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식 (김진수 기자) [쪽지]
[리뷰/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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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외로 ‘진짜’ 전략 카드배틀, WWE 슈퍼카드

유명 레슬링 선수 카드를 이용한 전략 카드배틀 게임 WWE 슈퍼카드 체험기

지난 14일, 2K가 프로레스링인 WWE의 라이선스를 받아 개발한 모바일게임 <WWE 슈퍼카드>를 출시했습니다. 그것도 완벽한 한글화 버전으로 말이죠. 10년 차 WWE 팬으로서 굉장히 반가웠습니다. ‘헐크 호건’ 시대가 지난 후, 한국에서 프로레슬링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니아들의 스포츠니까요. 

처음에는 반가운 마음에 <WWE 슈퍼카드>를 설치했고, 카드배틀 게임이라는 걸 알고 내심 우려했습니다. 다른 격투기에서 보기 힘든 화려한 기술을 보는 게 프로레슬링의 맛인데, 카드배틀 게임에서는 이런 재미를 기대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러나 플레이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의 우려는 깨졌습니다. 비록 액션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은 아니었지만, 다른 재미가 너무나도 확실했으니까요. 그게 지금 이 게임을 소개하는 이유입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첫인상: ‘프로레슬링에 카드배틀? 정체가 뭐지?’


앞서 설명했듯, 기자가 <WWE 슈퍼카드>를 처음 접하고 받은 인상은 ‘병맛’이라는 두 글자로 압축할 수 있었습니다. 프로레슬링을 소재로 카드배틀 게임을 만든다니요? 물론, 미국 같은 곳에서는 이런 IP를 활용한 트레이딩 카드도 판매하고 있지만, 수집 자체에 목적을 두는 엄연히 다른 영역이기에 더욱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었죠.

결국, 첫 플레이에서는 웃음이 ‘빵’ 하고 터졌습니다. 세상에, 카드가 링에 입장하며 세레머니를 하고, 이 카드들이 레슬링을 하는 연출을 보여줄 줄은 꿈에도 상상 못 해봤습니다. 어떤 모습인지는 영상을 통해 확인하시죠.






2시간 후: 어라? 의외로 재미있네? 알고 보니 전략 게임


<WWE 슈퍼카드>를 조금 더 플레이해보면, 카드를 가지고 효과적인 연출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적어도 프로레슬링을 봐 온 유저의 눈에는 ‘파워 밤’, ‘드롭킥’, ‘수플렉스’, ‘파일 드라이버’ 같은 레슬링 기술을 펼치고 있다는 게 보였으니까요. 처음에는 그냥 웃겼지만, 나름대로 연출을 잘 넣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카드배틀 자체의 재미가 있다는 겁니다. <WWE 슈퍼카드>의 방식은 카드배틀 게임에 전략성을 더한 방식인데, 머리 쓰는 맛을 잘 살려냈거든요. 먼저 일반 선수카드 4장과 여성 선수(디바)카드 1장, 아이템 카드 2장으로 덱을 구성합니다. 이후 다른 유저 1명을 정해 2경기를 먼저 이기면 승리하는 방식입니다. 이때 상대의 카드는 미리 볼 수 없고요.

각 캐릭터 카드에는 힘, 체력, 속도, 카리스마라는 능력치가 있는데, 시합마다 랜덤한 능력치 1~2종의 합을 겨루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싱글 매치에 체력, 카리스마라는 조건이 붙었다면 남성 레슬러 카드 1장을 내 각 카드의 체력+카리스마 숫자를 비교합니다. 높으면 이기고, 낮으면 지는 거죠.

이 방식이 전략요소를 주는 이유는 바로 ‘선택과 집중’을 유도하기 때문입니다. 비긴 경기가 없다면 세 경기 중 두 경기에서 이겨야 하는 방식인데, 결국 한 경기는 버리더라도 두 경기를 확실하게 이겨야 합니다.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 거죠.

