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7일 업데이트된 '폭풍의 바다뱀 보급기지'(이하 폭풍 바다뱀)는 최대 24명까지 입장해 바다뱀 보급기지의 각 네임드 몬스터를 처치할 수 있는 필드형 던전이다. 이곳은 낮은 난이도와 출입에 제한이 없다는 점 때문에 업데이트 이후 많은 유저가 폭풍 바다뱀에서 사냥을 즐기고 있다.
폭풍 바다뱀의 최대 장점은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공략 인원이 많은 만큼 네임드 공략이 쉬워지고, 결과적으로 컨트롤이 미숙한 유저도 포화란 무기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 다른 하나는 파티를 구성하지 않는 만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출입하며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시간이 부족하고 컨트롤이 미숙한 라이트 유저는 이곳에서 부담 없이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하지만, 폭풍 바다뱀에서 네임드 몬스터가 등장하기 위해서는 일부 조건이 필요하다. 1~3 네임드인 발라라, 태장금, 막소보는 처치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등장하지만, 최종 보스인 포화란은 1~3 네임드를 일정 횟수 이상 처치해야 등장하는 구조로 돼있다.
업데이트 첫 날에는 이런 등장 조건이 확실하게 알려지지 않아 유저들 사이에 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일부 채널은 대부분 유저가 포화란 스테이지 앞에서 대기만 하며 1~3 네임드를 처치하지 않아 포화란이 등장하지 않기도 했고, 정작 1~3 네임드를 처치해 포화란을 등장시킨 유저들은 다른 유저들에게 선수를 빼앗겨 포화란을 구경하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
해당 문제점은 포화란의 등장 조건이 알려진 뒤, 둘째 날부터 유저들 사이에 일종의 룰이 생기며 조금이나마 가라앉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유저들 스스로 만들어낸 임시 방편일 뿐, 폭풍 바다뱀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 포화란 등장 시 후발 유저를 기다려주는 문화도 어디까지나 임시 방편일 뿐이다.
폭풍 바다뱀이 가진 문제점은 몇 가지 불편 사항이 얽히며 결과적으로 1~3 네임드 공략 참여도를 낮추고 있다는 데 있다. 불편 사항은 크게 ▲딜량에 의존하는 보상 시스템, ▲각 네임드간 이동을 위한 용맥의 부재, ▲네임드 처치 현황 파악 불가능으로 나눌 수 있다.
■ 딜량에 의존하는 보상 시스템
폭풍 바다뱀에서 최종 보스 포화란의 보상 아이템 '철장식 상자'와 '은장식 상자'는 기본적으로 딜량에 따라 드롭되는 아이템이 달라진다. 누적 피해량이 높은 상위권 유저는 은장식 상자를 획득하고, 그 외 유저는 철장식 상자를 획득하는 방식이다. 이 부분은 포화란 공략 시 좀 더 많이 전투에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시스템이 역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포화란을 등장시키기 위해 1~3 네임드를 처치하고, 포화란까지 이동하는 동안 전투가 시작돼 누적 피해량 순위권에서 밀려나는 유저다. 오히려 포화란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먼저 전투를 시작하는 유저는 유리한 입장에서 공략을 진행할 수 있다.
물론 일부 채널에서는 지역 채팅을 통해 다른 유저가 합류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경우도 있지만, 모든 채널의 유저가 해당 룰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1~3 네임드를 처치한 유저가 합류하기 전에 누군가 공격을 시작할 경우, 근처에 대기 중이던 다른 유저들도 은장식 상자를 얻기 위해 전투에 뛰어들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포화란을 등장시키기 위해 1~3 네임드를 공략한 유저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이 된다. 그렇다고 포화란과 전투 중인 유저들을 비매너 플레이라고 지칭할 수도 없다. 포화란 공략 및 보상 획득에 아무런 제한이 없고, 다른 유저보다 많은 피해를 주지 않으면 은장식 상자를 얻지 못하는 시스템이 유저의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포화란 등장 시 가장 불리한 것은 포화란을 등장시킨 유저다.
■ 네임드간 이동을 위한 용맥의 부재
1~3 네임드를 공략한 유저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이 되는 데에는 각 네임드간 이동을 위한 용맥의 부재도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폭풍 바다뱀에는 입구에서 1구역으로 이동하는 용맥을 제외하면 장거리로 이동 가능한 용맥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포화란과 먼 거리에 있는 발라라/태장금을 처치한 유저에게 큰 불편사항으로 손꼽힌다. 단순히 뛰어가기만 해도 시간이 오래 소모되는데, 진행 경로에 리젠된 일반 몬스터에게 차례로 애드되면서 이동 시간이 점점 늘어나기 때문이다.
▲ 발라라를 처치하는 순간 포화란 등장 제보가 뜬다면...
■ 네임드 처치 현황 파악 불가능
폭풍 바다뱀 채널에 입장했을 때 해당 채널의 진행 상황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도 진행을 방해하는 요소 중의 하나다. 현재의 폭풍 바다뱀은 일부 유저가 솔선수범해 각 네임드의 처치 현황을 파악하고 리딩하지 않으면 전체적인 진행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구조로 돼있기 때문이다.
제보가 활발한 일부 채널에서는 유저들이 리딩에 따라 뭉쳐 다니며 각 네임드가 몇 번 처치됐는지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제보가 없는 그 외 채널은 네임드 처치 및 포화란 등장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 경우 포화란이 언제 등장할 지 몰라, 상대적으로 먼 곳에 있는 발라라/태장금 공략 참여도도 낮은 편이다.
