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에 (권정훈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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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점검 마친 아키에이지, ‘제 점수는요’

TIG 커뮤니티 7인의 아키에이지 5차 CBT 평가


지난 8월 16일부터 16일 동안 ‘대규모 리허설’이라는 이름으로 <아키에이지>의 5차 CBT가 진행됐습니다. 하반기 오픈베타(OBT)를 목표로 하고 있는 <아키에이지>의 최종점검이라고도 할 수 있었던 5차 CBT는 더욱 완성형에 다가선 모습을 보이면서 이목을 끌었습니다.

 

엑스엘게임즈 개발진은 엔진 교체(크라이 엔진 2→3)를 완료하고 무역과 신기루의 섬 등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했으며, 4차 CBT에서 지적받았던 부분도 많이 개선해 5차 CBT를 선보였습니다. 그래픽부터 확 달라진 모습에 유저들의 의견도 엇갈렸는데요, 만족했다는 의견도 있었고, 아쉬웠다는 지적도 있었죠.

 

그렇다면 5차 CBT에 참여했던 디스이즈게임 커뮤니티 기자들의 의견은 어땠을까요? 1차 CBT부터 참여했던 베테랑부터 처음 <아키에이지>를 플레이해 본 초심자까지 7명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대규모 리허설’인 만큼 최종점검의 느낌으로 여러 항목에 점수를 매겨 봤는데요, 각자 한 명의 유저로서 취향에 충실하며 주관적인 생각을 말한 것이니, 이점은 고려해서 읽어 주세요. /디스이즈게임 실리에


 

참여자: 실리에, 나인테일, 심트롤, 프로판, 버징가, 빅폴, 캐멀


※ 평균 평점은 10점 만점 기준으로 산정했으며,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했습니다.


 

■ UI(유저 인터페이스: 아이유가 아닙니다)



“눈에도 잘 들어오지 않고, 그 흔한 가방 정리 기능조차 없어서 불편했다.” - 심트롤 -


“가벼우면서 불필요한 장식으로 화면을 가리지 않아서 좋았다.” - 나인테일 -



5차 CBT에서 <아키에이지>는 단순한 기본 인터페이스와 종이 두루마리 느낌으로 디자인된 액티브 창을 선보였습니다. 인터페이스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평가가 가장 많이 달라진 항목이기도 합니다.

 

기본 인터페이스 자체는 단순하면서도 필요한 것은 챙겼다는 느낌입니다. 단순하고 예쁘지 않다는 첫 느낌과는 달리, 익숙해지면 과장된 디자인 요소가 없어서 필요한 정보를 바로 인지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는 평입니다.

 

하지만 가방, 스킬, 퀘스트 등 열고 닫는 창 인터페이스는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회색 바탕에 진한 회색 글씨나 옅은 갈색과 주황색이 혼재된 퀘스트 창은 중요한 부분이 잘 두드러지지 않아 읽기 힘들었다는 의견입니다.

 


퀘스트 창(왼쪽)과 가방 창.

 

 

게다가 게임을 진행하면서 점점 가방이 넓어지고 아이템이 늘어나는데, 정렬 기능이 없어 불편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물론 상단에 탭을 이용하면 조건 검색이 되지만, 비슷비슷한 아이콘 사이에서 원하는 아이템을 빨리 찾아내기는 어려웠습니다.

 

단순한 기본 인터페이스는 호평이었지만, 디자인에 신경 쓴 부분에서는 오히려 기능성이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기본 인터페이스.

  



■ 그래픽: 멋진 배경 속 못난이 캐릭터들

 


“햇빛으로 눈부시게 빛나는 수면, 배경 그래픽은 최고 수준.” - 캐멀 -


“정밀한 커스터마이징의 목적은 조금이라도 덜 못생긴 캐릭터를 만드는 것.” - 프로판 -


“커스터마이징은 자신 있는 분야였다. 커스터마이징으로 좌절해본 것은 처음이다.” - 실리에 -



여러 차례 진행한 지난 CBT에서도 배경 그래픽 퀄리티는 많은 유저가 찬사를 보낸 부분입니다. 5차 CBT로 넘어오면서 크라이 엔진 3로 교체한 후에도 이점을 잘 살렸다는 평이었죠. 특히, 뛰어난 수면 효과 처리는 누구라도 감탄할 정도입니다.

