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폰 브레이커 퍼거스와 염색마녀 클로다, 레어 아이템에 대한 열망 등 <영웅전>을 플레이해 본 유저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가 너무도 많습니다. 그런 게임 속의 경험들을 귀여운 그림으로 담아내는 흑십자 작가, 그가 연재작가와 유저로서 생각하는 <영웅전>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아퀼리페르
흑십자 작가는?
<마영전 툰>을 연재 중인 흑십자 작가는 게임 안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소소하게 풀어내 많은 공감을 받고 있습니다. 평소에 다양한 게임과 그림을 즐겨, <영웅전> 외에도 <아이온>, <테라> 등 여러 게임의 경험을 카툰으로 남겼습니다.
Q.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
A. 안녕하세요, 그림쟁이 흑십자입니다. <영웅전>에선 '에브릴라빈'이란 캐릭명으로 활동하다 보니 많은 분들은 필명보다 캐릭명이 더 친숙하실 거에요.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여러 게임 관련 콘텐츠를 그리고 있습니다. 혼자서 게임도 조금씩 만들어보고 있어요. |
Q. 어떤 이유로 연재를 시작하셨나요? |
A. 저는 게임과 그림을 모두 좋아합니다. 그래서 곧잘 좋아하는 게임을 카툰으로 남기곤 했어요. <영웅전> 카툰도 같은 이유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영웅전>은 카툰을 그리고 싶을 만큼 매력이 있습니다. <하프 라이프>의 소스엔진을 활용한 점이 인상적이고, 콘트롤이 중요하다는 특성도 매우 좋았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온라인 게임과는 다른 매력을 가진 <영웅전>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마비노기>를 플레이했던 경험도 <영웅전>에 관심이 생긴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
<영웅전>의 색다른 매력에 빠져들었다는 흑십자 작가. 어느새 프리미어 오픈부터 지금까지 79편의 4컷 카툰과 4편의 스페셜 툰을 그렸습니다. 중간에 <영웅전>을 잠시 쉬었는데도 여느 작가 못지 않은 분량을 자랑하고 있죠. 다음으로 카툰 연재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Q. 다른 작가들과 달리 4컷 양식을 철저히 고수하는 것 같습니다. 이유가 있나요? |
A. 평소 4컷 구성을 연습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마영전 툰>은 4컷만으로 이야기를 담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4컷 카툰만 그리는 건 아니고 간간히 컷을 자유분방하게 사용하는 스페셜 툰도 다루고 있습니다. |
Q. 4컷 카툰에는 어떤 내용를 주로 다루나요? |
A. 초기엔 같이 하던 친구에게 리시타와 관련된 소재를 많이 받았었는데, 지금은 그런 특정 캐릭터의 이야기보다 유저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소재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어요.
연출 방법은 주로 만화책과 패러디, 유머를 보면서 영감을 얻는 편입니다. |
그래서일까요? <마영전 툰>에 많은 유저가 공감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희귀한 재료 아이템을 향한 열망과 애환, 행동불능 상태에서 입으로 지휘하는 진상 유저에 대한 풍자, 만인의 적 웨폰 브레이커 퍼거스 등 <영웅전>을 하는 유저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이야기들이죠.
Q. 그렇다면 스페셜 툰은 무엇인가요? |
A. 스페셜 툰은 주로 패러디를 다루는데 4컷과 달리 길이에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이말년 웹툰>, <EE>, <진 겟타로보>를 패러디했어요.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말년 웹툰>으로는 <영웅전>의 점검과 보상을, <EE>는 이비를, <진 겟타로보>에서는 창시타를 다뤘습니다. 깨알 같은 패러디 덕분인지 4컷 카툰보다 댓글이 두 배는 더 많더군요. |
흑십자 작가는 위 대답과 함께 100화까진 4컷 만화를 중심으로 진행하고, 간간히 스페셜 툰을 선보이겠다며 연재계획을 밝혔습니다. 앞으로 어떤 패러디가 등장할 지 궁금하네요.
