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퀼리페르 (전승목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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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전>의 경제 대격변, 그 결과는?

인플레이션 대책 현황과 결과 정리

<마비노기 영웅전> 개발사는 지난 6월 13일 게임 내 인플레이션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 6월 21일 본격적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개혁을 감행했다. 아이템 상점가와 전투 보상을 조정했고 6월 23일 레어 아이템 드롭율을 추가로 변경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물가는 얼마나 안정됐고, 유저들은 이번 경제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봤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아퀼리페르


 

<영웅전>의 인플레이션과 원인

 

■ 인플레이션 현황

 

인플레이션은, '화폐가치가 하락하여 물가가 전반적 ·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제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아이템 시세가 지속적으로 상승했던 <영웅전>의 상황은, 인플레이션 현상과 완전히 맞물린다는 걸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최고급 강화석과 플래티넘 토큰은 다섯 달 전보다 시세가 두 배 가까이 올랐다.

 

 

 

그리고 신규 장비를 만드는데 반드시 필요한 키아이템의 시세 역시 에피소드를 거듭할 때마다 높아지고 있었다. 에피소드 7~8까지 키아이템의 평균 가격은 낮게는 수십만 골드, 많아도 200만 내외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글라스 기브넨이 등장하면서 키아이템의 시세는 1,000만에 육박하게 됐다.

 

 

 

■ 인플레이션의 원인

 

(1) 공급 제한: 드롭율 하향, 1일 1회 제한

 

에피소드 6과 토르 이전 에피소드 7에선 적게는 수개, 많게는 수십 개의 재료를 모아서 장비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이 당시만 해도 재료는 한 바퀴에 한 개 이상, 아무리 안 나오는 아이템이라도 2~3바퀴 돌면 하나는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토르가 추가되면서부터 사정은 달라졌다. 개인마다 차이가 크긴 하지만, 어떤 사람은 수십 차례 도전해도 원하는 아이템을 얻지 못하게 됐다. 그리고 글라스 기브넨의 키아이템인 바지 조각 파편은 하루 평균 매물이 10개 미만일 만큼 확률이 낮았다.

 

키아이템 방식은 기존 방식에선 신규 장비에 들어가는 재료 수량을 늘려도 콘텐츠 소모를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개발사의 고육지책이었다. 그러나 너무 낮은 공급량 때문에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부르는 원인이 됐다.

 

더군다나, 에피소드 티탄부터 주요 키아이템이 나오는 전투들은 하루 1회만 출항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안 그래도 낮은 확률에 하루에 얻는 기회도 전투 한 번으로 제한되니 공급량이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2) 골드 공급량의 증가

 

화폐를 많이 찍어내면 흔해지는 만큼 그 가치도 떨어진다. 역사적으로 제1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 된 독일은, 막대한 전쟁 보상금을 갚기 위해 화폐를 마구잡이로 발행해 희대의 인플레이션을 일으킨 바가 있다. 실제로 1920년 단돈 1마르크였던 감자 한 포대는 1921년 11월에 1천억 마르크까지 올랐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골드의 공급량이 늘어나면 유저의 자산은 평균적으로 커지게 된다. 이 상황에서 원하는 재료를 먼저 사기 위해 가격을 높이 부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물가는 상승한다. 즉 물건의 가치가 귀중해지는 만큼, 같은 골드로 살 수 있는 물건의 수량이 줄어든다.

 

이 현상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가 바로 골드로 '현금'이라는 물건을 얼마만큼 살 수 있는지를 나타내주는 현거래 시세이다. 3개월 전만 해도 100만 골드 당 5천원을 얻을 수 있었지만, 6월에 이르러서는 100만 골드로 2,800원만 얻을 수 있게 됐다. 골드 가치가 사실상 반 토막 난 셈이다.

 

 

 

■ 인플레이션을 막아야 하는 이유

 

그렇다면 인플레이션은 왜 억제해야 할까? 바로 '인플레이션 때문에 유저가 콘텐츠를 즐기는데 방해되거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전투와 같이 즉각적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있지만, 멋있는 장비와 같이 일정량의 노력을 투자해야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때문에 장비의 원가가 계속 올라간다면, 유저는 자신이 생각한 이상의 시간을 돈이나 재료를 구하는데 소모하게 된다.

 

특히, 유저가 돈을 모으는 속도보다 장비에 들어가는 재료의 시세가 더 빠르게 증가한다면, 유저는 지치다 못해 해당 콘텐츠를 포기하게 된다.

 

예를 들어, 직접 바지 조각을 얻을 수 없어서 대신 재료를 구매해 원더랜드 세트와 레이더스 스태프를 장만하겠다고 마음먹은 유저가 있다고 치자. 그렇게 유저가 바지 조각 3개의 값인 2,400만 골드를 다 모아갈 때쯤, 800만이었던 바지 조각이 900만으로 올랐다. 그러면 그 유저는 예기치 않게 300만 골드를 더 벌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다시 그만큼 모아갈 쯤 바지조각이 1,000만으로 뛰어버린다면, 결국 그 유저는 처음 예상한 2,400만 골드보다 무려 600만 골드나 더 많은 비용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힘들여 돈을 모았는데 그 노력이 인플레이션 때문에 헛수고가 되는 상황이다.

 

▲ 바지 파편 시세가 오르면 그만큼 유저의 눈물이 아래로 떨어진다.

(삽화: 라스피 유저)

 

 

현재 이러한 인플레이션의 문제들로 유저들이 고통을 호소해왔기 때문에, 개발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게임 내 경제시스템을 조정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그 결단은 다음과 같은 조치로 실행됐다.