 

반면, 세밀한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지원하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에 대한 평은 좋지 않았습니다. 일단 캐릭터 기본형이 예쁘지 않아서 아무리 눈을 틔우고 뼈를 깎는 시술(?)을 감행해도 나아지지 않는다는 거죠.

 

 

디테일하게 못생겼다는 평을 받았던 캐릭터.
 
 

복식도 ‘날개’ 노릇을 하지 못했습니다. 보통 하늘하늘하고 예쁜 디자인을 기대하게 되는 천 재질의 옷도 램프의 요정이 된 듯한 분위기의 호박 바지가 많아서 매력을 느낄 수 없었죠. 실제로 CBT 기간에 채팅창으로 ‘모양만이라도 치마’인 옷을 구하는 유저도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캐릭터 퀄리티가 배경을 따라가지 못한 점이 아쉽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평균 평점이 6.7이지만, 굳이 나누자면 배경이 8점이고 캐릭터가 5점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좋다는 평이 많은 배경 그래픽.


 


■ 사운드: 평온함과 웅장함을 살린 BGM


 

“병든 사슴을 잡을 때 흘러나오는 웅장한 BGM에 당황했다.” - 심트롤 -


“평온함 그 자체.” - 빅폴 -


“뛰어나지도 거슬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딱히 켜지도 않게 된다.” - 버징가 -



사운드에 대한 평가도 편차가 심했습니다. 대체로 잔잔하고 평온한 느낌의 BGM이 지역의 분위기에 잘 녹아 있고, 전투에 돌입하거나 특정 상황에서 나오는 음악도 괜찮았다 정도로 평이 모아졌습니다.


하지만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BGM은 평온함을 넘어서 지루해지고 약한 몬스터와 싸울 때에도 웅장한 노래가 나와서 어색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대중 가요도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노래가 다른 것처럼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는 부분이겠네요.

 

개인적으로는 로그인 스테이지의 BGM이 마음에 들어서 커스터마이징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게 되더군요. 정말입니다.




■ 캐릭터와 육성: 흥미로운 특성 조합, 떨어지는 육성의 재미

 


“특성 조합으로 다양한 직업이 만들어지는 점, 연계 스킬 등이 좋다.” - 빅폴 -


“노동력을 사용해서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이 신선하다.” - 캐멀 -


“밸런스 논란은 여전. 아직 수정할 부분이 많다.” - 심트롤 -



캐릭터와 육성에 대한 부분은 처음 플레이해 본 사람과 지난 CBT부터 플레이한 사람의 평이 완전히 갈렸습니다. <아키에이지>를 처음 접한 쪽은 세 가지 특성을 조합해서 다양한 직업을 만들 수 있고, 원하는 스킬을 선택해서 육성할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상황에 따라 스킬을 연계해서 사용한다는 점과 꼭 사냥을 하지 않더라도 채집 등 노동력을 소모해서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채집만 해도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

 


반면, 지난 CBT를 체험했던 쪽은 육성 과정에서 재미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퀘스트 수는 늘어났지만 그만큼 플레이어를 사방팔방으로 뛰게 만드는 불편한 퀘스트 동선과 무의미한 반복 사냥이 캐릭터 육성의 재미를 떨어뜨리고, 스킬 포인트를 얻는 레벨 간격이 넓어서 스킬을 배우는 재미마저 없다는 지적입니다.

 

4차 CBT까지는 캐릭터를 만들 때부터 세 가지 특성을 골라 직업을 정하고 출발했는데, 5차 CBT에서는 캐릭터 생성 단계에서 특성을 하나 정하고 5레벨과 10레벨에 하나씩 추가로 특성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캐릭터를 만들 때는 4개 중 하나만 선택한다.

