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에 (권정훈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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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갈수록 담백했던 아키에이지 3차 CBT 체험기

<아키에이지>의 세 번째 CBT가 6일간 진행됐습니다. 기존 두 차례 CBT가 새로운 것들을 내놓으면서 놀라움을 선사했다면, 이번에는 더 풍성해진 <아키에이지>를 보여줬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기존의 장점을 살리고 부족했던 부분을 개선하려는 시도를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죠.

 

정말 재미있기도 했고 여전히 아쉬운 부분도 남아 있습니다. 지난 체험기들에서 <아키에이지>를 재미있게 즐기는 모습을 소개했으니, 이제는 전체적으로 정리를 해보려 합니다. 점수를 매기기보다 주관적인 느낌을 솔직하게 쓴 글이니, 가볍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디스이즈게임 실리에


 

 

<아키에이지>가 이번 CBT에서 가장 달라진 점이라면 바로 친절해졌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니맵과 퀘스트 내비게이션의 도입이죠. 지난 테스트에서 최소한의 정보만으로 플레이어가 스토리를 풀어가거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을 찾아야 하는 부분을 어렵게 느낀 유저가 많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미니맵은 주로 플레이어가 있는 위치와 가까운 곳에 있는 NPC나 특정 오브젝트를 표시해줍니다. 주로 상점, 누이 여신의 사제 등 플레이어가 위치를 모르면 불편한 것들이죠. <아키에이지>에는 지형지물이 많고 멀리서는 NPC의 이름이 잘 보이지 않아서 찾기가 어려웠는데, 미니맵의 도입으로 꽤 편해졌습니다.

 

미니맵을 보면 주변에 있는 것들을 찾기 쉽습니다.

 

퀘스트를 하면서 재미있었던 편의 기능은 '했다 치자' 시스템이었습니다. 했다 치자는 퀘스트 조건을 덜 만족하더라도 말 그대로 했다 치고 완료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어, 멧돼지 10마리를 처치하는 퀘스트를 하다가 5마리 정도만 처치하고 퀘스트를 완료해도 보상을 조금 적게 얻는 대신 퀘스트는 완료한 셈 치는 거죠. 단순 반복 작업이 싫은 유저에게는 유용한 시스템입니다.

 

바쁜 현대인을 위한 시스템, 했다 치자!

 

퀘스트 내비게이션은 퀘스트 번호와 방향을 캐릭터의 발 아래에 표시함으로써 수행 지역 혹은 목표 지점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줍니다. 퀘스트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면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편리한 시스템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편리함이 <아키에이지>에서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합니다. 편의성을 얻은 대신, 퀘스트를 하면서 NPC의 대사에서 힌트를 발견하고 현장에서 단서를 찾아 해결하는 재미를 일부 포기한 것이죠. 마치 패키지 어드밴처 게임을 즐기는 듯했던 재미가 사라지고, 퀘스트 번호와 화살표만 따라다니는 단조로움이 느껴졌습니다.

 

퀘스트를 쉽게 진행하도록 도와주는 내비게이션.

 

메인 스토리를 포함해서 일부 퀘스트는 내비게이션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내비게이션에 적응한 플레이어에게 NPC의 대사와 행동에서 힌트를 얻어 퀘스트를 해결하는 것은 상당히 번거로운 일입니다. 자연스럽게 내비게이션에 나타나는 퀘스트 위주로 플레이하게 되죠.

