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게임을 성공시키는 첫 단계는 ‘좋은 게임’을 찾아, 잡는 것입니다. ‘소싱’이 무척 중요하죠. 하지만 야구선수가 그렇듯, 성공적인 게임은 ‘스카우터’만 뛰어나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코치’들이 잘 키워내야죠. 귤이 회수를 건너 탱자가 돼버리듯, 슈퍼 루키도 프로에서는 ‘구멍’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반대로, 좋은 코치를 만나면 신고선수로 들어와 타격왕에 오를 수도 있죠. 두산의 김현수처럼요.
텐센트의 ‘코치’ 스티브 마 부사장을 만났습니다. 그는 텐센트 게임사업의 운영과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죠. <던전앤파이터> 같은 유망주는 MVP급으로 키워냈고, 무명 선수였던 <크로스파이어>를 당당히 신인왕에 올려놓은 장본인입니다. 실제 ‘필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 <펀치몬스터> 알파테스터 모집 이야기는, 중국 시장의 크기와 QQ 메신저의 위력을 새삼 느끼게 해줬습니다. TIG 독자들도 중국 게임 시장에 대해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선전(중국)=디스이즈게임 임상훈 기자
[특집①] 텐센트가 게임을 보는 눈 - 소싱&투자 [보기]
[특집②] 텐센트가 게임을 다듬는 손 - 운영&마케팅
[특집③] 텐센트가 걸어가고 있는 길 - 전망 [보기]
■ 한국과 중국, 게임을 보는 다른 눈: 취미 VS 시간 때우기
TIG> 운영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한국 게임과 중국 게임의 장점은.
각자 특색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게임은 MMORPG의 시스템 디자인이 잘 되어 있다. 아이템 시스템, 이벤트 활용, 커뮤니티 관련해서는 중국 기획력이 더 좋은 것 같다. 중국은 유저수가 한국보다 훨씬 많아서 그런 유저들을 상대하면서 기획력이 성숙해지고 있다. 한국은 그래픽이나 전체적인 퀄리티가 뛰어나다. 특히 액션성은 한국 게임이 훨씬 앞서가고 있다. 따라서 격투나 조작성을 강조하는 게임은 한국이 나은 것 같다.
TIG> 중국 게이머들의 성향은 한국 게임 게이머들과 많이 다른가. 다르다면, 어떤 점이 다른가.
차이가 무척 크다. 내가 알기로는, 한국 게임 유저들은 일반적으로 게임 숙련도가 높은 것 같다. 한국 게이머들은 전통 게이머에 가깝다. 반면 중국 게이머들은 텔레비전처럼 게임을 오락으로 하는 경향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참조: 짝퉁, 카피 그리고 산자이 1 {more})
TIG> 작품과 상품 차이로 이해하면 되나.
이렇게 이야기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한국 게이머들이 게임을 취미생활의 하나로 생각하는 반면, 중국 게이머들은 노는 것, 가라오케나 TV처럼 그냥 노는 것의 하나로 여긴다. 중국 게임시장이 작았을 당시 게이머들은 한국과 비슷하게 게임을 좋아해서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게임 시장이 많이 커져서, 게임을 하는 이유는 그냥 시간 때우기다. 그냥 놀려고 한다.
TIG> 그렇게 다른 환경에서 만들어진 한국 게임을 중국에서 서비스할 때 가장 중시하는 요소는.
1차적으로는 소싱할 게임을 선택하는 것부터가 가장 중요하다. 이때 그 게임의 핵심 모드가 중국 게이머에게 적합한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소싱이 가능하다.
이후 한국 게임을 가져와서 현지화(로컬라이제이션)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현지화에는 여러 부분이 있는데, 그 중 먼저 ‘유저 편리성’과 관련된 면을 많이 바꾼다.
