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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가마수트라] 게임 기획에 공통의 어휘를 사용하자 (1)

‘형식적 추상 디자인 도구’ by 더그 처치

밝은해 2013-08-16 09:32:17
안녕하세요. 밝은해입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글은 베테랑 게임 개발자 더그 처치의 '형식적 추상 디자인 도구'입니다. 1999년 8월 '게임 디벨로퍼 매거진'에 실렸죠. 제목이 건조한 단어의 나열이어서 복잡해 보이지만, 필자의 주장은 간단합니다. 게임 디자이너(기획자)들이 게임 디자인(기획)을 명료하고 근본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공통의 어휘를 갖추자는 것입니다.

글이 잡지에 실리고 14년 동안 해외 게임계에서는 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처치의 주장처럼 명료한 개념을 정립하려는 사람들이 있었고, 어떤 어휘들은 정착되어 널리 쓰이게 됐죠. 반면, 어떤 사람들은 인위적으로 정의를 내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개발자들 사이에 공통된 어휘가 필요한가, 이 문제의 결론은 뒤로 미루더라도, 필자가 게임을 분석하고 개념을 정립해나가는 탁월한 과정만으로도 이 글은 읽어볼 가치가 있습니다. 

이번 글은 분량이 긴 만큼 2부로 나뉘어서 연재합니다.

※ 이 연재는 가마수트라와 디스이즈게임의 기사 제휴에 의해 제공되는 것입니다. /편집자 주



현대의 컴퓨터 게임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게임은 플레이어의 경험에 대한 비전을 기술 기반에 융화시킨 것이다. 관계된 모든 분야(디자인, 아트, 오디오, 레벨, 코드 등)가 성공적인 융화를 위해 조화롭게 일한다. 

( 이 글에서 '디자인'은 '기획'을 의미합니다. 국내에서는 '디자인'(Design)이 주로 이미지 작업을 의미하는 용어로 쓰이지만, 영어로는 '설계'나 '기획'을 뜻합니다. 해외 게임업계에서 '디자인'과 '디자이너'는 각각 '기획'과 '기획자'로 쓰이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대부분 분야에서 산업의 발전 자취는 분명하게 보인다. 우리가 게임을 하는 기계는 훨씬 더 강력해졌고, 화면은 더 큰 해상도에 더 많은 색을 담게 되었고, 그림과 모델링 도구는 더 정교해졌으며, 오디오 처리는 더 빨라졌고, 사운드 카드에는 더 많은 기능이 생겼다. 10년 전에는 이르는 말조차 없었던 기술 문제가 해결되었고 무한을 향해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게임이 서있는 기술 기반(게임 코드와 콘텐츠 제작 도구)은 진화하고 있다.

모든 장르와 회사에서 우리는 우리의 아이디어나 과거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기술의 한계를 넓혀가며 새로운 기법을 배우고 가능성을 탐험한다. 비정상적인 예외 한둘을 제외하면 어떤 회사나 팀도 고립된 채 일했다면 지금 서있는 위치에 있을 수 없었다.

그 반면, 디자인은 컴퓨터 게임 제작에서 가장 이해가 느린 분야다. 디자인은 비전을 현실화하고 아트와 코드, 레벨, 사운드를 합쳐 모아 플레이어의 경험으로 만들어 놓는다. 영리한 코드, 아름다운 아트, 끝내주는 레벨이 있어도 서로 만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디자인은 플레이어의 목표와 페이스를 좌우한다. 디자인이 게임이다. 디자인이 없으면 CD에 데이터를 가득 담았을 뿐, 경험은 존재하지 않는다.

애석하게도 디자인은 발전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분야기도 하다. 과거의 발견을 바탕으로 한 발전도, 성공을 불러온 개념의 공유도, 한 분야나 장르에서 얻은 교훈의 타 장르 적용도 충분히 실행되지 않았다. 장르 안에서는 (특히 특정 디자인 팀 안에서는) 어떤 계보가 꾸준히 발전해왔다. 하지만 디자인의 발전은 여전히 게임 기술의 전반전인 발전에 한참 뒤쳐져 있다.


