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에 (권정훈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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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에이지의 전장은 암기력 테스트의 장?

12월 21일, CBT4 3주차를 맞아 대규모 패치가 이루어졌다. 그중 많은 유저들이 눈여겨 봤을 것은 아마 명예 포인트로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닐까? 당연히 명예를 가장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는 '전장' 콘텐츠도 인기를 얻었다. 확실히 훈련소 교관에게 신청을 해보니, 대기인 수가 빠르게 늘어나서 곧 전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입장한 전장에는 재미있는(?) 버그가 있었다. 같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진영 캐릭터들은 모두 공격이 가능한 상태였던 것. 기자는 하리하란 종족이었는데, 엘프와 누이안 종족 캐릭터는 모두 이름이 빨간색으로 표시됐다.

 

▲ 전투 시작 전에 벌써 적이 침입한 줄 알았다.

 

실제로 공격도 가능해서, 같은 팀끼리 서로 공격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상황. 시작 전에 같은 편 캐릭터의 이름을 모두 기억하고 몇번 복습한 뒤, 실수로라도 공격하지 않도록 확인했다. 상대 팀 캐릭터를 처치하는 것 못지 않게 팀킬을 피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 지금부터 점호를 실시한다. 다 모여! 그리고 외워!

 

더 재미있는 것은 전투가 시작된 후였다. 적 팀에서 같은 종족을 공격할 수 없었다. 아군같은 적군, 적군같은 아군이 뒤섞인 전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모두 자유 공격 모드(Ctrl+F)를 켜고 마치 필드에서 싸우는 것처럼 전장을 진행해야 했다.

 

한창 집중해서 전장을 플레이하다보면, 시작하기 전에 기억했던 이름은 어느새 모두 잊고 아군끼리 열심히 싸우는 모습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혹은 범위 스킬로 아군을 몰살시키는 장면도 연출되곤 한다. 절대 흑마법사인 기자가 저지른 짓은 아니다. 그렇다고 믿고 싶다.

 

▲ 야! 같은 편이라고! 미...미안.

 

<아키에이지> 전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요소는 바로 전장 스킬이다. 특히, 자동 화포를 설치하거나 전장 늑대를 소환하는 것은 전황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정말 잘 설치한 자동 화포 하나 열 명사수 부럽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잘 설치한 자동 화포가 정작 적이 아니라 나를 공격한다면?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자유 공격 모드에서 아군이 설치한 화포가 같은 팀을 적으로 인식하고 공격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군이 소환한 전장 늑대가 덤벼든다.

 

▲ 자동 화포와 전장 늑대의 멋진 협공. 그런데 대상이 아군.

 

12월 22일 패치로 전장의 팀 인식 문제는 해결됐다. 패치 직후 전장을 즐겼던 유저들에게는 하루의 해프닝으로 남을 버그. CBT2의 페가수스, CBT3의 플라잉 더치맨처럼 '추억의 버그'로 남을 지도 모른다. 클로즈 베타 테스터라는 자각이 분명해서인지, <아키에이지> 테스터들은 버그마저 즐기기도 한다.

 

어찌보면 피아식별이 되지 않는 전장이라는 것이 꽤 불편할 수 있음에도, "이것은 암기력 테스트입니다.", "전장은 적과의 싸움이 아니다. 내부의 팀 킬러와의 싸움이다."라며 오히려 웃기는 상황으로 설정하고 즐겨 버리니 말이다.

 

80일간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어떤 콘텐츠가 업데이트 되고, 그 과정에서 어떤 버그가 발생할지 모른다. 그 버그들을 단순히 불편 요소로 여기고 마는 것이 아니라, 테스터로서 충실히 개발사에 전달하고 고쳐지면 더 나은 <아키에이지>가 될 것이다.

 

OBT 혹은 정식 서비스가 시작됐을 때 "그런 버그도 있었지."라며 클로즈 베타 테스터만의 특별한 추억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마치 "내가 군대에서 말이야."라면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군필 남자들만의 특별한 소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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