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의 계절이 왔다. 올해도 쓸쓸히 가을을 보내던 차에 애정운이나 알아볼까 싶어서, 관상에 관심을 두게 됐다. 그 순간 기자의 본능으로 '과연 마영전 NPC들의 관상은 어떨까?'라는 의문이 들게 되었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디스이즈게임 시만
가을이다. 하늘은 높아지고 말은 살찐다지만, 솔로들은 움츠러들고 야위어가는 계절이다. 몇 년째, 독수공방을 즐겨온 시만은 올해 역시 쓸쓸한 가을을 보내고 있다. 지난 주말, 친구(물론 인간 남자 솔로)와 번화가를 돌아다니며 신세 한탄을 하던 중, 무심코 사주카페 하나를 발견했다.
평소였더라면 그냥 지나칠 법했지만, 그날따라 실리에를 끌어당기는 이비의 마수처럼 날 붙잡았다. 애정운이나 살펴볼까 싶어서 거금을 들여 상을 봤는데, 도사님이 애정이야기는 자꾸 피하면서 이마가 넓으니 오래 살 것이라는 이야기만 해댔다.
이처럼 사람의 얼굴로 인생을 살펴보는 것이 관상이다. 마비노기 영웅전(이하 마영전)에도 많은 사람들(NPC)이 등장한다. 열심히 유저들을 부려 먹는 것이 업인 이들은 오늘도 열심히 각자의 일터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모두 마영전이 있는 한, 평생 햇빛을 볼 수 없는 기구한 팔자인 것을 아는가? 퍼거스는 종일 모루를 두들겨야 하고, 게렌은 욕쟁이 할머니처럼 종일 유저들에게 빈정대야만 한다.
그들의 실제 팔자는 어떨까? 사주카페의 도사님만큼 정확하게 봐줄 자신은 없지만, 인터넷과 책의 힘을 빌려서라도 그들의 상을 보고 싶었고, 연구 끝에 실행에 옮겼다. 하지만, 일일이 다 봐주다가는 언제 끝날지 장담할 수 없고,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않는 NPC들도 있어서 얼굴 부위별 베스트와 워스트를 선정해 공개한다.
하늘의 기운을 지녔다는 이마를 보면 선천운과 부모운을 알 수 있다. 이마는 넓고 앞으로 튀어나온 것을 최고로 치며, 좁으면 조상의 덕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지적인 면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 반대로 너무 넓어도 운이 박하고 수명이 길지 못하다.
베스트 브린 | |
적절히 튀어나왔으며, 적당한 넓은 이마를 가진 브린. 척 봐도 귀공자의 이미지를 띈다. 덕분에 누구처럼 한평생 팔이 뻐근하지 않고, 유저들이 가져온 재료로 고상하게 마법 연구를 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
워스트 게렌 | |
지나치게 넓은 이마를 가진 게렌은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오래 살지 못할 팔자다. 관상이 맞은 것일까? 진영 선택(다크나이트 혹은 팔라딘)을 할 때 그는 죽음의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엔 살아남게 되는 것을 보니 역시 ‘욕을 많이 먹는 사람은 장수한다.’라는 옛말이 맞긴 맞나 보다. |
의외의 인물 게렌 | |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착하디착한 앨리스는 비참하게 죽는데, 왜 계속 살아남는 것인가? 관상대로 살란 말이다. |
현대의 미적 관점에서는 크고 쌍꺼풀 짙은 눈이 매력적이라고 평가된다. 하지만, 관상학적으로는 적당히 가늘고 깊으면서 긴 눈을 최고로 친다. 또한, 검은자위가 다 보이지 않고 아래위로 조금씩 숨을 정도로 보이는 것을 수려한 눈이라고 평가한다.
베스트 마렉 | |
오로지 눈밖에 안 보이는 철가면의 마렉. 하지만, 그의 눈은 마영전 NPC들 중 최고다. 적당히 가늘며, 눈동자가 바둑알처럼 검다. 게다가 검은자위와 흰자위의 비율이 완벽하니 눈 중 최고인 이백안(二白眼)으로 봐도 된다. 이 친구, 의외로 가면 뒤에 엄청난 얼굴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
워스트 게렌 | |
필자는 게렌을 싫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눈은 관상학에서 최악으로 치는 사백안이다. 눈동자가 작아 동서남북 흰자가 다 보이는 것을 의미하는데, 성격이 포악한데다가 사납고 음탕한 상이다.
괜히 용병단에 들어갈 때마다 게렌의 얼굴을 보기 싫은 게 아니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절대 게렌이 싫어서 이러는 것이 아니다. 증오할 뿐이다. |
의외의 인물 케아라 | |
관상을 떠나서, 그녀의 눈을 보라. 뭔가 슬픔이 담겨있는 듯 하면서도 살짝 쳐져 있는 눈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그녀가 시키는 일을 하고 있게 된다.
게렌이 물고기를 낚아오라면 그 자리에서 낚싯대로 후려치고 싶지만, 그녀가 구해오라는 아이템들은 종류별로, 부위별로, 색상별로 갖다 바쳐도 아깝지 않다. |
눈썹은 관상학에서 제일가는 눈을 감싸주는 보호자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눈 다음으로 중요한 상으로 치는데, 직선보다는 둥근 형태를 좋은 눈썹으로 본다. 또한, 길이가 길수록 좋으며 다소 짧더라도 최소한 눈보다는 길어야 한다. 눈썹이 좋은 상은 부모, 형제는 물론 배우자와 자식 운까지 좋다.