한국 게이머들은 하드코어 층이 많아서, 게임 시스템이 많이 복잡해도 공부하면서 하는 것 같다. 취미니까 공부하는 과정 속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중국 게이머는 캐주얼하게 노는 것이어서, 복잡한 게임 시스템을 싫어하고, 편리한 시스템을 선호한다.
현지화 관련 두 번째 부분은 ‘콘텐츠의 규모’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게이머들은 게임 콘텐츠의 양이 적어도 질이 좋으면 계속 즐기는 것 같은데, 대부분 중국 게이머들은 품질이 별로 좋지 않아도 일단 양은 많아야 한다. 양이 많아야 게임을 하는 지속성이 유지되고, 계속 하는 동력이 된다. 업데이트를 무척 자주 해야 한다.
■ 현지화 성공의 요령: 유저의 목소리와 데이터
TIG> 중국 유저들의 성향에 맞춰 로컬라이제이션에 굉장히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그 범위가 어느 정도나 되나.
현지화라면, 굉장히 깊게 한다. 아까 말한 것처럼, 유저 편리성과 콘텐츠의 양 두 가지 외에도 UI(유저 인터페이스) 쪽도 많이 바꾸어야 하고, 그래픽 스타일도 중국 유저들이 좋아하지 않다면 조금 바꾸는 경우도 있다.
바꾸는 것은 다 유저 조사를 통해 진행한다. 클라이언트 크기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인터넷 환경이 좋아서 한국 개발사들은 별로 신경 안 쓰지만, 중국에서는 신경을 많이 쓴다. 예를 들면 300MB 이하, 1GB, 2GB에 따라 다운로드 성공률이 달라진다. 크기가 크면, 내용을 잘라서 일부만 내놓는 경우가 있다.
아까 이야기한 것은 주로 콘텐츠 쪽인데 거기에 덧붙여, 기술적으로 바꿔야 하는 부분이 많다. 많은 한국 게임들은 네트워크가 좋아서 P2P 형식으로 하는데, 중국에서는 P2P는 거의 어렵다. P2P를 서버-클라이언트 구조로 바꿔야 한다.
보안 쪽도 중국이 훨씬 환경이 열악해서 보안 솔루션도 제공한다. 서버 점검이나 보안 관련 솔루션도 적용해야 한다. 한국 시장이 중국보다는 게이머 수가 적어서 게임을 디자인 할 때도 최고 동시접속자수를 몇 10만으로 하는데, 중국은 많으면 100만, 200만 되어서, 한국보다 동시접속자 수가 10배 많을 때를 염두에 두고 DB를 짜거나, 서버 부하 처리하는 부분을 기술적으로 보완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건 현지화의 일부분만 이야기한 것이고, 사실은 훨~씬 많이 있다(웃음).
TIG> 현지화를 진행할 때 가장 힘든 부분은.
사실 한국 개발사와 커뮤니케이션할 때 의견 차이가 많고, 여러 가지 어려움을 많이 겪기도 했다. 한국 쪽 파트너가 기술자이다 보니, 객관성이나 로직(논리)을 중시한다. 그래서 한국 개발사를 설득하기 위해 중국 유저의 목소리를 들려줬다. 유저들을 모집해서, 유저들이 게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조사해서 그것을 전달했다.
TIG> 그렇게 하면 설득이 잘 되나.
설득이 잘 되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게임을 분석할 수 있는 통계 시스템이 있어서 시스템으로부터 나오는 데이터도 있는데, 이 부분도 설득력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TIG> 로컬라이제이션 처리 절차나 별도의 프레임이 있는지.
내부적으로는 프레임이 있는데, 실제로 게임 현지화에 들어갈 때는 그 프레임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게임마다 사정이 다르고, 개발사들의 개발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프레임에 맞출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계약할 때 협력사 선정 시부터 어느 정도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개발사를 선정한다. 설득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이렇게 수정해야 한다고 강요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설득력 있게 중국 유저들이 생각하는 방향을 알려주고, 상대방이 일하기 쉽게 도와줄 뿐이다.