 


특성과 스킬, 그리고 연계에 대해 단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장치인 셈인데, 이 부분에 대한 의견도 다릅니다. 처음부터 세 가지를 모두 골라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난 점은 좋지만, 세 번째 특성을 고르는 10레벨은 이미 두 가지 특성의 스킬로 사냥하는 것에 익숙해질 무렵이라서 마지막 특성은 그냥 고르기만 하는 일명 ‘잉여’ 특성이 되기 쉽다는 것이죠.

 

단순히 골치아픈 선택을 보류하는 것이 아니라, 초보자도 특성과 연계에 대해 이해하기 쉽도록 친절한 튜토리얼 요소를 첨가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 스토리와 퀘스트: 복잡한 동선과 몰입감 없는 스토리

 

 

“메인 퀘스트 흡입력이 떨어지고 왜 해야 하는지 목적성이 부족하다.” - 나인테일 -


“퀘스트 동선이 너무 복잡해서 퀘스트 관련 스토리가 헛갈린다.” - 빅폴 -


“퀘스트 NPC는 어디? 나는 누구?” - 실리에 -


 

5차 CBT에서 <아키에이지>의 퀘스트 인터페이스는 기존의 말풍선이 아니라 NPC를 줌인하고 대사를 자막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가독성을 높여 스토리나 퀘스트 내용이 잘 전달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죠.


시도는 좋았지만, 시선 처리에는 실패한 느낌입니다.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유저의 시선이 가장 먼저 가는 보상 창이 화면 오른쪽에 있고, NPC의 대사는 왼쪽 아래에 나옵니다. 시선의 이동 거리가 길다보니 관심 요소인 보상 창에서 멀어진 대사 텍스트는 그만큼 주목받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캐릭터의 대사가 위로 스크롤되는 방식이라서 ‘현재 대사’가 갱신된다는 느낌이 잘 전달되지 않습니다. 지난 대사가 계속 화면에 남아 있고 새로운 대사가 아래에 추가되기 때문이죠.

 

 

5차 CBT에서 바뀐 퀘스트 인터페이스.

 

 

뷰 방식이 이렇다 보니 스토리가 잘 전달되지 않아 몰입감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비슷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블레이드 & 소울>이 NPC 대사를 한 호흡에 읽을 수 있을 만큼만 출력하고, 전부 읽고 나면 마지막에 보상을 보여주는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죠.

 

퀘스트 수는 많지만, 대부분 사냥과 이동, 대화를 반복하는 패턴입니다. <아키에이지>의 특징인 다양한 상호작용을 활용하면 더 재미있는 퀘스트를 만들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큰 스트레스 요소는 미니맵에서 퀘스트 NPC를 찾기가 몹시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미니맵 크기를 100%만큼 키워도 정확한 위치를 찾기 어렵고 근처에 가더라도 퀘스트 마크인 ‘!’, ‘?’ 표시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퀘스트 자체보다 수락과 완료가 가장 힘들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미니맵에 2번 퀘스트는 보이지만, 정작 NPC는 찾을 수 없다.


 

퀘스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했던 ‘했다 치자’는 분명 신선한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어차피 다른 퀘스트를 하더라도 다른 반복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복잡한 퀘스트 동선을 따라다니기보다 같은 퀘스트에서 ‘초과 달성’을 하는 편이 낫습니다. 조금 더 하면 보상이 4배로 뛰니까요.

 

특히, 퀘스트를 모두 완료하지 않고 지역을 이동하면 캐릭터보다 몬스터 레벨이 점점 높아져 사냥조차 쉽지 않은 상태가 됩니다. 결국 노동력을 소모하거나 반복 사냥을 해서 캐릭터 레벨을 높여야 하죠. 한순간의 편리함을 취하려다가 나중에 인생의 쓴맛을 보게 된다는 현실을 잘 반영한 것이 ‘했다 치자’ 시스템입니다.


 

목표량은 2배, 보상은 4배. 포기할 수 있을까?

