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검은사막>에 신규 캐릭터 '금수랑'이 추가됐습니다. 다른 캐릭터와 달리 소환수와 협동해서 싸울 수 있다는 점, 동양풍 액션을 구사한다는 점 등의 차별점을 강조한 캐릭터죠.
대략 일주일 간 육성을 해보니, 클로즈 베타 테스트 때부터 존재한 4명의 캐릭터 못지 않게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펙트 효과가 비슷하니 소서러와 닮지 않았을까'라는 추측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요. 그럼 금수랑을 키우며 느낀 소감을 솔직담백하게 털어놓아보겠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아퀼
컨셉은? 무협풍 여검사에 소환술사를 더한 캐릭터
금수랑이 개발명 '테이머'로만 알려져 있던 시절, 그때는 금수랑이 정적인 캐릭터가 아닐까 짐작했습니다. 소환수에게 전투를 일임하고, 금수랑은 안전한 후방에 머물러 지시만 내리는 줄 알았죠.
하지만 실제로 플레이해보니, 금수랑은 그 어떤 캐릭터 못지 않게 적극적으로 싸우는 근접전 타입 캐릭터였습니다. 그것도 무협 소설에 등장할 법한 경쾌하면서도 공격적인 검술을 써가면서요.
검술 자체도 제법 화려한 편입니다. 땅에다 발을 세차게 구르는 '진각' 동작을 취한 뒤 정권을 날리는 체술, 공중제비를 돌며 수직으로 베어버리는 검술, 유려하게 이어지는 연속기, 적을 차올리는 반격기까지, 무협풍 여검사가 갖출 법한 기술을 다 갖췄습니다.
무협 소설의 여검사가 갖출 법한 검술과 체술은 다 갖췄습니다.
액션이 밋밋하지도 않았고요. 날렵한 연속기로 몰아칠 때의 속도감, 통렬한 위력을 자랑하는 초식을 꽂을 때의 묵직한 타격감을 두루 맞췄습니다. 그 결과, 날렵한 연속기를 쓸 때 간간히 넣어주는 '벽력장' '붕격'이 한층 더 묵직하게 보이더군요.
이는 설탕에다 소금을 살짝 뿌렸을 때 한층 더 단맛이 느껴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상반된 액션이 대비돼 어느 한 쪽의 액션이 좀 더 강하게 부각되는 것이죠. 이런 대비 효과가 금수랑의 조작감에 감칠맛을 더해줘 마음에 들었습니다.
날렵한 검술 도중 간간히 찔러주는 묵직한 일격. 대비 효과 덕분에 타격감이 각별합니다.
검술이 '금수랑'을 조작하는 재미를 부각했다면, 소환술은 '금수랑'의 편리함을 부각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소환수 '흑랑'은 전적으로 인공지능(AI)에 따라 행동합니다. 유저가 명령할 수 있는 건 일부 협동기 스킬과 '공격해' '따라와' '기다려' 정도밖에 안 되고요.
대신 세세하게 지시를 내릴 필요가 없습니다. 흑랑은 아주 유능한 소환수거든요. 튼튼한 맷집을 자랑하는지라 쉽게 죽지 않고, 적을 넘어뜨리거나 경직을 거는 스킬을 종종 써서 전투에 도움을 줍니다. 공격력과 적중률도 좋아서 금수랑보다 레벨이 높은 몬스터도 잘 잡아줍니다.
혼자서도 잘 사냥하는 흑랑. 직접 조작하는 재미는 없어도 편리하기 그지없습니다.
물론 흑랑의 AI가 완벽한 건 아닙니다. 레이드 보스가 광폭화 기술을 쓸 때 좋아라 달려가는 바보짓을 종종 저지르곤 하니까요. 그러나 그 때는 흑랑을 유저 옆으로 강제 소환하는 스킬 '공간 벼락'을 쓰면 그만입니다. 조금만 신경 쓰면 흑랑이 유저의 발목을 붙잡는 짓을 하지 않도록 막을 수 있어요.
소환수를 정교하게 조작하는 경험을 하고 싶어하는 유저에게는 아쉬운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소환수를 조작하는 데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어 매우 편합니다. 번거로운 조작을 싫어하는 유저라면 환영할 일이죠.