게임을 말하는 방법

디자인의 발전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공통된 디자인 어휘의 부족이다. 대부분 전문 분야에는 상당히 발전된 언어가 존재한다. 육상 선수는 자기 종목과 일반적인 신체 조건을 이르는 언어를 안다. 공학자는 자기 분야의 기술 용어를 안다. 의사는 신체 부위의 라틴어 이름과 난해한 처방전을 갈기는 방법을 안다. 반면 게임 디자이너들은 “재미있다”, “재미없다” 밖에 이야기할 수 없고, 많은 경우 거기서 분석을 끝낸다. 게임이 재미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좋은 시작이지만 게임 디자이너라면 더욱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우리는 '게임보이'에서 횡스크롤 슈팅 게임을 플레이해 그 멋진 부분을 밝혀낸 뒤 우리가 구축하는 3D 시뮬레이션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혹은 마음에 들지만 짜증나는 부분이 있는 게임에서 그 부분이 짜증나는 이유를 이해하고 우리 게임에서 비슷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이런 수준까지 이해할 수 있다면 모든 장르에 걸친 디자인의 발전이 가속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수준의 이해에는 디자이너들끼리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할 방법이 필요하다. 즉, 공유할 수 있는 게임 디자인의 언어가 필요하다.


국경 없는 언어

우리 업계는 다채로운 플랫폼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온갖 종류의 타이틀을 만든다. 어떤 언어를 개발하든 그 언어는 이 폭넓음을 인식해야 하고 겉보기에 달라 보이는 장르와 제품 사이에서 공통된 요소를 뽑아내야 한다. 우리가 얻은 교훈과 혁신, 실수를 우리 모두 살펴보고 기억하고 득을 볼 수 있는 형태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게임의 바탕이 되는 구성 요소를 이야기할 수 있는 디자인 어휘가 필요하다. 그저 “재미있었다”, 혹은 “잘 모르겠지만 별 재미 없었다” 같은 말 대신, 게임을 그 구성 요소로 분해하고 요소들이 균형을 잡고 서로 조화하는 방식을 이해해볼 수 있다. 정확한 어휘는 게임 제작에 대한 이해와 제작 능력을 높여줄 것이다.

이것은 여러 기술 혁신에서는 이미 자연스레 하고 있는 일이다. 기술은 어떤 제품에서 뽑아내거나 다른 프로젝트로 옮기기 훨씬 쉽다. 텍스처 맵퍼나 모션 캡처 시스템은 손쉽게 분리할 수 있다. 사무실 사람들이 모여서 새로 나온 게임을 살펴볼 때 기술적 '평가'는 5분 안에 끝난다. “와, 텍스처 맵핑 멋지다.” “저 인체 끝내주네.” “근데 서브픽셀 수준의 맵퍼가 없네? 왜 그랬지?” “오, 저 특수효과는 훔쳐 써야겠는데.” 하지만 사람들이 흩어지고 나면, 디자인에서는 어떤 도약이 있었으며 무엇이 통했고 통하지 않았나 관찰하는 사람은 소수다.

디자인은 화면을 보고 바로 집어내기 어렵다. 이런 특성 때문에 디자인의 발전은 정체되어 있다. 특정 장르 안에서는 개량을 통한 디자인의 발전이 흔히 일어난다. 올해의 실시간 전략(RTS) 게임은 명백하게 작년에 나온 RTS 게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오늘날 사용되는 디자인 어휘란 본질적으로 특정 게임이나 장르의 전유물이기에 그런 경향은 계속된다. 각 종족의 유닛 생산 비용 밸런스나 유닛 수와 힘의 트레이드오프(※1)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다. 하지만 RTS 게임에서 나타난 혁신이 더 좋은 롤플레잉 게임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 예를 들기는 어렵다.

