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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자수첩] 유황숙, 소는 잃어도 외양간은 고친다!

유비소프트는 <고스트 리콘 브레이크포인트>로 잃은 민심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박성현(체리폭탄) 2020-07-17 14:59:38
처음부터 외양간을 잘 짓지… 늦게라도 외양간을 잘 고쳐주니 다행입니다. 

가망 없어 보였던 <고스트 리콘 브레이크포인트>가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게임 발매 이후에도 지원을 포기하지 않는 유비소프트에 호감이 생길 정돕니다. 눈에 콩깍지가 씌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발매 후 지원을 약속해 놓고 손놓은 개발사보다 100배 더 나으니까요. 


2019년 10월 4일 발매된 <고스트 리콘 브레이크포인트>(이하 <브레이크포인트>)는 ‘유비소프트 역사상 최악의 게임’이었습니다. 발매 전 자랑했던 <브레이크포인트>만의 매력은 밋밋했고, <고스트 리콘> 시리즈의 개성도 찾아보기 힘들었죠. 대신 기존 유비소프트 오픈월드 게임에서 잘 먹혔던 요소로 가득했습니다.

광활하고 다채로운 자연환경을 강조했지만 레벨 디자인에 개성이 없었습니다. 콘셉트로 내세운 처절한 생존과 고독한 사투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RPG 시스템 도입과 멀티플레이 콘텐츠를 권장하는 순간, <브레이크포인트>의 콘셉트는 이도 저도 아니게 돼버렸죠. 적대적 환경과 가혹한 전장이 아닌 빈약한 장비와 레벨에서 처절함을 느꼈습니다. 시나리오와 연출로 고독함을 강조하지만, 게임 콘텐츠는 타 플레이어와 협력과 교류를 강요했습니다. 결국 장비와 레벨 때문에 처절하고, 멀티를 같이 할 사람이 없어 고독한 게임이 되고 말았죠.

‘유황숙’의 명성에 크게 금이 갔습니다. <브레이크포인트> 실적 부진은 <와치독스:리전> 발매 일정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대형 개발사라면 한 번쯤 겪고 지나갈 과오로 치부할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유비소프트 오픈월드 게임에서 잘 먹혔던 요소만 들고 와 만든 결과물이 바로 <브레이크포인트>였습니다. 그런 게임이 실패했습니다.

콘셉트와 장르가 다른 게임인데, <파 크라이 3>나 <어쌔신크리드: 오디세이>가 주는 플레이 경험에서 달라진 점이 없었습니다. 쓸데없이 넓은 레벨디자인과 맵 곳곳의 전초기지, RPG 시스템과 장비 수집 방법은 유비소프트의 다른 오픈월드 게임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브레이크포인트>만의 개성 없이 ‘유비소프트식 오픈월드의 집합체’만 남아버린 셈이었죠. ‘유비소프트식 오픈월드’의 문제점을 비판할 때 두고두고 회자될 게임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멋진 외양간을 기대하고 몰려온 소들도 떠났고 외양간은 허름한 모습으로 조롱만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유비소프트는 외양간을 고치기로 합니다. 남은 소들이라도 챙기자는 심정인지, 조롱받는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10개월 전과 지금의 <브레이크포인트>를 비교하면 같은 게임이 맞는지 놀랍기만 합니다. ‘꽤 성과를 냈다’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다른 게임으로 환골탈태했으니까요.



지난 10 개월 <브레이크포인트>는 두 차례 큰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먼저 <브레이크포인트>만의 매력과 콘셉트를 되살렸고, 이후 <고스트 리콘> 시리즈의 특징과 콘텐츠를 복구했죠. 편의를 위해 ‘브레이크포인트’와 ‘고스트 리콘’으로 나눠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브레이크포인트’를 되살려낸 시기는 2020년 3월입니다. ‘브레이크포인트’는 임무 수행이 불가능한 더는 싸울 수 없는 시점이라는 뜻을 가집니다. 처절하고 가혹하며 고독한 게임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게임구성을 통째로 바꿀 필요가 있었습니다. RPG 시스템을 없애고, 전투 시스템도 바꾸고, 멀티플레이도 줄여야 했죠.

이를 위해 유비소프트는 ‘고스트 경험 모드’를 추가했습니다. 이 모드는 더 잔인하고 불편한 플레이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부상은 더 잦은 빈도로 발생하며 회복 수단은 제한적입니다. 생존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둔 콘텐츠를 써야 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RPG 시스템을 없앤 대신, 탄약과 운반 가능한 무기 개수 등에 큰 제약이 생겨 전투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레벨과 장비 차이로 승리를 쉽게 거머쥐는 상황이 사라졌습니다. 전략적인 플레이로 전투를 풀어갈 수 있게 됐습니다. ‘고스트 경험 모드’를 통해 게이머가 기대해왔고 개발자가 선언해왔던 게임 이름에 걸맞은 차별적 경험을 드디어 제공한 거죠.


2020년 7월에는 ‘고스트 리콘’ 부분까지 업데이트됐습니다. <고스트 리콘> 시리즈의 시그니처 시스템인 AI 동료 기능이 추가된 거죠. AI 동료에게 명령을 내려 불가능한 임무를 해결하는 과정은 이 시리즈만의 특별한 플레이 경험이었습니다. AI 동료는 <고스트 리콘> 개발자들이 늘 강조해왔고, 이 시리즈가 택티컬 슈터 장르로 명성을 쌓게 해준 시스템이었죠.

당혹스럽게도 <브레이크포인트>는 7월 업데이트 전까지 AI 동료가 없었습니다. <고스트 리콘> 시리즈의 이름을 붙이고 나왔지만, ‘고스트 리콘’이라고 부르기에는 나사가 하나 빠진 느낌이었죠. 하지만 7월 15일 자로 AI 동료를 부활시키며 <고스트 리콘> 시리즈로 불려도 될 정통성을 얻었습니다. 


<브레이크포인트>는 ‘유비소프트 역사상 최악의 게임’으로 불리며 유비소프트 명성에 먹칠한 작품입니다. 이제는 ‘유비소프트에게 따끔한 교훈을 준 게임’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흔한 유비소프트식 오픈월드에서 <브레이크포인트>가 되기까지 1년 가까이 걸렸습니다. 이 기간 동안 <브레이크포인트>가 준 성장통은 적지 않았을 듯합니다. 유비소프트가 성장통을 잘 극복하고 <와치독스: 리전>과 <어쌔신크리드 발할라>를 통해 다시 ‘유황숙’으로 불릴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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