결국 네임드 처치 현황이 파악되지 않고 제보 조차 이뤄지지 않는 채널은 그만큼 단합이 어렵고, 다른 채널에 비해 포화란이 등장하기도 어려운 편이다. 이 경우 해당 채널에 있는 유저들은 누군가가 리딩을 시작하기를 기다리거나, 다른 채널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다.
■ 각 네임드간 이동을 위한 용맥 설치
폭풍 바다뱀이 가진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항이 동시에 개선돼야 한다. 그 중 가장 필요한 것은 1~3 네임드를 처치한 유저가 동일한 시간에 포화란 공략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각 지점에 용맥을 설치하는 것이다.
물론 용맥을 설치한다고 해서 폭풍 바다뱀의 일반 몬스터 구간이 버려질 위험은 없다. 일일 퀘스트 진행 및 장신구, 열쇠를 얻기 위해서는 일반 몬스터 사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용맥은 어디까지나 네임드 간 이동을 편리하게 해주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용맥 설치 뿐만 아니라, 포화란 등장 조건 만족 시 알림 메시지가 출력되고 일정 시간(약 3~5분)이 지난 뒤 포화란이 등장하도록 하는 기능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경우 각 네임드 스테이지 뿐만 아니라 일반 몬스터 구간에서 알림 메시지를 본 유저도 충분히 시간 내에 포화란 스테이지까지 뛰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입구에서 1구역으로 가는 용맥 처럼, 반대로 오는 용맥도 필요하다.
■ 서브 네임드 처치 시 혜택 추가
1~3 네임드 처치 시 받는 버프 효과의 강화도 고려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현재는 네임드 처치 시 '혈기왕성' 버프(치명확률 5% 증가, 10회까지 중첩 가능)를 받지만, 공격력이 낮거나 뒤늦게 참가한 유저는 버프 효과가 있어도 은장식 상자를 얻기에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1~3 네임드 처치에 공헌한 유저에게 공격력 및 추가 대미지 증가 등 좀 더 강력한 버프가 주어진다면 은장식 상자를 얻을 확률도 좀 더 높아지고, 자연스럽게 유저의 동선을 1~3 네임드 쪽으로 유도할 수도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포화란 앞에서 대기 후 선제 공격을 하는 것보다 1~3 네임드를 처치한 유저가 좀 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내용으로, 1~3 네임드를 처치하고 혈기왕성 버프를 받은 유저는 능력치 증가 대신 포화란 처치 시 누적 피해량에 추가 점수를 받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각 네임드를 처치하지 않아도 포화란 처치 보상은 받을 수 있지만, 상위 보상인 은장식 상자는 1~3 네임드를 처치한 유저에게 우선권이 부여되는 방식이다.
▲ 현재도 혈기왕성 버프가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고 있다.
■ 네임드 처치 현황 시스템
각 네임드의 등장 및 처치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필요하다. 현재는 일부 유저의 제보에 모든 것을 의존하고 있지만, 이를 팝업 창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경우 채널 내에 있는 유저의 동선을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직접 '리딩'을 하는 유저가 없는 채널도 네임드 처치가 활발히 진행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다. 포화란이 언제 등장할 지 몰라 하염없이 포화란 앞에서 대기 중인 유저도 진행 현황을 알 수 있다면 시간을 계산해 1~3 네임드 공략에 참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현재 유저의 제보에 의존하고 있는 등장 현황도 시스템 적인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채널 진행 현황과 관련해, 채널 내 채팅 기능도 추가됐으면 하는 부분이다. 현재는 채널 채팅이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유저가 지역 채팅을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이 많은 시간대에는 몇 십 개의 채널에서 일제히 제보가 쏟아져 정작 자신의 채널에 있는 유저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기에 어렵다.
던전 진행 상황 알림 기능과 함께 채널 내 채팅 기능이 추가될 경우, 활발한 제보 및 커뮤니케이션, 네임드 등장 시 단합을 유도할 수 있다. 해당 채널에서 '리딩'을 하는 유저가 있을 경우에도 채널 채팅을 이용하면 좀 더 효과적인 진행이 가능하다.
폭풍 바다뱀은 접근성과 난이도, 보상 측면에서 라이트 유저 및 보조 캐릭터를 육성하는 유저에게 매우 편리하고 좋은 콘텐츠로 손꼽힌다. 부담 없이 입장해 많은 유저들과 함께 네임드에 도전하고, 강력한 영웅 등급 아이템까지 손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시스템 적인 단점으로 인해 불편을 겪는 유저도 있다. 던전에 입장했지만 원활한 진행이 이뤄지지 않아 네임드 앞에서 구경만 하는 경우도 있고, 열심히 인원을 모아 네임드를 처치했더니 포화란을 놓쳐버리는 경우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3가지 개선 사항, 즉, ▲네임드 간 용맥 설치, ▲네임드 처치 시 버프 강화, ▲던전 진행 현황 안내는 각각 폭풍 바다뱀의 원활한 진행으로 연결된다. 각 네임드 공략에 참여한 유저들의 불합리한 포화란 공략 조건을 완화시키고 1~3 네임드 진행 활성화, 그리고 활성화되지 않은 채널의 던전 진행을 수월하게 돕는 것이다.
폭풍의 바다뱀 보급기지가 업데이트되고 일주일이 지난 지금, 폭풍 바다뱀의 장점은 충분히 유저들에게 어필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는 폭풍 바다뱀을 찾은 유저들에게 좀 더 쾌적한 플레이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 약간의 시스템만 개선되면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던전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