 

 

<영웅전>의 인플레이션 대응 

 

■ 골드 보상 하향

 

골드 보상 하향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에피소드 6 이후 재료 아이템의 상점 판매가 재조정

 

   (2) 만렙 추가 보상 재조정

 

이로 인해 자유로운 전투가 가능한 61레벨 이상 유저의 소득이 이전보다 대폭으로 감소했다. 그리고 일부 저가 재료들의 시세 하락이 나타났다. 그중에서 가장 고정적인 시세를 가진 아이템들을 예로 들겠다.

 

▲ 단, 신규 갑옷에 반드시 대량으로 쓰일 것이라 기대한

철광석과 같은 기본재료 시세는 상승했다.

 

 

그렇게 물가 안정은 시작된 것 같았으나, 유저의 반발은 높았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소득이 줄어든 만큼 수리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아졌기 때문

 

패치 전에는 전리품을 상점에 처분해 수리비를 대신하고, 소모 아이템은 전투의 기본 골드 보상으로 보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패치 후에는 전투의 기본 골드 보상만으로 모든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전투를 돌수록 창고의 골드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 블랙 해머 한 판 돌았을 뿐인데… 정비 비용이? 

 

 

(2) 소득은 줄어들었는데 희귀 재료의 시세는 떨어질 기미가 없었기 때문

 

6월 21일에 신규 장비 성능이 공개되자, 기존 장비재료 중 바지 파편 가격이 다시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신규 장비의 성능과 룩이 바지 파편이 들어가는 장비를 대체할 만큼의 가치가 있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바지 파편의 드롭율은 여전히 낮았기 때문에 판매자가 굳이 가격을 낮춰야 할 이유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패치 전 550만 골드까지 내려간 바지 파편은 800만 골드까지 다시 폭등한다.

 

이는 아직 바지 파편을 구하지 못한 유저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이들은 전투 보상과 최고급 강화석 ∙ 갈퀴 발 ∙ 철광석 등 기존 재료를 판매하는 수익으로 희귀 재료를 구매하려 했다. 그러나 전투 보상도 줄고, 주로 판매하던 재료들의 시세도 떨어져 여전히 비싼 바지 파편을 구할 돈을 모으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즉 물가를 잡겠다는 패치가 되려 바지 파편을 멀어지게 만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달리 말하자면, 소득 수준에 비해 주요 물가는 잡히지 않아 인플레이션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통화량을 줄이는 방법만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어렵다고 판단한 개발사는 6월 23일에 추가적인 대응을 한다.

 

 

■ 바지 파편, 빛나는 돌 등 희귀 재료의 드롭율 상향 조정

 

6월 23일, 개발사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6월 23일, 대표 희귀 재료인 바지 파편을 직접 언급하며 드롭율을 3배 이상 늘리고, 새로운 희귀 재료 중 하나인 빛나는 돌의 드롭률도 상향 조정했다.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드롭률을 공식적으로 재조정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첫 번째는 붉은 거미 껍질, 두 번째는 부위 파괴 아이템의 드롭률 100% 고정, 세 번째는 아이스 젤리의 드롭률 100% 고정,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가 이번 바지 파편 드롭률 3배 상향이다. 경제 안정을 위한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0*3=0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긴 하지만, 시세는 분명히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6월 24일부터 지금까지 모니터링한 결과, 현재 바지 파편의 가격은 600만 골드를 유지하고 있다. 최초 시세보다 200만 골드, 가장 비쌀 때보다 500만 골드나 더 싼값이다. 한편 6월 21일 1,500만 골드로 출발한 빛나는 돌도 현재는 600만 골드까지 내려갔고, 추가적인 가격 인하도 예상되고 있다. 이로써 저가형 재료는 물론, 희귀 재료의 물가 하향도 달성될 수 있었다.

 

 

경제 정책의 결과와 맺음말

 

6월 21일부터 6월 23일까지 여러 혼란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물가는 제법 안정됐다. 소득이 낮아졌기 때문에 유저의 불만은 남아 있긴 해도, 일단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시세가 낮아진 덕에 소비자는 이전보다 원하는 아이템을 싸게 살 수 있어 좋지만, 되려 판매자는 아이템 값을 예전처럼 받지 못하므로, 결국 전반적인 골드 유동이나 수익이 급감하게 됐다. 한편 낮아진 수익에 비해 그대로인 수리비 같은 시스템 수수료는 유저에게 이전과 다른 부담감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이템 매매를 떠나 순수하게 돈 버는 재미 자체가 줄어든 점에 대해 아쉬워하는 유저도 있다.

 

한편 바지 파편이 들어가는 장비를 가진 유저들은 자신들의 자산 가치가 떨어진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나마 신규 장비의 성능이 이전 장비보다 뛰어난 것도 아니고, 신규 희귀 재료의 가격이 바지 파편 가격과 동일해지고 있어 처음보다 불만이 줄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바지 파편이 들어간 장비를 급처분한다 해도 신규 장비를 구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이번 패치 동안 시세 혼란이 극심했던 바지 파편 때문에 손해를 본 유저들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처음부터 충분히 유저에게 정보를 제공했다면, 이번 패치 때문에 자산 피해를 입는 사람은 적지 않았겠냐. 차후에는 시세 혼란이 극심해지지 않도록 유저에게 충분히 사전 공개하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 패치 전날에 바지 샀건만! 내 바지가 폭락이라니!!

 

 

현실에서도 그렇지만 경제정책은 이해관계가 첨예해 win-win보다는 zero-sum의 구도가 많이 나타난다. 누군가가 이득을 보는 것은 곧 다른 누군가가 손해를 본다는 말과 같은 뜻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어느 누군가는 희생해야만 하는 것일까? 다수를 만족하게 하는 것을 넘어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경제정책이 마영전에 등장할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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