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임진록> <군주 온라인> <아틀란티카> 등 PC 게임을 개발해오던 엔도어즈가 모바일게임 <영웅의 군단>을 출시했다. 1년 전 <삼국지를 품다>로 멀티플랫폼 게임을 선보인 적은 있지만 온전한 모바일게임은 처음이었다. 성과도 훌륭했다. 대세이던 카카오를 벗어나서도 월 매출 30억을 기록했다.
<영웅의 군단>은 사실 <아틀란티카2>로 개발되던 PC게임이었다. 모바일 플랫폼을 택하는 과정에서 많은 개발자가 떠났고, 개발 기간은 자그마치 4년으로 늘어났다. 6개월이면 RPG가 나오는 모바일 시장에서 터무니없이 긴 시간이었다. <영웅의 군단>은 어쩌다 모바일게임으로 탈바꿈 했을까?
7일 엔도어즈 <영웅의 군단> 이건 프로듀서가 KGC 2014 무대에 올라 <영웅의 군단> 개발 비화와 그가 바라보는 모바일게임 시장을 소개했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모바일로 간 이유? 넥슨의 돌직구 “PC 버전 ‘영웅의 군단’은 너무 뻔하다”
2009년 7월 엔도어즈에는 신작 게임 TFT가 꾸려졌다. 1년 전 출시해 성공했던 PC MMORPG <아틀란티카>의 후속작 개발을 위한 팀이었다. 게임성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던 엔도어즈에게 그래픽은 약점이었다. 턴제 기반의 전투도 실시간으로 바꾸고 싶었다. 지금의 <영웅의 군단>은 <아틀란티카2>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시작했다.
이듬해 다른 팀에서 <삼국지를 품다>를 출시했다. ‘김태곤’ 특유의 색이 묻어난 턴제 RPG 였지만, 지난 엔도어즈 게임보다 더 주목을 받았다. PC와 모바일에서 모두 플레이 가능한 ‘멀티플랫폼 하이브리드 게임’이라는 콘셉트에 여론과 언론이 술렁였다.
<삼국지를 품다>는 김태곤의 전작과 같은 ‘대박’은 내지 못했지만 의외의 결과를 얻었다. 멀티플랫폼은 모바일 시대를 맞아 편의를 위한 서비스일 뿐 <삼국지를 품다>는 PC 중심의 게임이었다. 그런데 유저 80%이상이 모바일을 통해 진입한 것이다. 엔도어즈 모두가 충격이었다.
2010년 모기업이 된 넥슨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다. PC 버전의 <영웅의 군단>(당시 아틀란티카2)을 검토한 넥슨 사업관계자의 피드백은 “콘텐츠는 매력적이지 않고, 그래픽은 어디서 본 것 같아 성적 내기 어려려워 보인다”였다. 엔도어즈에게는 ‘다시는 넥슨과 일 못하겠다’ 싶을 정도의 ‘돌직구’였다.
하지만 마음을 고쳐먹을 수 있는 첨언이 있었다. 모바일 버전으로 생각한다면 마치 온라인게임에서 <뮤>나 <리니지>를 본 것 같은 충격이라는 한 마디였다. 2013년 엔도어즈는 <영웅의 군단> 개발 4년 만에 과감히 PC 플랫폼을 버렸다.
개발자들 떠나게 한 모바일게임 개발의 난관, 해답은 ‘버려라!’
모바일 버전은 개발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PC 게임 전문 개발사였던 엔도어즈에는 <삼국지를 품다> 팀 외에는 모바일게임 개발 경력자가 없었다. 심지어 모바일게임 개발을 위해서는 그동안 다뤄오던 게임브리오 엔진을 버리고 유니티 엔진을 배워야 했다. 결국 팀원 전체를 <삼국지를 품다> 팀으로 유학을 보내는 초 강수를 뒀다. 개발기간은 자연스레 밀렸다.