※ 역주1: trade-off. 한 쪽을 선택하면 다른 한 쪽을 잃을 수 밖에 없는 관계. 어떤 RTS에서 유닛을 많이 생산할 수록 유닛 하나하나의 힘을 늘릴 자원이 부족해질 수 밖에 없다면, 유닛의 수와 유닛의 힘은 트레이드오프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우려에서 공유된 디자인 어휘가 있으면 매우 유용하리라는 결론이 나왔다. '형식적 추상 디자인 도구'(Formal Abstract Design Tools, 이하 줄여서 FADT)는 그런 어휘의 뼈대를 만들려는 시도이며 어휘를 구축하는 과정에 착수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다.

단어를 하나하나 살펴보자. ‘형식’이라는 말은 명확한 정의로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해줄 수 있다는 뜻이다. ‘추상’은 어떤 장르의 특정한 구성이 아닌 그 기반이 되는 개념을 강조한다. 우리가 디자이너들이므로 ‘디자인’이 있다. 그리고 우리가 활용하는 공통 어휘를 형성할 것이므로 ‘도구’다.

‘디자인’과 ‘도구’는 말 그대로다. 그런데 ‘형식’과 ‘추상’의 의미를 명확히 하려면 몇 가지 예를 들어야 할 것 같다. 예를 들어, '멋진 것'은 형식성이 없으므로 FADT에 해당할 수 없다. '멋지다'는 말은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하기 쉬우니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명확한 단어가 아니다. 반면, '플레이어 보상'은 잘 정의되어 설명이 가능하므로 FADT에 해당한다. 다른 예로, RPG에 나오는 '+2 도살검'은 추상적이지 않고 특정한 게임에 나오는 요소일 뿐이다. 추상적이지 않으므로 FADT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마법 검의 기반이 되는 관념(플레이어에게 더 강력한 장비를 전달하는 구조)은 FADT의 좋은 예다. 따라서 '플레이어의 파워업 곡선'이란 개념은 FADT에 해당할 수도 있다.


디자인 어휘 만들기

도구를 더 자세히 살펴보고 실제 예시를 보기 전에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추상 도구는 게임이란 건물을 짓는 벽돌로는 사용할 수 없다. 도구가 집을 구성하지 않는다. 도구로는 집을 짓는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좋은 '플레이어 파워업 곡선'이 있다고 게임이 좋아지지 않는다. FADT는 맛을 더하는 마법의 재료가 아니다. 게임을 제안하는 회의에서 “이 게임은 플레이어 파워업 곡선입니다” 라고 말하지 않는다. 여전히 디자이너는 무엇이 재미있고, 어떤 게임이고, 어떤 목표가 있는지 궁리해야 한다.

디자인 어휘는 우리가 게임을 분해하는 도구이며, 그것과 함께 우리는 게임의 비전을 현실화하거나 게임의 작동을 개선할 수 있다. 디자인을 숙고한 후 디자이너는 자신의 게임에 어떤 도구가 이미 사용되는지 조사해볼 수 있다. 사용했다면 잘 사용하고 있는가? 아니면 이질적인가? 사용하고 있지 않다면 과연 사용해야 하는가? 아니면 자신의 게임과는 맞지 않는가? 모든 건설 프로젝트에 원형 톱이 필요하지 않듯(슬프다), 모든 게임에 모든 도구가 필요하지 않다. 올바른 도구를 써야 원하는 형태와 필요한 힘, 올바른 스타일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된다.

마찬가지로 도구들이 항상 서로 잘 맞지는 않는다. 때로는 충돌한다. 언제나 모든 게임에 모든 도구를 사용하자는 게 아니다. 개별 도구를 서로 다른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고, 어떤 도구는 필요할 때를 대비해 공구 상자에 보관해 놓을 수 있다. 도구를 이용해 원하는 것을 만드는 사람은 바로 디자이너다. 도구가 좌우하게 하지 말자.