그리고 소환수를 정교히 조작할 수 없다는 점이 금수랑을 조작하는 재미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고요. 도리어 자잘한 것에 신경쓰지 않고 금수랑의 화려한 액션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봅니다.
요리조리 피하며 적을 압박한다! 개성도 뚜렷
기존에 있던 캐릭터와 차별화했다는 점도 마음에 들고요. 처음에는 이펙트 색이 소서러와 닮아서 일부 유저들에게서 '사실상 제 2의 소서러 아니냐'는 우려를 샀는데, 실제로 사냥을 해본 결과 소서러와 비슷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두 캐릭터의 플레이 스타일은 확연히 다르거든요. 소서러는 원거리 공격과 근거리 공격을 동시에 사용하는데다, 공격해야 하는 상황과 회피해야 하는 상황을 확실히 구분해서 몬스터를 사냥합니다.
소서러가 왜 그러냐면, 몬스터를 넘어뜨리는 기술과 연속으로 마력을 퍼붓는 기술 대다수에 쿨타임 제한이 걸려 있거든요. 그러니 주력 기술의 쿨타임이 도는 동안은 간격을 벌려 견제하고, 쿨타임이 끝나는 순간 다시 돌격하는 치고 빠지는 전투법을 고수할 수밖에요.
반면 금수랑은 근거리 공격만 할 수 있는 대신, 흑랑이란 훌륭한 보조 공격 수단을 갖추고 있습니다. 공격과 회피를 동시에 구사하는 이동공격 스킬도 갖추고 있고요.
겸사겸사 금수랑은 쿨타임 제한 없이 몬스터를 경직 상태로 빠뜨릴 수 있어서, 뒤로 빠져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니 소서러와 달리 몬스터에게 몬스터에게 딱 붙은 채 쉴새 없이 압박하는 전투 방식을 구사하죠.
워리어나 자이언트와 비교하기도 어렵고요. 방패를 가진 워리어는 막고 공격하는 캐릭터라는 인상이 강하고, 최대 생명력이 높은 자이언트는 맞아가며 공격한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반면 금수랑은 '요리조리 피하며 계속 공격한다'는 인상이 강하고요.
여기다 금수랑만이 사용 가능한 흑랑과의 협동기까지 동원한다면, 다른 캐릭터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조작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기존 캐릭터와 비교했을 때 차별성이 있냐'는 평가에 대해서는, 합격점을 줄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개성이 뚜렷합니다.
쉬운 듯 어려운듯 까다롭지 않은 너
지금까지 금수랑의 컨셉과 묘미에 대해 집중적으로 소개했는데요, 여기까지 읽은 독자분들이라면 이런 의문을 가질지도 모르겠네요. '레벨이 낮으면 금수랑을 조작하는 묘미를 맛보기 힘들지 않을까?' '조작 실력이 떨어지면 금수랑의 묘미를 경험 못하는 것 아닐까?'라고요.
일단 첫 번째 의문에 대해 답하자면,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금수랑 특유의 액션을 경험하기 위해 꼭 배워야 할 스킬들은 금방금방 배울 수 있거든요.
기본 콤보 섬광→봉 찌르기→자세 돌리기. 기본만 배운다면 레벨 24까지 21 포인트만 투자하면 배울 수 있습니다. 다른 주력 콤보도 1단계만 배우면 쓸 수 있는 게 많습니다.
두번째, 이건 개인적으로 주변의 지인들에게서 많이 들은 우려라서 언급하겠습니다. 지인들에게 금수랑을 소개할 때마다 '주력 기술이 연속기니 손이 꼬이지 않을까', '맷집이 너무 약하지 않냐' '공격력이 너무 약하지 않냐' 등등의 걱정을 해서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갓 생성한 금수랑은 '연속기 위주+빈약한 맷집+낮은 공격력'이라는 약캐릭터로서 갖춰야 할 요소를 모두 지녔거든요. 초반에는 기술이 얼마 없다 보니, 이런 요소들이 부각될 수밖에 없고요.
하지만 '금수랑'은 성능 좋은 광역 공격 스킬을 보유하고 있답니다. 광역 공격 스킬을 사용하고, 쿨타임이 도는 동안 소검 연계기를 사용하면 어렵지 않게 싸울 수 있어요.
