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블레이드&소울> 공식 홈페이지의 '연의 서신'에 올라온 인터뷰 기사입니다.)
일러스트 한 장이 그대로 포스터가 될 수 있고 인체 비율을 무시한 듯한 캐릭터는 그만의 독특함이자 특허가 되어버린 독보적인 존재감을 갖고 있습니다. Blade & Soul 이라는 이름에 앞서 “김형태 매니아”라는 층이 있었고 이제는 Blade & Soul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레전드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2차 CBT를 준비하고 있는 김형태 AD와의 만남, 2차 CBT에 대해 궁금해 하시던 여러분의 갈증을 조금은 해소해 드릴 수 있는 오늘의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인터뷰를 통해 여쭤보고자 했던 내용들은 여러분께서 남겨주신 “김형태 AD에게 궁금한 점, 전하고 싶은 말” 등을 통해 준비했습니다.)
김형태 AD님의 그림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어떠한 계기로 그림 쪽으로 진출하고 AD라는 직업을 갖게 된 것인지에 대한 것입니다.
그림은 굉장히 어렸을 때부터 그렸습니다만,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때부터 입니다. 우연히 중학교 2학년 시절 ‘리니지2’의 일러스트레이터인 ‘정준호’씨를 만나게 되었고, 그 분의 작품을 보면서 같이 그림을 그려나가게 되었죠. 그 때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그림을 업으로 삼게 된 것 같습니다.
AD가 된 것은 게임 회사에 컨셉 아티스트로서 재직하는 중, 한 장의 컨셉 아트가 최종적인 게임의 형태로 완성되어 나가는 과정에서 고유의 테이스트를 잃게 되는 것을 보면서,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3D나 게임 제작 전반에 대한 공부를 해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된 것 같습니다.
캐릭터 디자인과 관련하여 AD님의 디자인 패턴이 거의 일정하면서 완성형으로 보이는데 앞으로도 지금 현재 캐릭터 스타일을 유지하실 지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시네요
제 스타일은 일러스트에 있어서는 변화의 폭이 넓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계기로 극적인 변화를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바로 2D에서 3D가 된 것입니다.
작풍을 바꿔서 새로움을 주는 것도 좋은 시도겠지만, 소재와 표현 매체를 바꿔나가면서 서서히 혹은 급격히 ‘진화’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저만의 스타일을 진보시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사랑하고 있는 김형태 AD님만의 캐릭터 디자인이 탄생하게 된 과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저는 저희 게임의 의상디자인과 타 게임의 디자인을 오뜨쿠튀르(haute couture)와 프레타포르테(prêt-porter)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기존 게임의 의상디자인은 현실의 ‘기성복(Ready to wear)’의 코드를 따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스템에 맞게 정형화된 구조(상의, 하의등), 일반적이고 잘 알려진 디테일과 재질... 그리고 약간의 진부함...
그래서 저는 오뜨쿠튀르(haute couture) 처럼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자유분방함 속에서 예술적 가치를 찾을 수 있게 디자인 될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습니다. 게임에서 허세와 낭비 좀 떨면 어떻습니까^^
체형이나 묘사법에 대해서는 “본능적으로…”라고 하면 웃기겠지만,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제가 여자였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남자를 잘 그렸을지도 모르지요. 좀 더 짚어보자면, 평면화의 한계를 깨기 위해 덩어리와 라인의 묘사를 강조해서 입체감을 느끼도록 묘사하는 방법을 즐기기 때문에, 그로 인해서 그런 스타일이 자리잡게 된 것 같습니다.
▶ 초반에 리종족으로 불렸던 진 종족
팬아트를 제작하시는 분들의 질문이기도 합니다. AD님은 그림을 그릴 때 어떤 프로그램과 브러쉬를 쓰시는 지에 대해 질문을 주셨어요. 가장 많이 신경 쓰시고 중점을 두는 부분에 대해서도 한 말씀 주신다면 어떤 걸까요?
초반 선을 다듬고 기본 색을 지정할 때는 ‘Adobe Photoshop’을 사용하고, 이후 채색을 할 때는 ‘Corel Painter’ 최종 마무리와 색 보정 작업을 다시 ‘Photoshop’을 이용합니다. 가끔 배경제작을 위해서 ‘3D Studio MAX’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림을 그릴 때 신경 쓰는 것은 어느 것이 1순위이다 라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지만, ‘그림의 목적과 의도’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쉽게 얘기하자면 ‘이 그림을 통해서 뭘 보여주고 싶은가’ 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되겠네요.