 



■ 인스턴스 던전: 동기 부여가 필요

 

 

“던전을 왜 가야 하지?” - 프로판 -


“짧고 성취감이 없다. 던전이 아니라 땅굴에 다녀온 기분이다.” - 나인테일 -

 

 

5차 CBT에서는 많은 관심을 모았던 인스턴스 던전 세 곳을 체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18레벨에 들어갈 수 있는 3인 던전 하나와 대륙마다 하나씩 배치된 31레벨 5인 던전이었습니다.

 

던전에 대한 디스이즈게임 식구들의 평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많은 유저가 필드에서 볼 수 없었던 강한 몬스터를 해치웠다는 성취감이나 일반적으로 구하기 어려운 아이템 등 특별한 보상에서 던전의 재미를 찾습니다. 그런데 <아키에이지>의 던전에서는 그런 종류의 재미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죠.


3인 던전인 ‘서방 이슈바라 왕궁 지하’는 곳곳에 숨겨진 장치를 작동해서 잠긴 문을 열거나 길을 막고 있는 불을 끄는 등 퍼즐 요소에서 흥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보스도 긴장해야 할 정도로 적당히 어려운 패턴이 섞여 있어서 공략하는 재미도 있었죠.

 

 

물에 뛰어 들어 불길을 피해야 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5인 던전인 ‘불탄성 무기고’는 이런 퍼즐 요소를 찾기보다는 일반적인 탱/딜/힐 파티 구성으로 공략하는 던전에 가깝습니다. 보스를 공략하는 재미는 있지만, 패턴이 다양하지 않고 변수도 적어서 금방 익숙해집니다. 특별한 보상이 없기 때문에 관련 퀘스트를 수행하고 나면 다시 갈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어쩌면 많이 기대했던 만큼 아쉬움이 더 컸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반복해서 가야 하는 던전을 피했다는 느낌보다는 얻을 아이템조차 없어서 다시 가고 싶지 않은 던전에 가까운 느낌이었습니다.

 

 

 

■ 전투: 연쇄와 타격감은 좋지만, 몬스터가 바보


 

“연계기를 쓰는 맛과 타격감은 여전히 좋다.” - 버징가 -


“답답한 움직임, 바보같은 몬스터.” - 나인테일 -


 

지난 CBT에서도 <아키에이지> 전투의 재미라고 입을 모았던 ‘연쇄 효과’ 시스템은 여전히 제 역할을 다했고, 타격감도 향상됐습니다. 공격당한 대상의 피격 모션이 확실히 눈에 들어오고, 다소 과장된 듯한 느낌도 드는 효과음이 타격감을 살려주었죠.

 

 

연쇄 효과는 <아키에이지> 전투의 재미 요소 중 하나.

 


단순히 캐릭터를 조작하면서 스킬만 쓴다면 만족스러운 수준의 전투입니다. 하지만 전투도 상대가 있어야 성립하는 법이지요. 그런데 주로 육성 과정에서 전투의 대상이 되는 몬스터의 AI(인공지능) 수준은 상당히 낮습니다. 마법사를 플레이했던 나인테일은 주변의 몬스터를 모두 몰아서 바위 위로 올라가 ‘닭 쫓던 개’ 놀이를 즐기며 “<버블버블>의 고래보다 바보”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직선 거리만 인식해서 공격을 시도하는 몬스터는 캐릭터가 조금만 높은 위치로 올라가거나 앞에 무릎 높이의 장애물만 나와도 어쩔 줄을 모릅니다. 가끔은 몬스터와 캐릭터 사이에 전혀 가로막는 오브젝트가 없는데도 멀리서 빙빙 돌기만 합니다. 그런 몬스터를 활로 때리고 있자니 죄책감이 들 지경이더군요.

