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하나 남은 셧다운제의 빗장이 풀릴 수 있을까요? 셧다운제는 2021년 폐지됐습니다. 그런데 셧다운제의 빗장이 풀린다니 무슨 이야기일까요? 바로 '선택적 셧다운제'로 불리우던 게임시간 선택제 이야기입니다.
지난 1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5개년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현행 게임시간 선택제를 자율로 전환합니다. 지금은 온라인게임을 플레이할 때 청소년 본인이나 부모 등 법정대리인이 요청에 따라서 게임 플레이 시간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넥슨은 '자녀사랑 시간지키미'를, 엔씨는 '게임시간선택제' 페이지를, 넷마블은 '자녀게임관리'를 운영 중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발로란트>의 라이엇게임즈코리아에도 유사한 서비스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제도의 실질 이용자 수가 전체 0.05%에 불과한 3,000건 밖에 없었기 때문에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게임시간 선택제는 강제적 셧다운제의 빈자리에 남은 제도였습니다. 원래 한국의 법에는 2개의 셧다운제가 살아있었습니다. 하나는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보호법에 들어있던 강제적 셧다운제, 그리고 다른 하나는 문체부의 게임산업법에 들어있는 선택적 셧다운제입니다. 2021년에 없앤 것은 전자이고, 후자는 아직 효력을 발휘하고 있었던 것이죠.
이중의 규제가 사라졌지만, 매출 300억이 넘는 온라인게임사가 포털을 유지하는 수고는 그대로 남아있었던 셈입니다. 부모가 게임 시간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법률을 둔 국가의 수는 지극히 적기 때문에 "갈라파고스 규제"라는 비판은 여전히 남았습니다. 콘솔 3사의 '자녀 계정'이나 '어린이 어카운트'를 통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고요. 세계 최고의 PC 게임 유통망 스팀도 마찬가지로 패밀리 계정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문체부의 발표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선택적 셧다운제에 적용됐던 법적 의무가 사라집니다. 현행 법에 따르면, 매출액 300억 원, 고용인 300인 이상 기업은 신규 이용자를 대상으로 본인인증 및 이용시간 제한 등의 선택적 셧다운제를 반드시 시행해야 합니다. 그 미만 기업은 이용시간 제한 조치를 실시해야 합니다. 매출액 50억 원, 고용인 50인 미만 소기업만 선택적 셧다운제 적용이 제외됩니다. 문체부의 발표는 이러한 기준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대신에 문체부는 브리핑에서 "게임사가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자율규제" 형태의 셧다운제를 남겨두겠다고 말했습니다.
시계를 다시 2021년으로 돌려보죠. 강제적 셧다운제의 폐지가 결정되면서, 게임문화재단이 선택적 셧다운제의 "원스탑 서비스"를 맡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등장한 것이 2023년 2월 출시된 '게임시간 선택 서비스' 홈페이지입니다. 넥슨,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카카오게임즈 등이 총 41개의 게임에 대해서 셧다운제를 접수받는 곳으로 현재도 운영 중입니다.
문체부는 "현재 게임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관련 시스템은 게임사가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게임문화재단은 "청소년의 게임과몰입 예방을 위한 ‘게임시간 선택 서비스’의 협력 게임사가 확대되면서 청소년들의 선택 폭이 크게 증진됐다"고 자부했지만, 정부는 1년 만에 이 서비스 또한 없앨 예정입니다. 브리핑에 의하면, 게임문화재단 대신 각 게임사가 자체적으로 게임시간 선택을 서비스하게 됩니다. 강제력이 없으므로 스마트폰의 '집중 모드'와 다를 것이 없어 보입니다.
한편, 이번 발표와 더불어 문체부는 전체이용가 게임에 본인인증을 없애기로 했습니다. 현재 제도에서는 모든 유저가 게임 포탈 사이트에서 본인 인증을 해야만 했습니다. 신분증이 있는 입장에서는 간편한 절차였겠지만, 아직 신분증이 나오진 청소년은 전체이용가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이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곤 했습니다. 앞으로 전체이용가 게임에는 본인인증을 선택사항으로 맡기게 됩니다.
문제는 여기가 한국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셧다운제라는 제도는 아예 적용되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중독포럼, 탁틴내일, 한국소비자연맹, 좋은교사운동 등 여러 단체는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가 논의되던 2021년 7월 셧다운제 폐지를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냈습니다.
이들은 제도의 실효성 논란에도 "셧다운제도는 성장발달의 매우 민감한 시기인 15세 이하 아동 청소년들이 절대적인 수면시간 확보를 통해 건강과 성장, 그리고 일상생활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입법취지로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모바일게임도 셧다운제를 "조속히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걱정이 앞섭니다. 한국 게임 생태계는 아직 끝나지 않은 셧다운제 갈라파고스를 벗어날 수 있을가요?
TIG 2021 셧다운제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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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셧다운제 폐지, 정말 게임 업계의 오랜 숙원일까? (바로가기)
③ 여성가족부 해체, 셧다운제 폐지에 도움이 될까?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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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셧다운제 실효성 논란, 제대로 종결시킨다 (바로가기)
⑦ 두 개의 셧다운제... '게임시간 선택제'도 문제? (바로가기)
⑧ 선생님들, 게임은 해보셨습니까?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