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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전투, 정말 즐거우세요?” 어느 괴짜 개발자들의 물음

모바일 RPG ‘심연의 군주’ 개발 중인 지에이오게임즈 인터뷰

김승현(다미롱) 2016-04-20 14:41:04

“자동전투, 그거 정말 재미있나요?” 순간 귀를 의심했다. 2016년, 그것도 모바일RPG를 만드는 개발자에게 자동전투를 ‘까는’ 말을 들을 줄이야.

 

모바일RPG가 시장의 메인이 된 지 3년, 일부의 생각과 달리 ‘자동전투’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필수 시스템이 되었다. 코어 게이머들이 아무리 “직접 하지 않는 게임은 게임이 아니다”라고 외쳐도, 자동전투가 주는 ‘편한 성장’의 재미를 이기진 못했다. 

 

이런 시장에서, 퍼블리셔와 계약까지 한 모바일 RPG 개발자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혈기 넘치는 젊은 개발자도 아니고, 오히려 업계에서 20년 이상 구르며 단맛 쓴맛 다 맛 본 베테랑 개발자의 이야기였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어떤 게임을 만들었는지 궁금했다. <심연의 군주>를 개발 중인 지에이오게임즈 안진국 대표, 정재호 기획팀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오른쪽부터 지에이오게임즈 안진국 대표, 정재호 기획팀장

 

 

■ 역경을 넘어섰을 때의 짜릿함은 어디 있죠?

 

“게임이 쉬우면 재미없습니다. 재미란 역경을 넘어섰을 때 주어지죠.” 안진국 대표가 말하는 개발 철학이다.

 

평균 연령 40대. 지에이오게임즈는 모바일게임 스타트업치고는 할아버지급(?) 연령대를 자랑하는 회사다. 개발자 대부분은 패키지게임으로 게임을 접하고 업계에 입문한 이들. 그런 만큼 멤버들이 사랑하는 게임도 요즘 모바일게임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다. 안진국 대표부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요즘 모바일 게임은 못해요.”라고 말할 정도다.

 

안 대표가 ‘인생게임’으로 꼽는 작품은 까다로운 퍼즐로 유명한 어드벤처 게임 <어나더 월드>(Another World, 1991년 작). 이런 취향은 다른 이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들이 느끼는 재미는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하고, 어려운 환경을 돌파했을 때의 짜릿함 속에 있다.

 

<어나더 월드> 아미가 버전 스크린샷

 

개발자로서 다른 재미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만큼 이를 뼈저리게 느낀 사람도 없다. 패키지에서 PC 온라인, 그리고 모바일로 변하는 것을 보면서​ 상사나 투자자, 퍼블리셔에게 ‘그래서 팔리겠어?’라는 말을 수시로 들었으니까. 실제로 자신들이 꺼려하던 게임이 잘나가는 것도 많이 보았으니까.

 

변해가던 시장에 따라 꿈꾸는 재미를 꺾은 지도 10여 년. CPU가 플레이하는 게임들을 보며 문득 그런 물음이 떠올랐다. ‘우리가 재미를 느꼈던 것들은 이제 골동품이 된 것일까?’ 

 

안진국 대표는 그와 같은 '올드비'들을 모았다. 회사 이름처럼, 올드 게이머이자 올드 개발자로서의 ‘가오’(GAO)를 위해.

 

그들의 목표는 AI(자동전투) 만으로는 깰 수 없는, 유저가 직접 깨지고 실수하며 던전을 공략해야 하는 모바일 RPG였다.

 


 

 

■ 서비스가 아니라 ‘플레이​를 제공하고 싶다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그들이 꿈꾸는 게임에 투자하려는 사람은 없었다. 이젠 둘도 없는 이해자가 된 퍼블리셔와도 처음엔 엄청 싸웠다. 트렌드에 맞춰 자동전투가 쉬운 게임을 만들라고. 하다 못해 ‘스펙’으로 조작과 공략을 씹어 먹을 수 있는 요소라도 넣으라고.

 

개발진은 수많은 것을 현실과 타협하는 와중에도, 이 콘셉트 하나만은 바꾸지 않았다. 이유는 하나였다. ‘숫자로 넘을 수 있는 역경은 역경이 아니다.’

