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징가 (주재상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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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 울리는 두더지 핵, 납득할 만한 조치와 대처 의지가 필요

붉은 이끼 동굴의 광부 B모씨 이야기

<아키에이지>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후로 연일 다양한 이슈를 낳고 있다. 그중 최근 여러 커뮤니티를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주제는 ‘두더지 핵’에 대한 이야기다. <아키에이지>는 특히 노동력을 기반으로 하는 채집과 생산이 중요한 게임이라, 비정상적으로 자원을 채취하는 행위에 대해 유저들 반응이 민감하기도 하다.

 

과연 <아키에이지>에 출현한 ‘두더지 핵’은 어떤 모습인지, 문제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오늘 자작나무 마을 붉은 이끼 동굴에서 두더지를 실제로 목격했다는 진 서버 B모 씨의 이야기를 통해 알아보자. /디스이즈게임 버징가




▲ 지금부터 ‘붉은 이끼 광산’ 일용직 노동자 B모씨의 억울한 사연을 들어보자.

 

 


■ 붉은 이끼 동굴의 B모 씨 이야기

 

하루하루 채워지는 노동력 1,440으로 기초 자재를 생산해서 팔아 끼니를 때우고 살던 B모 씨는 오랜만에 곡괭이를 들쳐 메고 자작나무 마을 붉은 이끼 동굴로 향했다. 이곳은 광맥 밀집 지역이라 단시간에 다량의 광물을 캐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원래 이곳은 광맥이 잘 나와 유저들 사이에서도 유명해 채광 경쟁이 심한 곳이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인지 그 말고는 아무도 없어 “심 봤다!”라고 외치며 신 나게 광물을 캐기 시작했다. 지천으로 깔린 광맥의 자태 위로 무역인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 ‘농부르기니(농업용 달구지)’가 아른거렸다.

 

그러던 중 5분 정도가 지났을까? 분명히 눈앞에 있는 광맥에 마우스를 갖다 대도 톱니바퀴 모양이 뜨지 않더니, 급기야 광맥이 사라져버렸다. 반도의 흔한 랙 현상인가 싶어 재접속해 봤지만, 현상은 더더욱 심해졌고 급기야 캐고 있던 광물도 사라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 어?! 광맥에 곡괭이를 대기도 전에 “펑!”하고 터지며 광물이 사라졌다.

 

 

이 현상이 계속되자 B모 씨는 ‘설마 이곳에 광물을 캐다 죽은 원귀 NPC가 유저들 채광을 방해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자꾸 여자 사람처럼 다가가면 사라지는 광맥들을 보며 슬슬 열이 오르기 시작했고, 수년 전 독하게 즐겼던 <WoW>의 ‘얼음 왕관’ 풍경이 전두엽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정체는 바로 필드에서 재료를 채집할 수 있는 게임이라면 어디에나 있다던 ‘두더지 핵!’.

 

 

※ 두더지 핵이란 마치 두더지처럼 캐릭터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진입이 불가능한 지면 아래로 돌아다니면서 자원을 캐는 불법 프로그램 사용자들을 일컫는다.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보통 스피드 핵이나 텔레포트 핵(좌표 이동 핵)을 곁들여 이동 속도도 매우 빠르다.

 

두더지 핵으로 채집하는 광물, 통나무는 장비, 탈것 등을 제작하는 데 꼭 필요한 만큼 경매장을 통해 큰 이익을 거두고 있을 것이다. 또한, 정상적인 채집 활동을 하는 유저들에게는 상대적인 박탈감과 함께 금전적 피해를 안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주위에 아무도 없는데, 광물을 캐는 동작이 끝나면 이런 메시지가 출력된다.

 


B모 씨는 두더지 핵 사용자와 채광 경쟁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참패. 두더지는 번개처럼 동굴 안을 싸돌아다니며 광물을 캤다. 아무래도 ‘스피드 핵’까지 사용하는 듯했다. 심지어 동선마저 같아 동굴을 한 바퀴 돌아도 광맥 한 개 못 캐는 일도 허다했다.

 

그제야 그는 채광 경쟁이 심했던 이곳이 왜이렇게 한산해졌는지 깨달았다. 광물을 캐러와 봐야 이미 불법 프로그램 사용자가 동굴 안의 모든 광맥을 흡수하고 있으니 방법이 없었던 것. 그는 게임 내 1 대 1 신고 기능으로 문의를 넣었으나 시간이 흘러도 GM으로부터 답변은 오지 않았다.

