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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접만담 w/ 정상원] 넥슨 20년만에 처음 생긴 조직, 인큐베이션실

넥슨 신규개발의 모토, 가축이 되지 말고, 야수가 되자

임상훈(시몬) 2015-05-26 18:31:04

2013년 10월 정상원 띵소프트 대표와 허접만담을 가졌습니다. 10년 만에 넥슨에 컴백한 사연과 한국 게임생태계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죠. 벌써 1년 반. 게임계는 계속 요동쳤고, 넥슨도 꽤 바뀌었습니다.

 

4월 말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물어볼 게 많았습니다. 넥슨의 인큐베이션실과 확률형 아이템 이슈, 국내 게임생태계에 대한 생각과 늘 궁금한 <택티컬커맨더스> 후속작 등. 그는 여전히 솔직하고 유익했습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분량이 많아 나눠서 담았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시몬


① [허접만담 w/ 정상원] 넥슨 신규개발의 모토, 가축이 되지 말고, 야수가 되자

② [허접만담 w/ 정상원] 정상원이 보는 2015년 한국 게임생태계


  

넥슨은 지난해 4월 신규개발본부에 '인큐베이션실'을 신설했습니다. 20년 전인 1996년 넥슨이 창업한 후 이런 조직이 만들어진 것은 처음이었죠. 넥슨의 반성과 고민, 비전이 고스란히 담긴 조직이었습니다. 반성과 고민은 넥슨만의 이슈는 아닐 겁니다. 많이 흔들리고 있는 국내 게임생태계의 신규 게임 개발환경과 관련해 참고할 거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큐베이션실, 더 앞을 보고 '다른 것'을 준비하기 위한 조직" 

 

임상훈 디스이즈게임 대표(이하 시몬): 허접만담을 한 지 1년 반 만이다. 그 때는 띵소프트 대표였는데, 지금은 직함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 어떻게 되나?

 

정상원 넥슨 부사장(이하 띵): 넥슨 부사장, 신규개발본부의 본부장, 인큐베이션실의 실장을 겸임하고 있는 중이다. 이것저것 다하고 있다.

 

시몬: 팀들을 일일이 다 챙기느라 힘들겠다. 넥슨 복귀 당시 나눴던 이야기가 기억난다. 라이브(기존 게임) 쪽 비중이 높고, 인수합병에 치중했던 넥슨이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신규 개발 강화 쪽으로 기조가 바뀔 것이라는 말했다. 그뒤, 1년 전 인큐베이션실이 생겼다.

 

띵: 넥슨이 '신규 개발을 안 한다'는 욕을 많이 먹었던 시점이기도 한데, 돌아와서 뒤져보니까 신규 개발 인력이 도처에 흩어져 있더라. 라이브팀에서 숨어서 신규 개발을 할 경우 '메인이 아닌 사이드로 개발을 한다'고 여기는 문제가 생긴다. (대규모 업데이트나 심각한 버그 등 급한 라이브 이슈가 생기면, 신규 개발 업무는 뒤로 밀린다는 의미. 편집자 주) 

 

게다가 각 조직 별로 신규 개발 인력의 숫자를 조절하는 것은 회사에서 굉장히 민감한 문제다. 다섯 명, 열 명, 스무 명... 이렇게 작은 숫자들로는 인력 배치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에 도처의 신규 개발 관련 인력 풀을 한데 모으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헤쳐모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다 모으기 시작했다. 30~40명 정도 될 줄 알았는데 130명이나 됐다. 결국은 인건비 문제여서, 인큐베이터실을 만든 초기에는 생각보다 인원이 많아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다. 

 

시몬: 그렇게 신규 개발 인력들을 모아놓은 인큐베이션실의 목적은 무엇인가? 넥슨 20년 역사에 처음으로 그런 조직이 생긴 것으로 아는데.

 

띵: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라이브 게임에 지나치게 포커스가 맞춰졌던 과거를 반성하면서 게임 회사로서 결국 '개발이 힘이다'는 생각을 했고, 마찬가지로 개발자에게는 '가축이 되지 말고 야수가 되자'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시몬: 근사한 말이다. '개발이 힘이다'는 것은 마켓, 인력, 자본이 작은 우리나라 게임회사가 글로벌 경쟁시대에 서바이벌하려면, 결국은 새로운 것, 다른 것의 개발로 승부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인가?

