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고 (김홍철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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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볼트, 파티원이 전멸한다!

[단고의 마영전과학드립 2탄]

지난 주말, 중력 역전에 관한 기사를 올린 단고는 생각지도 못한 호응에 깜짝 놀랐다. 혼나지나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쓴 기사로 이런 칭찬을 받을 줄이야. 뿌듯해진 단고는 이번 주말도 어김없는 과학드립(?)을 시작한다.

 

마영전 과학드립 2탄, 이번 주말에는 ‘파이어볼트’를 해부할 것이다. 이비의 밥줄과도 같은 강력한 공격마법인 파이어볼트. 과연 가능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피오나가 죽는다.’

 

글: 디스이즈게임 단고

삽화: 우에키코우스케 (봉다리)


 

※ 본 기사는 어디까지나 허구입니다. 집이나 학교에서 파이어볼트를 따라 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게임은 게임으로 즐기시기 바랍니다.

 

 

 

먼저 영웅전에 등장하는 파이어볼트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들 한 번쯤은 봤겠지만, 이비의 파이어볼트는 지팡이를 중심으로 힘을 모아 전방에 강력한 화염 폭발을 일으키는 공격 마법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공격을 ‘불로 화상을 입힌다.’라고는 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폭발’이다.

 

 

라면을 끓이기 위해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파이어볼트. 아무 것도 없는 것에서 이런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어떤 원리일까?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단고가 나서서 과학적으로 분석해봤다.

 

 

 

 

당연한 소리지만, 화염 마법인 파이어볼트를 사용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불(열에너지)이다. 그리고 여러분도 알겠지만 파이어볼트의 위력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문제는 그렇게 높은 열에너지를 도대체 어디서 가져오느냐는 점이다.

 

불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소 물질과 산소, 그리고 발화점 이상의 온도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이비는 땔감이나 기름통을 들고 다니지도 않고, 성냥조차 꺼내는 법이 없다.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강력한 폭발을 일으킨다. 혹시 이비는 자신의 몸속에서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일까?

 

파이어볼트가 가진 에너지를 정확히 알 방법은 없으나, 일반적인 파괴력을 봤을 때 수류탄 1개에 약간 못 미치는 정도, 즉 TNT 200g 정도의 폭발력으로 가정한다.
(보통 공격형 수류탄에 들어가는 작약(C-4)은 TNT 268g 정도의 위력을 가진다.)

 

TNT 200g은 에너지 92,000J에 해당한다. 그리고 파이어볼트의 총 시전 시간은 길게 잡아야 3초 이내다. 불과 3초라는 짧은 시간에 92KJ이라는 폭발적 에너지를 내뿜는 것이다.

 

벌써부터 문제가 생기는군. 이비의 뱃속에 3000kwh의 화력발전소라도 짓지 않는 이상은 3초만에 92KJ의 에너지를 낼 수 없다. 정말 무슨 짓이든 해서라도 단시간에 이런 폭발적인 힘을 얻고 싶다면, 방법은 단 하나. 수류탄을 집어삼키는 것이다!

 

"댁의 따님이 그만…. 수류탄을 삼키셨습니다."

"괜찮아요. 게임이라 죽지도 않는데 뭐."

 

 

거기다가 이비의 파이어볼트는 며칠에 한 번씩만 쓰는 대마법도 아니다. 하루에 수십 번은 꽝꽝 터뜨려대지 않는가. 역시 이비의 몸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아니겠지.

(참고로 92KJ는 평양에서 부산까지 약 520km를 뛰어갈 수 있는 에너지다.)  

 

 

 

그렇다면 이 에너지를 어디서 가져오는 것일까? 다시 한 번 이비의 파이어볼트를 보며 머리를 굴려보자. 음…. 어라? 자세히 보니, 이비가 파이어볼트를 시전할 때 불덩이가 지팡이에 모여 있었다. 혹시 지팡이에 비밀이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이비의 지팡이는 고출력 라이터, 또는 화염방사기였다고…. 생각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파이어볼트는 단순 연소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폭발'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연소로 인한 분자 반응 속도가 음속을 초과해야 한다. 단순히 불만 뿜는 라이터나 화염방사기로 설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다른 비밀이 있다는 이야긴데.

 

스톱워치로 잰 파이어볼트 시전 시간은 약 2.5초다. 이 중 폭발이 시작되는 시간을 제외하고 준비동작에 들어가는 시간이 약 1.5초였다. 이 1.5초 동안 지팡이로 공기 중에 포함된 가연성 기체를 빨아들여 폭발시키는 것이라 가정하면 비밀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우선 산소와 반응하여 폭발할 수 있는 물질을 살펴보자. 단, 조건이 있다. '공기 중에서 구할 수 있는 물질이어야만 할 것!

