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마교주 (정우철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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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에이지, 기본부터 살펴보고 싶어요”

아키에이지의 첫 CBT를 앞둔 송재경 대표 인터뷰 ①

‘송재경’이라는 이름은 게임계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다. 최초의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와 여전히 동접 20만 언저리의 <리니지>. 세계 온라인게임 역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아니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두 게임은 그의 손길을 거쳤다. 넥슨과 엔씨 역시 마찬가지.

 

송재경이라는 이름은 적어도 MMORPG 분야에서는 기대감 그 자체다. 그 결과, 스크린샷 한 장 없이도 그가 개발한다고 발표한 순간, 그 게임은 기대작이 됐다. 그가 대표를 맡아 이끄는 XL게임즈의 신작 MMORPG <아키에이지>(ArcheAge)가 이런 수순을 밟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하지만 송재경 대표는 걱정이 앞선다. 너무 커져 버린 <아키에이지>에 대한 기대감이 부담으로 다가온 것이다. 첫 클로즈 베타테스트(CBT)를 앞둔 시점에서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인터뷰 1부에서는 CBT를 맞이하는 송재경 대표의 속마음을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 “1 CBT의 시기. 예정 대로다.”

 

당초 <아키에이지>는 지난 6월경 1 CBT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계획대로 진행되는 게임개발은 드물다.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심각한 버그가 발생했거나, 아니면 피치 못할 사정이 있거나 그 사연도 다양하다.

 

7 22 <아키에이지> 1 CBT가 시작되는 시기는 송재경 대표가 직접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필이면 왜 이때일까?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게임업체들이 본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는 성수기에 첫 CBT를 한다. 이왕이면 좀 한가할 때 나와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편이 더 좋지 않았을까?

 

송재경 대표의 말을 그대로 빌리면 “내부 개발 스케줄에서 초기에는 마일스톤을 두 달에 한 번 꼴로 가져갔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부터달에 한번으로 변경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CBT가 7월로 잡혔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미완성 단계여서, 유저들에게 선보일 시간이 더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시선이 분산되는 여름 성수기인 7월에 CBT를 진행하려는 것이었을까. 하지만 시간은 시위를 놓아 버린 화살과 같다. 한 달의 시간은 이미 지나갔고, CBT 시작일을 앞두고 있다. 무려 10년만에, MMORPG 신작을 선보이는 송재경 대표의 심경은 어떨까?

 

그는 “개학을 앞두고 탐구생활은 다 했는데, 일기를 안 쓴 느낌”이라는 심정을 밝혔다. ‘Closed Beta Test’라는 말 그대로 게임의 공개도, 서비스도 아닌 '향후 개발을 위한 테스트'가 목적이다. 외부의 높은 기대와 시선을 받으며, '일반 유저들에게 공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아키에이지>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작업했고, 그들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웃음). 우리가 의도했건 안 했건 언론에 기사화되면서 큰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이번 CBT가 이런 기대감에 부응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기대감을 가진 유저들에게 실망감을 주지 않을까 부담된다”고 말했다.

 

 

■ “순수한 테스트와 시스템 실험의 진정성”

 

송재경 대표의 말처럼 과거의 CBT는 ‘말 그대로 테스트’로 진행됐다.

 

하지만 CBT 시점부터 서비스가 진행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최근 유저들은 처음이라고 봐주지 않는다. 냉정하게 평가하고 마음에 안 들면 과감하게 기대작 목록에서 빼 버린다.

 

그도 이 같은 시장의 변화를 잘 알고 있다. 온라인 게임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국내 시장을 지켜본 당사자가 바로 송재경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송 대표는 <아키에이지>의 공식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CBT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실험적 기능과 기본적 기능에 대한 테스터의 의견 청취가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테스트와 실험이 목적인 CBT. 하지만 유저 게시판을 보면 여전히 기대감이 높고, 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믿는 유저들의 글이 대부분이다. 송재경 대표의 걱정스런 소감이 겸손으로 받아들여진 모양이다.

 

순수한 테스트로 진행되는 CBT. 그의 진정성이 유저들에게 전달되지 못한 것일까?

 

“기대감이 현실에 비해 너무 높아 그 차이를 줄이려고 나름대로 노력했다.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고, 몇 차례 오프라인 모임에서 직접 유저들과 이야기해 보면서 테스트의 목적을 나름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아직 CBT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면 우리의 진정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사실 <아키에이지>에 대한 높은 기대감은 송재경이라는 이름이 가져다 주는 장점이자 단점이다. 그는 자신의 이름값이 방해가 된다고 생각할까? 지금은 어느 정도 그런 면이 있다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과거의 송재경과 현재의 송재경이라는 이름이 주는 차이는 ‘양날의 검’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물었다. <바람의 나라> <리니지> <XL 1>을 선보일 때와 비교해 <아키에이지>가 주는 부담감은 어느 정도인지 말이다. 그의 답은 꽤 길었지만 간단히 요약됐다.