도구 찾기

우리는 실질적인 게임 디자인의 바탕이 되는 디자인 어휘, 도구를 찾아야 한다. 디자인 어휘를 파악하는 데 올바르고 공인된 방법은 없다. 한 가지 쉬운 방법은 좋은 게임을 하나 가지고 잘된 부분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실제 게임 요소의 구체적인 사례에서 주요 특성을 추상화하고 형식화하면 도구를 발견해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글에서 모든 도구나 게임을 철저하게 분석할 수는 없다. 이 글의 목표는 FADT를 전부 나열하려는 게 아니라 그 기본 아이디어와 활용을 개략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몇 개 게임과 몇 가지 도구, 아이디어를 간략하게 살펴보려고 한다. 좋은 게임 디자인의 예를 찾고 있으니 <슈퍼 마리오 64>부터 조사해보도록 하자. 게임의 구체적인 특성을 살펴본 후, 뒤로 물러서서 추상화하고 형식화해 다른 장르와 작품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겠다.

마리오의 세계는 상당 부분 일관되고 예측 가능하다. (때때로 기묘한 부분도 있지만.) 플레이어가 받는 조작 체계는 작고 단순하며 언제나 작동한다. 조작 체계는 단순하지만 그런 단순한 이동과 몇 가지 점프 움직임으로 풍부한 상호작용이 가능할 만큼 표현력이 좋다. 조작은 항상 작동하고(모든 행동을 언제나 수행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조작의 결과를 예상한다(가령, 삼단 점프는 일정한 거리를 가고, 엉덩이 찍기는 적을 무찌른다). 파워업들은 천천히 도입되어 전체적으로 일관되게 사용된다(가령, 메탈 마리오는 언제나 수중에서 지면을 걷는다).

 



이런 단순하고 일관된 조작은 쉽게 (마리오 세계에 어울리게 정확한) 예측 가능한 물리와 짝을 이루어, 플레이어는 자신이 무언가 시도하면 일어날 일을 높은 확률로 예측할 수 있다. 몬스터와 환경은 점점 복잡해지지만, 새롭고 특별한 요소는 천천히 도입되고 대체로 기존의 상호작용 원리를 바탕으로 한다. 이로 인해 플레이어는 게임 속 상황을 식별하기 좋고 행동을 계획하기 쉽다. 플레이어는 높은 곳의 턱이나 지나가는 몬스터, 수중의 상자를 보는 즉시 접근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이것으로 플레이어는 상당히 정교한 계획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게임은 세계의 작동법과 캐릭터가 이동하고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방법, 극복해야 하는 장애물에 대한 지식을 (보통 은연중에) 플레이어에게 제시한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흔히 잠재의식 속에서 가고 싶은 곳에 갈 계획을 수립한다. 플레이어는 이 게임을 하면서 수천 가지 작은 계획을 세우는데 어떤 것은 통하고 어떤 것은 통하지 않는다. 여기서 핵심은 계획이 성공하지 못했을 때 플레이어가 그 이유를 이해한다는 점이다. 세계가 일관되므로 계획이 통하지 않은 이유도 명확하다. 이 계곡은 서서 점프가 아니라 삼단 점프가 필요했다던가, 생각보다 얼음이 많았다던가, 몬스터가 조금 빨리 움직였다던가. 플레이어는 계획을 세워서 시험해보고 게임이 그에 반응하는 결과를 본다. 그 반응이 이치에 맞으므로 필요할 경우 첫 시도에서 배운 정보를 활용해 다른 계획을 세운다.

이것이 플레이어가 게임에 관여하게 만든다.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것을 할 방법을 플레이어 자신이 어느 정도 통제하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는 속았다는 기분이나 게임이 지원하지 않는 행위를 시도하고 싶다는 기분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아주 제한된 양의 행동을 제공하지만 그것을 완전하게 지원함으로써, 세계는 플레이어에게 진짜가 된다. 마리오를 플레이하면서 동굴을 파거나 불을 피우거나 생선 요리를 하고 싶은데 안 된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없다. 세계는 아주 단순하고 일관되다. 무엇인가 그 안에 존재한다면 사용할 수 있다.


