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가장 기대되는 대형 MMORPG를 말해보라면, 대다수 유저들이 <블레이드 앤 소울>이나 <아키에이지>라고 서슴없이 대답할 것이다. 이 두 게임은 각 개발사가 ‘우리는 이런 게임을 만든다’고 발표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많은 이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아 왔다.
<블레이드 앤 소울>은 <리니지> <리니지2> <아이온> 등 인기 MMORPG를 개발해 온 엔씨소프트가 '탈리니지'를 선언하고 준비중인 블록버스터 급 게임이다. <아키에이지>는 세계 최초의 그래픽 머드 <바람의 나라>와 한국형 MMORPG의 원조 <리니지>를 개발한 천재 개발자 송재경 대표가 만들고 있는 게임이다.
지금까지 <블레이드 앤 소울>은 1차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진행했고, <아키에이지>는 벌써 3차 클로즈베타테스트까지 진행한 게임이다. 따라서 두 게임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두 게임의 론칭 시기가 서로 비슷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로 비교될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자는 각 게임을 기대하고 있는 이들에게 '말도 안돼는 비교다!'라고 비난 받을지언정, 이를 비교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다만, 이 두 게임을 자세히, 그리고 모든 항목을 비교하면 글이 너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이 주제를 여러 편의 기사에 나눠 이야기 해보려 한다. /디스이즈게임 권영웅 기자.
<블레이드 앤 소울> '자유란 없다.'
처음부터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자. 기자는 <블레이드 앤 소울>을 즐기며 마치 기자가 소설, 혹은 영화의 주인공이 된 느낌을 받았다. <블레이드 앤 소울>을 즐기는 유저들은 개발사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정해진 순서에 맞게 즐기면 되기 때문이다.
<블레이드 앤 소울>의 콘텐츠 양과 질 그리고 재미는 충분했다. 지금까지 즐겨본 MMORPG에 비해 모든 면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잘 짜인 콘텐츠를 하나 씩 맛보며 느낀 것은나 스스로 게임 내 세계를 살아가는 느낌이 아니었다. 관광열차를 타고 기찻길을 따라 여행하며 절경을 감상하는 느낌에 가까웠다.
<블레이드 앤 소울>에서 유저는 NPC 도천풍 외 유일하게 살아남은 홍문파의 마지막 제자라는 설정이다. 사부의 복수를 위한 여정과 그 가운데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는 유저를 무림을 둘러싼 흐름의 중심에 서게끔 한다.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화려한 연출은 다음 이야기를 궁금케 한다.
자유도를 배제한 대신 <블레이드 앤 소울>은 압도적인 연출을 전면에 내세운다. 또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인스턴스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지난 1차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해본 유저들은 알겠지만, 중요한 이야기는 대부분 ‘실내’ 혹은 ‘동굴 안’과 같은 곳에서 진행한다.
마을 내 존재하는 주요 NPC가 기거하는 장소도 대부분 집안이다. 이곳에 진입하는 순간, 유저는 <블레이드 앤 소울>에 존재하는 유일한 주인공이 된다.
하지만, <블레이드 앤 소울>은 온라인 게임이다. 결국 유저들은 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같은 게임을 즐기는 옆집 순이와 뒷집 철이, 동네 좀 노는 형도 모두 홍문파의 마지막 제자라는 모순에 말이다.
심지어 마을에서 돌아다니며 나와 이야기하고 나와 아이템을 거래하며 흥정하는 사람 또한 홍문파의 마지막 제자다. 완성 버전에선 스토리 진행 외 캐릭터 레벨 업과 아이템 파밍 등의 즐길거리가 존재하겠지만, 스토리 진행이 게임 내 주요 콘텐츠인 <블레이드 앤 소울>에선 아쉬운 요소다.
