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워커>가 오랜 침묵을 마치고 돌아왔다. 2011년 첫 공개 이후 약 2년 반의 ‘공백’이다. 길었던 침묵의 시간만큼 할 이야기도 많았다. 주요 개발자들이 회사를 떠나면서 들려온 안 좋은 소문부터, 게임에 대한 오해, 지금의 진행과정까지. 예정된 인터뷰 시간을 훌쩍 넘길 때까지 이야기가 이어졌고 그만큼 많은 변화와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작게는 시점과 액션부터 크게는 콘셉트와 개발인력까지. 많은 부분이 달라졌고 이제야 만족스러운 결과를 봤다는 <소울워커>를 디스이즈게임에서 한발 앞서 만났다. 오랫동안 소식이 궁금했을 유저들을 위해 인터뷰에 최대한 많은 내용을 가감 없이 담았다. 그만큼 이야기가 길어진 점 양해 바란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왼쪽부터 그래픽 캐릭터원화팀 김현욱 팀장, 프로그램팀 김영호 이사, 기획실 박주현 실장
2년이 넘는 침묵 “개발사라면 게임으로 보여드리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2011년 첫 공개 이후 거의 2년반 동안 소식이 없었다. 그 동안 개발자가 떠났느니, 개발이 중단됐느니 흉흉한 소문도 많았는데. 일단 상황부터 정리 좀 하고 시작하자.
프로그램팀 김영호 이사: 일단 소문 이야기부터 하자면 2년 정도 전에 개발자들이 많이 교체된 건 사실이다. 덕분에 업계에서는 회사가 망했네, 팀이 해체됐네 하는 소문까지 돌았는데 그건 아니고. 내부에서는 변화가 한창이라 정신이 없었다.
많은 멤버가 바뀌었는데 기존에 남아있는 개발자와 새로 영입한 개발자가 함께 개발에만 전념하기 위해서는 내부를 튼실하게 다질 필요가 있더라. 그래서 그 작업에만 꽤 많은 시간을 쏟았다. 겸사겸사 내부 프로세스도 점검했고 그 과정에서 기본 골격을 제외하면 구체적인 게임 방향도 많이 달라졌다.
솔직히 대응이나 발표가 너무 늦은 건 아닌가? 답변처럼 개발이 중단됐다고 믿는 유저도 많았다.
김영호 이사: 게임 개발사로서 이런 저런 이슈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는 차라리 게임을 조금이라도 더 개발하고 그 결과물을 보여드리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걱정한 유저들에게는 죄송하고, 기대해준 유저들에게는 감사 드린다.
그래서 이제는 ‘보여줄 자신이 있는’ 어느 정도 결과물이 나온 상황인 건가?
김영호 이사: 그렇다. 현대물과 이능력자, 재패니메이션 분위기의 그래픽과 공백으로 인해 멸망한 세계라는 기본 골격은 같지만 그걸 구현하는 부분에서는 꽤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단 시점부터가 캐릭터의 등 뒤에서 바라보는 백뷰로 바뀌었으니까. 다만 외부로 노출된 게 프로토타입뿐이다 보니 실제로 게임을 기다리는 유저들이 체감할 변화는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냥 지금부터가 진짜 <소울워커>라고 생각해 달라.
<소울워커>의 새로운 콘셉트 아트와 일러스트
변화에 대한 이야기는 차차 듣도록 하자. 일단 주요 인력이 바뀔 정도의 변화라니, 개발 중인 게임으로는 솔직히 꽤 무리한 걸로 보인다. 분명 이유가 있을 텐데?