 

띵: 맞다. 자본력이 적다고 보긴 어렵지만, 우리나라의 개발역량은 미국이나 일본 등 콘솔 베이스에 비해 약하다. 최근에는 중국의 인해전술에도 밀린다. 마켓 사이즈는 언급할 필요도 없다. 전세계적으로 흥행한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도 대형 영화사 이상의 제작력을 통해 만든 것처럼 개발력은 게임 제작사의 바탕이다. 현재는 <캔디크러쉬사가> 같은 개발력과 크게 상관없이 득세하는 게임들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개발력에서 다시 승부가 날 것이라고 본다.

 

 

시몬: 그런 개발력을 키우기 위해 개발자들이 '가축이 되지 말고 야수가 되자'는 뜻인가? 왠지 이 이야기는 지난해부터 넥슨 내부에서 강조한다는 '창업 초기 넥슨의 강점과 야성을 복원하자'는 메시지와 맞닿은 느낌도 든다.

 

띵: '가축이 되지 말고 야수가 되자'는 것은 창작의 고통을 즐기자는 이야기다. 기존의 성공 방정식이나 핫한 게임의 벤치마킹에 심취하지 말고, 남들이 하지 않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거나, 기존 것보다 우월한 결과를 만들어내자는 의미다.

 

시몬: 최근 장르나 수익모델이 비슷비슷해지고 있는 모바일게임 쪽 상황과 차별화하는 전략 같아 보인다. 

 

띵: 개인적으로 모바일게임 개발에 있어 현재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을 하면 성공할 것'이 보인다는 점이다. 그래서 개발사들은 앞서 성공한 핫한 게임들을 따라하게 되고, 퍼블리셔나 투자사들은 엇비슷한 기준을 갖고 평가하게 된다.

 

지금 시장에서 핫한 것을 현재 넥슨 내부에서 만들고 있다면 그건 이미 늦은 거다. 경쟁력을 갖기도 어렵다. 생존을 걸고 개발하는 외부 개발사와 비교적 안정적인 내부 개발 환경이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 싸고 빠르게 유행 게임을 만들어내는 중국도 있다. 우리의 신규 개발실에서는 더 앞을 내다보고 뭔가 다른 것을 준비해야만 한다.   

 

요즘 나가서 퍼블리싱할 게임을 찾다 보면, 작은 회사일수록 '<도탑전기>를 따라 하지 않을 자신감'을 잃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다. 처음 보는 낯선 게임을 갖고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따라서 만드는 것은 경쟁력이 약할 뿐더러 우리가 할 일도 아니라고 본다. 색다르다고 느낄 수 있는 시도를 다양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의 트렌드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넥슨이 '요즘 이런 게임이 잘되니 이런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접근이 아니라, 다양한 게임들을 펼쳐 놓고 개발하는 포트폴리오 관리를 할 수 있는 회사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시몬: 다른 것을 강조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어떻게 다르다는 건가?

 

띵: 다르다는 것은 어떤 다른 부분을 추구했다기보다는, 같은 것을 추구하지 말자는 데 있었다. 사업모델이 끌고 가는 게임의 형태를 지양하고, 게임 자체에 있어서도 사람들이 신선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을 집어넣었던 것이 크다.

 

그 중에는 비슷한 게임들도 물론 있다. (인큐베이션실에서 개발한 것은 아니지만) 이전에 개발되다가 정식 프로젝트로 올라온 게임 중에는 요즘 대세인 액션RPG도 있다. 반면 정말 생뚱맞은 게임도 만들어지고 있고. 중요한 것은 그런 다양성을 추구하는 ‘방향성’에 있다. 

 

시몬: 모바일게임의 장르나 수익모델의 쏠림 현상은 많이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지만, 자금 압박을 받는 작은 개발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 같기도 하다. 넥슨은 온라인 쪽에서 매출이 잘 나오고 있으니까 그런 선택을 피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띵: 넥슨만의 다른 강점이 있다. 지금까지 (모바일게임 분야에서) 너무 늦었기 때문에 조금 더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조급하게 성공하기 위해서, 혹은 그 성공을 지키기 위해서 무리한 수를 두지는 않으려고 한다. 

