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3: 영혼을 거두는 자>(이하 디아블로3 확장팩)의 2.1 패치 업데이트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디아블로3> 확장팩의 수석 디자이너 케빈 마틴즈는 한국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2.1 패치 일자를 예고했다.
개발진이 예상하는 패치일은 PTR(테스트) 서버에 패치가 1번 이뤄진 후. 그동안 PTR 서버 패치가 보름 주기로 이뤄졌던 것을 감안하면 9월 전후로 2.1 패치가 이뤄진다는 의미다. 개발진이 2.1 패치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신규 콘텐츠인 ‘시즌’ 모드다.
<디아블로2>의 레더와 유사한 이 콘텐츠는 특정 주기마다 열리는 ‘시즌’에 전용 캐릭터를 육성하고 달성한 것을 겨루는 모드다. 개발진은 시즌을 통해 새로운 재미는 물론, 그동안 <디아블로3> 확장팩이 지적은 고질적인 약점을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과연 개발진의 구상은 성공할 수 있을까? 2.1 패치를 준비하고 있는 ‘케빈 마틴즈’ 수석 디자이너와 ‘트래비스 데이’ 디자이너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오른쪽부터 케빈 마틴즈 수석 디자이너, 트래비스 데이 디자이너
시즌 모드, 새로운 재미와 약점 보완 모두를 해결하겠다
2.1 패치가 곧 추가된다고 밝혔다. 역시 시즌 모드의 추가가 가장 큰 변경점인가?
케빈: 시즌 시스템은 2.1 패치의 핵심 시스템이다. 2 ~ 3개월이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새로운 캐릭터를 육성하고 그 캐릭터가 이룬 업적을 겨루는 모드다. 시즌에서만 얻을 수 있는 전설 장비나 형상변환 아이템이 다수 추가됐으니 많은 유저들이 관심을 가져주리라 기대한다.
시즌이 핵심이긴 하지만 이외에도 많은 것이 준비되어 있다. 당장 이번 패치를 통해 50여 개의 새로운 전설 장비가 추가되고, 그 중에는 한국에서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자 한국적인 콘셉트를 차용한 장비도 만들었다.
이외에도 새롭게 추가되는 ‘전설 보석’, 일반 모드에서 적용되는 ‘순위표’, 네팔렘 차원균열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대균열’, 네팔렘 차원균열의 신규 테마 등 많은 것이 추가되었다. 기존 유저도, 신규 유저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시즌을 즐기려면 그동안 육성한 캐릭터 대신 새로운 캐릭터를 키워야 한다. 과연 많은 유저들이 이것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케빈: 시즌 모드에서는 여기서만 먼저 얻을 수 있는 수많은 전설 장비들이 존재한다. 시즌에서 얻은 장비는 일반 모드에서도 얻을 수 있다. 더 좋은 장비라는 보상 자체가 <디아블로3> 확장팩 유저들에게는 가장 큰 보상이 아닐까? 시즌 전용 ‘선착순 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정벌도 흥미로운 요소고.
또한 소수 캐릭터만 꾸준히 육성한 유저들은 잘 모르겠지만, <디아블로3> 확장팩의 캐릭터 육성환경은 꾸준히 변화했다. 한번 키웠던 캐릭터라도 다시 키우면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이템 수집이 어느 정도 끝난 캐릭터로는 맛볼 수 없는, 수시로 강해지는 경험을 다시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았다.
단순히 경쟁이나 신규 아이템의 획득처로만 시즌을 기획하진 않았을 것 같다. 시즌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그림이 있는가?
트래비스: 먼저 시즌의 가장 큰 목적은 유저들의 캐릭터 육성 경쟁이라는 것을 알아달라. (웃음) 다만 <디아블로3> 확장팩은 장르 특성상 캐릭터의 전투력이 급증하기 쉬운 게임이다. 실제로 <디아블로3> 오리지널과 <디아블로3> 확장팩 초기, 그리고 현재의 캐릭터 전투력을 비교하면 그 격차가 만만치 않다. 이러한 인플레이션은 신규 유저나 휴면 유저를 어렵게 한다.
하지만 시즌이라는 틀을 만들면 이러한 장벽이 완화된다. 콘텐츠 자체가 처음부터 새로 캐릭터를 키우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진입이나 귀환이 자유롭다. 기존 유저들도 시즌을 통해 친구와 함께 캐릭터를 육성하거나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좋은 보완책이 될 것이다.
시즌에서만 얻을 수 있는 전설 보석 중 한국 아이템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디아블로2>같은 경우 장비에도 이러한 콘셉트가 적용됐는데, 보석에만 적용한 이유가 있는가?