 

NPC의 대사를 잘 읽다보면 <아키에이지>의 스토리와 앞으로 할 것들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직은 구현되지 않은 원대륙에 대한 이야기라거나 재미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지만, 내비게이션에 표시되지 않아서 '불편한 것'으로 인식되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전장과 인스턴스는 3차 CBT에서 새로 등장한 콘텐츠입니다. 심리스 월드로 구성했던 <아키에이지>에 처음 등장한 인스턴스 공간이죠. 전장과 인스턴스 모두 1개씩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전장은 10명씩 청군과 홍군으로 나눠 싸우는 방식인데, 맵이나 진행 방식에서 FPS의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서로 반대쪽에서 출발해서 가운데에 있는 엄폐물과 고저차를 잘 이용하면서 상대방을 처치해서 많은 포인트를 얻은 쪽이 승리합니다. 탁 트인 공간이 아니라서 어디서 적이 나타날지 모르는 긴장감이 괜찮았습니다.

 

전투는 가운데에서 벌이는 힘싸움과 양쪽에 있는 포대에서 가하는 보조 포격이 기본입니다. 이것뿐이라면 밋밋한 전투가 되기 쉬운데, '전장 스킬'이라는 변수가 전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죠. 상대방을 처치한 수가 쌓일수록 더 강력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데, 자동 대포나 강력한 전장 가고일을 소환하면 전황이 상당히 유리해집니다.

 

지형지물을 잘 이용해야 하는 전장.

 

PvP를 좋아하는 플레이어에게는 충분히 즐길만한 콘텐츠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전략적인 요소와 보상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거점을 점령한다거나 물건을 빼앗아오는 등 달성할 목표가 없으니, 단순히 죽고 죽이는 방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양쪽이 수비만 하려고 마음 먹으면 상당히 지루한 게임이 되겠죠. 물론 시간이 제한적인 CBT에서는 그런 플레이가 의미없겠지만, OBT에서는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인스턴스 던전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볼까요? <아키에이지>의 인던은 어렵지 않은 대신 퍼즐적인 요소를 많이 시도했습니다. 무너지는 다리, 밧줄, 빨려들어가는 수중통로 등 탐험 요소들이 있어서 단순히 몬스터를 처치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단조로움이 줄었죠.

 

탱커, 딜러, 힐러 구성을 굳이 완성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긴장감이 없을 정도로 쉬운 것은 아쉽더군요. 유저들이 던전에서 기대하는 것, 강력한 몬스터 처치하는 재미나 일반적으로 얻기 어려운 보상이 없습니다. 만약 인스턴스에서 다른 재미를 추구한다면 던전을 플레이할 충분한 동기가 필요할 것입니다.

 

어드밴처 요소가 가미된 인스턴스 던전.

 

 

 

개인적으로 <아키에이지>의 그래픽은 좋고 나쁨을 말하기보다 상당히 사실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UI를 숨기고 대충 스크린샷을 찍어도 월페이퍼가 한 장 나오죠. 특히, 광원 효과와 반사효과의 세밀함이 돋보였습니다. 말로 하기보다 일단 스크린샷을 보는 게 좋겠네요.

 

 

바다만 보고 있어도 지겹지가 않다는 말이 농담 같지 않습니다. 바다에서 보는 일출 장면은 누구나 감탄하는 장관이었습니다. 디스이즈게임에서는 <내셔널 아키그래픽>이라는 연재 기사까지 급히 만들어서 멋진 풍경을 소개했었죠.

 

이렇게 그래픽 퀄리티를 높이다보니 렉 현상이 문제가 됩니다. 품질을 높이면 텍스처가 많은 지역에서 버벅임을 감수해야 하고, 쾌적한 플레이를 위해 옵션을 내리면 왠지 손해보는 느낌이랄까요? 그래픽 세부 옵션 조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픽 품질을 높이면 광원 효과와 그림자 효과의 품질도 함께 향상돼서 부담이 되기도 했습니다.

 

세부 옵션 조절을 통해 필요 없는 기능과 효과를 끌 수 있으면, 조금 낮은 사양에서도 원하는 부분의 품질을 높일 수 있겠죠. 아직 개발 단계에 최적화 작업도 진행 중이니 다음 테스트에서는 더 쾌적한 플레이를 기대해 봅니다.