 

지금까지 계속 잘 됐었으면, 어쩌면 더 조급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안 좋은 과거 속에서 나름의 배움을 얻고 가능성을 키울 수 있었고, 오랫동안 안 되었던 만큼 더 느긋하게 기다릴 수도 있는 것 같다. 온라인게임에서 안정적으로 벌고 있으니 급격한 변동성으로 스텝이 꼬이지 않을 수도 있는 것 같고. 

 

 

인큐베이션실, '정글 같은 치열함'이 존재하는 곳

 

시몬: 인큐베이션실이 어떤 지향을 가지고 만들어졌는지는 알겠다. 그런데, 그 안에서는 어떻게 팀을 짜나? 인큐베이션실 내 팀의 인원구성은 어떻게 되나?

 

띵: 작은 팀은 3~4명, 많으면 12~13명으로 팀이 구성되어 있다. 인큐베이션실 내의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외부 채용을 불허하고 있고, 대신 필요에 따라 내부 교류를 통해 인원이 배치된다. 이렇게 모아 놓으니 자연스럽게 이합집산이 가능하게 됐다. 경력은 짧지만 능력있는 사람들이 위로 튀어나오더라. 신망이나 개발능력이 떨어지는 쪽은 반대로 자연스럽게 밑으로 가라앉는 경우도 생기고. 

 

시몬: 나름 내부에서는 꽤 치열한 곳이겠다. 인큐베이션실에서는 어떻게 나가나? 얼마나 머물 수 있는가?

 

띵: 3개월에 한 번씩 리뷰를 하며 해체 및 진행, 팀 승격을 검토하게 된다. 6개월 동안 만든 프로토타입이 심사를 통과하면 정식 개발팀으로 독립한다. 3개월 하다가 프로젝트가 드롭될 경우에는 신규 프로젝트를 꾸리고, 6개월 했는데도 드롭되는 경우 전환배치라는 것을 하게 된다.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짧다면 짧을 수 있기 때문에 퇴사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깃발을 꽂고 달리는 사람들 중에는 회사 밖에서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고 자발적으로 나간 경우도 있었고. 전환배치가 끝까지 되지 않아 일부 퇴사한 경우도 있었다.

 

현재 넥슨에서 라이브 개발자를 포함한 전체 개발 인력수는 약 1,000명 정도로 내부적으로 개발자에 대한 니즈는 항상 있기 마련이라, 가능하다면 전환배치를 지원하고 있다. 

 

시몬: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프로토타입을 승인하는 기준이 될 것 같다. 누가, 어떤 기준을 갖고 평가하나?

 

띵: 아까 말했듯이 우리는 가급적 다른 면을 보려 한다. 요즘 TV에서 볼 수 있는 <K팝스타>와 같은 일종의 서바이벌 테스트의 접근 방식을 차용하기도 했다. 내가 소집해 프로토타입을 리뷰하는 회의를 진행하는데, 사업실 사람들이 들어와 리뷰를 한다. 3개월마다 체크하며, ‘지속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의견을 사업단에서 받는다.

 

사업 쪽에 내가 당부하는 게 있다. 지금 핫한 게임은 내부가 아닌 외부 퍼블리싱을 통해 소화하고, 내부 개발은 더 먼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몬: 그런데, 사업실에서 어떻게 그런 판단을 할 수 있겠는가? 일반적으로 사업 쪽은 좀 더 현실 지향적이지 않나. 6개월, 1년 뒤를 내다보는 게 가능하다고 보는가? 사업실이 제 3자이기 때문에 리뷰를 의뢰하는 것인가?

  

띵: 맞다. 출제자가 시험을 보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한 부분도 있다. 실제로 나는 프로토타입이 개발되는 과정을 가까이 봐왔기 때문에 모든 프로젝트를 드롭하지 않고 통과시키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시몬: 그런 과정을 거쳐 인큐베이션실을 나와 정식으로 독립한 팀의 숫자는 얼마나 되나? 프로토타입 심사과정을 통과하는 비율은? 

 

띵: 지금까지 30개 정도의 프로토타입이 심사를 거쳤고, 그 중 9개의 프로젝트가 정식 개발팀으로 독립했다. 1/3 정도 통과한 셈이다.  정식 프로젝트가 되면 PM도 붙고, 외부 인력 채용도 가능하다. 지금까지 인큐베이션실을 거쳐간 사람은 177명 정도 된다. 초반에 130명 들어왔고, 처음 반년 사이에 47명 들어왔고, 후반 반년 사이에 40명 들어왔다.