TIG> 운영 관련 인원은 어떻게 되나.
서비스는 9~10개 정도 있고. 게임사업부 총 1,400명 정도 된고, 그 중에 800명이 개발 관련 종사한다. 600명이 게임 지원 쪽 업무를 본다.
TIG> 한국 개발사에서는 텐센트가 보안 능력이 좋다고 하는데, 보안 관련 인원 규모나 특징은.
보안 쪽은 기술팀이 40명 정도 되고, 지원팀 합치면 50~60명 정도 될 것 같다. 보안 관련해서 핵심기술을 가지고 있고, ‘tenprotec’이라는 보안 프로그램을 개발해 <던전앤파이터>나 <크로스파이어>에 적용했다.
방금 이야기한 것은 능동적인 방어고, 법무팀에서 해킹하는 사람들을 법률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2009년에 이미 세 차례에 소송을 통해 해킹팀이 형벌을 받게 했다. 또 고객 서비스 쪽에서도 게임 데이터를 분석해 해킹을 많이 잡고 있다. 단순히 보안 관련 인원 문제보다 전사적인 보안 시스템이라고 보아야 한다.
TIG> 한국어 통역 관련 인원은.
한 스무 명 정도 될 것 같다.
■ 중국 시장에 들어가기 전에: 기본기, 중국에 대한 이해, 오픈 마인드
TIG> 한국 게임 서비스와 관련해서 기억나는 즐거운 일이나, 황당한 일은.
가장 기뻤던 기억은 한국 게임이 중국에서 최고동접자수 기록을 계속 경신하며, 중국 게임 역사를 새롭게 만들고 있는데, 그것을 우리가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감동했던 경우가 두 번 있었다. 한번은 우리가 <크로스파이어> OBT를 준비할 때 한국 개발사 분들 초청해서 같이 일하는 때였다. 10여 명이 여기서 한달 넘게 있으면서 라면과 피자를 먹으면서 야근하며 고생했던 것을 보면서 정말 감동을 받았다.
두 번째는 <던전앤파이터>가 성공한 후, 중국 개발자들의 포럼을 구경하러 갔던 때다. 거기 나온 개발자들이 <던전앤파이터>의 성공을 보면서, “우리도 희망이 있다.”고 말했던 것을 들었다.
그 전에는 게임 개발자들이 다른 게임 시스템을 거의 복사해서, 그래픽만 조금 좋게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던전앤파이터>의 성공을 보면서, 핵심 게임 모드를 잘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던전앤파이터>가 그런 희망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네오플은 <던전앤파이터>의 동시접속자 100만명 기록 이후, 텐센트의 초청으로 중국의 휴양지로 유명한 하이난 섬으로 공동 MT를 갔습니다. 그때 네오플 측에서 그 답례 차원에서 "200만 찍으면 제주도에 초청하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현재 제주도 행 일정이 잡혔다고 하네요. 이 추세라면, 언젠가 하와이에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크로스파이어>도 동접 150만 명을 기념해서 중국 팀을 제주도로 초청했다고 합니다.)
TIG> 중국 서비스를 준비 중인 한국 회사들이 신경을 더 써야 할 부분 세 가지를 꼽는다면.
먼저, 중국과 한국 게임시장의 단계가 아주 다르다. 한국은 이미 어느 정도 안정성을 찾았고, 거의 발전이 다 된 시장이고, 중국은 고속 성장하고 있는 곳이다. 한국 개발사들은 세부화된 게임을 많이 만들고, 유니크한 시스템을 많이 도입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집중적으로 타깃 유저층을 대상으로 한 게임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게임이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그 유니크 시스템만 중요한 게 아니고, 기초적인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의 환경은 중국과 무척 다르다. 중국 시장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고, 중국 퍼블리셔와 초기부터 많이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다. 한국 개발사들은 중국 게임환경의 복잡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특히 보안 문제, 해킹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은 해킹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데, 자국의 ‘엔프로텍트’ 등을 너무 과신하는 듯하다. 사실 엔프로텍트 같은 보안 시스템은 중국에서 쉽게 뚫린다.