 

그런 바보스러움에 익숙해져 있다가 제정신을 차리고 멀쩡하게 스킬을 사용하는 몬스터를 상대하면 갑자기 난도가 확 올라간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런 의외성이 전투에 긴장감을 주긴 하지만, 그래도 몬스터가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 아이템과 제작: 간편해진 제작, 매력 없는 아이템

 


“스탯만 붙어 있고 효과 차이도 미미해서 매력 없는 아이템들.” - 나인테일 -


“좋은 성능과 세트 효과를 가진 제작 아이템은 의미 있었다.” - 심트롤 -


“본격 <팜에이지 온라인>. 웹게임을 하는 기분.” - 실리에 -



5차 CBT에서는 아이템 레시피 종류를 줄여 생산 과정을 간소화했습니다. 일단 재료 가공 단계가 간단해져서 1차 재료에서 변환 폭이 넓지 않습니다. 바로 등짐이나 2차 재료로 만드는 정도죠.

 

방어구도 능력치에 따라 다양한 수식어가 있었던 지난 CBT와 달리 재질별로 선호하는 직업에 중요한 능력치만 살린 것으로 단순화했습니다. 일정 레벨에 도달할 때마다 쓰던 아이템을 업그레이드만 하면 되니 편리하죠. 게다가 여러 부위에 같은 등급 제작 아이템을 착용하면 세트 효과까지 발동해서 제작하는 보람도 있습니다.


 

세트 효과 덕분에 제작하는 맛이 난다.

 


반면, 재료 수급에 필요한 시간은 더 길어졌습니다. 직접 나무를 심어서 통나무를 얻으려면 최소 5시간은 기다려야 하니 당장 필요한 나무를 구하려면 필드에서 다 자란 나무를 찾거나 경매장에서 구매해야 합니다. 혹은 서리를 해야 하죠.

 

급하지 않다면 농장 경영 콘셉트의 웹게임을 하는 기분으로 느긋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오래 걸리는 만큼 한 번에 수확하는 양도 늘어나서 결과물에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제작에 대해서는 디스이즈게임 식구들도 대체로 만족한 듯합니다.

 

하지만 제작을 떠나서 아이템 전체를 놓고 보면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아키에이지>의 장비 아이템에는 단순히 스테이터스 옵션만 붙어 있습니다. 이런 옵션만으로는 캐릭터의 능력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바로 피부로 와닿지 않죠.

 

희귀한 아이템을 얻더라도 본인이 원하는 능력치와 달라서 버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마법사 계열 직업은 천옷 아이템을 선호하는데 희귀한 천 아이템에 붙은 옵션이 물리 공격력을 올려주는 힘과 민첩이면 실망스럽죠. 또한, 등급이 올라가도 스테이터스 증가량이 미미해서 희귀한 아이템을 얻는 기쁨이 덜하다는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혔습니다.

 

 

고대 등급과 일반 등급 아이템 비교. 상점 판매가가 모든 것을 말한다.
 
 
 

■ 무역과 신기루 섬



“신기루 섬의 콘셉트는 좋다.” - 버징가 -


“무역보다는 약탈이 유리한 구조. 약탈을 막을 방법이 필요하다.” - 심트롤 -


“개인에게는 불리한 시스템임에도 무역을 강제하는 점이 스트레스.” - 실리에 -



신기루 섬은 각종 하우징과 탈것의 전시회장과 같은 곳입니다. 지난 CBT에서는 주택이나 배를 만들 때 완성품이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도면을 구매해야 했는데, 이제 한곳에서 완성품들을 모아서 보고 고를 수 있게 됐습니다. 보다가 마음에 들면 그 자리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다는 점도 매우 편리했죠.


 

모든 건축물과 배가 한자리에, 신기루 섬.


 

무역은 그동안 해상전 외에는 딱히 내세울 것이 없었던 해상 콘텐츠를 더 풍성하게 해줄 것이라고 많은 유저의 기대를 받은 시스템입니다. <아키에이지>의 무역은 지역의 특산물을 생산해서 다른 지역에 파는 것으로 이윤을 남긴다는 기본 원리를 따르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윤이 아니라 ‘델피나드의 별’이라는 특별한 무역 주화를 얻는데, 이것으로만 주택이나 배의 도안을 살 수 있습니다. 동기 부여는 충분히 된 셈입니다.

