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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게임잡상] 엔씨소프트의 NFT와 자체코인, 그리고 현금거래

엔씨소프트의 NFT 접목은 아이템의 개인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일까?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정우철(음마교주) 2021-11-12 12:34:12

11월 11일,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반등했습니다. 반등의 이유는 실적이 아닙니다. 마치 마법의 단어, 지금 게임계의 치트 코드와 같은 NFT 때문입니다.

 

 엔씨소프트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55%, 전분기 대비 15% 감소로 실적 악화입니다. 여기에 <리니지 W>는 나름 선전하고 있지만, <트릭스터 M>(구글 매출 60위)은 사실상 실패로, <블레이드 & 소울 2>(구글 매출 5위)은 실적에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하는 상황입니다.

 

특히 올해, 내년 상반기까지 실적을 추가할 신작도 없는 상태라 주가 반등은 실제 불가능하다는 것이 여러 전문가들의 견해였습니다. 반전을 이룬 건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대체불가 코인인 NFT를 접목시킨 MMORPG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 하나였고요.

 

즉 NFT를 적용한 MMORPG를 준비 중이며 이를 내년에 발표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주가는 급등하고 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깜짝 놀랄 만한 이슈입니다. 엔씨소프트가 NFT를 한다고?라는 상황의 변화 때문입니다. 정확하게는 NFT를 게임에 적용한다고?입니다. 엔씨소프트도  팬덤 플랫폼인 엔시 유니버스에서 NFT 굿즈를 선보인바 있어 NFT 사업 자체가 뜬금포는 아닙니다. 

 

어쨌든 흔히 쌀먹이라 말하는 P2E(Play to Earn)을 NFT로 적용한 엔씨소프트의 MMORPG라는 기대감 하나에 주가는 거의 30%가 올랐습니다. 엔씨+P2E+NFT+MMORPG라는 그야말로 무적 치트키가 한꺼번에 발효된 효과가 발생한 것이죠.

 

3분기 실적발표 후 반등한 엔씨소프트 주가 (출처: 네이버 금융)

 



 

실적 발표에서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 재무책임자(CFO)는 “NFT, 블록체인과 게임의 결합이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다고 믿고, 그렇게 준비하고 있다”며 “내부 태스크포스(TF) 만들어서 NFT, 블록체인 적용을 준비해왔고, 현재 준비 중”이라고 말합니다.

 

솔직히 과거부터 우스개 소리로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 그리고 가상 화폐 초기부터 진정한 가상화폐는 <리니지>의 아데나가 원조라는 농담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현금거래 사이트에서 대체 불가한 게임머니이자, 현금처럼 통용되는 가치와 온갖 현금거래 사이트에서 시세에 따라서 변동되고 유지되는 환율 적용. 그리고 계속해서 플레이 시간에 비례하는 누적량 등. 여기에 아이템 현금거래 등을 포함하면 <리니지>의 세계는 또 다른 현실세계에서의 통화시장이 만들어진 그 자체라고 볼 정도였고요.

 

이런 현금거래 시장은 매우 커졌고 한 때 사이버 머니 거래시장은 엔씨소프트 매출 규모를 뛰어넘는 시절도 있었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전체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 시장의 규모는 1조 5천억 원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잡설이 좀 길었는데요. 엔씨소프트의 NFT 접근과 자체코인 여부의 발표는 좀 의미심장합니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는 접근 대신 차단을 했던 입장이 이제 좀 반전되는 모양새라서 말이죠.

 

 

아데나는 좋은 거래수단이지만, 실제로 엔씨는 다이아라는 새로운 화폐 개념을 통해 현금거래의 주도권을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의 아데나와 아이템에 대해서 이는 자기들의 자산이고 디지털 코드에 불과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유저들에게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하는 것일 뿐 소유권을 넘긴 게 아니라는 것이죠.

 

어쩌면 당연한 말입니다. 소유권을 넘긴다는 말은 개인에게 권리를 양도한다는 것이고, 여기에 가치가 붙을 경우 개인 재산 또는 자산이 되어버립니다. 이게 인정되면 골치 아픈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갑작스러운 서버 다운이나 백섭으로 얻은 아이템이 사라지거나, 콘텐츠 업데이트나 패치 등으로 상위 아이템이 나와서 현재 가지고 있는 아이템의 가치가 하락할 경우 개인 재산의 손실을 입힌 모양새가 되니까요. 심지어 게임 서비스를 종료한다면 이는 개인 재산을 몰수하는 행위가 되어버립니다. 당연히 유저들의 입장에서는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밖에 없죠. 

 

엔씨소프트는 이런저런 이유로 게임 콘텐츠의 개인 소유를 인정하지 않았고 위와 같은 일에서 나름 자유롭게 서비스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별개로 유저들은 자기들이 시간을 투자해서 얻은 아이템과 게임머니는 자기의 소유라는 인식이 매우 강했고요. 그래서 스스로 가치를 부여해 현금으로 거래를 하게 된 거고요.

 

 

<리니지M> 약관에 명시된 현금거래에 대한 제재 기준표

이제 엔씨소프트의 NFT 발언을 되돌아볼 시간입니다. 게임에서 NFT는 P2E와 연계됩니다. 시장에서는 ‘돈 버는 게임’이라는 해석이 따라붙고요. 다시 말해 유저들이 획득한 게임머니 혹은 아이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해당 물품을 현금화 시킬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엔씨소프트가 표명하던 게임 내 자산에 대한 입장과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이죠. 그런데 이제 엔씨소프트는 이를 접목한 게임을 준비 중이라는 겁니다. 확대해석일 수는 있겠지만 이제 게임 내 자산에 대한 유저들의 소유권을 인정하겠다는 말로 들립니다.