 

B모씨는 결국 붉은 이끼 동굴을 포기하고 또다른 광맥 밀집 지역인 가랑돌 평원의 공사 현장으로 공간의 문을 열었다. 그러나 이곳도 상황은 마찬가지였고, 먼저 와있던 다른 유저들 역시 눈앞에서 사라지는 광맥을 보며 허무하게 발길을 돌릴 뿐이었다.

 

 

 

■ 한산해진 붉은 이끼 동굴에서 시작된 두더지 잡기 게임


 ▲ 누군지 알아야 아이디를 적지.


 

그리고 이곳에서도 게임 내 1 대 1 신고 기능으로 문의를 넣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상황이 나아지기는 커녀.. 어라? 두더지가 없어졌다. 1 대 1 문의 내역을 확인해 봤지만, 글자는 여전히 “접수 완료”였고 어떤 답변도 달리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분명히 있던 두더지는 사라졌다.

  

B모 씨는 GM들이 바빠 신고자들에게 일일이 답변을 달아주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주변에 있는 다른 유저들에게 혹시 이곳에 있던 두더지를 신고했냐고 물어봤다. 네 명의 유저에게 물어 한 명에게 답변을 받았는데, B모씨가 두더지가 사라진 것을 깨닫기 5분 전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두더지는 없어졌지만, 곧 경쟁자가 한 둘 생기자 광맥을 캐기 어려워졌고, 문득 아까 포기한 붉은 이끼 동굴의 두더지도 없어졌을까 궁금해져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곳에 돌아왔더니 정말로 없어졌다. 사방에 돋아난 광맥이 뿜어내는 아름다운 자태가 B모 씨의 시신경을 마사지하고 있었다.

   


 ▲ 두더지가 사라지고 나니 아키움 광맥의 행운까지!

 

 


그런데 5분이 지나자 또 눈 앞에서 또 광맥이 사라졌다. 그 녀석이 또 나타난 것이다. 마치 100년 묵은 육포처럼 질긴 두더지다. 다시 빛의 속도로 사라지는 광맥들을 멍하니 바라보던 그는 그냥 두더지가 땅을 파다 힘들어 잠시 쉬었을 뿐이라고 절규하며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Ctrl + F’로 자유공격 모드를 활성화하면 TAP 키로 두더지를 타겟 잡을 수 있다는 걸 몰랐던 그는 처음의 두더지와 지금의 두더지가 같은 녀석인지 알 길이 없다. 그래서 처음 녀석이 사라졌을 때 자신의 신고로 사라진 건지, 아니면 가방이 가득 차 비우러 간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는 밑도끝도없는 두더지의 횡포에 차라리 오늘의 노동력은 100당 1금에 싸게 부려 먹는 옆집 C 영감의 나무을 베는 데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집에서 기다리는 고질라같은 마누라와 도끼같은 자식들에게 죽이라도 먹이겠다 싶었다. 그리고 그는 눈물을 훔치며 쓸쓸히 집으로 돌아갔다.

 

 

 

▲ 가족들 먹일 밥을 구하지 못했는데 집에 어찌 들어가야 하나 흑흑.

 


 

■ MMORPG의 두더지 게임, 처음은 아니다


B모 씨의 사연을 전해 들은 버징가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도 채광과 벌목을 사랑하는 한 명의 <아키에이지> 인이기 때문이다. 정직한 방법으로 게임을 즐기는 이들의 눈앞에 나타나는 불법 프로그램 사용자들은 게임의 흥미를 쉽게 떨어뜨리는 요소 중 하나다.

 

2000년 초, 가장 흥행한 게임으로 평가받는 <WoW>조차도 수년 동안 각종 핵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오픈 초기부터 획기적으로 넓은 월드맵을 어디든지 순간 이동할 수 있는 ‘텔레포트 핵’이 발견됐으며, 이제는 유저들 사이에 익숙하다 못해 없는 게 이상한 ‘스피드 핵’까지 말이다.

 

물론 지금 <아키에이지>에서 발견되고 있는 것과 흡사한 ‘두더지 핵’도 있었다. 당시 블리자드 역시 불법 프로그램에 대해 ‘관련 부서에서 확인 중’이라는 불분명한 답변을 내놓았다.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해서 ‘늑장 대처’, ‘부실 운영’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 <WoW>에서 두더지 핵 프로그램 사용자를 포착한 모습. 