 

“<아키에이지>에 대한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를 개발하던 당시에는 주위의 무관심 속에서 부담감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결국 <아키에이지>에 대한 큰 기대감은 그로서도 처음 경험해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 달라진 시장의 분위기와 송재경의 고민

 

요즘은 유저들의 피드백부터 다르다. 과거 송재경이라는 신인 개발자일 때의 피드백은그런 거 못 만들어, 안 될 거야” 같은 부정적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오히려 유저들이이런 것도 되고, 저런 것도 될 거야”라는 기대에 부푼 피드백을 내놓고 있다.

 

송재경 대표의 고민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그리고 <아키에이지> 1 CBT의 목적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점도 걱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안 된다는 말을 들어도 만들어서 보여주면 됐는데… 지금은 오히려 될 거라는 기대감을 다 맞출 수 없기에 걱정이 크다. 낮은 기대를 채우는 것은 쉽다. 하지만 너무 큰 기대를 채우기는 힘들다. 나 스스로 자초한 면도 없잖아 있다.”

 

 

그의 걱정은 생각보다 커 보였다.

 

“앞으로 있을 2, 3, 나아가 오픈 베타테스트(OBT)를 진행하면서 기대감을 채우기 위한 노력은 하겠지만, 1 CBT에서는 기대감을 충족시키기보다 실망감을 줄 것이다. 시간을 들여서 만들고 보여주면 된다. 하지만 한 번 실망하고 그 다음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서 걱정된다.”

 

<아키에이지>를 향한 높은 기대감. 만약 과거처럼 자신의 이름을 앞세우지 않았다면 이런 부담감은 없었을까? 홈페이지에 유저들이 남긴 게시물을 꼼꼼히 읽어 본다는 송재경 대표는 “유저들이 <아키에이지>를 영화 <매트릭스>처럼 보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무엇이든지 가능한 세상. 현실에서 벗어나 창조된매트릭스’라는 공간처럼, 상상한 그대로를 보여주고 체험할 수 있다고 유저들이 <아키에이지>를 바라보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술적인 장벽과 시간, 지금까지 투입된 리소스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송재경이 현실을 인식한 <매트릭스>의 ‘모피어스’라면 <아키에이지>를 바라보는 유저들은 매트릭스에 남고자 하는 사람들처럼 느껴지는 셈이다. 첫 CBT는 송 대표가 유저들에게 주는 현실을 바라보는 빨간 약, 또는 계속 꿈속에서 살아 가는 파란 약으로 선택지를 준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결국 송재경 대표는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유저들의 직접 판단에 맡겼다. 높은 사양과 ‘40:1’이라는 경쟁률을 뚫을 자신이 있다면 테스터 모집을 클릭했을 테니 말이다.

 

 

■ “아키에이지의 첫 CBT를 준비하면서…”

 

실망감을 줄지도 모른다는 <아키에이지> 1 CBT. 적어도 일반 유저들에게 선보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완성도는 보장해야 한다.

 

현재 <아키에이지> CBT 1 빌드의 완성도는 말 그대로 ‘기본적인 기능이 있는 수준’이다. 물론 지금 이대로 OBT나 상용 서비스까지 가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더 깊이 있는 콘텐츠와 완성도 높은 시스템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검증이 필요하다. 최근의 게임 개발은 많은 인원이 동원되어 몇 년 동안 개발을 진행하고 테스트를 통해 평가를 받는다. 이후 평가에 따라 고치고 다시 또 평가를 받는 식이다.

 

 

즉, ‘피드백 루프 사이클’이 상당히 길어졌고, 그만큼 리스크도 커졌다. 검증이 필요하다. 그것도 가능한 개발 초기 단계부터 말이다송재경 대표는 이를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그가 만든 <바람의 나라> <리니지>가 성공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을 것이다.

 

과거 <리니지>의 베타테스트는 이동과 사냥만 되는 수준에서 서버를 오픈하고 유저 피드백을 받았다. 심하면 하루에 2, 길게는주일에 1번 정도 패치를 하면서 개발했다. 개발 방향을 변경하는 데 부담도 없었고, 자유롭게 유저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지금의 거대해진 개발 환경과 방식에서는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해서 쉽게 바꿀 수 없게 됐다. 오랜 시간과 인력, 리소스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대한 초기부터 검증이 필요하다.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인가, 잘못 판단한 것은 없는가, 기본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송재경 대표가 밝힌, <아키에이지>의 1 CBT에서 기본적인 기능을 선보이고, 실험적인 시스템을 시도하고, 유저들의 의견 청취를 강조하는 이유다.

 

…인터뷰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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