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안정빈 기자) [쪽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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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3, 더 이상 뻔한 반복 플레이는 없다”

블리자드 알렉스 메이베리 수석 시스템 디자이너

“<디아블로 3: 영혼을 거두는 자>에서 정해진 구간만을 반복하는 일은 없다.” 블리자드에서 <디아블로 3>를 개발 중인 알렉스 메이베리 수석 시스템 디자이너의 이야기다.

<디아블로 3>가 확장팩 <영혼을 거두는 자>에서 대대적인 변화를 꾀한다. 새로운 직업 성전사는 물론 아이템과 시스템도 뜯어 고친다. 많은 부분이 변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반복적인 아이템 습득 과정의 변화’다.

효율이 좋은 한두 곳의 사냥터만 반복하는 플레이를 벗어나서 아예 반복을 위한 구간을 추가했고 보조속성을 통해 아이템의 다양화도 이뤄냈다. 지금이라도 퇴근 후에 플레이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콘텐츠를 준비했다는 알렉스 메이베리 수석 시스템 디자이너를 15일 오후 지스타 2013 현장에서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알렉스 메이베리 수석 시스템 디자이너


한 반복은 없다. 반복 그 자체에 재미를 줄 것


TIG> 지금까지 공개한 정보를 보면 아이템 시스템의 변화가 눈에 띈다. 궁극적으로 게임이 어떻게 바뀌기를 원하나?

일단 <디아블로 3>에 새로운 철학이 적용됐다. ‘적은 게 많은 것이다’라는 거다. <디아블로 3>에서는 아이템은 많이 떨어졌지만 주로 일반아이템 위주였고 전설 등급 아이템이나 좋은 옵션의 아이템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템의 양이 줄어든 대신 좋은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단순히 좋은 등급의 아이템이 나오는 수준이 아니라 캐릭터를 파악해서 캐릭터에 필요한 능력치가 붙은 아이템을 더 많이 제공하고, 다양한 보조속성을 통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까지 바꿔놓을 것이다. 게임 자체가 플레이어에게 더 관대해졌다고 보면 된다.


TIG> 보조속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좀 부탁한다.

말 그대로 아이템에 붙는 새로운 방식의 옵션이다. 내 마법사를 예로 들면 최근에 전설 마법봉을 얻었는데 이는 에너지폭발의 쿨타임을 0으로 만들어준다. 마나가 허용하는 한 난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다른 전설아이템은 체력구슬을 먹어 회복하는 대신 체력구슬이 폭발해서 적에게 큰 피해를 입힌다. 지금은 체력구슬을 더 많이 떨어지게 만드는 보조속성 아이템을 함께 장착한 상황이라 뭉쳐있는 적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화염피해를 100% 줄여주는 아이템도 얻었다. 그래서 지금의 플레이 방식은 적을 몰아서 공격을 견디며 체력구슬 폭발과 에너지 폭발로 적을 처치하는 탱킹 마법사다. 이 밖에도 운석낙하 쿨타임을 줄여주거나 히드라를 한 번에 두 마리씩 소환하는 보조속성의 아이템도 있다.


TIG> 아이템 분량도 꽤 늘어날 것 같은데?

정확히는 나도 모른다. 일단 전설아이템만 해도 최소 100개 이상 늘어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보조 속성들을 통해서 게임을 다채롭게 만들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TIG> 네팔렘의 차원 균열처럼 새로운 시스템도 넣었다.

과거 <디아블로 3>의 문제가 게임이 직선으로만 진행된다는 점이었다. 게임을 다시 하는 게 유일한 콘텐츠가 되고 그럼 당연히 아이템을 얻기 가장 효율적인 곳을 반복해서 사냥하게 된다. 결국 전체 지역 중 1~2곳만 지겹게 반복한다. 

그래서 <영혼을 거두는 자>에서는 이런 반복을 인정하고 모든 스토리에서 벗어나서 아예 재미있는 반복을 할 수 있는 대규모 콘텐츠를 집어 넣었다. 그게 네팔렘의 차원 균열이다. 이곳에서는 일직선으로 된 무작위 던전을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보는 방식의 플레이를 진행한다. 무작위 지형에서 무작위 적이 무작위로 쏟아진다. 정말 거대한 아이템 파밍 장소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디아블로 3> 론칭 이후 이렇게까지 재미난 콘텐츠를 경험한 적이 없다. 나도 당장 퇴근 후에 이걸 하고 싶을 정도다. 그 정도로 추천해주고 싶다. 


TIG> 뭔가 MMORPG스러운 엔드 콘텐츠 같다.

MMORPG는 매시브의 약자인데 이건 MMORPG는 아니다.(웃음) <디아블로 3>에서 유저들이 가진 가장 많은 불만은 할 게 더 필요하다, 스토리를 반복하는 게 지겹다는 질문이었다. 그런데 <디아블로> 특유의 무작위성을 가지면서 할 때마다 새로운 재미를 주는 건 쉽지 않았다. 

모든 맵은 스토리를 전달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었고, 플레이어도 스토리의 중요한 축을 맡는 인물인 만큼 확장된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무한히 넓게 만들어야 하는 스토리 이후의 콘텐츠와 스토리에 모든 것이 구속돼 있는 <디아블로 3>의 설정은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결국은 틀을 깨기로 결정했다. 계속해서 스토리를 전달하기보다는 그냥 우리가 가진 콘텐츠를 갖고 재미있게만 구성해보자는 생각이다. 덕분에 게임의 볼륨은 말도 안 되게 커졌다.