케빈: 아무래도 2.1패치의 핵심이 시즌이다 보니, 시즌에서만 얻을 수 있는 전설 보석에 먼저 적용했다. 추후에는 다른 장비에도 이런 콘셉트를 확장시킬 계획이다.
참고로 2.1패치에 추가되는 한국 아이템은 전설 보석인 ‘태극’, ‘미리내’, ‘신속’의 곡옥 3가지다. 한국의 전설과 블리자드 코리아의 아이디어를 받아 만든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견우와 직녀의 슬픈 이야기가 담긴 미리내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게임 속의 미리내도 직녀의 눈물로 만들어졌다는 설정이고.
2.1 패치에서 추가되는 네팔렘 차원 균열 테마 ‘시궁창’
2.1 패치가 추구하는 직업∙아이템 밸런스
2.1 패치에 추가되는 전설 장비를 보며 인상적이었던 것이 자원생성 옵션의 강화였다. 자원생성 옵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인데, 혹시 추구하는 방향성이 달라졌는가?
트래비스: 자원생성 옵션은 여전히 개발진들이 민감해하는 옵션이다. (웃음) 자원생성 옵션은 피해량 같은 옵션보다 게임에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크다. 때문에 지금까지는 굉장히 조심스러운 태도로 이 밸런스를 잡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수개월 간의 라이브 서비스로 이에 대한 충분한 피드백이 쌓였다고 생각한다. 2.1 패치에 등장한 장비 옵션은 이에 대한 반영이다.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이긴 하지만, 데이터가 쌓일수록 앞으로도 더 좋은 소식을 전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지적받은 문제 중 하나가 세트 아이템의 지나친 강함이었다. 특히 세트 아이템이 적어도 세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왕실권위의 반지' 때문에 이런 현상은 더 강했는데, 2.1 패치에서는 이에 대한 보완이 있는가?
케빈: ‘왕실권위의 반지’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개발진도 인지하고 있다. 때문에 2.1 패치에서는 보다 다양한 전설 장비를 추가해 이를 해결하려 한다. 아, 이것은 단순히 더 강한 단일 아이템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더 강한 아이템으로 다른 아이템의 가치를 낮추는 것은 최악의 밸런스라고 생각한다. 2.1 패치에서 제공되는 아이템은 괘를 달리하는 강함 보다는 기존에 없었던 옵션으로 유저들의 선택지를 늘리는 방식이 될 것이다.
트래비스: 이와 더불어 액세서리에 있어서도 흥미로운 능력의 세트 아이템을 고려하고 있다. 2.1 패치에 바로 적용되진 않겠지만, 왕실권위의 반지와는 또 다른 맛이 있으니 많은 기대 부탁한다.
왕실 권위의 반지는 과연 왕좌에서 내려올 수 있을까?
PTR 서버에서 ‘대균열’ 콘텐츠를 보면 높은 단계를 갈수록 특정 직업이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대균열뿐만 아니라, <디아블로3> 확장팩 콘텐츠 전반에 걸친 문제이기도 한데 이에 대한 해결책이 있는가?
케빈: 높은 단계를 공략할 수 있는 방법은 특정 직업 조합이 아니다. 우리는 특정한 능력을 가진 기술 조합으로 대균열을 돌파할 수 있게끔 디자인했다. 이러한 철학은 기존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2.1 패치를 적용하며 굉장히 많은 직업의 기술을 조율했다.
실제로 각국의 순위표를 보면 특정 지역에서 소외되는 직업이 특정 지역에서는 환영 받기도 한다. 아직 대균열에 대한 공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아서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특정 직업 소외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이에 대해서는 꾸준한 모니터링으로 만에 하나 있을 문제들을 대비하도록 하겠다.
높은 단계의 대균열로 갈수록 몬스터들이 체력 위주로만 강화되는 것 같았다. 의도한 것인가?
케빈: 의도한 것도 아니고 그렇지도 않다. 체력도 몬스터의 강함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그보다 더 신경쓴 것은 AI와 기술 사용 빈도, 그리고 몬스터의 조합이다. 우리는 단순히 캐릭터의 ‘스펙’으로 몬스터를 찍어 누르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영리한 몬스터에 맞서, 스킬 조합과 캐릭터 조합으로 던전을 돌파하는 것이다.