 

시몬: 새로운 도전을 위한 기회 제공이라는 말은 근사하지만, 승급과 탈락에 의해 프로젝트와 개인의 운명이 결정되는 구조는 정글 느낌을 풍긴다. (인큐베이션실 소속의 넥슨 멤버는 '사파리'라는 표현을 썼다.) '공적인 인정 경쟁'과 함께 '사적인 인정 경쟁'도 치열할 것 같고. 

 



띵: 내부적으로 로드쇼 같은 것을 돌기도 하는데, 그 과정을 통해 다른 팀이 붙거나, 기존 팀을 깨고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불안정한 쪽은 계속 빠지고 반면 안정적인 쪽은 계속 늘어나더라. 경쟁력이 없으면 결국은 도태되는 구조다. 치열한 구조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시몬: 근무한 연차에 따라 전환배치 등에서 영향을 받는 면도 있을 것 같다. 기존 팀에서는 아무래도 부담 없이 일을 맡길 수 있는 젊은 멤버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을 테니까.

 

띵: 보통은 연차가 많은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연차만 많은 것이 문제가 되는 경우를 보게 되긴 한다. 전환배치는 내부 채용과 동일한 프로세스를 거치기 때문에 시간만 쌓은 10년차, 15년차는 애매해진다. 

 

시몬: 지난해 NDC(넥슨개발자컨퍼런스)에서 '잉여가 유용하다'고 했는데, 그것은 레토릭에 가까운 것인가?

 

띵: 개인 차원의 잉여를 의미하기보다는, 회사 입장에서의 잉여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새로운 것을 개발한다는 것에 대한 원천적인 스트레스는 사라지지 않겠지만, 회사가 해야 하는 것 말고 다른 것들을 해볼 수 있으니까. 인큐베이션실의 역할이 그것이다. 

  

회사 차원에서 인큐베이션실의 또 다른 장점이 있다면 인력배치, 즉 괜찮은 프로젝트에 좋은 인력풀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포켓 메이플> 같은 경우에는 9명이서 개발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시장 반응이 좋아서 급히 인력을 충원해야만 했다. 이때 코디팀(코디네이션팀)에서 인큐베이션실 내의 적합한 인력풀을 대상으로 오퍼를 보내서 신속한 충원이 가능했다. 코디팀은 인큐베이션실의 인력 및 프로젝트 관리를 전담하는 팀이다. 

 

 

정글 탈출해 성공하면 따르는 '일발장타의 보상'

 

시몬: 많은 팀들이 독립했다. 그럼 지금 인큐베이션실의 인원은 어느 정도 되나?

 

띵: 계속 팀으로 독립해서 지금은 한 40명 정도가 인큐베이션 실에 남은 것 같은데, 그래서 조금 더 융통성 있게 조절을 하고 있다. 처음 인큐베이션실을 만들었을 때는 조직 안에 흩어져 있는 개발 조직을 다 모아 놓다 보니까 그 수가 조금 오버해 있었던 측면이 있다. 지금이 적정한 수준인 것 같다. 

 

시몬: 지금 현재 인큐베이션실의 신규 인력은 어떻게 받아들이나?

 

띵: 자발적으로 신규 개발을 하겠다고 나온 사람이나 팀도 있었고, 프로젝트 중에 라이프 사이클이 다한 팀은 인큐베이션실에 들어왔다. 팀 단위로 입사한 경우도 있다.

 

시몬: 인큐베이션실의 규모도 많이 줄었는데, 6개월이라는 승급/탈락/전환 기간이 여전히 적용되고 있나?

 

띵: 기존에는 타이트하게 관리하다가 지금은 좀 더 여유를 갖고 조율하고 있다. 처음에는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가, 지금은 어느 정도 밸런스가 맞춰져 가고 있다. 전환배치 역시 1~2개월 정도 기간의 여유를 두고 있다.

 

시작은 좋았는데 뒷심 부족 등으로 헤매는 팀도 있는데, 시간을 충분히 두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넥슨 전체적으로 서두르지 말자는 기조가 있다. 