멋지네요! 그런데 제가 만드는 게임은 <마리오 64>가 아닌데요. 그건 이미 만들어진 게임이잖아요.

마리오에 멋지게 판단한 게임 디자인이 있다는 것은 잘 알았다. 우리는 마리오 게임의 맥락 속에서 그 판단의 작동 방식과 그게 플레이어의 경험에 미치는 영향, 플레이어를 게임 세계에 깊이 몰두하게 하는 방식을 간략히 탐구해보았다. 하지만 자동차 경주 게임을 만드는 데 단순히 엉덩이 찍기를 넣어 마리오처럼 잘 작동하리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니 이제 다른 게임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도구를 추상화하고 형식화해볼 시간이다.

마리오의 예를 다시 보자. 이 특정 부분을 관찰해서 어떤 도구를 추려낼 수 있을까? 먼저, 플레이어가 직접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에 따라 행동하도록 격려하는 여러가지 방법이 보인다. 플레이어 자신이 게임 세계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알기에 자신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느끼는 게 핵심이다. 목표와 통제는 '앞에 있는 다리를 건넌다' 같은 즉각적이고 낮은 수준의 목표부터, 장기적이고 높은 수준의 목표까지 여러 규모로 제공되고 형성될 수 있다. 흔히 플레이어는 여러가지 목표를 다양한 수준에서 다양한 시간 규모로 추구한다.

이렇게 목표를 축적하고, 세계를 이해하고,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따라 행동하는 과정은 플레이어가 게임에 몰두하게 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우리는 이것을 '의도'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플레이어가 의도하여 행동하도록 허락하고 격려한다는 뜻이다. 의도는 강을 건너는 즉각적인 계획부터 거대한 미스테리를 푸는 여러 단계에 걸친 계획까지 각 수준에서 작용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의 첫 번째 FADT다.

의도: 게임 속 현재 상황과 플레이어의 게임 플레이 선택권에 대한 이해에 대응하여 이행할 수 있는 계획을 플레이어가 직접 수립한다.

 

 

마리오 세계의 단순함과 견고함 덕에 플레이어는 자신의 행동에 더 접점을 느끼고, 책임을 느낀다. 특히 자신이 무언가 시도해서 잘못되었다면 잘못된 부분을 깨달을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또 다른 도구 '인지 가능한 귀결'로 이어진다. 그 핵심은 게임이 플레이어에 반응할 뿐 아니라 그 반응이 명백하다는 점이다. 내가 점프를 하면 통하거나 통하지 않는다. 마리오는 이 도구를 낮은 수준(강 건너기, 굴러오는 바위 피하기 등)에서 광범위하게 활용한다. 어떤 행동을 하든 그 결과는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피드백을 낳는다.

인지 가능한 귀결: 플레이어의 행동에 대한 게임 세계의 명료한 반응
우리는 마리오가 바탕으로 하는 아이디어를 일부 탐구해서 두 가지 잠재적 디자인 도구를 추상화 해보았다. 마리오가 이 도구를 결합하는 방식도 눈 여겨 볼만 하다. 플레이어가 계획을 세우고 수행하면 그 결과를 보고 그런 결과가 일어난 이유를 알 수 (혹은 직감할 수) 있다. 여기서 이야기한 요소는 마리오가 지닌 멋진 부분의 전부도 아니고, 마리오가 사용하는 도구의 전부도 아니지만, 이 논의를 통해 FADT를 수립하는 과정은 알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여러 도구가 함께 작동하는 방식은 나중에 다시 살펴보겠다. 그 전에 먼저, 의도와 인지 가능한 귀결을 다른 게임에 적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2부에서 계속]

저자: 더그 처치

 

미국의 게임 디자이너(기획자), 프로그래머. <울티마 언더월드>와 <시스템 쇼크> <시프> 등 액션/RPG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 게임들의 개발을 주도했다. 현재 밸브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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