기술은 배우면 되는 것, 더 큰 문제가 있었다. 개발자들의 ‘욕심’이었다. PC 게임 개발 시절 그들은 기술의 진보에 따라 원하는 요소를 게임에 구현했다. 프로그래머, 기획자, 그래픽 디자이너까지 새로운 기술이나 리소스를 게임에 넣어야 하는데, 모바일 환경은 제약이 너무 많았다.
모바일게임은 필드가 있으면 안 된다, 게임이 무거워도 안 된다, 용량이 커도 안 된다, 조작이 많아도 안 된다, 플레이 타임이 길어도 안 된다, 플랫폼 없이는 안 된다, 안 된다는 게 너무 많았다. 거기에 2012년 모바일게임 시장에 불어온 ‘캐주얼 게임’ 열풍은 개발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선입견과 알 수 없는 위기감과의 전쟁이었다. 많은 개발자들이 <영웅의 군단>을, 엔도어즈를 떠나기도 했다.
엔도어즈가 찾은 해법은 ‘내려놓음’ 그리고 ‘선택과 집중’이었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생존을 위한 전략이었다. 관리자들은 팀원들이 욕심을 내려놓게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게임의 전면 수정에 들어갔다.
“전부다 바꿔!” 김태곤식 문법도 버린 영웅의 군단
그렇다면 PC 게임이던 <영웅의 군단>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플랫폼을 변경한 후 제일 먼저 이름부터 버렸다. ‘아틀란티카’라는 타이틀이 주는 무게감을 버리고 쉽고 익숙함을 줄 수 있도록 ‘영웅의 군단’을 택했다. 게임 방식도 욕심으로 선택했던 실시간 전투를 버리고, 잘 할 수 있는 턴제로 바꿨다.
이름만 가벼워진 게 아니다. 콘텐츠도 전면 수정했다. 당초 <영웅의 군단>에는 팜류 SNG 스타일의 영지 시스템이 있었다. PC 버전으로 프로토타입까지 구현해놓은 상태였다. 스토리상 전장을 활보하던 영웅들이 마을로 돌아와 소∙말을 키운다는 설정도 무리수였지만, 중요한 건 복잡성이었다. 미드코어 RPG에 익숙하지 않은 당시 유저에게 두 장르의 결합은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었다.
김태곤 스타일의 문법도 바꿨다. <거상> <군주 온라인> <아틀란티카> 그리고 <삼국지를 품다>까지 김태곤이 만든 게임에서는 몬스터가 직접 무기를 떨어뜨리지 않는다. 원소나 재료를 주고 유저가 이를 통해 직접 제조하게 만드는 재미가 중요했다. <영웅의 군단>은 김태곤 RPG 처음으로 제조 시스템을 없앴다. 모바일 환경에서 인벤토리를 많이 넣을 수도 없을뿐더러, 역시 복잡하고 어렵게 생각되기 때문이었다.
이 밖에도 모바일 환경에 맞는 콘텐츠를 넣었다. 스토리에 따라 하나씩 해금되는 기존 게임과 달리 캐릭터도 TCG처럼 쉽게 획득할 수 있도록 했다. 합성/강화를 통한 성장도 추가했다. 구석구석 모험하는 방식도 버리고 클릭 한 번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게 했다. UI도 유저들이 한 눈에 게임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개편했다. 또 페이스북부터 카카오톡, 라인, 구글 등의 플랫폼과 연동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현했다.
“개발 성공? 모바일시장, 살아남기가 더 힘들다”
개발 기간만 4년, 5번의 CBT를 거친 <영웅의 군단>은 마침내 2014년 2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성과는 ‘대성공’었다. 넥슨 실적 보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영웅의 군단>의 매출은 180억 원 이상에 다다른다. 월 평균 30억 원을 번 셈이다. 지난 7월에는 카카오 버전을 추가해, 비카카오 버전과 구글 플레이 스토어 매출 순위 10위 권을 나란히 달리고 있다.