다음으로, <마영전> 이전에도 여러 게임 카툰을 그렸던 만큼 연재에 있어 그만의 원칙이나 소신이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Q. 연재할 때 반드시 지키려고 하는 원칙이 있나요? |
A. 소재 선택할 때 민감한 내용은 다루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 종류는 다음과 같아요.
첫째, <영웅전>을 너무 지나치게 비판하는 내용은 그리지 않습니다. 연재작가가 <영웅전>과 개발진의 호불호가 어떻든, 보는 이가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비판하는 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그게 유저로서의 매너라 생각하거든요.
둘째, 특정 캐릭터군을 무시하는 내용은 피하려고 합니다. 유저 입장에서는 정성을 다해 키운 캐릭터인데 그것이 약하느니 뭐니 하고 비방하면 결코 유쾌한 내용이 못 될 거 같아서요. 실제로 개편 전에 이비를 다뤘을 때 많은 분이 불쾌하게 생각하더군요. 물론 주의하더라도 가끔 저도 모르게 안 좋은 내용을 그릴 때가 있긴 하지만, 과거 경험을 돌아보며 조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떠한 경우라도 제 본캐를 제외한 다른 유저의 캐릭터명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이건 <아이온>의 경험에서 나온 원칙인데, 그때 자신의 캐릭터명이 노출됬다고 화를 내시는 분들이 계셨거든요. |
▲ 요즘은 어려운 상황에도 자부심을 품고 플레이하는 유저를 응원합니다.
이 원칙들은 흑십자 작가만의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다른 연재작가도 캐릭터 밸런스와 다른 유저의 명의노출 때문에 곧잘 비판받는 걸 목격하곤 하니까요. 어쩌면 연재작가를 지망하는 유저들도 참고해야 할 원칙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이제 연재 방향과 원칙을 알았으니, <영웅전>의 경험 중 카툰소재로 어떤 것을 주로 다루는지 알아보겠습니다.
Q. 지금까지 많은 경험담을 그렸는데 유독 자주 다루게 되는 소재가 있다면? |
A. 장비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습니다. <영웅전>은 다른 온라인 게임과 달리 모든 장비를 직접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다른 것보다 장비에 애착이 많이 가게 되고, 자연스레 소재로 자주 삼게 되더군요.
그리고 제 장비 사랑은 카툰 표지에도 담겨 있어요. 표지로 등장한 장비들은 다 제가 사용했던 것이에요. |
Q. 아하, 그래서 표지가 계속 변했던 거군요? |
A. 네. 그동안 노던 파이크 → 블러드 프린스 → 라고데사 슬레이어 → 샤이닝 윌 플레이트 → 새싹 모자, 스위프트 셋 등 제가 입었던 장비들을 표지로 삼았어요. |
▲ 아마도 새 표지로 만날 것 같은 최근 작가의 패션
Q. 혹시 표지로 그린 장비들은 작가의 취향에 맞춘 건가요? |
A. 취향보단 제가 오래 입었던 장비들을 주로 그립니다. 재료를 구하지 못해 다음 장비를 늦게 맞출수록 표지가 바뀌는 시기가 늦어집니다. 특히 오랫동안 표지로 쓰인 블러드 프린스를 다시 보자니… 다음 장비인 스파이더 로드 세트와 라고데사 슬레이어 세트를 만들기 위해 붉은 거미 껍질과 뾰족한 발톱을 힘들게 모으던 시절이 떠오르는군요.(훌쩍) |
흑십자 작가는 <영웅전> 유저로서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합니다. 2010년 2월에 공개된 라고데사 슬레이어 세트를 만들려면 수십 개의 붉은 거미 껍질과 녹색 껍질, 뾰족한 발톱들이 필요했는데. 당시 드롭률이 아주 낮고 가격이 비쌌기 때문이죠.
물론 장비 제작 외에 유저의 애환을 표현한 카툰도 몇몇 있습니다.
Q. 장비장만 말고도 힘들었던 것은 없었나요? |
A. NPC들이 퀘스트로 정말 어려운 보스들을 상대하라 시킬 때입니다. 재미를 느끼기 이전에 너무 어려웠거든요. 특히 블러드 로드나 퀸이 그랬습니다. 물론 어려운 만큼 스릴도 넘쳤지만, 고생은 고생이니 퀘스트를 시킨 NPC들이 얄밉게 보일 정도였어요.