이 때 확실히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필승’ 카드를 내거나, 아이템 카드를 사용해 이기는 맛이 있습니다. 반대로 필승 카드를 냈는데 졌다면 다음 카드를 고를 때 많은 고민을 해야 하죠. 덱을 만들 때도 여러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합니다. 

4가지 능력치와 디바 중 하나는 포기하더라도 최소한 두 개의 능력치에서는 이길 수 있어야 하니까요. 또, 카드 두 장을 내야 하는 태그팀 경기의 경우, 카드 상성이 맞을 경우 모든 능력치 10% 증가, 상성이 안 맞을 경우 모든 능력치가 5% 하락하기 때문에 카드 사이의 상성까지 고려해서 덱을 구성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전략적으로 어떤 카드를 집중적으로 육성할지, 고르게 성장시킬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이런 방식 덕분에 덱을 구성할 때부터 매 경기마다 ‘선택’을 고민하는 전략의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공평한 매칭으로 살린 전략의 재미


최근 2년 사이에 스마트폰에는 수많은 카드배틀 게임이 등장했습니다. 이런 카드배틀 게임은 유저간 대결을 강조한 것도 있고, 레이드 같은 시스템을 활용해 유저 간 협력 PvE를 강조한 것도 있죠.

다만, PvP를 강조하는 카드배틀의 경우, 십중팔구 전략보다는 누구의 카드가 강한가를 놓고 겨루는 싸움이 되기 쉽습니다. 어쨌거나 카드배틀 게임에서 유저에게 플레이 동기를 주면서 돈을 쓰도록 만들기 위해 성장을 넣고, 성장에 대한 보상을 위해 PvP를 유도하고 있는 구조는 쉽게 바꿀 수 없으니까요. 이쯤 되면 카드배틀인지, ‘지갑배틀’인지 구분하기 힘들어지죠.

<WWE 슈퍼카드>도 카드의 강함을 겨룬다는 틀에서 벗어나는 게임은 아닙니다만, 모든 콘텐츠가 PvP인 이 게임은 간단한 방법으로 ‘지갑 싸움’을 전략 싸움으로 바꿨습니다. 바로 유저의 덱을 기반으로 ‘티어’라는 등급을 매긴다는 간단한 발상입니다.

<WWE 슈퍼카드>에서 덱을 구성하면, 카드의 능력치에 맞춰 ‘티어’를 매겨줍니다. 그리고 비슷한 티어에 속한 유저와 대결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비슷한 카드를 가진 유저와 대결하게 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아주 새로운 발상은 아닙니다.

하지만, <WWE 슈퍼카드>가 가진 게임성을 살리는 데 더없이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카드 능력치를 두고 ‘한 경기는 버리더라도 두 경기는 꼭 이겨야 하는’ 방식인데, 능력치 차이가 심하다면 제대로 된 게임 진행 자체가 안 될 테니까요. 그리고 같은 티어 유저와 경기를 해서 ‘공평하지만, 방심하면 질 수 있는’ 상황을 조성했습니다. 이 덕분에 어떤 카드를 내야 좋을지 고민하는 맛이 느껴집니다.


덱에 포함된 카드에 맞춰 티어가 설정되고, 비슷한 티어 유저와 대결하기 때문에 숫자 싸움임에도 긴장감이 높아집니다.


최소한의 확률 보장, 놓치지 않은 긴장감


<WWE 슈퍼카드>에서 또 한가지 칭찬하고 싶은 건 바로 어느 정도 덱을 구성하고 나면 60% 이상의 승률을 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건 상대와 실시간으로 경쟁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카드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알아서 카드를 내는 방식이기 때문인데요. 

인공지능은 가끔 실수를 하고, 카드 능력치가 모자라더라도 아이템카드 같은 변수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자신보다 더 좋은 카드를 가진 상대라도 ‘선택과 집중’만 잘한다면 얼마든지 승리의 쾌감을 맛볼 수 있죠.