 

시몬: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거보다 개발자들의 상황이 팍팍한 느낌이 든다. 물론 현재 게임 생태계가 과거처럼 다이나믹하게 성장하는 상황은 아니기는 하지만.

 

띵: 인큐베이션실의 기간 제한과 별개로, 기존에도 신규 개발 인력들이 2년 정도 개발하고 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그 압박감이 너무 커서 라이브로 가고 싶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더라.

 

어떻게 포장을 하더라도, 신규 개발은 분명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고, 또 어떤 의미에서는 냉정한 정글이 되는 것이 맞다. 그래서 자신의 프로젝트에 애정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고, 개인적으로는 인센티브 등의 보상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일발 장타가 없으면 지치기 쉽다.  

 

 

시몬: 생각났다. 1년 반 전에 만났을 때에도 인센티브 제도를 강화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강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지 못했는데.

 

띵: 업계 최고 수준으로 손질했다. 온라인게임은 첫 해 전체 매출에서 개발비를 제외한 금액의 10%를 개발팀에 준다. 그 후에도 2년 간 전년 대비 매출 상승분(개발비 제외)의 10%를 개발팀에 준다. 상대적으로 게임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모바일게임은 6개월과 1년 단위로 10%씩 지급한다. 

 

<영웅의 군단> 등을 개발한 팀 등이 바뀐 성과보상 제도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았다.

 

시몬: 부럽다. 인큐베이션실은 계속 이렇게 운영될 예정인가?

 

띵: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올해 가을 시즌부터 인큐베이션실에서 만들어진 신작들이 나오기 시작해서 쭉 나올 것 같다. 잘 되면 칭찬을 받을 것이고, 잘 안 되면 욕을 먹을 수도 있겠지. 다만 빨리 나오는 것이 능사는 아닌 것 같다.

 

시몬: 동의한다. 빨리 나오는 게 능사는 아니다. 새로운 시도가 성공했으면 좋겠다. 넥슨의 성과가 게임업계에도 좋은 레퍼런스가 됐으면 좋겠으니까. 

 

띵: 좋던 싫던 자리에 의해 요구되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넥슨이라는 회사가 가지는 업계에서의 책임에 대해 매일 무겁게 생각하면서 개발을 이끌고 있지만, 맘처럼 되지 않을 때도 있고 실수를 할 때도 있고, 오해를 살 때도 있더라. 길게 봤을 때 나중에는 비난보다는 잘 해왔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 노력 중이다. 

 

하나의 회사가 잘 되고 못 되는 것보다, 산업이 성장하기를 매우 바라는 20년 다 돼가는 개발자로서 지금의 성과를 뒤로 이어줘야 할 의무를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더 지켜봐 달라.

 

 

(게이머에게는 이게 더 관심거리일 만한) 보너스 정보

 

 

시몬: <페리아 연대기>는 언제 나오나?

 

띵: 공식적으로는 내년에 나올 것 같다. 올해는 클로즈베타 정도까지 가능할 것 같다. 

 

시몬: <삼국지 조조전>은?

 

띵: 이번 여름(7~9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몬: <택티컬 커맨더스 2>는?

 

띵: 내가 넥슨을 나가기 전에 나올 것 같은데… 언제 나갈지 몰라서... (ㅎㅎ) 지금 몇 가지 테스트를 하고 있긴 하다. 아예 안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물밑으로 트라이는 하고 있는데.

 

시몬: 그건 어느 조직에서 하고 있나?

 

띵: 띵소프트에서 하고 있다. 

 

시몬: 그럼 담당하고 있는 팀이 있다는 것 아니냐?

 

띵: 담당하는 유령팀이 있다.  몇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는데 지금 테스트 중이다. 될 수 있을지 없을지. 현재 엔진이 없는 상태이니 RTS 엔진과 관련한 테스트를 해보고 있다. 

 

시몬: 엔진을 만들고 있다는 의미인가?

 

띵: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니고, 관련한 테스트하고 있는 단계다. 

 

시몬: 기술적인 부분이 확정이 되면 개발에 착수할 생각이라는 것인가?

 

띵: 맞다. 그 부분에 대해서 정리가 되면 가능할 것 같다. 1편 제작 당시 가장 힘들었던 것이 RTS 엔진이 제대로 된 것이 없어서 RPG 엔진으로 만들다 보니 어려웠는데, 괜찮은 RTS 엔진이 있을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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