 

“단순히 스펙을 올려 극복하는 역경을 누가 역경이라고 생각할까요? 누가 그것을 넘고 기뻐할까요? 역경은 스스로 고민하고 직접 움직여 극복했을 때 의미가 있습니다.” 지에이오게임즈 정재호 기획팀장의 이야기다.

 


 

<심연의 군주>에는 레벨이 아니라 ‘방법’으로 깰 수 있는 스테이지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어떤 보스는 정확한 몬스터 처치 순서를 알아야만 공략할 수 있고, 어떤 스테이지는 몬스터에게 들키지 않고 잠입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초반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일반 모드라고 할지라도 이런 해법을 모른다면 깨지 못하거나 깨더라도 성취도가 낮게 책정된다.

 

심지어 똑같은 호위 콘셉트의 미션이라도 어떤 미션은 적들이 잠복해 있어 정찰(?)이 중요한 반면, 어떤 미션은 폭격 때문에 빠른 무빙이 필요한 식으로 해법이 전부 다르다. 유저는 이것을 그때그때 몸으로 알아내야 한다.

 

때문에 게임 구성도 ‘헤딩’과 재도전에 특화되어 있다. 게임은 전투가 시작되면 컷인이나 몬스터의 대사 등으로 스테이지의 공략을 암시한다. 만약 유저가 도전에 실패한다면 패배 화면에서 주의점을 알려주고 스테미너도 1만 소모시키는 식으로 재도전을 권한다. (클리어 했을 땐 5~15 소모)

 

“우리가 옛 게임에서 느꼈던 재미는, 희미하게만 보이는 답을 직접 찾아내는 과정, 그리고 그것이 틀리지 않았을 때의 성취감이었어요. 모바일이니 만큼 이를 100% 똑같이 만들 순 없겠죠. 하지만 모바일 유저들에게도 이런 헤딩의 재미, 공략의 재미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공략에 실패하면 어디를 주의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 ‘공략​ 기믹 하나만은 원 없이 만들었다.

 

1년 반의 개발 기간은 꿈만 같았다. 돈도, 사람도 부족해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순 없었지만, 평소 원하던 것을 하다 보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를 가리지 않고 누구든 새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누구는 <더블드래곤>처럼 몬스터가 담을 넘어 기습하자고 제안하고, 누구는 <건스모크>처럼 몬스터가 광차를 타며 공격하자고 제안했다. 제안이 너무 많아 정재호 기획팀장이 짜증낼 정도였지만, 안진국 대표가 직접 코딩까지 하며 이를 구현했다. CBT에서 그렇게 우겨 넣은 것들이 어렵지만 재미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날아갈 것만 같았다.

 

개발진은 기세를 몰아 단순 대미지 경쟁이 아니라 MMORPG처럼 유저들이 진짜로 ‘합’을 맞춰야하는 실시간 레이드, 유저•길드가 직접 방어건물을 배치하고 영토를 두고 싸우는 공성전 콘텐츠의 기반까지 만들어 놓았다. 시나리오를 통해 공략의 재미가 먹히면, 나중에는 협동의 재미까지 보여주기 위해.

 

추후 길드공방전의 무대가 될 지역들

 

그리고 <심연의 군주>는 꿈 같은 개발을 끝내고 ‘출시’라는 현실을 앞두고 있다. 인터뷰 내내 신나게 떠들던 안진국 대표도, 정재호 기획팀장도 입을 다물게 한 현실이다.

 

“솔직히 두렵죠. 이런 것을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싫어하거나 당황스러워하는 사람이 더 많을 테니까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는 정재호 기획팀장의 이야기다.

 

하지만 안진국 대표는 덤덤하기만 하다. 적어도 ‘공략’이라는 초기 목표는 모바일 안에서도 원 없이 추구할 수 있었으니까.

 

“적어도 우리가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원 없이 추구했습니다. 10년 넘게 꿈만 꾸고 있던 것을요. 이것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신다면 정말 좋겠지만, 지금은 이런 재미도 있다는 것을 인정받기만 해도 기쁠 것 같네요.”

 

과연 안진국 대표와 지에이오게임즈가 꿈꾸는 로망은 유저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심연의 군주>는 26일, 모바일로 출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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