박주현 실장: 기존 프로토타입도 좋지만, 이를 구현하기엔 정말 상상도 못 할 수준의 리소스가 필요했다. 현실적인 상황에서 이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 지도 문제가 있었고, 만약 구현하더라도 원화던 결과물을 낼 보장도 없었다. 라이언게임즈 입장에서는 좀 더 명확한 무언가가 필요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무엇이든 명확하게 가자는 결정을 내렸다. 일단 설정부터 그냥 단순한 현대물 MMORPG가 아니라 포스트 아포칼립스. 그러니까 인류가 멸망한 상황에서 어린 소년과 소녀가 이능력을 얻어 전장을 거치며 영웅이 되는 과정을 담은 모던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택했다. 여기에 히어로와 인터랙티브 배틀필드를 더한 3가지 방향성을 큰 주제로 잡았다.
김영호 이사: 개발이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경력자들이 모여서 작업을 하지 않나. 잡음도 있고 분쟁도 있고. 그런 법인데 우리는 그걸 정말 크게 겪은 것 같다. 프로토타입이 나온 이후는 계획과 현실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 시점이었다. 구현해야 할 규모를 다 채우려면 인력도 끝이 없어야 하는 상항이었다. 결국 선택을 해야 했고, 새로운 인원이 온 상태에서는 무리하게 기존 것들을 가져가지는 말자고 판단했다.
개발이 오래되면서 자연스럽게 트렌드도 달라졌고?
박주현 실장: 맞다. 지금 시대가 특히나 트렌드에 영향을 많이 받는 시대잖나. 그냥 하는 것보다는 트렌드를 잘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냥 MORPG를 만든다는 게 아니라 콘솔게임의 연출과 요즘 유행하는 모바일의 콘텐츠들을 모으고 모아서 방향성을 정립했다.
그 과정에서 <소울워커>만의 게임성에 대한 논의도 많이 했고. 재패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유저들이 좋아할 요소가 게임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하는 부분이 주요 논점이었다.
강화된 액션. 새롭게 태어난 연출. ‘소울워커는 당신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다’
이야기가 길었다. 이제 게임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그래서 프로토타입에 비해 어떤 점들이 달라진 건가?
박주현 실장: 우선은 시점이다. 프로토타입에서는 사이드뷰로 전투를 진행했지만, 이제는 철저하게 백뷰로 전투를 하게 된다. 특정한 상황에 의해 카메라가 변하는 부분은 없어졌다. 무기도 이전 설정에서는 하이브리드한 무기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확실하게 거대 무기면 거대 무기, 권총이면 권총 같은 식으로 종류를 정해서 가져갈 생각이다.
이전의 프로토타입이 연출 위주였다면 이제는 유저들에게 익숙한 전투방식을 기반으로 액션을 보다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건재즈 같은 경우 포커스샷이라는 스킬을 사용하면 시점이 1인칭으로 바뀌면서 호쾌한 연사가 가능해지는 식이다.
어떻게 보면 다른 MORPG와의 차이가 더 줄어드는 셈 아닌가?
김영호 이사: 그렇지는 않을 거다. 앞서 <소울워커>의 특징 중 하나로 재패니메이션 같은 느낌을 내세웠다고 말했는데 이 부분을 게임에 적극적으로 녹였다. 우리는 인터랙티브 배틀필드라고 부르는 요소다. 플레이어가 던전을 플레이하는 도중에는 실시간으로 오퍼레이터가 화면에 나타나서 음성으로 상황이나 퀘스트 현황을 알려주고, NPC나 다른 플레이어들이 적극적으로 전투에 개입하며 상황을 바꾼다.
박주현 실장: 전투 도중에 실제로 아군의 폭격이 쏟아진다거나, 하늘을 나는 적을 아군이 집중사격으로 요격해 떨어트리고, 빌딩 창문 밖에서 헬기가 등장해 캐틀링건으로 방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주는 식이다. 메이즈(소울워커의 던전)마다 콘셉트가 하나씩 있어서 적들의 공격을 막거나, 주민을 탈출시키거나 하는 진짜 전쟁에서 벌어질 법한 일들을 맡게 된다.
