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황숙'의 명예를 되찾을 것인가, "귀 큰 놈은 믿을 수 없다"는 사례를 하나 더 추가할 것인가?
2022년의 포문을 열 AAA 게임 중 하나인 <레인보우 식스: 익스트랙션>(이하 익스트랙션)의 출시일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익스트랙션>은 유비소프트의 FPS <레인보우 식스: 시즈>(이하 시즈)에 등장하는 대원들이 '아키언'이라는 외계 생명체와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최대 세 명이 협동해 요원 구출, 목표 파괴, 목표물 제거 등 다양한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시즈>에서 호평을 받았던 기간 한정 협동 이벤트인 '아웃브레이크'를 한 단계 발전시킨 게임이다.
<익스트랙션>은 2019년 공개 후 출시 연기만 약 세 번을 진행했고, 이벤트 모드를 발전시킨 만큼 기존 <시즈>의 리소스를 재활용한 부분도 있어 신선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반응도 더러 있다. 그러나, 현 유비소프트의 상황을 고려하면 <익스트랙션>은 꽤 공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2022년에 발매되는 첫 주요 타이틀이란 점도 중요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익스트랙션>은 유비소프트에 대한 게이머의 신뢰를 되찾아 줄 수 있는 게임이 될 수 있을까? 현 유비소프트의 상황을 살피며 <익스트랙션>의 앞날을 전망해 본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바람 잘 날 없는 유비소프트에겐 "변곡점"이 필요하다.
최근 다수의 해외 정보를 종합하면 유비소프트의 상황은 분명 좋다고 말할 수 없다.
먼저, 성 추문 등 회사 내부적 문제를 겪으며 다수의 핵심 인력이 이탈하고 있다는 점이 뼈아프다. 2021년 3월에는 <시즈>의 개발진이 대거 아마존으로 영입됐으며, 12월에는 외신 악시오스(Axios)가 유비소프트에서 개발자들의 "대탈주"(the great exodus)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비소프트가 AAA 게임 대신 F2P와 블록체인 시장 진입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도 팬들에게 곱게 보이지 않고 있다. 일례로 유비소프트는 12월 9일 자사의 NFT 서비스 '쿼츠'를 발표하고 <고스트 리콘: 브레이크포인트>에 이를 시범 적용했다. 그러나 최초 공개 동영상은 팬들의 '싫어요' 세례를 받았으며, NFT가 적용된 아이템의 거래량도 극히 적어 실패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다.
NFT가 적용된 인 게임 아이템들. 관련 보도에 따르면, 해당 아이템은 거래소에서 별 반응을 얻지 못했다
NFT를 싫어하는 사람이건, 좋아하는 사람이건 '쿼츠'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출처 : 유비소프트)
게다가 유비소프트는 게임 내적으로도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한 때 꾸준하게 '중박'은 가는 게임을 출시하고, 게이머 친화적인 행보를 통해 유비소프트는 국내 커뮤니티에서 '유황숙'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그러나 2020년 이후부터는 해당 별명을 보기 어려워졌다. 여러 게임에서 운영 미숙 보이며 팬들을 만족시켜 주지 못했기 때문.
가령 <포 아너>와 <더 디비전 2>과 같은 게임은 운영 미숙으로 유저층이 대거 이탈하기도 했으며, 모바일로 출시된 <톰 클랜시의 엘리트 스쿼드>는 아예 서비스를 종료했다.
<더 디비전 2>는 부정 평가를 뒤집기 위해 업데이트에 주력하고 있지만,
2021년 예정이었던 대규모 업데이트마저 결국 연기되며 팬들의 싸늘한 반응을 받았다 (출처 : 유비소프트)
야심차게 공개한 신작도 게이머의 혹평을 받고 긴급한 개선에 들어가야 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톰 클랜시의 엑스디파이언트>다. 첫 공개 후 기존 '톰 클랜시' 시리즈에서 보여준 무거운 분위기가 사라졌고, <콜 오브 듀티> 시리즈와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아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조금 과격하게 말하면, 이름을 모른 채 보면 유비소프트의 게임인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다.
그렇다 보니 유비소프트는 최근 팬심 달래기에 들어가며, 상황을 반전시킬 방안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21년 12월 공개된 <스플린터 셀> 리메이크가 개발 극초기 단계임에도 공식 채널을 통해 공개된 것도 이런 기조에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서양권에서 <스플린터 셀> 시리즈는 유비소프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으며, 주인공 '샘 피셔'의 인지도도 매우 높기 때문. 일례로 <시즈>에도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샘 피셔가 등장했으며, 스토리 상 대우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높다.
<시즈> 또한 유비소프트를 대표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2015년 출시된 <시즈>는 발매 7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스팀 동접자 수 상위권에 위치해 있으며, 국내 프로 구단이 존재하는 등 e스포츠가 활성화된 편이다. <시즈>의 특징 중 하나는 등장하는 대원들이 다양한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단 점이 있는데, 유비소프트는 이런 <시즈>의 특성을 통해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익스트랙션>의 '코리아 에디션'에는 <시즈> 본편이 포함돼 있기도 한데, 두 게임을 연계해 보다 유저 풀을 늘리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익스트랙션>의 출시 연기도 팬들이 만족할 수 있는 퀄리티를 보여주기 위함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21년 3월 테크니컬 알파 테스트 동영상이 유출된 바 있는데, 당시 팬들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발매 연기 후 진행된 관계자 대상 테스트에서는 개선된 모습을 보여 줘 긍정적인 반응이 늘어났다.