 

 

 

<아키에이지>의 전체적인 느낌을 표현하면 '오래 알고 지낼수록 괜찮은 사람'처럼, 플레이할수록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처음에는 대부분 퀘스트를 따라 움직이다보니 단순한 캐릭터 육성에 가깝습니다. 배경 이야기도 아직 초반이라서 크게 긴장감이 없죠.

 

하지만, 모험한 지역이 넓어지고 집과 배를 만들면서 캐릭터는 다른 플레이어와 교류하고 세계에 영향을 줍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죠. 배를 타고 다니면서 새로운 지역을 발견하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 집을 지어놓는다거나, 다른 종족 마을을 침공하는 등 하고 싶은 것을 합니다.

 

바다는 남자의 로망.

 

<아키에이지>에는 상황에 따른 공식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WOW>에서 '바닥 밟지 마세요.'로 대표하는 패턴 플레이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항해하다가 적대 진영의 배를 만났을 때 선원들이 모두 무릎을 꿇고 자비를 구하든지, 선수필승을 외치며 공격을 하든지 재빨리 도망을 가든지 모두 자유입니다.  

 

다른 플레이어도 모두 자유 의지를 가지고 플레이하므로 언제 무슨 상황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런 부분은 미리 정해진 콘텐츠보다 유저 사이의 역할 놀이에 가깝습니다. 다른 플레이어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나에게 닥치는 상황이 바뀌는 거죠.

 

예를 들면, 이런 거죠. 마을 근처 바닷가에 갑자기 적 전함 10척이 나타납니다. 적의 습격에 플레이어는 긴장하지만, 막상 적은 바닷가에 나무만 잔뜩 심고 도망가 버립니다. 이 마을 사람들은 나무를 다 베기 전까지 바다를 볼 수 없죠. 혹은 정말로 마을을 습격해서 농작물을 약탈하고 NPC를 모두 살해해서 물건을 살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이때는 맞서 싸워야겠죠.

 

이런 상호작용과 역할에 따른 행동이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요소입니다. 게임을 하면 할수록 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나고, 이런 다양성 역시 증가합니다.

 

종족전도 유저가 만든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전개된다.

 

3차 CBT는 영상 공개를 허용하면서, 웹 방송을 통해 CBT에 참여하지 못한 유저들도 많이 시청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반응이 참 인상적이었죠. 1, 2일 차에는 '다른 MMORPG와 차이를 못 느끼겠다. 너무 기대를 했나보다.'와 같은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3일 차에 해상전 방송을 지켜본 유저들의 반응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한 유저는, "해상전을 보기 전에는 게임의 재미를 몰랐다. 해상전을 보고 나니 갑자기 이 게임이 너무 하고 싶다. CBT에 당첨되지 않은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현재 유저들이 적극적으로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콘텐츠 중 하나가 바로 해상전과 종족전이기도 합니다.

 

<아키에이지>의 꽃, 해상전.

 

하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더라도 초반에 즐길 부분이 적다는 것은 여전히 아쉽습니다. 대부분 플레이어가 게임에 접속했을 때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서 퀘스트만 따라가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1, 2일 차에 많은 유저가 '퀘스트만 있고 자유도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죠.

 

후반에 마련된 콘텐츠를 직접 경험하거나 누가 알려주기 전까지는 대부분 단순히 캐릭터를 육성합니다. 뒤에 아무리 재미있는 콘텐츠가 있더라도, 초반에 포기하고 재미를 알아가려 하지 않는다면 경험할 수 없는 것이죠. <아키에이지>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들을 자연스럽게 발견하고 익힐 수 있는 방법을 튜토리얼처럼 마련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3차 CBT에서 <아키에이지>는 한발짝 완성품에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기존에 소개했던 것들을 확실히 다듬어 놓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들을 또 만들어 가겠죠. 매일 새벽 1시까지 플레이하고도 부족하다는 유저들의 기대만큼, 다음 테스트의 모습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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