특히 클로다가 악질로 느껴졌죠. 정말 싫은 퀸을 잡아오라니! 안 그래도 염색 때문에 곱게 보이지 않았는데, 퀸 스토리로 더 미운털이 늘어났어요.
다른 NPC도 정도의 차이가 있지 유저를 심부름 셔틀로 보는 것 같아서 썩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전 아무런 퀘스트도 주지 않고 묵묵히 유저 장비를 수리해주는 선착장 병사를 가장 좋아한답니다. |
▲ 단순한 부탁으로 들어주기엔 만만치 않은 전투들
그래도 이러한 고생들은 다 만화 소재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얄미운 것과 싫은 것은 별개라고 하네요.
Q. 자,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갑니다. 연재작가로서 기쁠 때와 아쉬웠던 때는 언제인가요? |
A. 기쁠 때는 댓글이 많이 달릴 때입니다. ‘재미있게 봤습니다.’, ‘센스 있다.’, ‘그림체가 귀엽다.’같은 만화를 칭찬하는 댓글이 달리면 감사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악플이 달려도 환영해요. 전 댓글 수가 100 이상 넘어갈 때가 가장 기분이 좋거든요! 댓글은 다다익선입니다.
아쉬웠던 건…, 이말년 작가가 <영웅전> 홍보만화를 그렸을 때입니다. |
솔직히 이 말은 의외였습니다. 흑십자 작가는 자신을 이말년 작가의 팬이라 밝혔었거든요. 좋아하는 작가가 <영웅전> 홍보만화를 그렸는데 왜 그게 아쉬웠던 걸까요?
Q. 좋아하는 웹툰 작가가 홍보만화를 그려주면 보통 기뻐하지 않나요? |
A. 네. 개인적으로는 기뻤어요. 하지만 <영웅전> 연재작가로서는 아쉬움이 들더군요. <영웅전> 홍보만화는 <영웅전> 연재작가들에게 맡겨주길 바라고 있었거든요. <영웅전> 연재작가들은 비록 프로가 아니지만, 게임에 대해 잘 알고 애정도 넘치기 때문에 얼마든지 좋은 센스로 공감과 눈길을 이끄는 만화를 그릴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연재작가를 많이 뽑은 만큼 이들의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줬으면 좋겠어요. |
흑십자 작가는 아쉬움의 이유와 함께 <영웅전>에 바라는 점을 털어놨습니다. 그런 그에게 다른 바라는 점이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Q. <영웅전>에 바라는 점이 더 있나요? |
A. 연재작가로서 바라는 점은 이야기한 대로 ‘좀 더 연재작가들을 활용해달라.’입니다.
유저로서 바라는 점은…, 길드 시스템을 좀 더 활성화해줬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지금 길드 시스템은 캐릭터 이름 밑에 달리는 글자와 길드 채팅 말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거든요. 그래서 아래와 같은 시스템을 추가했으면 합니다.
첫째, 여러 길드원과 쉽게 전투를 즐길 수 있었으면 합니다. 지금은 4인 제한, 8인 제한 때문에 모든 길드원이 같이 사냥할 수가 없어서 아쉬워요.
둘째, 길드 육성 시스템이 생겼으면 합니다. 길드 사무소 공간을 따로 제공해서 길드원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할수록 길드가 성장하고 길드 사무소의 기능도 같이 확장되는 식으로 말이죠.
그 정도만 해도 길드원 간에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고 길드에도 애착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캐시 아이템도 조금 바라는 점이 있어요. 제가 <스팀>에서 만든 게임들을 해보니 유저들이 먼 저 원해서 지갑을 열게 하더군요. 우리도 그런 서비스가 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내복이 보기 싫어서’ 이너아머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이너아머가 예뻐서’ 구매하도록 말이죠. |
Q.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을 듣고 오늘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
A. 만화를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영웅전>이 초심을 유지해서, 장비 스펙보다는 유저들의 콘트롤과 협동심으로 전투에 기여하고 승리할 수 있는 게임으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지금까지 4컷 만화로 유쾌하게 <영웅전>의 경험을 풀어내는 흑십자 작가를 만났습니다. 앞으로도 유저들이 공감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만화를 그리겠다 하니 많은 기대 바랍니다.
▲ <마영전 툰>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