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만 (심창훈 기자) [쪽지]
/heroes/nboard/145/?n=18335 주소복사

마영전의 엑스트라, 그들의 고충을 엿보다.

이야기는 주인공이 만드는 사건과 사고가 이끌어 나간다. 그리고 음지에서 이들의 이야기에 빛을 더하게 해주는 이들이 있다. '길 가는 동네 건달 1'처럼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야기라는 그림을 완성해주는 존재 엑스트라. 이들은 분명히 마영전에도 존재하며, 오늘도 열심히 그들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들의 일상은 어떨까?  / 디스이즈게임 시만


마영전의 주인공은 여러분이다. 돈벌레 퍼거스나 용병단의 NPC들은 조연이며, 당신의 모험에 빛을 더해줄 존재들이다. 그런데, 이들 말고도 이야기에 꼭 필요한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아는가? 그들은 당신의 무대가 허전해 보이지 않도록 요소요소에서 오늘도 맡은 역할을 열심히 수행하고 있다.

 

주인공이나 NPC들의 사연은 이미 충분히 알려져 있다. 이제는 음지에 있는 엑스트라들의 모습을 들여다볼 시간이 필요하다. 대사 한 마디 없이, 점검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마영전 월드에서 보내는 이들의 모습을 밀착 취재해봤다.

 

▲ 이제는 음지에서 활동하는 이들도 만날 때가 되었다

(결코, 소재가 떨어져서 그런 것은 아니다).

 

가장 먼저 만나본 이는 로체스트 성 골목길의 김거지(가명) 옹이다. 어느덧 두 달째 엎드려만 있는 이분. 아마 관절이 굳어 일어날 수도 없는 지경이 된 것 같다. 유저들에게 돈을 받아선 안 된다는 계약이라도 했는지 적선을 할 수도, 간단한 말 한마디도 나눌 수 없었다.

 

▲ 왜! 제가 드리는 돈을 받지 못하는 것입니까! ㅠㅠ

 

결국 속사정은 직접 들어볼 수 없었지만, 구걸하고 있는 손끝 미세한 떨림까지 표현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프로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분수대 앞의 박피리(가명) 군은 오늘도 피리를 불고 있다. 듣는 이 하나 없는 곳에서 대체 왜 피리를 불고 있을까? 옆 마을 티이에게 실연이라도 당했을지도 모른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는 두 달 내내 먹지도, 자지도 않고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다.

 

▲ 저 핼쑥한 볼을 보라! 그는 영혼을 바쳐 피리를 불고 있다.

 

한동안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그동안 클로다에게 빠져 염색을 한다는 구실로 온종일 잡화점이나 기웃거리던 나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올겨울에는 그에게 립글로스라도 하나 사줘야겠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더니, 어릴 때부터 열심히 검술을 연마하고 있는 정나비(가명) 양이 바로 그 떡잎이 아닐까 생각한다.

 

떠오르는 아역배우이지만, 미성년자에겐 일자리가 제공되지 않는 마영전 정책 때문에 엑스트라에 머물며 꿈을 키우고 있는 그녀. 연기에 방해되지 않도록 그녀의 친구인 박잠자리(가명) 군의 옆에 앉아 말없이 지켜봤다.

 

▲ 될성부른 피오나는 덕(?)잎부터 알아본다더니…

 

두 달간 잠자리 한 마리(자세히 보니 두 마리가 합체) 잡아보겠다고 나뭇가지를 열심히 휘둘렀던 정나비 양. 그녀의 눈은 어린아이의 것이 아닌, 패기를 잔뜩 머금고 있었다. 한동안 지켜보고 있자니, 옆의 친구가 자꾸 쳐다보기에 조용히 자리를 피해줬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친구도 벌써 두 달째 쪼그려 앉아 있었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아니, 일단 이들의 관계가 궁금하다. 어머니와 아들? 부부? 주인집 아주머니와 하숙생?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분위기가 썩 좋아 보이진 않다는 것이다. 혹시 엑스트라인 것에 불만을 품고 음모를 꾸미고 있는 무리일까?

 

▲ 괜히 불똥이 튈까 싶어서 여자친구를 기다리는 차가운 도시남자인 척했다.

 

한데, 벌써 두 달째 음모만 꾸미고 있는 것을 보니 이들도 유혈 사태를 바라지는 않는 것 같다. 하긴 티이나 아네스트가 아줌마 캐릭터로 바뀌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다.

 

근무 교대도 없이 365일 24시간 근무를 하는 경비병 김마린(가명) 씨. 그는 플레이트 갑옷을 춘하추동복으로 입고 다니며, 가만히 서 있기도 어려운데 온종일 로체스트 성을 순찰한다.

 

▲ 평소 잠입액션게임을 즐기느라, 괜히 경비병만 보면 숨고 싶다.

 

그래도 현실의 군대는 잠은 재워주고, 먹여주기도 하는데 역시 판타지 세계의 군대는 급이 다른가보다. 김마린 씨 말고도 많은 경비병들이 마영전 세계를 수호하기 위해 24시간 근무를 서고 있다.

 

혹시 경비병이 모두 몇 명인지 아는가? 정답을 알려주는 분에게는 필자가 군 복무를 하면서 착용했던 XL사이즈의 깔깔이를 빌려주도록 하겠다.

 

로체스트 선착장에는 무인상점이 있다. 전투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고 장비를 수리할 수 있는 곳인데, 무인상점답게 돈을 두고 가는 금전함이 하나 있다. 이것을 지키는 장불곰(가명) 양은 너무 오래 근무한 나머지 시력을 잃은 듯하다. 아니 잃었다. 그런 게 아니라면, 매일같이 살금살금 돈을 훔쳐가는 이들을 발견하지 못할 리가 없다.

 

▲ ‘양심에 털이 너무 난 나머지 이발소에 가야 하는’ 타이틀이 생겼으면 좋겠다.

 

혹시 일부러 방관하는 것은 아닐까? 지긋지긋한 근무 탓에 개발진에 불만을 품고 파업을 선언해버렸을 수도 있다.

 

콜헨 마을에서 로체스트 성으로 가는 길목에는 양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하지만, 그 중 주변에 한기를 내뿜고 있는 양 한 마리가 있다. 이는 헤레타 라는 이름을 가진 양인데, 퀘스트 덕분에 종일 털을 뜯기며 살고 있다.

 

▲ 털을 너무 뜯긴 나머지 앉은뱅이 소, 아니 ‘앉은뱅이 양’이 된 헤레타.

 

문득 그리스 신화가 떠오른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알려준 죄로, 평생 독수리에게 심장을 쪼이게 되는 형벌을 받게 된다. 심장을 빼앗기자마자 바로 재생이 되어 영원한 고통을 받게 되는데, 헤레타도 비슷한 운명인 것 같다. 아무리 뜯겨봐야 바로 털이 자라나서 다른 유저의 퀘스트 아이템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의 주변에는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데, 이는 유저들이 찾기 쉬우라고 해둔 것이 아니다. 양의 분노가 한이 되어 서려진 것이며, 조만간 양 떼를 이끌고 콜헨 마을을 습격할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게 되면 ‘헤레타의 종 목걸이’가 마영전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겠지.

 

최신목록 31 | 32 | 33 | 34 | 35 | 36 | 37 | 38 | 39 |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