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Xbox One 한국 공식 출시 행사가 진행된 가운데, 영광의 1호 구매자가 탄생했다. 타임스퀘어에서 무려 8박 9일을 기다린 끝에 1호 구매자가 된 주인공은 23살 대학생이었다.
더 놀라운 건 1호 구매자가 되기 위해 9일을 기다린 것 뿐 아니라 선착순 1등에게 주어지는 500만 원 상당의 E3 2015 항공권 및 숙박권을 포기하고 다른 유저에게 양도했다는 점이다. 야외에서 고생스럽게 밤을 샜는데도 불구하고 세계 3대 게임쇼인 E3를 포기한 그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작년 6박 7일을 이기기 위해 8박 9일을 지냈다”
Xbox One 한국 공식 1호 구매자가 됐다. 행사장에서 밤을 샌다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B: 게이머로서 평소에 1호 구매라는 데 도전해보고 싶기도 했고, 작년 PS4 1호 구매자가 된 분의 이야기를 보니 정말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 직접 행동에 옮기게 된 계기는, 일본 Xbox One 출시 성적을 듣고 나서다. 일본에서도 출시 성적이 좋지 않았던 Xbox One이라 이렇게 열정을 보이면 더 좋게 소문나지 않을까 싶었다.
Xbox One의 출시 성적까지 신경쓰는 걸 보니, Xbox를 원래 좋아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
그건 아니다. 콘솔 게임은 플레이스테이션이나 Xbox 가리지 않고 두루두루 좋아한다.
왜 하필 8박 9일이나 기다렸나? 1호 구매자가 되기 위한 눈치 싸움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Xbox One이 PS4에 비해 늦게 발매됐고, 약간 뒤쳐지는 느낌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작년에 PS4 1호 구매자가 되기 위해 6박 7일을 기다렸던 그 분(홍석민 씨) 보다 오래 기다리면 나름대로 의미가 생기지 않을까 싶었다. 사실 7박 8일을 기다려도 되는 거였는데, 어쩌다보니 8박 9일이 됐다. (웃음)
다른 경쟁자는 없었나? 분명 커뮤니티 등을 알아보고 왔을텐데.
Xbox One이 출시 시기도 늦고, 여론도 안 좋아서 1호 구매가 큰 이슈가 되지 않았다. 그나마 4일 전 쯤 오겠다는 분은 있었는데, Xbox One이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슬프더라.
부모님의 반대는 진짜 없었나? 아무리 성인이라지만 부모님이 좋아하시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정말로 반대하지 않으셨고, 오히려 응원까지 해 주셨다. 그래도 중간에 연락도 하시고, 걱정은 하셨나보다. 그때 부모님께 죄송스럽더라.
8박 9일동안 지내기 힘들지 않았나? 가을 날씨라 밤을 지새기 힘들었을 것 같다.
일교차가 심해서 밤에는 정말 추웠고, 타임스퀘어측에서 협조를 안해줘서 더 힘들었다. 밤에는 야외로 쫒겨나야 했고, 주변에 노숙자가 많아서인지 의자를 펴지도, 누워서 자지도 못하게 하더라. 그래서 대리석으로 된 의자에 앉아서 쪽잠을 자야 했다. 새벽에는 정말 뼈가 시릴 정도로 춥더라.
다행히 중후반부터는 (이런 어려움을 알고)한국마이크로소프트(이하 한국MS)에서 소형 차량을 지원해줬다. 밤에는 주차장에 댄 차에서 잠을 청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1호 구매를 기다릴 때 또 도움을 준 사람은 없었나?
정말 한 분 한 분 다 기억한다. 모두 16명이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고 왔다 갔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첫날에 왔던 PS4 1호 구매하신분이다. 그 분이 말하길, 최대한 공론화 시켜서 1호 대기라는 점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노하우를 알려주시더라. 덕분에 도움이 많이 됐다.
한국MS에 관계있는 분이 와서 생활 면에서 정말 많이 도와주시기도 했다. 먹을 것도 그렇고, 생리 현상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처음에는 인정받기 전 까지는 함부로 자리를 뜨면 안될 것 같아서 에너지바만 챙겨 왔고, 화장실도 최대한 자제했는데, 덕분에 살았다.
“E3 관람권 양도, 평생 후회하게 될 것 같다”
E3 관람권 양도에 대해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언제 양도하겠다고 마음먹었나?
12일에 현장 1등 상품이 공지됐던걸로 기억한다. 14일에 타임스퀘어로 오면서 결심을 굳히고 왔다. 어차피 11월에 의무경찰입대가 확정된 상황이라…. 미리 한국MS측에 의사를 전달하면서 다른 유저들에게 최대한 공평한 기회가 돌아가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현장 행사 마감과 함께 E3 2015 관람권 추첨을 하게 된 거다.
(인터뷰 전, B군은 공식 행사 무대에서 E3 2015 관람권을 양도하는 걸 후회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나중에 평생 후회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아까 무대에서 평생 후회할 것 같다고 했는데…. 미안하다. 씁쓸하겠지만, 역시 다시 한 번 물어봐야겠다. 500만 원이라는 돈 보다도 세계 3대 게임쇼 관람 기회를 양보한 셈인데, 많이 아까울 것 같다.
(고개를 떨구며) 진짜…. 고민 많이 해서 내린 결정이다. 그래서 아까 무대에서 말하면서 힘이 쭉 빠지더라. 정말 E3에 가고 싶은데…. 그래도 다른 분들에게 공평하게 기회가 갈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다.
1등 상품을 포기한다는 걸 다른 곳에 미리 알리지 않아서 '깜짝발표'가 됐다. 왜 미리 커뮤니티 등에 알리지 않았나?
미리 커뮤니티 등에 알리지 않은 이유는, 행사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다. 만약에라도 커뮤니티 등에서 ‘1등 상품 노리고 갔냐’는 이야기가 나왔으면 발끈해서 먼저 말했을 텐데, 커뮤니티 등에서는 응원을 많이 보내줬다. 열정적이라서 보기 좋다고.
그래도 다행히 1호 구매자가 됐고, 호텔 숙박권도 받으면서 효도한 셈이 됐다.
뭔가 건져가는 게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특히 부모님께 드릴 수 있어서 정말 좋다. 정말 예상 못했다. 한국MS쪽에서 뭔가 제품 같은 걸 하나 줄 거라는 걸 예상하긴 했는데, 호텔 숙박권은 정말 나에게도 깜짝 발표였다. 그리고 서피스 프로3도 실물로 보니 실감도 나고 너무 기쁘더라.
Xbox One으로 가장 하고 싶은 게임은 무엇인가?
<포르자 호라이즌 2>를 하고 싶다. 가장 반응이 좋은 게임이기도 하고, 원래 가벼운 레이싱 게임을 즐겨하는 편이라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8박 9일의 여정을 응원해주신 부모님께 지면을 빌어 한마디 한다면?
나는 정말 복 받은 사람인 것 같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그 말이다. 부모님은 만족하실지 모르겠지만, 조그만 선물 하나 챙겨가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