이런 요소들이 단순한 보여주기식 연출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면 어떤 메이즈에서는 자폭을 하는 거대한 보스가 등장하는데, 이를 안전구역까지 끌어내서 폭발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보스전의 내용이다. 정해진 장소에 도착해서 시간을 벌다 보면 아군 헬기가 엄청난 크기의 방호벽을 하나씩 투하하고, 방호벽 내에서 자폭하는 보스를 피해 주인공들이 빠져나오며 전투가 끝난다.
각 테마별 몬스터와 스테이지의 콘셉트 아트. 그림만 봐도 대략 어떤 상황 속에서 싸우는지를 유추할 수 있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콘솔게임 같은 연출이나 전투를 떠올리면 되는 건가?
김영호 이사: 비슷하다. 개발자들이 모여서 방향성 이야기를 하는데 애니메이션의 어떤 부분이 감명 깊었냐는 질문에 다들 ‘에반게리온’의 전투를 꼽더라. 주인공 혼자만 싸우는 게 아니라 모두가 목숨을 걸고 주인공을 지원하고, 그 속에서 주인공이 막중한 책임을 진 채 활약하는 전투들이다.
그래서 <소울워커>에서도 이런 느낌들이 잘 살아나면 충분히 재미있겠다고 판단했다. 개발하고 나서 보니까 예상보다 더 잘 나와서 나름대로 기대 중이다(웃음)
잠깐 다른 플레이어의 전투개입에 대한 이야기도 했었는데, 자세한 설명 좀 부탁한다.
박주현 실장: 몇몇 MORPG에서 시도했던 ‘난입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넣어볼 생각이다. 활용법을 다양하게 구상하고 있다. 아주 간단하게는 파티원이 게임 도중에 튕기더라도 다시 던전에 돌아오거나 진행 중인 파티에 합류해서 함께 플레이하거나, 전투 도중에라도 정비를 위해 잠깐 마을에 다녀오는 등의 일이 가능해질 거다.
다만 이런 편의성을 위해서만 만든 건 아니고. 만렙 구간 콘텐츠에서 훨씬 적극적으로 사용될 거다. 다른 파티를 만난다거나 훼방을 놓는 일부터 지금까지 MORPG에는 없던 완전한 새로운 것들을 구상 중이다. 아직 1차 CBT도 진행하지 않은 게임인 만큼 여기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겠다.
<소울워커>의 비밀병기다(웃음) 단순한 MORPG를 벗어나서 게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한다.
그만큼 배경팀에서 할 작업은 늘어났다고. 일반적으로 구현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까지 만들어야 한다.
집중된 스토리 ‘멸망한 세계에서 수 백, 수 천의 생명을 짊어지고 싸우는 소년과 소녀’
이야기를 듣다 보니 세계관을 안 물어볼 수가 없겠다. 이야기가 꽤나 많이 변한 것 같은데?
박주현 실장: 이전의 <소울워커> 세계관은 너무 몽환적이기도 하고. 시나리오 자체가 명확하진 않았다. 그래서 이를 상당 부분 재정립했다. 지금의 세계관은 공백에 의해 괴멸한 세계가 배경이다. 주인공인 소년과 소녀들이 눈을 떴을 때 그들이 알던 세계는 사라져 있고 인간은 먹이사슬 최상위에서 내려왔다.
대신 그 자리는 공백을 거쳐 이계에서 온 배쉬와 공백의 찌꺼기인 소울정크가 차지했다. 인간들은 나름대로 저항을 해보지만 배쉬와 소울정크가 너무 강력하다 보니 저항에는 한계가 있었고, 그때 이능력을 가진 ‘소울워커’들이 나타나 인간을 위한 전투에서 앞장선다.
물론 다른 인간들이라고 그냥 구경만 하는 건 아니고, 아까 말한 것처럼 사력을 다해 소울워커들을 지원한다. 세기말의 상황 속에서 기억을 잃은 소녀와 소년들이 전장을 거치며 점차 영웅이 되어가는 장면들을 그리게 될 것이다.
