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성전을 마친 <아키에이지> 4차 CBT 10주차는 참 시끄러운 한 주였다. 난공불락이라 불리던 모르페우스가 쓰러지면서 각종 버그 플레이에 대한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그에 따른 운영팀의 직접적 입장 표명과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유저 사이의 열띤 논쟁까지. 식을 줄 모르는 논란의 시작과 진행 과정을 디스이즈게임에서 정리해봤다. /디스이즈게임 세이야
■ 샤호전의 망치 논란
지난 4일, 해적연합 원정대는 최초로 보스 몬스터 모르페우스 공략에 성공했고, 합체형 무기 '달콤한 슬픔'을 공개했다. '달콤한 슬픔'은 해적 선장 랑그레이에게서 얻을 수 있는 차가운 비탄과 모르페우스에게서 얻을 수 있는 뜨거운 맹세를 합쳐서 만드는 고급 무기다.
▲ 합체형 무기 달콤한 슬픔. [해당 기사 보러 가기]
그러나 해적연합이 획득한 아이템이 일부 회수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모르페우스를 잡는 과정에서 사용한 공략법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당시 해적연합은 공략법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샤호전의 망치 효과를 공략에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것이 버그 플레이 아니냐는 논란이 시작된 것이다.
▲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샤호전의 망치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엑스엘게임즈는 샤호전의 망치의 기절 면역 효과가 버그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으며, 이를 이용한 최초 공략은 인정하되 이후 공략은 의도한 바와 다른 방향의 레이드라고 설명하며 해당 아이템을 회수했다.
이에 해적연합은 회수 이유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며 운영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같은 방법으로 해적선장 랑그레이도 공략했지만, 특별히 제재하지 않은 것에 대해 운영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한, 지난 크라켄 공략에 여러 원정대가 '복수의 갑옷' 스킬을 이용한 것은 분명 의도한 것과 다른 방향이며, 역시 수차례 행해졌으나 보상 아이템에 제재가 가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는 "개발사가 특정 유저나 원정대에게 특혜를 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편파 운영 논란으로 일파만파 번져갔다.
■ 해적연합의 모르페우스 재공략
운영팀의 이렇다 할 입장 표명이 없는 가운데 10주차 패치가 진행되고, 해적 연합은 다시 모르페우스 공략을 시도했다. 10주차 패치에는 샤호전의 망치 효과에 있었던 오류를 수정하고, 아이템의 툴팁을 알아보기 쉽게 바꾸는 내용의 패치가 포함됐다.
'샤호전의 망치'를 적 대상에게만 사용할 수 있게 변경하였으며, 특정 상황에서 면역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오류를 수정하였습니다.
▲ 해적 연합이 샤호전의 망치 없이 모르페우스를 잡을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해적연합은 버그성 플레이로 모르페우스 공략에 성공했다며 비방하던 일부 유저들에게 샤호전의 망치 없이도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선언하고, 서버가 열리자마자 모르페우스 공략에 나선다.
해적연합은 모르페우스 쪽으로 접근하는 유저에게 강력한 대미지를 입히는 대포를 전차로 밀어 모르페우스와 대포를 떨어뜨려 놓는 방법을 이용해 다시 모르페우스 공략에 성공한다.
▲ 해적연합은 샤호전의 망치 없이 모르페우스 재공략에 성공했다.
■ "이것은 버그인가요, 아닌가요?"
모르페우스 공략에 다시 성공한 해적연합은 아이템을 회수당한 지난 경험을 떠올리며 전차를 이용한 공략의 버그성 플레이 판단을 위해 두 명의 운영자에게 문의한다. 이 과정에서 해적연합과 운영자 사이에 소통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전차를 이용한 공략은 대포 없이 모르페우스만 따로 공략했다는 점에서 대포와 모르페우스를 함께 공략하게끔 한 의도와 다르므로, 고정형 오브젝트가 밀려나고 회귀하지 않는다는 시스템의 취약점을 이용한 공략에 해당한다는 것이 운영진의 답변이었다.
해적연합이 알고 싶었던 내용은 '버그인가, 아닌가?', 그리고 '문제가 없다면 레이드를 계속 진행해도 되는가?'다. 그에 대해서 운영측은 "버그스럽지만, 버그는 아니다. 사냥은 가능하지만,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을 악용은 하지말라"고 답변했다.
2차 모르페우스 공략 이후 발생한 논란은 이러한 시스템적 취약점을 이용한 공략과 샤호전의 망치처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버그를 이용한 플레이 사이의 기준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고, 테스터가 혼란을 겪으면서 일어난 것이다.
