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들에게 개념 패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겠습니다."
'휴웰' 신임 디렉터 임덕빈 실장은 벨라와 카이, 그리고 황혼의 사막을 탄생시킨 개발자다. 2009년 <마비노기 영웅전> (이하 영웅전)의 공식 오픈 직전에 <영웅전> 팀에 합류했고, 전투와 캐릭터 관련 개발을 담당했다. 시즌1 전투 중 카단, 드래곤 전투, 그리고 글래스 기브넨 등이 그의 작품이다.
비가 내리는 29일(수) 오후, 긴장감과 기대감으로 들뜬 그를 만나 디렉터가 된 소감과 <영웅전>의 미래, 그리고 신규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디스이즈게임 수지큐
한재호 디렉터에게 바통을 이어받아 <영웅전>을 총괄할 임덕빈 실장은 긴장된 모습이었다. 개발자 노트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하는 것은 처음이라는 임덕빈 실장.
이번 개발자 노트의 신임사 발표 후 유저들의 높은 관심과 댓글에 크게 감동했다고 밝혔다. 유저와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임덕빈 실장과 <영웅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 임 실장이 탄생시킨 벨라와 카이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넥슨에 2008년도에 입사해 2009년 <영웅전>을 시작, 라이브서비스 시작부터 몸담았다. 전투 콘텐츠와 캐릭터 콘텐츠들을 주로 담당했다. 서비스 기간 동안 다른 콘텐츠들에 비해 많은 피드백을 받다 보니 그런 부분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개발 캐릭터는 벨라와 카이, 전투는 황혼의 사막을 담당했다.
<영웅전>의 디렉터가 된 소감은?
게임 개발자를 직업으로 삼으면서 꿈이 게임 디렉터였다. 꿈을 생각보다 빠르게 이루게 돼 흥분되지만 그만큼 걱정도 크다.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느라 요즘 밤잠 못 드는 날이 많다.
디렉터가 돼서 정말 기쁜 것은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들을 적극 해볼 기회가 온 것이다. 많은 분과 함께 공유해서 하나하나 잘 밟아가고 싶다.
디렉터 취임 이후, 앞으로 <영웅전>을 어떤 게임으로 만들어 갈 것인지?
개발 방향에 대해 지금도 고민 중이다. 고민 중 첫 번째로 꼽고 싶은 것은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황혼의 사막 개발 당시 탐험을 하는 기분으로 전투하자는 취지에서 모험요소를 강화해 개발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이 유저들은 플레이 시간이 길어 부담된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좀 더 새로운 전투를 보이고 싶다는 생각만 한 나머지 너무 욕심을 부린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개발할 전투는 접근성을 좀 더 쉽게 하면서 유저들이 생활 패턴에 맞게 라이트한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정하고 싶다.
<영웅전>개발팀은 기존 유저와 신규 유저를 나눠 생각하고 있지 않다. 어떤 유저가 즐기더라도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이 최고의 콘텐츠라고 생각하며 노력하고 있다.
▲ 황혼의 사막 공개 후 유저 반응을 보며 유저 소통의 중요함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디렉터가 바뀌면 게임도 바뀌는 경우가 많다. <영웅전>도 급격하게 바뀌는 것인가?
지금 당장 급격하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바뀌는 부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나하나 천천히 바꾸어 나갈 생각이다.
<영웅전> 개발팀을 총괄하는 디렉터인 만큼 유저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 같다.
걱정했던 것보다는 이번 개발자 노트에서 밝힌 신임사 발표문에 따뜻한 반응을 보여줘서 매우 감사하다. 우리도 사람인지라 비난성 댓글에 상처받기도 하지만 무관심보다는 비난과 충고의 댓글도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유저분들이 많이 표현해주신다면 신중하게 살펴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현재 <영웅전>에서 가장 시급하게 보완해야 할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영웅전>이 오픈 당시를 기준으로 봐도 상당히 불친절한 게임이었다. 게임 내에서 유저들이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부분이 언제나 부족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개선해왔다.
이전과 비교해보면 지금은 많은 부분이 개선됐지만, 이 역시도 아직 부족하다. 레볼루션 업데이트와 캐릭터 개선 등의 패치를 진행하느라 바빴는데, 앞으로는 게임 내 시스템 등도 적극 다듬고 싶다.
유저들이 원하는 방향과 개발자가 원하는 방향이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개발 철칙은 더 많은 유저들을 만족하는 것이다. 황혼의 사막을 개발할 때 정말 많은 노력을 해서 나름 자신감에 차있었다. 하지만 막상 업데이트 후 유저들의 반응을 보면서 '아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역시 유저와의 소통밖에 답이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유저와 개발자가 소통하는 방법은 <영웅전> 공홈의 '개발자 노트'를 통한 소통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런 소통 방법은 개발측의 일방적인 소통 방법이라 좀더 직관적인 채널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유저분들과 직접 만나 오프라인으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다.
▲ 유저들과 직접 만나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는 임덕빈 실장.