스토리 비중은 이전에 비해 늘어난 편인가? 줄어든 편인가?
김현욱 팀장: 비중보다는 기준이 조금 달라졌다. 이전에는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스스로 만든 주인공이었다면, 이제는 콘솔 RPG처럼 미리 정해진 한 명의 캐릭터를 골라서 이야기를 따라간다.
이야기가 세계관에 맞물려 돌아가면서 플레이어의 캐릭터를 포함해 모든 캐릭터에게 캐릭터성을 부여하기 위한 선택이다. 그만큼 캐릭터를 만들 때의 커스터마이징 범위는 줄어들겠지만 선택한 캐릭터마다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듣거나 음성이 추가되는 등 몰입도에서는 더 많은 장점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커스터마이징이 부족해지는 건 큰 단점 아닌가?
김현욱 팀장: 그 부분에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외형의 다양성을 복장으로 커버하기 위해 옷의 종류를 엄청나게 투입했다. 꾸밀 수 있는 요소나 여력도 많다. 공사장 인부복부터 교복. 매트릭스, 간호사 등 오픈 후에는 정말 비슷한 옷이 없을 것이다. 특히 간호사 복장은 정말… 기대해도 좋다.
간호사… 아무튼, 이전보다는 좀 더 세계관에 진지해진 느낌으로 받아들여도 되나?
박주현 실장: 세계관이 이해 안 가면 <소울워커>가 아니니까. 그 부분만큼은 확실히 전해질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워낙 연출도 많이 넣다 보니 텍스트고 뭐고 그냥 보기만해도 아, 이런 이야기구나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갈 생각이다.
김영호 이사: 내부적으로도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새로운 마을이나 지역, 콘텐츠 등이 나오면 먼저 기획팀에서 전사 브리핑을 통해서 모든 콘텐츠에 대한 이해를 시킨다. 이게 왜 있는지. 우리 세계관에 맞는지를 모두가 이야기하고. 이후 이해가 끝났으면 비로소 스토리텔링을 하고 거기에 맞게 콘텐츠와 연출을 붙이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각 부분에서 스토리와 세계관을 맞추게 되더라.
공식으로 공개된 일러스트는 현재 이 두 장뿐이다. 이전과 캐릭터의 분위기가 약간 달라진 걸 느낄 수 있다.
연출도 그렇고 뉘앙스가 뭔가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처럼 원작이 있는 게임을 개발하는 것 같다.
김현욱 팀장: 그건 곤란하다. 영화나 애니 원작 게임은 워낙 참패한 경우가 많아서(웃음). 근데 그건 원래 영화나 소설,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려고 만든 세계관을 게임에서 무리해서 풀어내니까 그런 거고 <소울워커>는 처음부터 게임에 맞춰서 개발된 세계관이니까 괜찮을 듯하다. 일단 원작이 따로 있을 것 같은 수준까지 이야기에 몰입시켰다면 성공한 거겠지.
그만큼 개발할 요소가 늘어나지 않나?
김영호 이사: 구현 초기만 해도 이런저런 연출을 붙이면서 이게 될까 싶었는데, 일단 해보자는 생각으로 의기투합해서 하다 보니까 하나씩 살점이 붙고 우리가 생각한 것들만큼 완성도가 나오더라. 이게 만족스럽다 보니 어느새 다들 좀 더 나가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나은 전투 연출을 고민하게 되고 각 던전마다 새로운 게임모드가 플레이어를 기다리는 단계까지 왔다.
김현욱 팀장: 작업량이 많은 건 사실이다. 여타 MORPG에서는 던전을 구현할 때 만들지 않는 리소스가 필요하고, 오퍼레이터의 시네마 토크를 위해서는 표정이 들어있는 이미지도 만들어야 하고, 세계관이 중요하다 보니까 이걸 그냥 떠먹여 주는 수준까지 연출도 넣어야 한다. 그래도 지금까지의 결과가 좋다 보니 다들 기운을 내고 있다.