“PC 게임 개발보다 모바일게임 개발이 훨~씬 어려워요! 정말 어려워요!” <영웅의 군단>을 통해 모바일게임 개발에 발을 들인 엔도어즈 이건 프로듀서의 소감은 짧고 굵었다. 앞서 선보인 3개의 PC 게임개발 당시에는 매번 8KG이 쪘던 그가 <영웅의 군단>을 맡고서는 ‘좀비가 됐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어렵게 개발해 겨우 성공의 반열에 올렸지만, 시장의 상황은 서비스도 어렵게 만든다. 업계 종사자나 관심을 가지던 순위를 모바일 시장에서는 유저들까지 관심을 가진다. 심지어 매일 갱신된다. 하지만 영원한 강자도 없다. PC 게임은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등 10년 이상 사랑 받는 게임이 많지만, 모바일에서는 1년이 넘어가면 오래 살아남았다고 칭찬한다.
그러다 보니 올라가는 것도 내려가는 것도 쉽다. 이건 프로듀서는 “솔직히 올라가는 과정은 어렵지 않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문제는 그만큼 쉽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10위 권에서 하루 아침에 50위로 밀리는 게 모바일 시장이다. 따라서 시장에 대한 이해와 유저에 대해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영웅의 군단’ 이건 프로듀서가 말하는 모바일 마켓과 국가별 유저 성향
성공한 타이틀을 배출한 이건 프로듀서가 바라본 모바일게임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강연 말미 그는 <영웅의 군단>을 통해 분석한 마켓(플랫폼) 별 성향과 시장 별 유저 성향을 공개했다.
먼저 구글 플레이 스토어만 이용하는 유저는 분석이 어려울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퍼져있다. T 스토어는 진성 RPG 유저들의 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 연령층이 주로 이용하고 있으며, 과금 비율도 그만큼 높다.
카카오와 밴드는 연령층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영웅의 군단>은 최근 밴드와 카카오에 차례로 입점을 했는데, 밴드는 30~40대의 남성들이 많은 반면 카카오는 10대 중심의 저연령층이 많다. 따라서 밴드 유저들은 자체적으로 폐쇄적인 커뮤니티 즉, 길드를 형성해서 플레이를 하는 반면, 카카오는 그렇지 않다.
애플 유저들은 스스로 게임하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안다. 심의로 인해 업데이트도 늦고 뒤쳐진 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현 상황에 만족하고 있으며 그만큼 충성도가 높다는 점이 특징이다.
유저는 국가별로 성향이 다르다. 한국 유저들은 순위에 민감하다. 새로운 게임보다는 남들과 함께하는 게임을 선호하기 때문에 개발사가 생각하는 것보다 순위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네트워크 환경에 훌륭한 만큼 작은 렉이나 버퍼에도 예민하며, 안드로이드에 의해 모든 것이 좌우된다.
북미 유저는 순위보다는 개발사의 이름을 중요시 여긴다. 따라서 <영웅의 군단>의 북미 진출 당시 강력하게 요청받은 사항 중 하나가 유비소프트, EA, 수퍼셀 처럼 게임 시작 시 개발사 로고를 크게 넣어달라는 것이었다. 순위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구글이나 애플의 추천(피쳐드)에는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일본은 한국 게임들이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을 만큼 게임이 발전돼 있어, 유저들 역시 개발자가 원하는대로 게임을 가장 열심히 즐겨준다. 콘텐츠에 대한 요청도 적극적으로 내준다. 다만, 국민 정서상 카카오 게임과 같은 친구 초대의 효과를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민폐로 다가가기 때문이다.
중국은 유저 성향보다 시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구글, 애플 독과점 체제의 다른 국가오 달리 지역별로 수백 개의 마켓을 보유하고 있어 SDK를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마켓에 맞는 SDK 개발에 소요되는 기간이 약 7일. 200개 마켓 진출을 준비하던 <영웅의 군단>은 수 개월이 걸렸다. 또한 판호 문제도 있는 만큼 이건 프로듀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