 

공기를 조성하는 다양한 물질 중에서 가연성을 가진 것을 찾아보자. 유력한 후보는 수소와 메탄이다. 하지만, 작은 충격으로도 폭발하는 수소는 너무 위험하다. 지팡이에 수소를 넣은 채 휘둘러 적을 공격하는 건 자살행위다. 적의 무기에 부딪혀 작은 불꽃이라도 생기는 순간 뻥!

 

수소 저장통을 들고 적을 후려치는 순간!

 

남은 것은 메탄(CH4). 화학식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탄화수소 화합물 중 가장 간단한 알케인 화합물이다. 보통 다세대 가구에서 쓰는 도시가스(LNG)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물론 화재의 위험은 당연히 있지만, 수소에 비하면 그 안전성이 뛰어나다. 이것으로 결정!

 

파이어볼트를 쓸 때 산소와 메탄을 이용해 발화한다고 가정해본다. 메탄가스를 폭발시켜 앞서 말한 92KJ만큼의 에너지를 내려면 산소 3.2g과 메탄 1.6g이 필요하다.

 

92KJ의 에너지를 얻기 위해 필요한 산소와 메탄

CH4(g) + 2 O2(g) → CO2(g) + 2 H2O(l) + 891 kJ/mol, 92/891 = 0.1…

메탄의 분자량 = 16
산소의 분자량 = 약 32

 

자. 필요한 것들이 정해졌으니, 이제 하나씩 구해보자. 먼저 산소 3.2g을 얻을 차례다. 이것은 공기 중에서 쉽게 얻을 수 있다. 공기 1안에는 40.92mol의 공기 분자가 들어있고, 이 중 산소의 비율은 약 20.94%이다.

 

산소 3.2g을 얻기 위해서는 0.01167, 즉 11.67L의 공기만 흡수하면 되는 것이다. 의외로 간단하다. 1.5초에 11리터의 공기를 흡입하는 것쯤이야 별 문제 아니군!

 

산소 = 8.57mol, 분자량 31.998g/mol, 질량 274.2g

(PV=nRT 공식을 이용, P=1, V=1000, R=0.032, T=298로 계산. 계절에 따라 계산이 약간 달라질 수 있다. 여기서는 25℃의 실온 조건으로 가정했다.)

 

다음은 메탄 1.6g을 얻어보자. 공기 중 메탄의 비율은 매우 희박하다. 공기 오염도와 주변 환경의 영향에 따른 차이도 크다. <영웅전>의 환경오염 수준이 어떤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메탄의 비율을 평균치인 0.00014%로 가정했다.

 

앞에서 산소의 필요량을 구한 것과 똑같이 계산하면…. 메탄을 얻기 위해 흡수해야 하는 공기는? 놀라지 마라, 1,741!!

 

불과 1.5초 만에 약 12m*12m*12m의 공간이 진공상태가 되어버린다! 이비와 같이 전투에 열을 올리던 리시타와 피오나는 순간적인 진공상태에 고통을 겪고… 자시고 하는 정도가 아니다.

안구는 튀어나오고, 폐는 파열되며, 혈액이 끓어올라 전신의 기관이 망가져버릴 것이다. 파티원을 인장셔틀로 만들 셈인가!

 

"이비, 그만! 제..제발!"

고통스럽게 외쳤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불과 1.5초만에 진공 지대가 된 지역을 향해 사방의 바람이 빨려 들어온다. 공기는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공 청소기의 원리가 바로 그것이다.

 

진공이 공기를 빨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지구 표면의 기압인 1기압의 공기가 엄청난 속도로 이비가 서 있던 공간을 향해 날아올 것이다. 정확하게 계산할 수는 없지만, 엄청난 회오리 폭풍이 발생할 것만은 확실하다! 

 

파이어볼트를 한 번 쓸 때마다 주위의 공간이 잠깐 진공이 되고, 뒤이어 엄청난 회오리가 몰아친다. 주위의 건물은 무너지고, 파티원이고 적이고 할 것 없이 지옥의 풍경을 보게 된다..

이비, 파티원뿐만 아니라 너도 목숨이 위험하다!

 

 

■ 마치며… .

 

당연히 이비의 몸에서 열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난데없이 수류탄을 집어삼켜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외부의 흡입기관(=지팡이)를 이용한 폭발은 '이론적으로만' 가능했을 뿐, 절대 사용해서는 안되는 죽음의 기술이었던 것이다….

 

중력 역전 때부터 이비가 무서운 아가씨인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무엇보다 파이어볼트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옆에 서있던 파티원이었다니….

 

앞으로 이비가 파이어볼트를 시전할 낌새를 보이면 뒤도 보지 말고 도망치자. 적어도 20미터 이상은 떨어져야 목숨을 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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