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만 (심창훈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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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낚는 어부가 돼라! 후치네드발 유저 인터뷰

'패러디'란 문학, 음악 등의 작품에 다른 사람이 먼저 만들어 놓은 어떤 특징적인 부분을 모방해서 자신의 작품에 집어넣는 기법이다. 주로 익살 또는 풍자를 목적으로 하는데, <마비노기 영웅전>에도 이런 패러디를 열심히 하는 유저가 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게임을 즐기는 그를 만나보자. /디스이즈게임 시만


할로윈 업데이트가 이루어지기 얼마 전, 소재거리를 찾아 여기저기를 헤매던 필자는 흥미로운 사진을 발견했다. 비극의 주인공 '앨리스'가 부활해서, 그를 상대해야 한다는 콘셉트의 사진이었다.

 

▲ 그럴 듯 한데?

 

<마영전>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유저라면 깜빡 속을 것 같은 사진. '실제로 이런 업데이트를 하는가?'라는 착각을 절로 일으킨다. 도대체 이런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누구인지 궁금해져서 작성자의 이름을 검색해보니 이런 패러디물을 하루 이틀 올린 것이 아니었다. 

 

한참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니 왜 이런 패러디물을 만드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작품의 주인공, '후치네드발' 유저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TIG> 만나서 반갑다! 자기소개 한번 해달라.

 

후치네드발(이하 후치)> 헬턴트 초장이 후보…가 아니라, 공홈 서버게시판의 길마 후치 네드발이라고 한다. 현실에선 그래픽 공부를 하고 있다.

 

*후치 네드발이라는 이름은 이영도 작가의 <드래곤라자>라는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이다. 여기서 그는 초장이로 등장한다.

 

 

 

TIG> 이번 할로윈 업데이트에 맞춰 등장했던 '더 앨리스' 패러디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것을 만든 계기는 무언가?

 

후치> 그냥 내가 재미있으려고 만든 것이다. 사람들을 낚을 의도는 없었지만, 한국 유저도 대다수 낚인 것으로 안다. 카툰 연재 작가들의 만화에 실리기도 해서 더 많이 낚였다.

 

▲ 연재작가 '미처르' 유저와 함께~.

 

 

TIG> 알아보니 '더 앨리스'로 북미 유저들을 낚기도 했는데, 반응이 어느 정도였는가?

 

후치> 솔직히 이 정도에 낚일 줄은 몰랐다. 북미 포럼에 사진을 올렸는데, 그들은 '한국만 이런 이벤트를 업데이트 하느냐!'라고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찾아가보면 알겠지만, 내가 올린 글에 댓글이 제법 많다.

 

 
▲ 북미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댓글들. "우린 왜 레이드 추가 안 해 주냐!"

 

 

TIG> 혹시 이런 합성물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가 더 있는가?

 

후치> 퀸 티이도 유저들을 낚지는 못했지만, 반응이 제법 괜찮았다. 프로토타입 더 앨리스도 있다. 한번 찾아보라.

 

▲ 무녀 티이가 언제 거미의 여왕이 되었단 말인가…….

 

 

TIG> 당신의 과거 행적을 여기저기서 살펴보니, 합성을 비롯한 패러디물의 역사가 깊다. 대체 언제부터 한 건가?

 

후치> 예전에 어이없는 사유로 15일 정지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서버게시판이 개편 중이었는데, 무심코 글쓰기 버튼을 여러 번 눌렀더니 도배를 했다는 이유로 정지를 받았다. 그래서 그때부터 여기저기 돌면서 만들었던 것을 올리기도 했다.

 

공식 홈페이지의 스크린샷 게시판에는 자주 올렸었는데, 이때부터 마영전 디스나 다른 커뮤니티에도 패러디물들을 많이 올렸다.

 

 

TIG> 그럼 혹시 당신 말고도 이렇게 열심히 합성물을 올리는 사람이 있나?

 

후치> 합성물을 올리는 사람은 나뿐인 것으로 안다.