■ 쐐기를 꽂은 해상 강제 소환 사건
여전히 문제가 남아서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이번에는 바다에서 사건이 발생한다. 크라켄 공략을 위해 바다로 간 해적연합과 유저들이 해적 섬과 자유도, 먼바다 등지로 강제 소환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 때마침 바다에는 유명 BJ의 원정대 역시 크라켄 레이드를 위해 집결해 있는 상황이었다.
▲ 해적연합의 학살 유저는 갑자기 화면이 검게 변하더니 해적섬으로 강제 소환됐다.
▲ 자유도에서는 누이 여신상 근처에서 탈출할 수 없는 고립 현상을 겪었다.
같은 지역에 있었던 BJ연합은 그대로 남아있었지만, 해적연합에 속한 유저들만 소환됐다는 주장이 문제가 됐다. 특정 원정대나 개인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와중에 사건이 발생한 터라 그 파급력은 게임 내는 물론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까지 온통 뒤흔들어놓을 정도로 컸다.
시스템 메시지로 '미공개 지역에 진입했기 때문에 강제 소환됩니다.'라고 출력이 됐는데, "크라켄 코앞이 미공개 지역이냐"는 유저들의 거센 항의가 쏟아졌다. 동시에 공식 홈페이지 열린 게시판에서는 테스트에 더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유저와 원정대도 나타났다. 이중에는 대규모 원정대의 해체 선언까지 포함돼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 운영팀은 샤호전의 망치 버그를 이미 알고 있었다?
김경태 기획팀장은 9일 있었던 기자 간담회에서 현재 민감하게 다뤄지고 있는 운영 문제에 대한 의견을 조심스레 전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복수의 갑옷 자체는 버그가 아니며 크라켄의 먹물 공격에 버그가 있었고 이 문제는 리포팅이 됐다는 것.
▲ 기자 간담회에서 운영에 대한 문제도 조심스레 이야기했던 김경태 기획팀장.
모르페우스 건은 샤호전의 망치 문제가 아니라, 해적은 원래 잡지 말라고 세팅한 몬스터인데 공격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대포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운영팀에 전달되지 않아 아이템을 회수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의 트위터가 다시 언급됐다. 트위터의 글에서 샤호전의 망치 버그가 아이템 회수의 원인이라는 것으로 보여, 해적연합에서는 아이템 회수 사유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의견이다.
해적연합에서는 모 BJ의 방송 내용 일부를 담은 영상을 자료로써 공개했다. 방송은 약 한 달전에 있었던 것으로, 해적연합 유저에 의해 샤호전의 망치 효과를 사용한 플레이 장면이 담겨 있다. 자유 공격 모드를 발동하지 않고 같은 진영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과 기절 면역 효과를 받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데, GM 두왕관이 직접 찾아와 버그는 아니지만 유저를 반복적으로 괴롭히지 말라고 경고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해적연합에서는 이미 이때부터 샤호전의 망치에 대한 내용이 운영팀에 알려진 상태고, 모르페우스 레이드에서도 같은 효과를 사용했으므로 운영팀에 제보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 2012년 1월 25일자 아프리카 모 BJ 방송.
■ 운영팀장이 전면에 나서다
유저들이 강제 소환된 현상에 대해 엑스엘게임즈 운영팀장은 서버 오픈 시간을 연장하면서까지 당사자인 유저와 1:1 대화를 통해 진상 파악에 나섰다. 운영팀장은 거듭 사과와 함께 상세한 상황 설명을 모두 들은 후, '명확하고 깨끗하게 확인하여 알려 드리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공지했다.
하루가 지난 2월 10일, 다시 운영팀장은 약속한 대로 사건이 발생한 원인과 사건 현황을 공지로 공개했다. 대부분 유저들이 의혹을 제기하는 부분인 '강제 소환 현상에 운영자가 개입한 것이 아닌가'에 대한 답변도 충분히 설명함으로써 의혹에 대한 유저들의 항의는 다소 가라앉았다.
일부 유저들은 "CBT인 만큼 게임에 대한 애정으로 지켜보자", "부족한 것을 채워 더 발전하는 <아키에이지>를 만들어 달라"며 격려의 메시지도 보내고 있다.
사건의 중심에 서있는 해적연합은 2월 14일(화), 원정대원 일부가 엑스엘게임즈를 방문해 서로 입장을 확인하고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회자되고 있는 이번 사건이 서로 충분한 논의를 통해 입장 차이를 좁히고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