마지막으로, 한국 개발사들이 조금 더 오픈 마인드를 가졌으면 좋겠다. 초기부터 중국 쪽 퍼블리셔와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기획, 시스템 쪽에서 더 많이 논의했으면 좋겠다. 다 만든 뒤에 중국 시장에 안 맞으면 난감하다. 중복적인 수정을 해야 한다.
TIG> 한국 게임의 중국어 제목은 어떻게 정하나.
사실 <던전앤파이터>도 그렇고, <크로스파이어>도 그렇고, 직역을 하고 있다. 보통은 우선 사내 공모를 해서 직역 등 10여 개를 정한 뒤, 유저 조사를 해서 최종 제목을 결정한다.
TIG> 게임머니 규제와 관련된 발표가 나온 후의 변화는?
요즘 관련 정책이 나오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국가 정책에 따라서 진행할 예정이다. 사실 이런 정책이 부정적인 정책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계정도용이나 골드파밍(작업장) 등을 막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기 때문이다.
TIG> 텐센트 마케팅에서 다른 퍼블리셔와의 차별점은?
중국 퍼블리셔들은 대개 OBT나 상용화 때 강도 있게 광고 등을 투입해서 히트작을 만들려는 경향이 많다. 텐센트는 집중적인 마케팅을 하긴 하지만, 그 외에도 게임을 내놓기 전에 유저 타깃층을 내부 인터넷 메신저(QQ) 시스템 등을 통해 정확하게 파악한다. 타깃 유저들이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 무슨 직업인지, 어느 지역인지 등을 파악하는 것을 중시해 타깃 마케팅을 하려고 노력한다.
게임이 나온 이후에는 유저들의 관계에 주목한다. 게임을 계속 하는 이유로 광고는 약 15%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친구나 커뮤니티 때문에 계속하는 비율은 50~60%, 많게는 3분의 2 정도 되는 것 같다. 다른 게임은 OBT 때 동시접속자 수가 많다가 나중에 줄어드는 경향이 많은데, 우리 게임은 이런 부분에 신경을 써서 <던전앤파이터>나 <크로스파이어> 모두 OBT 이후에 오히려 동시접속자수가 꾸준히 올라갔다.
중국 내 알파테스트 참가자 모집에 10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펀치몬스터>. 텐센트가 출시 전에 소싱을 결정한 유일한 타이틀입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TIG> <펀치몬스터> 유저 대상 알파 테스트를 하는데, 100대 1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인데, 유저들에게 별도의 혜택을 주는 것이 있는 것 아닌가.
(웃음) 일단 가장 큰 원인은 시장 규모다. 시장 규모가 커서 그렇게 될 수 있다. 거기에 우리가 테스트 인원을 모집하는 방식이 좀 특이하다.
내부 데이터 분석을 철저히 해서 타깃층을 정해서 모집한다. 전에 횡스크롤 게임을 했던 적이 있거나 카툰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있는 유저층을 찾아서 타깃 유저층으로 분류해 모집한다.
중국 온라인게임 유저의 90%는 QQ 메신저를 쓰고 있는데, 타깃층의 메신저에서 ‘tips’ 소식창을 통해 소식을 보여준다. 타깃층이 안 맞으면 소식을 아예 안 보여준다. 아, 각 타깃층마다 <펀치몬스터> 소식을 보여주는 방식은 다르다. 횡스크롤을 좋아했던 유저층에게는 ‘새로운 횡스크롤 게임이다.’로 보여주고, 카툰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층에게는 ‘카툰 스타일 게임이다’ 같은 식으로 보여준다. 여자 유저들에게는 ‘이 게임은 귀엽다.’ 하는 식으로, 유저층에 따라 어필하는 방식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