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2일 21시 30분, 코산낙지 원정대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공격대가 바다의 제왕 '크라켄'을 정벌하기 위해 자유도에 속속 집결하기 시작했다. 필자 또한 <아키에이지>의 최종 보스 격인 크라켄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자유도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필자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바로 옆 커다란 바위에 말린 오징어처럼 널려 있는 물체를 발견했던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것은 배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다름 아닌 '작살 쾌속정'이었다.
▲ 바위에 널려 있는 쾌속정의 모습이 마치 말린 오징어 같았다.
대체 누가 이런 기상천외한 행위를 한 걸까? 작살 쾌속정의 주인을 찾아 주변을 맴돌던 필자는 매달린 쾌속정에서 슬그머니 미끄러져 내리는 한 페레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독특하게도 죄수복을 입고 있었는데, 꽤 즐겨 입었던 듯 몸에 딱 맞았고 꼬리 구멍도 뚫려 있어 매우 편해 보였다.
그 유저의 이름은 고폭환발. 잘못 읽지 않도록 주의에 주의를 거듭해야 할 것 같은 이름이었다. 필자가 조심스레 말을 걸자 그는 '보고 계셨어요?'라며, 쑥스러운 기색을 나타냈다. 그 순박한 몸짓에서 따뜻한 시골 짐승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 법질서가 없는 페레 족이 죄수복을 입고 있다.
그는 타 종족의 문화를 받아들일 줄 아는 열린 남자였던 것이다.
쑥스러움을 감추듯 고폭환발 유저는 '다시 한번 보여 드릴까요?'라고 물으며 작살 쾌속정을 소환했다. 그리고는 주변에 있는 바위 중 가장 큰 것을 골라 작살을 쐈다.
작살에 이끌려 슬금슬금 움직이던 작살 쾌속정은 이내 물에서 벗어나 바위에 매달렸다. 함께 탑승해있던 유저가 키를 밟고서야 간신히 추락을 면할 수 있을 정도로 지면과 수직을 이룬 상태였다.
▲ 이 기세라면 하늘도 뚫을 수 있을 것 같다!
기세를 몰아 정상까지 올라가려던 찰나, 안타깝게도 작살이 빠져 배가 떨어지고 말았다. 절묘하게도 배가 뒤집힌 채로 떨어져서, 어느샌가 몰려온 구경꾼들 사이에서 대폭소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으니…….
잠시 후 벌어진 광경에 필자는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살 쾌속정이 뒤집힌 채 물살을 헤치며 나아가는 것이 아닌가!
▲ 이러다 조만간 물속을 달리는 쾌속정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 후, 그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말이다. 뒤집힌 채로 달리는데도 어찌나 빠른지, 필자의 나룻배로는 그 그림자도 쫓아갈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인사 정도는 하고 싶었건만, 곧 크라켄 정벌대가 출발하는 바람에 고폭환발 유저를 찾아다닐 시간조차 없었다.
크라켄을 찾아 원대륙으로 향하는 함선 위에서 필자는 쑥스러워하던 페레의 모습을 떠올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혹시나 뒤집힌 쾌속정을 이끌고 물속에서 '짠~' 하며 나타나진 않을까?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왠지 그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추억을 선물해준 '고폭환발' 유저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