게임사가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가장 원론적인 방법은 역시 좋은 게임을 선보이는 것이다. 유비소프트는 <익스트랙션>을 팬들의 신뢰를 되찾을 타이틀 중 하나로 여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 협동 강조한 게임 시스템, 관건은 '지속 업데이트'
이제 사전 공개된 정보를 통해 <익스트랙션>을 살펴보자.
먼저, <익스트랙션>은 3인 협동 PvE 게임이다. 보통 <고스트 리콘> 시리즈나 <파 크라이> 시리즈 등 '유비식 콘텐츠'를 가진 게임들이 4인 코옵을 강조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시작부터 약간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익스트랙션>은 지구를 감염시킨 에키언과의 전투를 다루고 있는데, <시즈>에 등장하는 특수부대원들의 능력도 이런 특성에 맞춰 일부 변화가 있었다. 가령 원작에서 '드론'과 같은 탐지 장비에 감지되지 않는 특수 능력을 가지고 있던 한국인 대원 '비질'은 지속 시간동안 아키언들에게 발각되지 않는 형태로 능력이 변했다. 심박 센서를 활용하는 '펄스'는 적뿐만 아니라 벽 너머의 목표물 위치를 확인할 수도 있도록 능력이 강화됐다.
<시즈>가 자랑했던 전략 시스템도 <익스트랙션>에 그대로 구현되어 있다. 나무로 된 벽을 폭파해 진입로를 개척하거나, 벽을 강화해 아키언들이 몰려오는 진입로를 제한할 수도 있다. 특정 임무에서는 몰려오는 아키언을 상대로 정해진 시간을 버텨야 하기 때문에, 해당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예거의 ADS는 아예 자동화 포탑으로 변경됐다 (출처 : 유비소프트)
나무 벽을 파괴하거나, 반대로 강화하는 등 <시즈>에 등장했던 시스템이 그대로 등장한다 (출처 : 유비소프트)
협동 플레이도 중요하다. <익스트랙션>을 사전 체험한 다수의 유비소프트 파트너는 "확실한 소통이 없다면 클리어가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에키언들은 플레이어의 이동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스프롤'을 주위에 퍼트리거나, 다른 팀원이 제거해 줘야 하는 포자 폭탄을 플레이어의 몸에 부착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에키언들은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여러 방면에서 플레이어를 압박하는데, 최근 공개된 정보 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에키언은 '프로메테우스'다. 프로메테우스는 외계 지성체가 익스트랙션의 대원을 모방해 만들어 낸 생명체로 아군 대원이 사용하는 능력을 그대로 사용해 플레이어를 공격해 온다. 가령 '슬렛지'를 본딴 프로메테우스는 망치를 휘두르며 공격해 온다.
프로메테우스 (출처 : 유비소프트)
다른 게임과는 약간 다른 '체력' 시스템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전 공개된 플레이 동영상을 보면 임무를 클리어하면 대원이 받은 피해는 그대로 유지되며, 이전 미션에서 사용했던 대원을 즉시 다음 임무에 투입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대원이 미션에서 2회 이상 쓰러지거나, 처음 쓰러진 상태에서 아군의 도움을 받지 못할 경우에는 감염을 막기 위해 즉시 대원의 몸에 포말이 뿌려진다. 이 경우에는 같은 장소에서 재차 임무를 수행해 MIA(실종) 상태의 대원을 구출해야 한다.
더욱이 각 대원에는 레벨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많이 사용할수록 더욱 강력한 고유 능력과 다양한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은 한 대원만이 아닌, 다양한 대원을 사용하며 새로운 조합을 시도하라는 개발 의도로 추측된다.
대원 관리가 중요하다 (출처 : 유비소프트)
노란 포말로 둘러쌓인 대원 (출처 : 유비소프트)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추측컨데, <익스트랙션>은 한 번 미션을 클리어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플레이를 염두에 두고 개발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꾸준한 업데이트가 중요하다.
비슷한 컨셉과 4인 협동이라는 목표를 가진 <GTFO>의 사례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익스트랙션>은 몇몇 팬들에게 난이도가 완화된 <GTFO>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19년 얼리 엑세스로 출시된 <GTFO>는 콘텐츠나 게임 완성도 면에서 미흡하단 지적을 받았지만, 특유의 컨셉 플레이를 통해 코어 팬층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다만, <GTFO>는 소규모 개발사에서 만들어졌기에 업데이트 속도가 느려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익스트랙션>은 <GTFO>보다 반복 플레이 요소를 강조한 만큼 출시 후 보다 빠른 사후관리에 힘쓸 필요가 있다. 유비소프트에 대한 낮아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피드백에 열린 자세를 가지고, 이용자들의 요구를 빠르게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익스트랙션>은 본편의 가격이 높지 않으며, 출시 후 14일 동안 '버디 패스'를 통해 2명의 친구를 초대해 같이 즐길 수 있다. 게임 본편에서 얻는 이익보단 스킨과 같은 라이브서비스형 BM에 집중하겠단 의도로 보인다.
버디 패스 (출처 : 유비소프트)
개인적으로는 <익스트랙션>이 제 2의 <시즈>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출시 직후의 <시즈>도 현재의 위치와 다르게 많은 부침을 겪어 왔으며, 당시 대학생 신분으로 게임을 즐겼던 기자도 출시 후 <시즈>가 이토록 롱런할지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으니까.
과연, <익스트랙션>이 게이머들의 입에서 "미워도 다시 한 번"이란 말이 나오게 할 수 있을까? <익스트랙션>은 1월 20일 발매 예정이다. 발매와 동시에 Xbox 게임 패스에도 합류한다.