현대물이라는 세계관은 어떻든가?
박주현 실장: 현대물이라 사실 처음에는 재정립 과정부터 어려웠다. 기껏 만든 특징을 판타지로 바꾸고 싶진 않고, 현대물을 유지는 하고 싶은데 거쳐야 할 고비가 너무 많았다. 판타지 장르는 동굴이나 신전에서 싸우겠지만 우리는 설정부터가 다르니까.
다행히 지금은 내부 개발팀 노하우가 많이 쌓여서 현대물 특성을 잘 이해하고 게임에 적응하고 있다. 시네마 토크를 통해서 오퍼레이션이 나오는데 연애 시뮬레이션 요소들처럼 기운을 내라거나 도망가라는 이야기를 던지고, 최근에는 항공모함을 활용한 메이즈도 구현 중이다.
일단 손이 익히기만 하면 나에게 익숙한 것들이 등장한다는 현대물 장점을 잘 끌고 갈 수 있겠더라. 근데 다들 다시는 현대물 하지 말자 그런다(웃음)
김현욱 팀장: 그도 그럴게, 현대물에서 제일 골치가 갑옷이다. 성장 과정에서 복장을 바꾸면서 계속 강해지는 걸 느껴야 하는데, 이건 중세 갑옷을 입힐 수도 없고. 현대식 갑옷을 입히면 그 순간 SF가 된다. 그렇다고 매번 교복만 입히면서 이 교복보다 저 교복이 더 강해 보이게 그릴 수도 없지 않나. 진짜 디자인팀에서 고생 많이 했다.
좋은 성과라면 재미인데, 배경과 원화를 그리는 분들이 현대물에 재미를 느끼고 득달같이 이것저것을 만들어 주시다 보니 콘텐츠적으로는 정말 넘쳐난다.
김영호 이사: 그러고 보면 이런 방향을 잡은 건 정말 큰 장점인데(웃음)
앞으로 구현될 복장과 캐릭터로 추정되는 이미지.
사무실 거의 전체에 걸쳐 콘셉트 아트가 붙어 있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곳곳에 생필품들도 보인다.
1년에 걸친 방황 끝에 찾은 만족스러운 해답. 연말 CBT를 목표로 쭉 달리겠다
개발팀부터 게임 내용까지 변화가 큰 만큼 예정된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을 듯 한데?
김영호 이사: 사람이 바뀌고 새로운 인력들이 와서 기존 인력들과 호흡을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지금에야 이렇게 가볍게 말하지만 처음에는 당연히 힘들었다. 거의 한 해에 가깝게 고민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일들이 반복됐다.
다들 정신적으로 지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거다. 거기에 그 돌파구로 택한 게 대표부터 모두가 모여서 게임방향성을 찾는 거다 보니, 그만큼 시간도 더 많이 투자됐다. 일정이 어느 정도 밀리는 건 당연하다.
김현욱 팀장: 가장 힘든 건 시간이었다. 가져갈 수 있는 걸 추리더라도 절대적인 시간은 부족하니까. 어느 정도 개발자의 시간을 쪼개서 채울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었고. 그부분은 솔직히 어려웠다. 이건 솔직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만큼 고생해 준 다른 개발자분들에게 고맙기도 하고.
그래도 현재의 결과물에는 다들 만족하는 눈치 같은데?
김영호 이사: 그 부분에서는 확신을 하고 있다. 한창 힘든 시기에도 지금이 아니면 개발 프로세스와 게임방향을 바꾸기 어려울 거라 판단했고,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것보다 앞으로의 일을 길게 보는 데 집중했다.
예를 들어 배경 그래픽은 처음에 외주를 생각했다가 완성도를 고민하다 보니 전부 내부에서 소화하는 걸로 바꿨다. 그래서 인력을 더 늘리기도 했다. 늘어난 인원에 맞춰서 3명씩 그룹이 되어 메이즈를 하나씩 개발하는 구조도 택했다.