무엇보다 38레벨 때 습득 가능한 스킬 '흑랑 소환 7'을 익히면, 흑랑과 금수랑이 힘을 합쳐 '협동기'를 구사하거든요. 이 협동기를 적절하게 사용하면 더 넓은 범위로 더 많은 적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직을 걸어 적들이 반격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도록 할 수 있습니다.
38레벨 이후 시전 가능한 공간 벼락 협동기. 이걸 배우는 순간 사냥 속도가 확 올라갑니다.
나아가 협동기로 쉬우면서도 손맛 있는 전투를 하는 재미를 누릴 수 있습니다. '공간 벼락' 협동기→소검 연계기→'밀려오는 파도' 협동기 콤보가 대표적인 예죠.
사용 원리는 간단합니다. 일단 '공간 벼락'을 사용한 뒤 바로 취소합니다. 그러면 금수랑만 공격을 취소하고, 흑랑은 여전히 주변을 핑핑 날아다니며 공격을 합니다. 그동안 몬스터는 흑랑의 공격을 맞느라 경직 상태에 빠지고요.
이때를 노려서 콤보를 꽂아주고, 흑랑의 공격이 끝날 즈음에 '밀려오는 파도' 협동기를 써줍니다. 흑랑이 포효하며 적들에게 경직을 걸 거에요. 그 다음 공간 벼락 콤보를 다시 한 번 되풀이하거나, 소검 연계기나 체술로 적의 숨통을 끊으면 됩니다.
이때 현란한 조작은 필요 없습니다. 그냥 원하는 타이밍에 기술 커맨드만 입력하면 그만입니다. 조작 실력이 없어도 효율적이면서 화려한 콤보를 쓰는 재미를 누릴 수 있는 셈입니다.
가벼운 타격음, 맥주병 흑랑이 아쉽다
물론 아쉬운 점도 일부 있었습니다. 일단 액션은 괜찮은데 타격음이 너무 가볍게 느껴진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더군요.
금수랑의 타격음은 크게 셋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소검을 휘두를 때 '챙'하고 울리는 금속음, 타격기를 사용할 때 '퍽'하고 둔탁하게 울리는 소리, 그리고 흑랑과 관련된 스킬을 쓸 때 '쫘악'하고 피부를 찢는 듯한 소리입니다. 검술을 주로 사용한다면 챙챙 울리는 금속음을 많이 들을 거에요.
문제는 금속음 소리가 비교적 작고, 상대방의 갑옷에 힘없이 튕겨나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것입니다. 다수의 적을 상대한다면 모를까, 소수의 적을 상대할 때는 김이 새더군요. 그래서인지 액션은 화려한데 정작 타격감은 썩 뛰어나지 않은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자구책은 있긴 합니다. 되도록 많은 수의 몬스터와 싸우고, 크리티컬 확률을 높여서 펑펑 터지는 소리를 곁들이는 식으로요. 허나 그렇다 해도 레이드 보스와 싸울 때는 허전한 타격음을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소리에 좀 더 신경썼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
시원시원하게 올려치는 동작에 비해 타격음은 영...
흑랑에게도 불만이 있습니다. 흑랑은 물에 들어가면 녹아 없어지는지라, 물가 근처에서는 금수랑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그나마 헤엄을 조금이라도 치면 모를까, 얕은 물가에서도 가라앉아 사라질 정도입니다. 맥주병 수준으로 헤엄을 못 쳐요.
문제는 물가 근처에 있는 사냥터들의 경험치, 아이템 파밍 효율이 높다는 것이죠. 만약 금수랑이 흑랑 없이도 잘 싸울 수 있었다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주요 콤보가 흑랑과의 협동기에서 시작되는 이상, 흑랑 없는 금수랑은 전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캐릭터들은 마음껏 다니는 고효율 사냥터를 금수랑 혼자서 불이익을 감수하며 진입해야 하니,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봅니다.
"물에 들어가기 싫어! 목욕하기 싫어!" 물에 빠지자마자 사라지는 흑랑의 모습.
탑승은 가능하지만... 토사구팽하는 편이 효율적인 흑랑
또 하나 아쉬운 점은, 흑랑을 탑승한 채로 싸우는 방식이 쓰기 까다롭다는 것입니다. 흑랑을 탄 채 기마전을 해봤자 득보다 실이 많거든요.