베스트 페넬라 | |
색이 너무 짙지도 옅지도 않으며, 적당히 둥근 그녀의 눈썹. 난초잎처럼 수려하게 길고 가지런히 정돈된 그녀는 마영전 NPC 중, 최고의 눈썹을 가졌다.
그런데 눈썹이 지나치게 깔끔한 것이 왠지 눈썹문신 한 것 같기도 하다. |
워스트 리엘 | |
눈썹은 다소 짧더라도 최소한 눈보다 길어야 한다. 눈을 제대로 덮지 못하면 재복이 좋지 않은 것은 물론, 심성이 고독해서 배우자 운도 나쁘다. 그런 점에서 리엘의 눈썹은 최악이다.
하지만, 그의 과거(대마법사였다는 설)를 떠올려보면 납득이 간다. 젊은 날 마법 연구에 정진하느라 연애할 시간도 없었겠고, 돈을 벌었을 리도 만무하지 않은가? |
의외의 인물 네베레스 | |
네베레스의 얼굴을 유심히 보자. 눈썹이 아예 없다. 거래소 앞의 돼지도 아니고 사람이 눈썹이 없다니, 심히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혹시 일러스트레이터가 네베레스의 고독함을 강조하려고 일부러 그리지 않은 것일까? 그렇다면 분명히 그분은 상 좀 볼 줄 아시는 분이다. |
기본적으로 짧은 코보다는 긴 코가 좋다. 코가 너무 짧으면 성품이 경솔하고, 운이 따르지 않으며, 수명도 짧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가 지나치게 긴 것 또한 좋지 않다. 코가 너무 길면 일생을 고독하게 살아가게 되며, 재물운인 턱을 누르기 때문이다. 또한, 코에 붙은 살은 재물을 뜻하므로 코뼈가 드러날 정도면 가난을 면하기 어렵다.
베스트 페넬라 | |
그녀의 코는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으며, 코에 적당히 살이 잡혀 있어서 조화로워 보인다. 거기에 윤택하고 깨끗한 것이 재물을 더할 상이다.
사실 완벽한 복을 가진 코는 아니지만, NPC들 중에서는 그나마 괜찮은 상에 속한다(서구에도 관상학이 있겠지만, 찾을 수 있는 정보는 동양인을 위한 것이 전부라 어쩔 수 없다). |
워스트 티이 | |
베스트를 뽑는 것보다 워스트를 뽑는 게 어려웠는데, 이유인즉슨 대부분의 NPC가 외관상으로는 멋진 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하나를 꼽자면, 친절한 아가씨 티이다. 일단 크기가 작으며, 코가 살짝 들려 콧구멍이 잘 보일 정도다. 들창코 수준은 아니지만, 좋은 코에 비해서 고독과 단명이 따른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인간미가 있고 선해 보이는 상이니 좋은 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결코, 티이 같은 스타일이 좋아서 옹호하는 건 아니다). |
의외의 인물 거래소 앞 돼지 | |
의외의 ‘인물’은 아니지만, 사람에게 텔레파시를 쏴서 돈을 쓰게 만드는 능력을 갖춘 영물이므로 상을 봤다. 완벽한 들창코인지라 재산과 운이 다 빠져 나가고 흩어지는 상인데, 실상은 정반대다. 그가 없어지면 마영전의 경제가 휘청거릴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엄청나니, 관상이 틀릴 때도 있나 보다. |
땅의 두터움과 풍요로운 기운을 지니고 있고, 만년운과 자식, 아랫사람의 덕을 살피는 주축이 되는 턱. 여기가 덕스럽게 풍요로운 사람은 대개가 베풀기를 좋아하며, 인덕이 자기에게 돌아와 말년까지 복되다고 한다. 또한, 추진력이 좋아 사업에 성공하는 예가 많다고 한다.
베스트 클로다 | |
마영전 3대 악마(퍼거스, 브린, 클로다) 중 한 명인 클로다. 그녀는 순진해 보이는 말투와 표정으로 유저들을 현혹하는데 능숙하다.
좋은 색으로 염색시켜준다는 악마의 유혹을 하며, 실제로는 엄한 색상들을 뽑아줘서 유저들에게 정신적, 물질적 충격을 주는 무서운 여자다.
교묘하게 옆머리로 턱 선을 숨기고 있지만, 분명히 좋은 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이렇게 사업을 잘할 수가 없다. |
워스트 아네스트 | |
턱이 뾰족하고 전체적으로 빈약한 사람은 박복한 상인데, 남에게 은혜를 베풀어도 상대가 되갚기는커녕 해를 끼칠 수도 있다. 유저들에게 쓸만한 아이템을 보상으로 주기도 하고, 눈도 즐겁게 해주는 그녀에게 이런 풀이를 해줘서 적잖이 미안하다. 하지만, 그건 아마 옆자리에 앉아 있는 수염 많이 난 아저씨의 업보를 대신 받는 것으로 생각한다. |
의외의 인물 앨리스 | |
양쪽 턱뼈가 발달해서 둥근 듯하면서 네모난 턱을 지닌 사람이 좋은 상이다. 이런 이들은 이마가 빈약해도 턱이 잘 발달해, 수하에 많은 사람을 거느린 우두머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은 일개 용병단원이더라도 훗날 좋은 위치에 오를 줄 알았다. 그런데 어떻게 되었는가? 역시 관상은 재미로 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