트5는 기존 액트의 1.5배 이상 분량


TIG> 확장팩에서 등장하는 곳이 액트 5 하나인데. 콘텐츠가 많다는 건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추가되는 건 액트 5 하나지만 굉장히 볼륨이 크다. 과거의 다른 액트에 비해 1.5배 이상의 볼륨이다. 여기에 네팔렘의 차원균열 등 모험모드가 추가된다. 

네팔렘의 차원균열은 1~5막까지의 모든 지형을 빨아들인 콘텐츠라서 볼륨을 크게 만들어준다.  정해진 구간을 반복을 하는 게 아니라. 할 때마다 새로운 모드가 추가된 만큼 스토리가 짧다고 볼륨이 적다는 생각이 들진 않을 거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볼륨의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거다.


TIG> 경매장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아쉽지 않던가? 

내부적으로 경매장을 삭제하자는 건 거의 모든 개발자들이 동의했다. 어떤 개발자는 이 결정을 정말 좋아했다. 경매장은 일종의 실험이었는데 좀 더 안전한 아이템 거래 환경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도했다. 

거래환경은 제대로 갖췄는데 플레이어가 경매장을 통해서 아이템만 얻기 때문에 정작 게임을 플레이 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지 않는 문제가 있더라. 




TIG> PVP에 관련된 콘텐츠는 거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우리도 플레이어만큼이나 PVP를 원한다. 하지만 <디아블로 3>는 무작위성에 기반을 둔 아이템 위주의 게임이다. 아이템을 통해서 플레이어가 적을 가뿐히 뛰어 넘는 오버파워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게 게임의 핵심인데 그런 PVE의 플레이를 PVP에 적용하면 게임의 생태계가 파괴된다. 

그래서 이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고 있는 중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우리도 PVP를 만들기를 크게 원한다. 근데 PVP를 만들더라도 재미가 없고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면 실망하게 될 거다. 

이번 확장팩에서는 전리품에 먼저 초점을 맞췄지만 PVP 개선도 연구 중이다. 만들긴 할 건데 잘 만들면 낼 거라고 생각해 달라. 절대로. 우리도 잊지 않고 있다.


TIG> 성전사의 추가는 좀 의외였다. 많은 멋진 직업들을 놔두고.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캐릭터를 원했다면 야만용사와 수도사가 있었으니까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주문을 사용하는 마법사도 이미 있고. 그래서 차별성을 주고 싶어서 개발하다 보니 성전사가 나오게 됐다. 

사실 성전사는 지금도 개발이 진행 중인 캐릭터다. 피드백을 모아서 개발하는 만큼 완성된 성전사는 조금 더 다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기사 같은 콘셉트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왜 성전사를 택했냐는 가장 단순한 답변은 성전사는 우리가 갖고 있는 캐릭터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게 우리가 확장팩을 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디아블로 3>의 재미는 야근과 과로, 노하우의 결실


TIG> <디아블로> 이후로 핵앤슬래시 게임이 정말 많이 나온다. 그 중에서 <디아블로>가 꾸준히 인기를 끌 수 있는 비결이라면? 

나는 게임을 굉장히 오랜 기간에 걸쳐 만든 경험을 갖고 있다. 20년 가까이 게임을 개발해 왔다. 하지만 <디아블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포함해서 지금까지 내가 작업한 게임 중 가장 어렵고 힘든 게임에 속한다.

블리자드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고 핵앤슬래시 장르를 제대로 정립한 제작사이기 때문에 이런 노하우를 통해서 <디아블로>를 최정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한다. 플레이는 쉽지만 개발은 정말 어려운 게임이다.

예를 들면 레고블록으로 스타워즈의 데스스타를 만드는 것과 같다. 만들고 난 결과물만 보면 쉬워 보이지만 그걸 직접 하려고 한다면...


TIG> 어떤 점에서 개발이 그렇게 어렵나?

왜냐면 이건 랜덤이니까. 등장하는 괴물도 랜덤이고, 아이템도 랜덤이고. 유저는 1명에서 4명까지고. 무작위 이벤트도 있다. 복잡할 수밖에 없지. 이런 게임을 테스트한다는 것 자체도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4년째 개발 중인데 지금도 게임을 할 때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경혐 하는 경우가 많다.


TIG> 그럼 그걸 어떻게 해결하나?

많은 노동으로? 정말 많은 업무량(웃음)?  결국은 수많은 야근과 테스트다. 베타테스트를 통해서 가능하면 많은 사람을 유입시키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핵앤슬래시 게임을 만드는 게 이렇게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이 만큼 재미있는 게임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TIG> 개인적으로 무언가 만들어 보고 싶은 게임이 있다면?

콘솔 버전이 나오게 되면서 그런 부분에 많이 자극을 받았다. 단순히 콘솔 버전만이 아니라 더 많은 플랫폼에서 게임을 플레이하게 하는 게 개인적인 목표다. <디아블로 2>는 내가 게임업계 오기 전부터 좋아하던 게임인데 이런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으로 즐길 수 있게 하는 게 내 목표다.


TIG> 끝으로 한국 유저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한국에 처음 온다. 지스타도 그렇고. 한국 플레이어들에게 고맙다. 평소에 일에만 집중하는데 오길 잘한 것 같다. 유저들 열정에 기분이 좋아지고 보람도 느꼈고 팀에도 이 보람을 전달하고 싶다. 우리의 일이 얼마나 많은 유저들에게 영향을 주는지를 꼭 전하고 싶다. 여기서 와보니까 우리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지 다시 한 번 알 수 있게 됐다.


입장 시작 전.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디아블로 3: 영혼을 거두는 자>의 체험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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