공격력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공격 속도가 확 줄어서 흑랑을 타지 않은 채 싸울 때보다 공격력이 약해졌다는 인상이 들 거에요. 공격 범위는 흑랑을 타지 않은 채 싸울 때보다 훨씬 더 좁아지고요.
생존률을 높이는 데에도 큰 도움은 안 됩니다. 흑랑을 탄 상태에서는 피격 면적이 넓어지기 때문에 백어택을 당하기 쉽고, 민첩한 회피를 할 수 없어 공격을 피하기 어렵거든요.
또한 몬스터한테 포위당했을 때 빠져나오기도 어렵습니다. 덩치가 큰데다 좌우 선회가 느리다 보니, 계속 몬스터들에게 가로막혀서 움직이지 못할 수 있거든요. 어지간히 금수랑 방어력을 높이지 않았다면, 도리어 흑랑을 타고 다닐 때의 생존률이 더 떨어질 수 있어요.
흑랑에 탑승하면 싸우면 멋지긴 한데... 아직 이렇다 할만한 활용법이 없습니다.
흑랑 탑승 때문에 생기는 불편도 존재하고요. 몬스터를 다 잡은 뒤 아이템을 주우려 하면 금수랑이 자꾸 흑랑 위로 올라타거든요. 아이템을 줍는 키와 흑랑 위에 탑승하는 키 모두 R 키라서 생기는 해프닝입니다.
당하는 사람 입장으로서는 정말 짜증나는 일입니다. 특히 몬스터를 상대하는 동시에 아이템을 주워야 할 때, 금수랑이 엉뚱하게 흑랑 위에 올라타느라 무방비로 공격을 맞을 때는 혈압이 오를 정도죠. 흑랑에 탑승하는 키와 아이템을 줍는 키를 따로 구분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아이템을 주우려는 순간 흑랑이 막아선 상황. 이때 R키를 누르면 흑랑 위에 올라타게 됩니다.
몇몇 유저는 차라리 흑랑을 타고 다닐 바에, '흑랑 흡수' 스킬을 사용해 버프를 얻는 편이 더 좋겠다는 의견을 보입니다. 레벨 52에서 배울 수 있는 '흑랑 흡수' 스킬을 쓰면, 흑랑은 없어지는 대신 '모든 공격력 증가+1-, 모든 방어력 증가 +8, 공격 속도 증가 20%, 이동 속도 증가 20%, 치명타 확률 60%' 버프를 받거든요.
버프 지속 시간이 60초나 되는데다, '흑랑 소환' 스킬 쿨타임이 끝나 있다면 '흑랑 흡수'를 한 채 새 흑랑을 꺼내 싸울 수 있으니, 흑랑 위에 탑승한 채 싸울 때보다 훨씬 더 유리하게 싸울 수 있습니다. 사실상 흑랑을 타고 기마전을 할 바에, 토사구팽해서 버프를 발동한 뒤 소검 연계기를 쓰는 편이 낫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때문에 흑랑을 타고 다니면서 싸우는 신선한 체험을 누리기 어렵습니다. 소검 연계기와 흑랑 협동기에 이어 흑랑을 이용한 기마전까지 모두 골고루 쓸 수 있었다면, 다양한 전투 방식을 즐기는 재미까지 누렸을 텐데 아쉽네요.
액션과 조작 난이도는 만족, 새로운 전투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해나갔으면...
결론을 내리자면 금수랑은 화려함과 편리함을 고루 갖춘 캐릭터입니다. 보기보다 다루기 까다롭지 않아서 누구나 금수랑을 다루는 재미를 누릴 수 있고요. 흑랑 협동기로 몬스터를 쓸어버리는 후련함, 날렵하고 호쾌한 무협풍 기술로 적의 공격을 피하는 동시에 반격하는 스릴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캐릭터와는 다른 감각으로 조작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고요. 치고 빠지는 전투법을 고수해야만 하는 소서러를 주로 플레이한 필자로서는, 요리 조리 피하며 적을 계속 압박하는 금수랑의 전투법이 신선하게만 보였습니다.
물론 액션에 비해 모자란 타격음, 예상보다 흑랑을 타고 다니며 싸우는 재미를 누리기 어려운 점은 아쉽지만요. 흑랑을 탑승한 채 싸우는 방식도 쓸모있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다양한 방식으로 싸우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을 테니까요.
추후에는 흑랑 탑승 스킬이 개선돼, 유저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길 바라며 체험기를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