화면 가운데를 보면 아무것도 없는데 붉은색 이름만 돌아다니고 있다.

  (클릭하면 큰 화면으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skyzed.egloos.com/1932054

 



▲ 공식 홈페이지에 제보된 가랑돌 평원 공사 현장 두더지 핵 동영상

  

 

문제가 점점 커지자 블리자드는 불법 프로그램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입장을 발표하면서 매주 이 건으로 압류된 계정 리스트를 공지했다. 물론 근본적으로 해결한 것이 아니라 GM이 직접 모니터링하거나, 유저의 신고를 통해 확인한 후 처리하는 것이어서 아직도 완전히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블리자드는 불법 프로그램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줬고 그로 말미암아 유저들은 다시 운영에 대한 신뢰를 쌓아갈 수 있었다.

 

 

 

■ 두더지의 폐해

 

두더지 핵 프로그램으로 모으는 광물과 목재는 경매장에서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져 부가 쉽게 축적되며, 축적된 이익 또한 현금 거래 사이트 등을 통해 퍼져 나간다. 그리고 구매자는 물론 비정상적인 게임머니라는 사실을 모른 채 구매해 계정 블럭 등 2차적인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

 

반면 정작 두더지 플레이를 하는 유저는 몬스터나 유저의 위협이 없어 상대적으로 낮은 레벨의 캐릭터를 이용하므로 계정 블럭에 큰 부담이 없다. 게다가 모은 이득으로 블럭으로 말미암은 손해를 만회하고도 남는 게 대부분이라 정상 플레이를 하는 유저들만 피해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공식 홈페이지에도 핵 사용자에 대한 유저들의 불만 글이 자주 올라오고 있으며, 심지어 한 사이트에서 버젓이 핵 프로그램을 판매한다는 광고 게시물이 유저 사이에 퍼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엑스엘게임즈는 아직 이렇다 할 공지나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유저들의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다.

 

 

  ▲ 오늘도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두더지 핵에 대한 불만이 성토하고 있다.

 

 

 ▲ 순간이동 채집핵을 판매한다는 모 사이트 게시물.

(클릭하면 큰 그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면, 납득할 만한 조치와 대처 의지가 필요
 
불법 프로그램의 폐해는 비단 채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방에 깔려 있는 위험 요소를 뚫고 도착해서 큰 보상을 받는 자유도 무역 역시 마찬가지다. 두더지 핵 사용자는 땅을 파고 들어가 스피드 핵으로 빠르고 안전하게 움직여 도착한다. 많은 유저가 동영상이나 스크린샷 등을 통해 제보하고 있는 부분이다.

오늘도 유저들은 불법 프로그램 사용자로 의심되는 유저를 신고하고 있다. 물론 사실이 확인되면 제재 대상이지만, 불법 프로그램 사용자는 보통 다수의 계정과 아이피를 사용하므로 쉽게 작업을 재개할 수 있다.

그래서 유저들은 매번 신고해도 줄어들지 않는 핵 사용자들 때문에 신고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신고에 대한 분명한 대답이나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도 유저들의 오해를 부르는 요소다.
 
엑스엘게임즈 관계자는 “두더지 핵 사용자는 오토 등 다른 불법 프로그램 사용자와 마찬가지로 엄정하게 처벌하고 있으며, 관련 부서에서 대책을 마련 중”이라 밝혔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지금도 유저들의 눈앞에는 두더지들이 돌아다니고 있어 상대적 박탈감을 ‘실시간으로’ 느끼고 있다.

 

▲ 공식 홈페이지에 제보된 무역 관련 핵 프로그램 사용자 제보.

 (클릭하시면 큰 이미지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원문 링크 [클릭] 


 

 ▲ 눈앞에 돌아다니는 두더지들을 보면 유저들에게 이 화면은 답답하기만 하다. 

 

 

<WoW>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리고 많은 유저들이 알고 있듯이 오토 및 핵 프로그램을 시스템에서 근본적으로 뿌리 뽑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창이 날카로워지면 방패가 단단해지고, 방패가 단단해지면 창이 다시 날카로워지는 이치와 같은 맥락이다.

 

물론 유저들은 불법 프로그램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는 것을 바란다. 그러나 이보다 더 필요한 것은 믿음이다. 당장 해결이 어렵다면 불법 프로그램 사용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계정 압류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등의 가시적이고 납득 가능한 노력이 필요하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완벽한 대책 이전에 불법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정상적으로 플레이하는 유저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 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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