‘티어’라는 공평한 대진과 ‘비동기식 대전’이라는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해 PvP에서 오는 패배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한 셈입니다. 단, 방심하면 질 수 있는’ 아이템, 태그팀 조합이라는 변수를 두어 항상 이기는 상황을 줄여서 긴장감이 떨어지는 일을 막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카드배틀 게임의 PvE 보다도 더 긴장감 있게, 오랫동안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죠. ‘한 번 지나가고 나면 끝’인 PvE 던전보다 오히려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WWE 슈퍼카드>에서는 대결 방식이 두 가지뿐이지만, 400~500전은 질리지 않고 즐길 수 있었습니다.


아이템 등의 변수를 잘만 활용하면 승률 60%정도는 쉽게 달성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카드를 잘 육성해도 되고요.


결론: 다음 카드가 궁금해서 자꾸 손이 가는 게임


<WWE 슈퍼카드>를 계속 플레이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모두 ‘성장’에서 출발합니다. 시범 경기는 끝나고 새 카드를 얻을 기회를 줍니다. 이 기회를 통해 더 좋은 카드를 얻거나, 카드를 성장시킬 재료를 모으게 됩니다.

일종의 매니지먼트 모드인 ‘킹 오브 더 링’도 결국은 카드 보상 때문에 플레이하는 모드입니다. 최소한 8강 내에만 들면 해당 티어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등급의 카드를 주기 때문에 참가할 목적이 확실하죠. 4강에 들면 아예 해당 티어의 카드를 줄 정도로 보상이 후합니다.

이런 카드 보상에서도 <WWE 슈퍼카드>가 가진 ‘최소한의 확률’을 보장해 주는 원칙이 잘 드러납니다. 시범 경기는 25장의 카드 판 중 최소 1장은 ‘레어’ 등급 이상의 카드가 나옵니다. 즉, 아무리 운이 나쁘고 승률이 0%라도 25게임을 진행하면 레어 카드 한 장은 무조건 얻을 수 있습니다.


정말 운이 나쁜 경우, 25장을 모두 뒤집어야 합니다. 그래도 25장 중 1장을 보장하는 게 어딘가요?
이런 확률 보장 덕분에 자기도 모르게 “한 판만 더!”를 외치게 됩니다. <WWE 슈퍼카드>의 주 콘텐츠인 시범 경기는 한 경기가 1분 내외로 끝나서 부담도 적고, 최소한의 카드 획득 확률을 보장해 주기 때문에 다음 보상을 계속 기대하게 되는 거죠.

더불어 시범 경기의 카드 보상은 티어가 올라가면서 티어에 맞춰 올라갑니다. ‘레어’ 카드를 최대한 성장시켜 덱을 구성하면 ‘슈퍼 레어’ 티어로 올라가고, 슈퍼 레어 티어부터는 슈퍼 레어 카드를 얻을 수 있는 식이거든요. 그래서 게임을 많이 할수록 더 좋은 카드를 얻고, 새로 성장시켜서 사용하는 순환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성장이라는 목표 하나로 꽤나 오랜 시간 동안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킹 오브 더 링 같은 콘텐츠도 티어에 맞는 보상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겼을 때의 보상이 확실합니다.


이렇게 살펴본 <WWE 슈퍼카드>은 공평한 조건에서 벌어지는 전략 싸움, 그리고 승률을 보장하면서도 긴장감을 놓치지 않은 디자인 덕분에 재미있게, 오래 즐길 수 있는 카드배틀 게임입니다. 더불어 레슬링 팬이라면 다들 알만한 언더테이커, 헐크 호건 같은 전설적인 선수들도 등장하니 더욱 매력적이죠. 게임 시간이 짧아서 틈틈이 즐기기에도 좋고요. 

단, 레슬링 팬이 아니라면 추천하지 않겠습니다. 척 봐도 땀내나는 레슬링 선수 카드라니, 제가 레슬링 팬이 아니라면 손도 대기 싫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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