 

 

TIG> '더 앨리스'만큼 애착이 가는 작품, 아니 합성물이 있다면? 

 

후치> 사실 내 이름을 가장 먼저 알린 것은 '게렌과 앨리스를 체인지'한 합성물이었다. 서버게시판 유저들의 반응이 좋았던 만큼 애착이 간다. 이후 페넬라나 티이 등 다른 NPC들의 얼굴을 합성해서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물론 퀸 티이나 프로토타입 앨리스도 마찬가지로 애착이 간다.

 

▲ 죽은 앨리스에게 미안해지는 합성물…….

 

 

TIG> 이 능력을 <마영전>에만 사용하진 않았을 것 같다. 혹시 다른 게임을 할 때도 이런 합성을 즐겼는가?

 

후치> <스타2>, <문명> 등에도 사용했었다. 캐리건 + 간디 등 트렌드에 맞는 패러디를 즐긴다. 한때 공포게임으로 유명했던 <아오오니>를 패러디한 빌리오니 등을 만들어봤다. 덕분에 '니코동(일본의 유명한 UCC 사이트)'에도 진출하기도 했다. 용개(<WOW>의 유명한 플레이어) 패러디도 해보려고 했지만, 중도 포기했다.

 

▲ 문명5의 정복왕 간디를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TIG> 서버게시판에서도 유명하던데,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후치> 아까도 말했지만, '앨리스와 게렌 체인지'를 만들고 나면서부터 유명해졌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합성하는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한데, 외부인이 보기에는 이런 것으로 유명해진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공식 홈페이지 서버 게시판에서 오랜 기간 놀다 보니 그냥 이름이 알려진 것 같다.

 

▲ 오늘만 봐도 두 페이지 정도 글을 썼다.

 

 

TIG> <마영전>에 상당히 애정이 깊어 보인다. 그럼 이번 할로윈 업데이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후치> 마을을 꾸미고, 신규 페인팅이 추가된 것은 좋다. 한데, 이번에도 이너아머 남녀 차별과 극심한 렉이 불만이다. 업데이트를 할 때마다 왜 이리 버그와 렉이 생기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은 설날 같은 우리의 명절에는 딸랑 모자 하나 주고 끝났다. 그런데 서양의 명절인 할로윈에 관련된 이벤트에는 마을까지 싹 바꾸고 이것저것 하는 모습이 아쉬웠다.

 

 

TIG> 앞으로 업데이트 될 것 중에 기대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후치> 신규 캐릭터 쪽이 기대되는데, 카록보다는 원거리 공격 캐릭터인 카이가 더 기대된다. 에피소드 7도 던전 디자인이 신선해서 나름 기대되긴 한다. 하지만, 하루 이틀 만에 끝나는 콘텐츠가 아니길 바란다.

 

 

TIG> 개인적으로 앞으로 생기길 바라는 콘텐츠가 있는가?

 

후치> 마비노기처럼 시간 변화에 따른 낮과 밤. 혹은 연주 시스템이 등장했으면 좋겠다.

 

 

TIG>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후치> '드래곤라자' 길드 오세요(가입해야 하는 이유를 묻자 "후치는 긔여우니까"라는 대답을 했다......). 아 그리고, '모노가미'라는 친구가 요즘 서버게시판에서 음악 방송을 한다.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

 

 
▲ 개성 넘치는 길드 홍보문 중 일부분.
 

▲ 드래곤라자 길드원들과 배 위에서 찰칵!

 


바야흐로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 Multy Use)의 시대다. 하나의 콘텐츠를 다른 장르의 콘텐츠로 재생산한다는 의미다. 진지할 것만 같았던 <마비노기 영웅전>의 세계에 유머를 부여하는 것도 그런 작업의 하나다. 이번에 만난 '후치네드발' 유저는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냄으로써 여러 유저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즐거움을 주는 이들이 계속 나타나길 바란다. 혼자서 즐기는 것도 좋지만, 여럿이 즐겨야 더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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