오늘의 인터뷰를 사전 안내했을 때 고객들의 반응은 가히 열광적이었답니다. 현재 본인의 위치와 그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 자신의 위치는 데뷔 기회를 얻은 첫 공연 직전의 신인 같은 느낌입니다. 일러스트레이터가 아닌 AD로서는 Blade & Soul이 사실상 첫 작품이고, 이렇게 많은 나라에, 많은 분들께 공개하는 것 또한 처음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더욱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그림에는 언제나 진지하게 생각하지만, 요즘은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하느라 연구를 하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동시에 같이 해나갈 수 있을 만큼 만만하지가 않거든요. 제 그림의 진화는 게임이 서비스 되고 난 이후에 반드시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더욱 완벽하기 위해 스스로 냉정하게 판단하시려 것 같아요. 그렇다면 AD님에게 영향을 준 작가가 있나요? 혹시 다른 일러스트레이터에 대한 관심도 있으신지...
우리나라 분들 중에선
정준호(리니지2), 이슬기(제라,브롤버스터), 이경진(마그나카르타2), 이근우(테일즈위버, 마비노기영웅전), 이상번(드래곤네스트), 박정식(헉슬리, 드래곤네스트), 등등…
해외에는
무라타렌지(청의6호), 시로우마사무네(공각기동대), 쿠로보시 고하쿠(키노의숲), 우게츠 하쿠아(폭렬천사), 유키토 키시로(총몽) 등.. 그 외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많은 작가 분들 모두가 주목의 대상이자 라이벌입니다.
Blade & Soul이 AD로서 첫 작품이라고 말씀 주셨던 부분에 기대가 더 커질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장래 직업으로 AD를 꿈꾸는 분들도 많은데 그런 분들을 위해서 AD가 하는 구체적인 업무가 무엇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또 Blade & Soul 개발 중 그림 쪽에만 참여를 하시는 지 여부도 궁금합니다.
AD는 사실 실무보다는 비젼 설계와 QC(Quality Control)에 그 업무가 집중되어 있습니다. 비주얼의 방향성을 설계하고 제작 프로세스를 만든 뒤, 그 프로세스를 통해서 실무진들이 만든 창작물들에 대한 퀄리티 관리를 통해 게임의 그래픽의 품질을 일정 이상으로 유지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업무들은 캐릭터, 배경, 애니메이션, 이펙트, GUI 전반에 걸쳐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게임제작의 파이프라인과 구조 또한 꿰뚫고 있어야 하지요.
하지만, 본업이 일러스트레이터였던 만큼, 직접 몬스터나 의상디자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일러스트도 간간히 합니다. 대부분 그런 일들은 개인시간을 쪼개서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좀 슬픕니다만...
아 하나 더... 동영상도 만듭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트레일러 동영상들은 제가 제작했답니다.
B&S의 4개 종족 모두 특징이 있지만 이 중 작업을 하면서 가장 애착이 가면서 신경을 많이 쓰셨던 종족은 어떤 것인가요? 질문을 주신 고객님은 곤족이 힘이 있어 보여 좋다고 하셨어요
어느 종족이던 엄청난 공을 들였습니다만, 마지막까지 컨셉에서 어려움을 주고, 그것을 해결하는데 신경을 썼던 것은 ‘건’ 종족과 ‘린’ 종족인 것 같습니다.
‘건’종족은 종족 특성상 ‘아름다움’이라는 테마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존재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3D팀 분들과 함께 모델링을 다시 제작하면서 컨셉의 방향을 고민 했고, ‘린’종족은 대중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귀여운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기호화된 코드를 따라가는 매니아적인 특성을 과감히 배제하고 거부감 없는 이미지를 찾아 섬세하게 디자인 해 왔던 기억이 있네요.
▶ 린 종족의 초반 스케치
Blade & Soul 디자인을 하실 때 모티브를 주위에서 얻기도 하시나요?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구조적인 디자인들이 모티브가 됩니다.
