버전도 마련할 계획이다. 패키지 안에는 사운드 트랙, 설정집 등 다양한 관련 물품을 함께 제공하려 한다.
개인적으로 어드벤쳐를 좋아해서 계속 그런 도전을 하고 싶다. 엔드리스 방식의 모바일 게임은 이미 많이 나와있으니 이제는 끝이 있어서 엔딩을 보는 성취감을 줄 수 있는 콘텐츠가 빛을 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해외 출시도 생각하는 것인가?
공나연 팀장: 그렇다. 유통하는 방법이 문제인데 일단 스팀은 심플하고 검증된 모델이라 출시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다만 중화권은 어떻게 판매해야 할지 감도 잡기 힘들다.
곧 정식 타이틀이 출시될 텐데 이후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공나연 팀장: 스튜디오를 설립한 취지 자체가 비주얼 노블을 연작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이후로도 계속 비슷한 장르의 게임을 만들려고 한다. 대신 <구운몽>은 사극 기반이라서 말투부터 시작해서 전체적으로 웃기거나 가벼운 요소를 넣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차기작은 학원물처럼 가벼우면서도 4차원스러운 느낌을 살리고 싶다. 그 밖에도 다양한 소재로 게임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