PvP 콘텐츠에 대한 열망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새로운 PvP 콘텐츠가 나올 예정인지, 혹은 기존 PvP 콘텐츠를 다듬을 계획이 있나?
<영웅전>을 처음 개발할 당시에는 PvE를 중심으로 제작해 PvP 콘텐츠가 고려된 게임은 아니었다. 서비스 이후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고, 다양한 유저가 몰리면서 PvP에 대한 콘텐츠도 개발하게 됐다. 개발팀도 PvP의 캐릭터 밸런스 등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PvP 전투의 보상에 대한 문제는 현재 논의 중에 있다. 아마 멀지 않은 시점에 패치를 할 것 같다. 억지로 바꾸기보다는 유저들의 피드백을 하나하나 검토해 제대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장기적인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영웅전>의 대표 슬로건 '액션 프리미엄'을 가로막는 요소로 많은 유저가 '공제방'을 꼽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투력'을 소개했었는데, 개발 상황에 진척이 있는지?
공격력을 기반으로 한 '공제방'에 대한 문제와 유저 불만은 다양한 피드백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속히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얼마 전 테스트 서버를 통해 선보인 '전투력' 시스템의 내부 공식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고치고 있고 더욱 완벽하게 적용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공식을 다 바꾸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
최근 해외 서버를 통해 등장한 11강 강화 보호룬이 화제다. 한국 서버에도 적용되는지?
민감한 이슈다. 해외마다 퍼블리셔들이 따로 있어 제안하는 것들을 현지 상황에 맞게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국가별 정책도 다 다르고 이슈도 다르다. 그런 것들을 모두 한국에 가져오기엔 힘든 것이 사실이다. 상황에 따라 달리 출시되는 것이니 유저분들이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황혼의 사막 업데이트로 등장한 비전투 콘텐츠 찰스 레이스의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앞으로 등장할 비전투 콘텐츠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개발자 노트의 신임사에서도 밝혔듯이 앞으로 비전투 콘텐츠들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번 여름 업데이트를 준비 중에 있는데 이번에도 찰스 레이스와 같이 전투와는 별개로 즐길 수 있는 비전투 콘텐츠가 등장할 예정이다.
힌트를 드리자면, 여름 업데이트에 어울릴 여름 냄새가 물씬 나는 콘텐츠가 될 것이다.
업데이트라면 신규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허크가 맞는가?
여러 커뮤니티에서 유저분들이 익히 추측하고 있는 그 '허크'가 맞다. <영웅전> 개발 초기 시절의 캐릭터 설정과는 거의 비슷하지만, 디자인 부분은 달라졌다. 허크를 개발할 때의 목표는 '카단을 뛰어넘는 대검 캐릭터를 만들어라'가 주된 콘셉트다.
신규 캐릭터 허크는 기존 캐릭터들과는 다른 공격 방식을 가지고 있는 공격형 캐릭터다. 다른 캐릭터들과는 또다른 손맛을 선사할 것이다.
▲ 카단을 뛰어넘는 대검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
앞으로 큰 업데이트를 준비중이라 했다. 언제쯤 공개될 예정인지?
올여름 <영웅전>의 큰 업데이트를 준비 중에 있다. 7~8월 중 공개를 목표로 잡고 있다. 공개될 콘텐츠는 에피소드 3와 신규 캐릭터다.
신규 에피소드와 전투 지역, 그리고 신규 캐릭터 허크뿐만 아니라 새로운 비전투 콘텐츠도 공개되니 많은 관심 부탁한다.
장기적으로 <영웅전>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계획인지 궁금하다.
저희 팀원들이 싫어할것 같은데, 콘텐츠 업데이트 주기를 빠르게 하고 싶다. 지금도 개발자분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같은 비용으로도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새로운 콘텐츠를 발표할 때 마다 개발자가 생각한 것 이상의 속도로 유저들은 콘텐츠를 소비한다.
현재 트랜드를 봤을 때 노가다로만 게임 플레이를 한계 짓는 건 무리라는 것을 알고 있고, 이런 부분을 메꿀 수 있는 방법은 빠른 콘텐츠 업데이트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액선 퀄리티와 캐릭터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어떻게 개발해야 할까를 고민하고 있다.
전임 한재호 디렉터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를 부탁한다.
개인적인 평가를 내려달라는 것은 정말 곤란한 질문이다. 다만 직접 일해본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공정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일을 하던 굉장히 공정하게 모든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보기에는 오해를 사는 일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여담으로 한재호 디렉터는 이제 조직을 관리하는 본부장으로 활동하며, 개발 실무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한 마디 해주자면?
우선 개발자 노트의 신임사 글에 많은 반응을 보여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개발자들도 사람인지라 유저들에게 '개념 패치'소리를 들으면 정말 좋다.
앞으로도 더욱 '개념 패치'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 공개될 콘텐츠도 기대 많이 해주었으면 한다. 긍정적인 것, 부정적인 것 모두 앞으로도 꾸준한 피드백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