디자인을 참고 하되 그 용도, 디자인 그대로가 아니라 변형해서 엉뚱한 곳에 적용하는 식입니다. 등산화 신발끈 묶는 장신구를 캐릭터의 목에 적용해 본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래서 모든 사물을 볼 때는 매의 눈으로 살펴보는 것이 버릇입니다.
그리고 B&S 홈페이지의 게시판에서도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데요, 얼마 전 본 게시물 중에 한국의 천연기념물을 올려주신 분의 글을 정말 인상 깊게 봤습니다. 어떻게든 게임에 적용시켜 보려고 생각 중입니다.
홈페이지의 게시물을 확인하셨다는 말씀에 많은 고객들이 앞으로 더 많은 제안과 아이디어를 제공하려고 노력하실 것 같습니다. 홈페이지 이미지 게시판에 올라오는 고객들의 팬아트를 보셨나요? 팬아트를 보셨을 때 느낌은 어떠셨나요?
정말 놀랄 때가 많습니다. 제가 요즘 시대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면 기가 죽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홈페이지에 좋은 그림들이 더욱 많이 올라올 수 있도록 B&S 사업팀과 모종의 계략을 꾸미려고 합니다^^
화보집이나 피규어 같은 2차 저작물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AD님이 제작하신 B&S만의 색깔 있는 디자인을 그림이 아닌 형태로 만나고 싶은 마음이 큰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2차 저작물을 준비하실 구체적인 일정이 있으신가요?
화보집은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제작하고 싶습니다만, 게임 제작 자체만으로 정말 바빠서 시간이 나질 않네요. 개인 화보집도 그렇지만, 게임이 나올 때 즈음이면 저희 스텝들이 제작한 비주얼을 모아서 ‘Blade & Soul’ 화보집을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멋진 컨셉 아트들이 천여 점이 넘고, 실력 있으신 스텝 분들이 작업했기 때문에, 정말 멋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게임이 정식으로 공개되고 난 다음이라면 여러 형태의 다양한 2차 창작물들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1차 CBT에서는 The Signature Eastern Fantasy MMORPG가 수식어로 붙었습니다. '무협이지만 무협이 아닌' Blade & Soul만의 세계관을 앞으로 어떻게 이해시킬 계획이신가요?
저희 게임에서는 ‘무협’이라는 장르를 외견적인 특징보다는 게임을 하면서 고객들이 겪은 ‘경험’으로 전달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주얼 쪽으로는 장르적 특징의 전달 보다는 좀 더 진보된 디자인 융합을 목적으로 제작 중입니다. 하지만 게임을 플레이 해 보시면 그 ‘경험’이 전통무협이상의 무협이라는 것을 느끼시리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많은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해 주시기 힘드셨을 텐데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김형태AD님을 응원하고 있는 Blade & Soul 고객 여러분들께 전하는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려요.
1차 CBT에서 많은 것이 공개되었지만,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많은 멋진 비주얼들이 게임 안에 가득 있습니다. 저희 스텝들 모두가 드넓은 사막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세밀한 곳의 못질 하나, 꿰맨 자국 하나하나, 주인공의 숨결까지 신경 써서 디자인하고 제작 중이랍니다. 2차 CBT 기대해주시고 이후로도 많은 사랑을 부탁 드립니다.
꼭 대사막까지 가셔서 광활한 B&S의 세계와 인물들, 그리고 주인공 아니 당신의 운명을 즐겨주세요!!
감사합니다.
▶ 스케치 초반에는 뿔이 기본적으로 있는 상태였던 곤 종족
2차 CBT 준비로 바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담담하면서도 세심함이 가득한 답변을 주신 김형태 AD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살짝 보여주신 새로운 일러스트 스케치에 대한 수 많은 분들의 환호가 들려오는 것 같네요.
무일봉의 따스함을 지나 제룡림의 어둡고 축축했던 느낌, 수련 계곡의 푸르름까지.. 작은 공간 하나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던 아름다운 view, 그 공간을 활보했던 매력만점의 캐릭터들이 두근거리는 기억으로 남아 있으신가요? 잊을 수 없는 그 때가 여러분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는 8월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여러분께 오늘의 인터뷰가 즐거운 선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김형태 AD님의 열정이 담긴 Blade & Soul과 함께하게 될 2차 CBT를 기대해 주세요!
▶ 곧 선 보이게 될 2차 CBT 일러스트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