거기다가 <블레이드 앤 소울>을 일정 레벨 플레이 한 후, 다른 캐릭터로 처음부터 플레이를 시작하면 느낄 수 있다. 첫 번째 플레이에서 흥미를 느꼈다 하더라도 두 번째 플레이에선 그 느낌이 반감되버린다. 내가 운전하는 캐릭터만 바꼈을 뿐, 다음 과정은 이전과 거의 동일한 순서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절경의 관광지를 두 번째 방문했을 때 느끼는 감동이 처음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총체적 자유도의 부재, 현재 <블레이드 앤 소울>이 가진 가장 큰 단점이다. 게다가 만 레벨 콘텐츠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의문이다. 설령 세력 간 PVP를 한다 하더라도, 홍문파의 클론 대전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어떤 설정으로 당위성을 제공하며 풀어나갈지 궁금하다.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자유. <아키에이지>
<아키에이지>의 퀘스트 진행과 연출은 <블레이드 앤 소울>의 그것에 비해 다소 빈약하다. 퀘스트 설명이나 진행 방식 및 구조가 너무나 고전적이라 그렇다. 텍스트만으로 퀘스트를 이해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목표 달성을 위한 오브젝트를 사용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네임드 몬스터를 잡기 위해서도 기다려야 한다.
<블레이드 앤 소울>이 잘 닦인 기찻길이라면 <아키에이지>는 험한 오솔길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정해진 선로만 달릴 수 있는 기찻길에 비해, 오솔길은 다소 험하고 불편하지만 길 너머 숨겨진 절경이 존재한다는 장점이 있다.
즉, <아키에이지>의 게임 플레이는 너무 자유롭다. 퀘스트를 진행하며 레벨 업을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아키에이지>가 제공하는 콘텐츠의 일부에 불과하다. <아키에이지>에는 정해진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유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지난 테스트까지 진행해본 결과, 확인된 것은 집을 짓는 것과 배를 건조해 바다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었다. 단순한 목표지만 달성하기 위한 방법은 클로즈 베타 테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였다.
지금 <아키에이지>가 선보이고 있는 콘텐츠들은 유저가 목표한 곳에 도달하기 위한 벙법이 될 수 있고, 혹은 그 자체로 목표가 될 수도 있다. 성을 짓기 위해선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먼저 집을 지어 거점으로 삼은 후, 배를 만들어 먼 바다를 모험하며 경험을 쌓고 진귀한 전리품을 얻어야 한다.
혼자선 힘들고 고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노동력의 제한으로 인해 혼자선 집을 짓는 것도, 배를 만드는 것도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다른 이와 함께하면 훨씬 수월해진다. 혼자서라면 며칠씩 걸릴 집 짓기와 배 건조가 두 명이라면 절반의 시간이면 충분하고, 네 명이라면 반에 반의 시간만 들이고도 집 짓기와 배 건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험 중 얻게 되는 동료들이 나중에 내가 성을 지을 때 스스로의 힘을 보탤 것이다.
즉, <아키에이지>가 선보이는 것은 모두 다 앤드 콘텐츠 중 일부다.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유저에게 달려있다. 유저의 선택에 따라 같은 콘텐츠도 다르게 즐길 수 있기에, <아키에이지>의 자유도는 매우 높다.
환장적이고 개성넘치는 <블레이드 앤 소울>의 그래픽
그래픽과 스타일에 있어서는 <블레이드 앤 소울>이 타의추종을 불허한다고 단언할 수 있다. <블레이드 앤 소울>의 캐릭터에선 국내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인 김형태 아트 디렉터의 개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의 펜 터치가 그대로 3D로 옮겨진 <블레이드 앤 소울>의 캐릭터는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허벅지와 가슴이 강조된 김형태 스타일의 여성 캐릭터는 그 자체만으로 매력적이라는 것을 부정하기 힘들다.
캐릭터 의상 역시 현실에서 볼 수 없지만, 게임이라는 가상세계이기에 어울릴 수 있는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인다. 색감 역시 원색과 무채색, 그리고 유채색과 심지어 형광색 마저 적절히 잘 사용돼 개성 있고 화려한 매력이 있다.