 

그리고 자체 코인으로 이를 적용한다는 말은 이에 대한 통제권을 엔씨소프트가 직접 행사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과거 현금거래 사이트의 등장과 여기서 나오는 이익은 말 그대로 게임의 부산물이었습니다. 개발사의 개입 없이 유저들간의 가치판단과 거래, 그 사이에서 중개를 하는 현금거래 사이트의 등장에서 개발사는 반대하는 입장이었죠. 

 

이제는 개발사가 적극 개입해서 시스템으로 만들겠다는 입장으로 들립니다. 게임의 개발과 서비스는 엔씨소프트가 하는데 실제 더 큰 이익은 현금거래 시장에서 나오고 있었으니까요. 만약 이 이익을 엔씨소프트가 가져갈 수 있다면 그리고 이를 문제없이 통제할 수 있다면 더 빠르게 진행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과거 아데나와 아이템, 캐릭터 계정 판매가 확률형 아이템과 다이아 구매라는 BM을 통해서 엔씨소프트가 통제하고 이를 통한 이득을 고스란히 가져올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죠. NFT라는 것을 통해 엔씨가 통제, 또는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 것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NFT가 개발사가 보증하는 디지털 원본의 인증서라는 개념을 적용하면 여전히 해당 아이템의 소유권은 엔씨소프트가 가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올 수 있습니다. 엔씨소프트 입장에서는 유리한 해석입니다. 골프나 헬스장의 회원권같이 운동기구나 땅은  회사의 것지만 회원권 양도는 인정한다는 것처럼요.

 


 

 

좀 과장된 비유이지만 NFT 집행검이 등장한다 칩시다. 서버에서 유일하게 원본으로 인정하는 집행검인 셈이죠. 아이템 복사가 발생한다 치더라도 안전합니다. NFT 집행검 하나만 빼고 모두 회수 처리하면 되니까요. 

 

NFT는 사용자 사이의 가치를 정하고 이를 거래한다고 합니다.  즉 밸런스 패치를 해도 유저들이 서로 가치를 인정하면 이론적으로는 가치 변동이 없습니다. 극단적인 경우 게임 서비스를 종료하면 NFT 집행검의 데이터는 사라지죠. 하지만 NFT는 남습니다. 유저들끼리 이 사라진 'NFT 집행검'의 'NFT 가치'를 인정하면 또 이게 거래가 됩니다. 다시 말해 상품의 가치는 시장이 평가하고 거래하는 것

 

음. 이 과정에서 엔씨가 시스템 적으로 개입을 할지 안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자체 코인을 준비할 수도 있다는 것은 자체 거래소도 준비하겠다는 입장으로 이해됩니다. 엔씨 코인으로 거래하면 수수료도 먹을 수 있고...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엔씨소프트가 정말로 NFT 게임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실적 발표에서의 립서비스이자 주가 반등을 위한 마법의 치트키를 사용한 것인지라는 겁니다. 솔직히 NFT를 들고 나온 게임 개발사의 주가가 오르기는 했어도 엔씨소프트만큼의 증가는 없었으니까요.

 

 

게다가 실적은 반토막인데 NFT 하나로 이런 결과 값이 나오는건 비정상이라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러다 떠올렸습니다. 엔씨소프트가 NFT를 하니까 그러는 걸 수도 있겠다 싶은 겁니다.

 

지금 게임 아이템 중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엔씨소프트입니다. 그리고 가장 안정적으로 오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게 한 것도 엔씨소프트입니다. 사람들은 엔씨소프트의 게임이 잘 굴러만 가면 가치 있는 아이템이 만들어지고, 서비스 종료 걱정 없이 그 가치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이 반영된 것 아닐까 합니다. 부가적으로 계정 압류의 걱정 없이 말이죠.

 

그리고 이를 엔씨소프트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자체 코인과 자체 거래소를 운영한다면? 그 시너지나 파급효과는 여타 게임들과는 급이 다른 파급력을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사람들은 NFT의 미래나 가치를 보고 엔씨소프트에 투자한 것이 아니라 NFT를 통해 만들어질 현금거래 시장에 뛰어드는 엔씨소프트의 수익과 실적에 대한 평가를 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NFT 발표후 급등하고 하루 지난 11월 12일 엔씨소프트 주가는 다시 하락 (출처: 네이버 금융)

그런데 NFT 게임이나, 게임에서 얻은 NFT나 가상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것은 최소한 국내법상 위법 사항입니다. 사행성 게임 조항에 딱 걸립니다. 물론 해외에서는 문제없는 일입니다. 다만 얼마 남지 않은 2022년의 도래. 그 사이에 뭔가를 해볼 수 있다는 선언. 

 

하지만 국내 시장 중심으로 실적을 보이던, 이제야 글로벌 시장에 나선 엔씨소프트가 NFT 게임을 만들고 그 판에 뛰어들어 뭔가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런 급발진... 하지만 준비도 안된 시장과 법의 체계. 과연 위에서 말한 내용이 이뤄지길 할까요?

 

또다시 만약에... 입니다만, 국내법이 게임에서 NFT를 허용하고 NFT 거래를 인정하게 된다면 엔씨소프트의 이런 계획은 실적으로만 따지면 정말 미래를 내다 본, 바둑판에서 대마를 잡는 결정일 수도 있습니다. 

 

게임잡상이라는 코너로 만약에? 혹시? 이런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아니면 풀기 힘든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걱정이 됩니다. 게임이 재미가 있고 즐겁기 때문에 인기를 얻고 사람이 몰리는 게 아닌 돈을 벌 수 있다고 인기가 생기면 과연 게임이란 무엇이라 말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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