 

하지만 정작 5차 CBT 참가자 중에 무역을 경험해 본 유저는 많지 않았습니다. 처음 등장한 콘텐츠라서 정보량이 부족한 탓도 있었지만, 늘 약탈의 위험이 따르는 상황에서 개인 단위로 무역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범선을 끌고 여정을 떠나는 무역상단.

 


5차 CBT에서 지켜본 바로는 대규모 원정대를 중심으로 한 무역 활동이 대부분이었고, 개인 단위로 무역을 진행한 테스터는 수가 많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만약 무역도 할 수 있고 다른 것도 할 수 있지만, 다른 것이 더 재미 있어서 기회 비용으로 지불하는 것이라면 그들의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역을 하고 싶어도 모르고 두려워서 포기해야 하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죠. 소소하게나마 무역이라는 것이 있고 어떤 원리로 진행되는지 알려주는 튜토리얼 퀘스트라도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요?




■ 총평: 다양한 콘텐츠, 동기 부여가 절실


디스이즈게임 식구들은 총평에서 입을 모아 ‘콘텐츠는 많지만, 동기가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여러 차례 CBT를 거치면서 다양한 콘텐츠를 추가해서 양은 많아졌지만, ‘해보고 싶다’는 것보다는 ‘있으니까 해본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는 말이죠.


그 이유 중 하나는 이 게임에 무엇이 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요리에 비유를 하자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이름만 듣고 ‘먹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기는 어렵습니다. 시식을 해보거나 최소한 냄새라도 맡아 봐야 ‘맛있겠다’고 느끼고, 사먹거나 직접 만들어 먹겠다는 의지가 생기죠.

 

<아키에이지>에는 ‘시식’에 해당하는 튜토리얼이 부족합니다. 5차 CBT에서 많은 테스터가 ‘초반 레벨업이 너무 지루하다’고 말했습니다. 단순한 반복 수행 퀘스트가 계속 나열돼 있어서 일명 ‘노가다성’이 너무 짙다는 반응이었죠.

 

 

캐릭터 발 아래에 표시된 진행 중 퀘스트, 그리고 또 퀘스트.


 

최소한 사이사이에 <아키에이지>의 다양한 콘텐츠를 맛볼 수 있는 요소를 끼워넣거나 레벨을 올렸을 때 어떤 재미있는 것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보여줬다면, 레벨업 과정을 단순히 지겹다고 느끼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즐기기 위해 필요한 과정’으로 의미를 두고 기대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지난 CBT에 참여했던 플레이어들은 익숙하게 게임을 진행하겠지만, 앞으로 있을 OBT와 정식 서비스에서 처음으로 게임을 접할 플레이어에게는 정보량이 부족합니다. 풍부한 콘텐츠를 자랑하는 <아키에이지>인 만큼 알아야 할 것은 더 많죠.

 

나중에 즐기게 될 콘텐츠가 매력적으로 보이거나 당장 게임이 너무 재미있다고 느끼면 스스로 게임에 대해 알아보고 공부하려 하겠지만, 지금 <아키에이지>는 초반에 그런 기대감을 주기에 부족해 보입니다.

 

 


 

 


 

엑스엘게임즈는 <아키에이지>의 5차 CBT를 시작하기에 앞서 연내 OBT가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CBT 역시 실질적인 테스트보다는 ‘보여준다’는 면에 더 집중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키에이지>를 정말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관심’과 ‘호기심’입니다. 짜여진 동선을 따라 육성하고 레이드와 공성전으로 대표되는 PvE, PvP 콘텐츠를 정해진 흐름에 따라 즐기는 게임이 아닙니다. 세계에 관심을 가지면 더 많은 할 것이 보이고, 호기심을 넓히면 ‘이런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찾아 나갈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이 확실할수록 더 재미 있는 게임이죠. 


콘텐츠는 풍성해졌습니다. 업데이트를 통해서도 콘텐츠는 더 늘어나겠죠. 다가올 OBT와 정식 서비스까지 남은 기간에는 게임을 더 잘 보여주고 플레이어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끌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좋은 결실을 맺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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