처음에는 시간과의 싸움 수준으로 일정이 아슬아슬하더니 이제는 수량이 넉넉하게 남을 수준으로 빨라졌다. 덕분에 더 힘들기는 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얻은 게 더 많다. 일단 개발자 전원이 게임에 애착을 갖게 됐고, 게임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고, 안정된 콘텐츠 수급이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클 거다.
그래서 구체적인 일정은 어떻게 되나?
김영호 이사: 사실 지금도 포커스 그룹 테스트를 할 수준까지는 왔는데, 액션에 대한 검증을 좀 더 만들고 나서 받자고 해서 미뤄둔 상황이다. 콘텐츠도 지난해부터 부쩍 속도가 붙어서 이미 테스트를 하고 남을 단계까지 쌓여있다. 다만 아직은 좀 더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아서 본격적인 테스트는 올해 연말 정도에나 시작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고생을 겪고도 계속 해보고 싶은 게 있다니 좀 의외다
박주현 실장: 만드는 우리조차 재미없으면 유저는 게임을 그보다 훨씬 더 재미없게 느낄 거라 생각하니까 그렇다. 솔직히 작년 중반까지는 진짜 힘들었다. 근데 새로운 방식의 개발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호흡을 맞추면서 개발속도가 빨라졌고, 그만큼 의욕들도 늘었다. 해보고 싶은 것들도 당연히 많고. 요즘은 알아서 무언가를 만들어 온 뒤에 한 번 도입해보자는 친구도 있다.
김현욱 팀장: 그래픽 쪽에서도 현대물에 익숙해지면서 실력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몬스터도 1주일에 3개씩 나올 수준이고. 슬슬 카툰 기반의 무언가에 대해 정답을 알아가고 있다.
김영호 이사: 내부개발 프로세스 하나는 확실히 잡혔다. 그 대가로 대표님이 일단 가정을 포기하셨지만(웃음). 개발자들보다는 대표가 포기하는 게 나으니까.
3인 1팀 구조의 작업환경. 반응은 확실히 좋다고.
일정이 너무 늦지는 않나?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유저도 많은데
김영호 이사: 그래서 새롭게 달라진 버전의 스크린샷과 영상을 다음 주까지 꾸준히 공개할 생각이다. 바뀐 부분에 대한 평가도 듣고 싶고.
김현욱 팀장: 프로토타입 시절의 그래픽은 자동차로 따지면 콘셉트카였다. 그걸 실모델로 적용하느냐는 이제 다른 문제인데 프로토타입의 문제를 해결했으니까 반응을 봐야지. 여담이지만 이왕이면 더 예쁜 그래픽으로 공개되고 싶은데 카툰 렌더링이다 보니 장난(?)을 하고 싶어도 못 하더라.
모바일과 관련된 개발 소식도 들리던데?
김영호 이사: 조직에 대한 개편을 진행하던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모바일 R&D를 만들었다. <소울워커>를 이용한 콘텐츠와 전혀 다른 IP를 이용한 콘텐츠를 개발 중이다. 기존 MMORPG의 모바일 콘텐츠들이 게임과 무리하게 연동되다 보니 정작 모바일버전만 놓고 보면 재미가 덜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우리는 독자적으로 놓아도 재미가 있는 쪽으로 설계하고 있다. 일단 개발은 올해 말 정도면 끝나지만 <소울워커>의 일정을 보고 상용화에 맞춰서 내거나 하지 않을까 생각 중이다.
회사에서 진행된 다양한 이벤트들과 생존에 꼭 필요한 배달 메뉴판.
덕심을 내세우는 게임 개발사답게 곳곳에 프라모델도 가득하다.
한사코 촬영을 거부하던 비상식량. 옆에는 김과 참치가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