‘대균열’을 플레이하고 있는 모습
마법사가 약체? 캐릭터 밸런스 문제 없다
네팔렘의 차원 균열이 추가되면서 많은 이들이 이곳을 통해서만 아이템을 파밍하고 있다. 모험모드가 추가된 것은 월드를 골고루 살리기 위함으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케빈: 개발진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다만, 네팔렘의 차원 균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결국 모험 모드에서 얻는 아이템이 필요하다. 두 콘텐츠 간의 연계성이 있는 만큼 아직은 지켜보고 있는 단계다. 만약 콘텐츠 간 밸런스가 무너졌다고 판단되면 수를 쓸 생각이다.
제자리에 있을 때 캐릭터를 강화하는 스킬의 경우, 높은 난이도로 갈수록 효율이 떨어진다는 평이 많다. 특히 이런 스킬을 가지고 있는 성전사나 마법사 같은 경우 약체로 평가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케빈: 이른바 ‘말뚝딜’의 경우, 그 캐릭터가 가진 여러 콘셉트 중 하나일 뿐이다. 우리는 하나의 캐릭터가 하나의 스타일로 모든 난이도를 돌파하길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유저가 새로운 난이도에 도전할 때마다 새로운 스타일을 찾기를 원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마법사 같은 캐릭터는 많은 이들이 동의하는 대표적인 약체 캐릭터다. 혹시 이에 대한 강화 계획이 있는가?
케빈: 심리학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캐릭터가 약하다고 느낄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캐릭터의 몬스터 처치 속도나 몬스터의 피해를 견디는 양, 사냥 속도 등을 체크하고 있다. 직업 간 편차가 존재하긴 하지만, 도를 넘어서는 데이터는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피드백이 나쁘다거나 쓸모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유저들은 항상 우리들이 보지 못한 것을 알려준다. 우리도 이런 피드백에 계속 관심 갖고 있으니 앞으로도 많은 지적 부탁한다.
새로운 장비나 보석의 등장으로 캐릭터 간의 밸런스 격차가 더 심해졌다. 이대로라면 PVP 콘텐츠는 불가능한 것 아닌가?
케빈: 사실 시즌과 순위표는 PVP로는 당장 경쟁 요소를 추가할 수 없어 만든 시스템이기도 하다.
아직 PVP를 위해서는 더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디아블로3> 확장팩은 기술의 수나 옵션, 아이템 등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현재로서는 이를 같은 틀 안에 끼워 맞추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현재 존재하는 PVP 콘텐츠도 십중팔구 선제공격을 한 이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니…. PVP에 대해서는 더 많은 기획가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1 패치부터 추가되는 유저 간 순위표. 대균열 돌파나 시즌 별 업적 등 다양한 분야를 제공한다.
2.1 패치, 늦어도 가을 중 업데이트
<디아블로3> 콘솔 버전에 추가된 ‘구르기’가 PC 버전에도 등장할 수 있을까?
케빈: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 기술적인 이야기를 차치하고 간단히 설명하자면, PC와 콘솔은 구현 방식이 다르다. 콘솔 같은 경우 유저의 조작이 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구르기 같은 액션을 구현하기 쉽다. 하지만 PC는 이 구현이 간접적인 방식으로 이뤄진다. 때문에 콘솔과 같은 반응성을 만들기 쉽지 않다.
<디아블로> 시리즈의 가장 큰 재미는 전설 장비를 얻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전설 장비 획득에 운의 요소가 너무 강하다. 특히나 해당 캐릭터가 필요로 하는 필수 장비로 가면 더더욱 그렇다.
트래비스: 먼저 <디아블로3> 확장팩의 아이템 드롭 방식에 랜덤성이 강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특정 시스템으로 인해 정해진 틀 안에서 장비가 나온다면 오히려 아이템을 얻는 재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신 아이템 드롭률을 전반적으로 높이거나, 제작 등으로 유저들이 전설 장비를 접할 기회를 높이는 식으로 보완하려 한다.
PTR 서버에 2.1 패치가 적용된 지 한 달이 넘었다. 본 서버에는 언제 적용되는가?
트래비스: 곧(very soon) 추가된다. (일동 웃음) 아직 명확한 날짜를 말하긴 어렵지만, PTR 서버에 마지막으로 패치가 한 번 된 다음에 본 서버 적용이 이뤄질 것 같다.
(작성자 주: PTR 서버는 약 보름 주기로 패치가 이뤄졌고, 가장 최근 패치 일자는 8월 6일이었다)
마지막으로 한국 유저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트래비스: <디아블로3> 확장팩의 첫 대규모 패치를 선보일 수 있어서 행복하다. 시즌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이 추가된다. 많이 즐겨주시고 많은 피드백 부탁 드린다.
케빈: 2.1 패치를 기념해 커뮤니티 버프 이벤트도 준비 중이니 많이 기대해 달라.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