배경 역시 마치 수묵채색화를 보듯, 몽환적인 ‘동양풍’의 세계를 확실히 정립했다. 중국 산수화에서나 볼 수 있는 기암 괴석으로 이루어진 산에 한국의 정자가 놓여있는 형식으로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의 고유한 풍경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어느 각도에서 스크린 샷을 찍어도 그 자체가 월페이퍼가 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블레이드 앤 소울>은 압도적인 그래픽 스타일을 선보인다고 말할 수 있다.
화려한 연출 역시 볼거리다. 기술의 이펙트나 절제된 무공의 동작은 유저들에게 강렬한 몰입감을 준다. 다소 과장되어야 하는 무협의 특성상, ‘스타일’을 강조하는 그래픽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낸다. <블레이드 앤 소울>의 ‘아트’는 매우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왔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아키에이지>의 그래픽은 사실적이지만 '담백'하다
<아키에이지>의 윤용기 아트디렉터 역시 업계 최고의 노하우를 가진 능력자 중 한 명이다. 그의 감수를 거친 <아키에이지>의 그래픽은 자극적인 색감의 사용이 자제돼 화려하진 않고 전체적으로 담백한 느낌이다. 캐릭터 디자인 역시 <블레이드 앤 소울>에 비해 매우 절제된 느낌이 강하다. 분명 그래픽 퀄리티는 높지만, 첫인상의 파급력은 <블레이드 앤 소울>이 더 낫다.
<아키에이지> 그래픽의 가장 큰 장점은 크라이엔진2의 놀라운 퍼포먼스를 활용한 극도로 사실적인 배경과수면 표현 및 물 반사 효과다. 전민희 작가가 그려낸 환상 속의 세상을 그대로 3D로 바꾼 것이 <아키에이지>의 그래픽이다. 마치 세상 어느 곳에는 존재할 법한 풍경이 사실적으로 펼쳐진다. 사실적인 풍경이 압도적으로 펼쳐져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아키에이지>의 세상이다.
다만, 게임 내 연출도 담백하다는 것과 눈에 띄는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이로 말미암아 그래픽이 게임에 끼치는 영향 중 큰 축을 차지하는 ‘첫인상’ 역시 담백하다. 물론, 나름 긴 시간을 지켜보고 게임 내 세계에 흠뻑 빠지면 <아키에이지>의 그래픽의 진가가 눈에 띈다.
<블레이드 앤 소울>의 그래픽, <아키에이지>의 자유도
두 게임이 내세우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를 서로 비교해보면, 두 게임 모두 각각 뚜렷한 개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블레이드 앤 소울>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특함’이 있다. 스크린 샷 한 장으로도 강렬한 임팩트를 유저에게 전달한다. 화려하고 스타일리쉬한 그래픽은 <블레이드 앤 소울>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아키에이지>는 유저에게 처음 맛보는 ‘자유’를 제공한다. 유저 스스로 목적을 가지고 플레이 할 때 가장 즐거운 게임이 될 가능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특히 유저의 의지에 따라 게임 내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은 지금까지 국내 MMORPG에선 맛보지 못한 색다른 즐거움이다.
배를 만들어 탐험하다가 멋진 풍경을 가진 섬을 발견해 그곳에 집을 짓고 유유자적 살아가는 것도 가능하고, 성을 지어 대륙의 패권을 위해 싸워나갈 수도 있다. 이도 저도 싫다면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갖히고, 심지어 공공의 적인 해적이 되는 것도 가능하다.
두 가지 항목을 놓고 비교해 볼 때, 어느 게임이 더 우수한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블레이드 앤 소울>의 강렬한 매력이 있고, <아키에이지>의 자유도는 처음 느끼는 새로운 즐거움이다.
하지만, <블레이드 앤 소울>의 자유도가 <아키에이지>의 그것에 범접할 수 없는 것에 비해, 그래픽 항목에서는 <블레이드 앤 소울>에 10점을 준다면, <아키에이지>에도 10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결국 그래픽 평가는 동점, 자유도 평가에서는 <아키에이지>가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블레이드 앤 소울>보다 <아키에이지>가 더 나은 것일까? 아니다. 이 주제는 후속 기사가 준비돼 있다. MMORPG가 갖추어야 할 요소에 대한 총체적인 비교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니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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